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던지던 사람들도 이서가 직접 구급차 앞을 막을 줄은 몰랐다. 한동안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서 모두 하은철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상대방이 공격을 멈추는 것을 본 현태가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았다. “설마, 정말로 하은철인 겁니까?” “설마가 아니라 하은철이예요!”이서가 돌이 날아드는 방향을 주시하며 독실한 말투로 말했다. 그녀가 현태를 향해 말했다.“현태 씨, 핸드폰 좀 빌려주세요!” 현태는 잠시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이서에게 건넸다. 이서는 또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어 차단한 번호를 찾아 현태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은철은 높은 곳에 서 있었기 때문에 이서가 하는 모든 행동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핸드폰이 울리고 화면에 낯선 번호가 뜨자, 하은철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이서는 여전히 그의 번호를 차단 목록에서 지우려 하지 않았다.그를 얼마나 싫어한다는 의미겠는가. ‘윤이서가 나를 이렇게 미워하는 이상, 하지환을 가만둘 순 없겠군.” [이제야 나한테 전화하고 싶은 거야?]하은철이 즐거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서가 말했다.“하은철, 분명히 경고하는데, 지환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어둠의 세력한테 날 죽이라고 명령이라도 할 건가? 윤이서, 네가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네 생각에는 어떨 것 같은데?”이서가 차갑게 말했다.“너한테 조금의 인간성이라도 있다면, 지금 당장 저 사람들의 멈추고, 이 선생님이 수술을 잘 마치게 내버려둬!” [인간성? 나한테 그런 게 있을 것 같아?] 그는 자신의 작은 어머니가 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인간성 따위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어떻게 해서든 이 수술을 막겠다는 거지?” [내 대답, 안 들어도 알 것 같지 않나?]“이왕 이렇게 된 거!”이서가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먼 곳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하은철을 바라보는
하물며 이 사람들은 이서가 들고 있는 총이 모형일지도 모른다는 요행의 심리를 가지고 있었다. ‘윤이서가 우리는 위협하려는 목적이라면?’ 설령 진짜 총이라 하더라도 총알은 몇 발밖에 없을 텐데, 이렇게 많은 사람 중 누구를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담력이 커진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던 돌을 미친 듯이 구급차를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간이 큰 사람들은 구급차 쪽으로 돌진하기도 했다. 하씨 그룹 지분의 5%라는 제안은 정말 유혹적이었다. 이서는 상대가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대담하게 돌진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 사람들을 향해 총을 발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전에 총을 써 본 적이 없지만, 지환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런지 단 한발로 사람을 맞혔다. 그 사람이 쓰러진 후, 미친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잠시일 뿐이었고, 다시 맹렬한 반격이 시작되었다. 이서는 첫 발을 쏜 뒤에도 당황하지 않고 계속 사격했다. 어둠의 세력 조직원들은 총기를 휴대하지 않았지만, 아주 강력한 음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을 던지든 상대 중 한 사람이 나가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은철은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우세를 차지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특히 그가 노출된 이후에는 이런 방식의 전투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서가 손에 쥐고 있는 그 총을 제외하더라도. 어둠의 세력이 백발백중으로 공격하는 바람에, 그 사람들은 구급차 앞으로 돌격하기도 전에 큰 타격을 받았다. 간신히 구급차에 다다른 사람들조차 구급차를 뒤집을 힘이 없었고, 주워 온 돌 같은 것을 던질 뿐이었다. 이런 행동은 구급차에 흠집을 내는 것 외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은철이 절망할 즈음에 눈동자를 번뜩였다. 혼란 손에서 흰색 옷을 입은 남자가 커다란 돌을 들고 슬며시 차 뒤로 향했다. 그들은 모두 한 방향에서 공격했기 때문에 차 뒤를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이것은 절호의 기회였다. 하은철은 다른 사람들도
