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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바로 이때 입구에서 하은철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저 돌아왔어요.”

다음 순간, 하경철 옆에 있는 이서를 보고 멍해졌다.

정장을 차려 입은 이서는 과거의 쭈뼛쭈뼛하고 눈치 보던 소녀의 이미지를 벗고, 세련된 커리어우먼의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온몸에 반짝반짝 아우라가 비치는 것 같았다.

하은철은 헛기침을 하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 돌아왔어?”

이서의 표정은 담담했다.

“며칠 전에.”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 하경철에게 인사했다.

“할아버지, 저 먼저 갈게요.”

하은철 옆을 지날 때, 하경철을 의식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잠깐 좀 나와봐.”

소녀의 몸에서 나는 담담한 향기가 있는 듯 없는 듯 하은철의 코끝을 스쳤다. 순간 그의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또 바로 약간 후회하며 괜히 몇 마디 덧붙였다.

“할 말 있으면 그냥 여기서 하지.”

이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하은철을 무시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하은철은 내키지 않는 듯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중얼거렸다. 하지만 몸은 이미 이서의 발걸음을 따라 나갔다.

이 장면을 본 하경철은 체념한듯 고개를 저었다.

‘이 멍청한 손주녀석은 도대체 언제야 자기가 이서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까?’

며칠 뒤, 지환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하경철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가 괜한 걱정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은철은 이서를 따라 입구에 도착해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길래 꼭 밖에서 얘기해야 하는 거야?”

하은철은 문에 기대어 애써 차가운 말투로 다그쳤지만, 눈가에 번진 웃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서는 가방에서 목걸이를 꺼내 하은철에게 건네주고, 또 돈뭉치도 꺼냈다.

“장미꽃은 내가 직접 치우라고 했고, 이건 꽃 값이야.”

하은철의 눈가에 스며 있던 웃음기가 사라졌다.

“윤이서, 나 이미 자존심 내려놓고 너한테 고개 숙였어. 게다가 네가 이혼녀라도 개의치 않다고. 너도 적당히 해야 하는 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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