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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사과를 위한 식사 자리는 고급스러운 호텔에 마련되었다.

박예솔 일가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그다음은 지환과 이서였다.

하경수는 몸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

이서와 지환이 들어오자, 박씨 일가족은 바로 일어나 긴장한 표정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박예솔이 먼저 입을 열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서에게 집중되었다.

“이서 씨, 미안해요.”

이서는 살짝 웃었다. 고상하고 품위가 넘쳤다.

“먼저 서둘러 사과하지 마세요. 왜 사과하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예솔 부모는 안색이 변하며 서로 눈을 마주 보았다. 이서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박예솔은 이미 마음속 정리를 마쳤다. 얼굴에 얌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파티에 내가 초대했잖아요. 비록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고였지만, 내가 애초에 이서 씨를 파티에 초대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불상사도 안 일어났을 테니까요.”

이서는 턱을 살짝 들어 올려 예솔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한참 후에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솔 씨,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당신과 무관하다면 굳이 사과할 필요 있나요? 나한테 사과한다는 건, 누가 봐도 잘못을 저질렀다고 얘기가 되는 거죠.”

박예솔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서의 언변이 이렇게 뛰어난 줄은 몰랐다. 말에 가시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파티에 초대한 건 사실이니까요. 내가 옆에서 잘 챙겼어야 하는데…….”

“내가 애도 아니고…….”

이서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솔 씨, 나도 예전에 유학한 적이 있어서 한인사회가 얼마나 좁은지 잘 알고 있어요. 오늘 밤 나에게 사과한 일은, 아마 내일이면 한인사회에 다 퍼지겠죠? 지환 씨가 지금 비록 한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환 씨가 나로 인해 이름에 먹칠하는 걸 나도 훤히 않아요. 더욱이 억지스럽고 교양 없는 여자와 결혼했다고 얘기는 더더욱 싫고요…….”

할 말을 잃은 박예솔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왠지 이서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박예솔의 부모는 말 속에 깃든 깊은 뜻은 이해 못 하고 표면적인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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