어둠의 세력 조직원들은 하나같이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들은 총알이 빗발치더라도 이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돌을 들고 구급차 유리를 깨뜨리는 데 성공한 그 남자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하하, 하하하, 내가 해냈어, 나는 하씨 그룹 주식의 5%를 받을 수 있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속되던 찰나, 굳게 닫혀 있던 차 문이 갑자기 열렸다. 이 광경을 본 이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 옆으로 돌진했다. 하나가 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는데, 이서가 갑자기 쓰러질까 봐 두려워서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상언을 이서를 한 번 본 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은철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동자에는 그를 찢으려는 듯한 사나운 빛이 서려 있었다. 이 눈빛을 마주한 하은철은 1초 만에 두려워졌고, 지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상언의 표정이 저렇게 무서울 리 없지 않겠는가.‘진짜 죽은 건가?!’ ‘진짜 죽었어!’ 하은철은 정말 환하게 웃고 싶었지만,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어둠의 세력 조직원들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득의양양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서의 발걸음은 이미 아주 허무해졌다. 그녀는 상언의 옷자락을 잡은 채 붉은 눈으로 고개를 내저었다.“지환 씨... 아직 살아있죠? 그렇죠? 네?” 상언은 시종일관 하은철을 보았고, 이서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이 표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지환이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소식을 접한 어둠의 세력 조직원들은 곧바로 하은철 쪽으로 향했다. “당장 돌아오세요!”상언의 목소리는 조용한 우림 속의 천둥소리와 같았다. “지환이는 이미 떠났는데, 시신이라도 훼손하고 싶다는 겁니까? 반드시 지환이의 원한을 갚아 줄 겁니다. 하지만 지환이의 장례부터 치르는 게 우선이라고요!” “이서야...”이서는 하나의 품에서 끝내 기절하고 말았다. 상언은 그제야 이서를 힐끗 보았으나, 이내 하은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어둠의 세력 조직원들에게
“출혈이 심한 상황이라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당장 병원에 가서 수혈부터 받아야 해요.”현태는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바로 달려가 차를 몰았다. 하나는 지환의 수술이 성공적이라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깜짝 놀랐잖아요!” “어쩔 수 없었어요. 비상시에는 비상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만약 하은철이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도 자리를 뜰 수 없잖아요. 여기서 더 많은 시간을 지체하는 건 지환이한테 아주 불리해요!” “그럼 이서는 어쩌죠?”“이서는 괜찮을 거예요. 단지 자극을 받았을 뿐이니까요. 조금 있다가 병원에 도착할 때쯤이면 깨어날 수 있을 거예요. 그때 이 좋은 소식을 이서한테 전해주자고요. 이서에게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하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점차 깊어지는 눈빛으로 상언을 보았다. 하지만 상언은 이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이서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라고 지시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지환은 이미 긴급 병실로 옮겨진 상황이었다. 하은철은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닫고는 아주 비통해했으나, 이미 방법이 없었다! 깨어난 이서는 지환이 무사히 수혈받고 병실로 옮겨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불안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 “수술 후, 적어도 12시간 정도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거예요. 이서 씨, 그동안 간병인이 지환이를 돌볼 테니까 푹 쉬셔도 돼요.” 이서가 고개를 내저었다.“감사해요, 하지만 지환 씨는 제가 직접 돌볼 거예요. 그리고... 오늘 일은 정말 감사해요. 이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이서야.”상언이 이서의 말을 가볍게 끊었다.“기억의 일부를 되찾은 것 같은데... 네가 우리 엄마의 수양딸이라는 것도 기억하는 거지?” 이서가 눈을 깜박거리며 상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네가 우리 엄마의 수양딸이라는 건, 내 동생이란 뜻이잖아. 지환이는 내 친구고... 한마디로 나는 내 여동생과 친구를 돕고 있는 거야.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돼.” 이서가
