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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이상언은 흥이 높지 않았다.

[안 나가고 싶은데…….]

지환은 별다른 말없이 전화를 끊고 주소를 보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두 사람은 술집에서 합류했다.

이상언은 VIP 룸을 예약했다. 지환이 혼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입을 삐죽거렸다.

“왜 너 혼자야?”

지환은 시가를 꺼내 입술에 물고는 불을 붙이고 소파에 파묻히듯 앉았다.

“몇 명을 원하는 거야?”

“이서 씨는 안 왔어? 네가 이런데 다녀도 별 얘기 안 해?”

지환은 시가를 피우며 말을 아꼈다.

“당연히 온 걸 모르지.”

“너희 또 싸웠어?”

지환은 라이터를 ‘찰칵’ 켰다. 밝은 불빛이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밝혔다. 눈을 아래로 숙이자, 긴 속눈썹이 눈동자를 덮었다. 그러고는‘응’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그의 말투로는 도무지 기분을 간파할 수 없었다.

“뭔 일로 싸웠어?”

이상언은 호기심에 다가와 물었다.

지환은 연기 한 모금을 내뿜으며 말하지 않고 입꼬리만 치켜 올렸다.

“다들 남자는 일 마치고 바지만 올리면 나 몰라라 한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여자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

이상언은 갑자기 신이 났다.

“너…… 당했어?”

지환은 그를 흘겨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상언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니까, 누가 아니래? 여자들 다 똑같아.”

지난번 그 일 이후로 그는 임하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담배연기가 피어오르자, 지환은 실눈을 뜨며 이상언에게 물었다.

“너도……?”

이상언은 급히 술을 한 모금 들이 키고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내가 어…… 어떻게 당할 수 있겠어?”

지환은 말없이 이상언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시선을 돌려 담배를 끄고 술 한 병을 따서 들이 마셨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병…….

상황을 지켜보던 이상언이 얼른 제지했다.

“너 미쳤어? 이렇게 마시면, 속 다 버려!”

지환은 힘을 주어 이상언을 뿌리치고 고개를 들어 또 한 병을 들이부었다.

주량이 좋은 그는 몇 병을 마셨는데도 여전히 멀쩡했다.

그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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