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는 소희의 곁으로 다가가 정인화를 향해 말했다.“또 돈 받으러 오신 겁니까?” 많은 훈련을 거친 현태는 기운이 넘치는 듯했다. 그가 한 글자 한 글자 똑똑히 물었다. 마치 정인화의 목소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현태는 그 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아드님께서 원하는 건 고작 400만원짜리 노트북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분은 이미 성인이 된 걸로 아는데, 왜 스스로 아르바이트해서 노트북을 구매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겁니까?”소희가 놀란 눈으로 현태를 바라보았다.‘뭐야, 다 알고 계셨던 거야?’“네? 조금 전에는 아들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요?”한 이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아프다고요?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그 이웃의 시선을 따라 정인화를 바라본 현태가 냉소하며 말했다.“이분이 하시는 말을 믿으신 겁니까? 설마, 아드님이 우주에 있다고 해도 믿을 건 아니죠?” 고개를 숙인 사람들은 방금 정인화가 한 모든 말이 일방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설령 아프지 않다고 하더라도.”다른 이웃이 승복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이렇게 좋은 아파트에 살면서, 동생한테는 400만원짜리 노트북도 사줄 수 없다는 거예요?” “이 아파트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겁니다.”현태가 주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리고 누가 그러던가요? 이 아가씨가 동생에게 주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요.”그가 곧이어 정인화를 쳐다보았다.“소희 씨가 노트북을 사주는 대신에 이전에 받아 갔던 2000만 원은 돌려주셔야겠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반박하려던 이웃들은 말문이 막히는 듯했다. “와, 이미 2000만원을 받아 갔었나 봐요! 쯧쯧쯧,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그러니까... 저 할머니는 자기 아들을 저주하고, 억지까지 부린 거잖아요? 뻔뻔한 사람은 따로 있었네요.”“집안 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2000만원이 넘는 노트북을 원하다니...
소희가 코를 훌쩍였다.“괜찮아요. 저는 단지... 가족들도 저를 매몰차게 대하는데, 가족도 아닌 오빠가 제 고충을 이해해 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소희의 눈동자에 비친 고통을 마주한 현태는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위로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소희 씨한테 나는 제삼자일 뿐인 거야?”소희가 현태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의 얼굴빛이 점차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한참 동안 머리를 긁적거리던 그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소희 씨, 나는 소희 씨한테 제삼자로 남고 싶지 않아. 나는 소희 씨의 가족이... 아니, 가족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되어서 언제나 소희 씨를 보호하고 싶어.” 소희의 얼굴도 천천히 붉어지기 시작했고, 불타오르는 듯한 기미까지 보였다. “오빠... 무슨 뜻이에요?” 소희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바라보았는데, 복잡한 감정으로 얽힌 덩굴이 마음속에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소희 씨의 남자 친구가 되고 싶어!”현태가 단숨에 이 말을 뱉었다. 소희가 당혹스러워하며 현태를 바라보았다. “뭐라고요?”“소희 씨의 남자 친구가 되고 싶다고.”금세 낯선 느낌에 익숙해진 현태가 마침내 더듬거리지 않고 소희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M국에 있는 동안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은 소희 씨였어. 아니, 밤낮으로 소희 씨만 생각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거야.” “그제야 알았어, 내가 진심으로 원한 건 동생 같은 소희 씨의 모습이 아니라...”현태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으나, 결국 이 말을 하고 말았다. “여자 친구로서의 소희 씨라는 걸.” 소희는 꿈쩍도 하지 않는 눈동자로 현태를 바라보았는데, 이미 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 순간, 현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소희 씨, 싫은 건 아니지? 하긴... 내가 너무 둔해서 소희 씨가 슬퍼하는 걸...”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아든 힘찬 포옹은 하마터면 현태를 밀어
‘이 정도면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굳이 변화가 있다고 말하자면, 내가 친밀한 관계를 거부하지 않는 것뿐이지.’ ‘하지만 지금 당장 혼인신고를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잖아?’ 상언도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던 터라, 혼인 신고에 관한 이야기는 입도 뻥끗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는 때때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오매불망 자신만을 기다리는 상언의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또 한 번 강하게 밀려오는 듯했다. 톡방에 있던 사람들은 이 답장을 본 후에야 상황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녀들은 아무렇게나 대화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된 소희에게 한턱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소희는 정인화가 가져온 답답한 마음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녀가 기쁜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좋아요! 내일 모두를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할게요!] 톡방에서는 또 한바탕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어떤 이가 기뻐하면 또 다른 어떤 이는 근심하는 법이었다. 같은 시각. 하씨 가문의 고택에 있는 은철은 기분이 바닥을 치는 듯했는데, 방금 들어와서 그의 맞은편에 앉은 심동도 오늘이 은철과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날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심동은 더 이상 개의치 않고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하 사장, 정말 윤씨 그룹을 압박하고 싶으면, 우리 두 가문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은철이 불쾌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더는 하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압박할 방법이 없으니, 심씨 가문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거야?” 심동이 급히 반박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나는 단지 윤 대표의 배후에 후원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 사람은 아주 막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임이 틀림없어. 어쩌면 우리 4대 가문을 합친 것보다 더 막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지.” 안색