하나는 상언을 부축하여 차에 도착했는데, 막 허리를 펴려던 찰나 손목이 잡혔다.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낮추어 말했다.“착하죠? 이거 좀 놓아주세요. 제가 차로 모셔다 드릴게요.” “싫어요.”상언은 눈을 감고 있었다. 단순히 눈을 감은 것인지, 잠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잠꼬대하는 듯했다.“거짓말쟁이,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요!” 하나의 마음은 이 순간처럼 부드러워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남자라면 넥타이를 매고 단정하게 입어야 잘생긴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눈앞의 상언은 아직 얼굴에 닦지 못한 핏자국이 있었고, 하루 종일 산에서 지환을 찾고 수술한 탓에 옷에서 악취가 났다. 하지만, 이 순간 상언은 그 어느 때보다 멋있었다.심지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제가 그렇게 좋아요?”하나가 상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소희는 지환의 병실에 다다랐는데, 쉬고 있는 이서를 보고는 살금살금 걸어 나갔다.그녀는 문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깨어난 이서의 인기척을 듣고서야 병실 안으로 향했다. 소희를 본 이서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소희 씨, 왔어?” 그 열정적인 모습은 평소와 같지만, 무언가 더해진 것만 같았다.“이서 언니...” 이서는 소희를 끌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만족해하며 말했다.“내가 기억을 잃은 동안, 회사를 지켜줘서 고마워. 다 소희 씨 덕분이야.” 소희가 눈을 크게 떴다.그녀는 그제야 무엇이 더해진 것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없어진 거구나!’ 이서는 돌아온 이후에도 시종일관 소희에게 잘해주었다. 하지만 소희는 그녀가 왠지 자신과 거리를 둔다고 느꼈다. ‘이제야 그 거리감이 사라진 거야!’‘그렇다면...!’“이서 언니, 다 생각난 거예요?!”소희가 감격에 겨워 이서의 손을 잡았다. 이서는 기대에 찬 소희의 눈동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고개를 저었다.“아직 전부 기억나는 건 아니야. 왜
소희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이서는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소희 씨...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소희는 있었던 일을 이서에게 일일이 알려주었다,모든 이야기를 들은 이서가 입을 열었다.“소희 씨가 정말 심씨 가문이 잃어버린 딸이었다니!” “맞아요.”소희가 쓴웃음을 지었다.“이서 언니, 정말 웃긴 일이죠?”이 순간, 소희의 심정이 어떠한지 알 수 있었던 이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간 아무리 힘든 생활을 보냈더라도, 신분의 변화로 인해 모든 것이 깨지는 느낌, 이것은 아주 괴로운 것이었다. “소희 씨, 사실 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어. 그래서 최미영 팀장님께 조사를 지시했던 거지.”“하지만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희 씨에게 말할 수는 없었어. 후에 이렇게 많은 일을 겪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소희가 말했다. “이서 언니, 저 때문에 심씨 가문과의 사이가 곤란해질까 봐 걱정하시는 거 다 알아요.”“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심씨 가문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 마음은 항상 언니를 향하니까요.”“저는 언니 덕분에 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갖게 됐어요.”“그래서... 저는 제 무대를 지킬 거예요!” “언니도 제 무대를 지켜주세요!” 이서가 몸을 일으켰다.“소희 씨,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녀는 소희가 어리석은 일을 벌일까 봐 두려웠다. “이서 언니, 저는 심 대표님 부부, 즉 제 친부모님이 제가 심씨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심리를 이용해서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협력을 막을 거예요.“그동안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합작하는 바람에 윤씨 그룹이 막대한 피해를 봤잖아요. 이대로 가다가는...”이서가 소희의 어깨를 꾹 눌렀다.“소희 씨, 하나만 물을게. 정말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소희는 고개를 숙였고, 이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사실대로 말해줘. 소희 씨 마음속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소희는 고개를 들었고, 이서를 바라보며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이
