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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수영복을 입은 이서는 온몸이 축축하게 젖었다.

하지만 현재 그녀에게 이 모든 것은 전혀 신경 쓸거리가 아니었다. 눈에는 우뚝 솟은 궁전 같은 별장만 보였다.

‘안에 있는 지환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

‘억지로 들어가긴 힘들 거야.’

이럴 때 하경수랑 연락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핸드폰과 옷도 모두 별장 안에 있다는 게 떠올랐다.

이서는 개미 한 마리 없는 한적한 도로를 보며 간담이 서늘해졌다.

땅이 넓고 인적이 드문 미국에서 핸드폰을 빌려 쓰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그녀를 픽업해 준 그 호텔이 생각났다.

아마도 호텔 쪽 사람들이 그녀를 도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 호텔은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았다.

차로 약 십여 분 거리…….

걸으면 아마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이서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마음을 정하고 기억을 더듬어 호텔 쪽으로 걸어갔다.

별장이 조금 한적한 곳에 있다 보니 한참을 걸어서야 가로등 하나가 보였다.

어둠이 짙게 내린 저녁 시간, 집집마다 문을 닫고 불 끄고, 거리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녀는 마치 황량한 사막 속에서 쓸쓸히 홀로 걷는 방랑자 같았다.

신발도 신지 않은 이서의 연약한 하얀 발자국이 도로에 한 줄 또 한 줄 외로운 발자국만 남아 있었다.

호텔까지 가는데 약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오늘 야근을 서는 사람은 낮에 이서에게 수영복을 전달했던 호텔 매니저 이동호였다.

이서를 본 이동호는 깜짝 놀랐다.

수영복을 입고 있는 이서의 볼은 빨갛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은 땀인지 수영장 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몇 걸음 다가가서 물었다.

“사…… 아가씨, 이게…… 어떻게…….”

말을 마치고는, 호텔직원에게 담요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이서는 눈앞의 사람을 알아보고 숨을 헐떡였다.

“저기…… 전화 좀 해 주실 수 있어요?”

“물론입니다. 어디로 전화하시겠습니까?”

“음…….”

이서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이동호는 관심 어린 눈길로 이서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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