“깨어났네요!”깨어난 지환을 본 이서는 감격에 겨워 횡설수설했다.“의... 의사 선생님을 불러올게요.” “에이, 이서 언니, 그냥 벨을 누르면 되죠.”“가게 두세요.”지환은 허약한 몸으로도 총애 가득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아...”소희는 난감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지환과 단둘이 있는 경험이 전혀 없었다.“방금 한 말, 다 들었습니다.” 그가 천장을 쳐다보았다.소희는 그가 이미 깨어났다는 사실을 멀쩡한 두 사람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 “그럼... 형부도 이서 언니가 기억의 일부를 되찾은 걸 알고 계셨다는 거네요?”“네.”하연은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생각해 보니까 소희 씨가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면, 그 사람들한테 내 신분을 밝히고, 내가 하씨 그룹을 인수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소희는 놀라서 말하지 못했다. “하씨 그룹을 인수하셨어요?”“지분의 20%를 받았을 뿐이에요.”‘그뿐이라니!’소희가 탄복하며 말했다.“형부, 어떻게 주식의 20% 받으신 거예요?” 지환이 병실 문을 한 번 보았다.“현태 씨한테 물어보세요. 현태 씨가 자세히 알려줄 겁니다.” 이 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고통스럽다는 듯 눈을 감았다. 소희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똑똑히 알지 못했다. 잠시 후, 이서가 의사를 데리고 급히 돌아오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어요. 어서 괜찮은지 좀 봐주세요.” 의사는 지환을 진찰한 후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큰 문제는 없지만, 하루 밤낮 동안 식사를 하지 않아서 몸이 허약한 상태입니다.” “제가 지금 당장 먹을 것 좀 사 올게요.”이서는 몸을 돌리며 먹을 것을 사 오겠다고 말했다.소희는 천방지축인 그녀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 사람이 정말 회사에서 당당하게 지시하던 이서 언니라고?’“이서 언니, 제가 다녀올게요.”소희가 이서를 말렸다.“형부랑 오랫동안 제대로 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
“지환 씨, 다음에는 목숨을 걸 때 나를 먼저 생각해 줘요.”“지환 씨가 없으면 난 어떡하라고요.” 지환의 심장은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의해 가볍게 잡히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엎드려 우는 이서를 바라보았지만 눈가에는 옅은 웃음기가 돌았다. ‘정말, 정말 행복해.’‘꿈을 꾸는 것만 같아.’ 병실로 돌아온 소희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잠든 지환과 그의 가슴팍에 엎드려 잠든 이서를 보았다. 한폭의 유화가 따로 없었다.그녀는 음식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병실을 나섰다.병원 밖으로 나온 소희의 눈빛이 점점 확고해졌다.바로 이때, 차 한 대가 그녀의 곁에 멈춰 섰다.차장이 내려가고 현태가 모습을 드러냈다.소희의 짙었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기쁨으로 변했다. “왜 여기 있어요?”“회사에 갔는데 없길래,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차에서 내린 현태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어서 타.”“안 들어가려고요?”소희가 뒤에 있는 병원을 바라보며 물었다.“들어가서 뭐 하게?”현태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이랑 사모님은 아주 피곤하실 거야. 아마 쉬고 계시겠지. 아, 맞다...”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갑자기 생각났는데, 사모님의 발...” “이서 언니의 발이 왜요?”소희는 긴장했다. “산에서 신발이 떨어진 것도 모르고 험한 바위 위를 돌아다니시느라 발바닥을 심하게 다치셨어. 하지만 지금은 온 정신을 대표님께 집중하느라 발에 난 상처는 처치하지도 못하셨을 거야. 아무래도 우리가 들어가서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 소희와 현태는 급히 병원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 걷던 소희가 갑자기 현태를 붙잡았다.“잠시만요, 두 사람은 지금 쉬고 있어요. 우리가 들어가서 알려주면, 두 사람을 방해하는 꼴이 될 거예요. 나중에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현태가 어수룩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두 사람은 다시 차로 돌아왔다. 현태는 차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시동을 걸지 않았다.소희가 물었다.“왜 그래요? 차에 무슨 문제라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