호텔, 지환의 방 안.이천은 하은철 쪽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하은철은 송철환 대표가 새벽에 출국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송 대표의 아내와 딸을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답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미 두 사람과 출국한 상황이라... 하은철은 이번에도 허탕을 치게 될 겁니다.”이천은 말을 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환이 그를 힐끗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다야?” “아직입니다.”“그럼 빨리 말해.” “대표님, 왜 그렇게 재촉하시는 겁니까?”이천은 담력이 커진 듯했는데, 지금의 지환이 예전처럼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가끔은 지환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네가 가야지만 이서가 올 수 있을 테니까.”이천이 뒤늦게 물었다.“이서 아가씨께서 저를 볼까 봐 그러시는 겁니까?” “그래.”지환이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펼쳤다. 이천이 말했다.“대표님, 임현태 형님도 이서 아가씨를 만날 수 있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겁니까? 저도 이서 아가씨를 뵙고 싶습니다.” 그는 어언 3개월 동안 이서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지환이 이천을 흘겨보며 말했다.“안 돼.” “이유가 뭡니까?”지환이 잡지 한 페이지를 펼쳤다.“너는 늘 내 곁에 있었잖아. 너의 존재가 이서한테 큰 자극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현태 씨는 상황이 다르지, 현태 씨는 이서가 힘들 때에도 늘 이서의 곁을 지켰으니까.” 이천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더 할 말이 남았나?”지환이 다시 한번 이천을 내쫓으려 했다. 멍하니 몸을 돌려 걸음을 내딛던 이천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렸다. “아, 오늘 심씨 가문 가주의 큰아들이자, 장차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사람이 하은철을 만나러 갔었답니다.” 이천은 지환이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지난번에 이서 아가씨께 밥을 사주겠다고 했던 그 사람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환이 자신의 가면을 벗기려
H국에 있던 이천은 지환을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었지만, 업무를 보고할 때도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후에 이서의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지자, 지환의 정서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부하 직원들은 그제야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YS그룹에서 이서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살아있는 보살’로 모실 지경이었다. 바로 그때, 이천은 지환에게 설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더욱 섬뜩한 장면을 맞이해야만 했다. 문밖에 서서 기다리던 이서가 갑자기 문 쪽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중얼거린 것이었다.“이상하다, 분명히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이천이 곧바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문밖에 있던 이서는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 선생님, 안에 계시는 거죠? 소리도 들리는데 왜 나와보지 않으시는 거예요?”이서는 말할수록 밀려오는 불안감과 조급함을 느꼈다.“설마 또 저번처럼 숨어서 저를 만나주지 않으시려는 거예요?” 지환이 이천을 노려보며 문 뒤에 숨으라고 눈짓했고, 곧이어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린 후, 지환을 마주한 이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제야 문을 여시는 거예요?”이서가 지환의 소매를 꽉 잡았다.“장희령이라는 사람이 선생님의 가면을 벗기려고 해서 화가 나신 거예요?” “저는 그 여자랑 아무런 관련도 없어요! 제가 시킨 게 아니었다고요!” 이서는 가면에 관한 일에 마음이 상한 지환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 것이라 여기는 듯했다. 그녀조차도 지환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말이다.지환이 웃는 듯 마는 듯하며 이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길을 마주한 이서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바보.”“지금 누구더러 바보라는 거예요?” “너.”지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바보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이서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하긴, 장희령이 전에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우리 두 사람이 한 패일 수 있겠어.’ ‘하 선생님도 뇌
이서의 입가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는데, 지환의 ‘숨겨둔 애인’이 상상한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서의 얼굴에 이상한 기색이 떠오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지환이 그제야 이천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천이라고 해, 내 비서야.” 이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던 지환은 곧바로 그녀의 엉뚱한 생각을 억누르려 했다. 이서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아, 비서시구나...” ‘깜짝 놀랐네.’이서를 바라보던 이천은 마음속에 억눌렸던 감정을 참지 못한 채 그녀의 손을 잡았고, 감격에 겨워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서가 당황스럽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 지환의 치켜 올라간 눈썹은 이미 일직선을 이룰 지경이었지만. 이서를 만난 것에 대해 감격하느라 바빴던 이천은 자신의 오랜 친구가 또 다른 감격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환이 인상을 찌푸렸다.‘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이서와 만나지 않게 하려던 거였다고!’ 한참 후에야 이서가 입을 열었다.“선생님, 비서분이...” “이천!”지환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천은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고, 바삐 코를 훌쩍였다.“죄송합니다, 윤 대표님, 저...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천은 영문도 모르는 이서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원래 저런 사람이거든.”지환이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이서야, 들어와서 앉아.” 지환의 뒤로 깔끔하게 정리된 호텔 방을 본 이서가 턱을 살짝 치켜올렸다.“아니에요, 방이 엉망이잖아요.”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지환은 자존심이 강한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손끝으로 가면을 살짝 만졌고, 얼굴에 머금었던 따스함을 거두어들였다. 같은 시각.하은철과 협력방안을 정한 심동이 상쾌한 마음으로 차에 오르려 했다.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희령이 심동을 대신하여 차 문을 열었고, 그가 앉기도 전에 물었다.“어떻게 됐어? 하은철이 협력하겠대?
심동이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그는 방금 하은철과 협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느라, 방해받지 않으려고 핸드폰을 음소거로 전환해 두었다. 아마 부모님은 심동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장희령에게 연락했을 것이었다. “이상하네, 여동생을 찾으러 가셨던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신 거지?”“설마, 벌써 내 여동생을 찾은 걸까?” 심동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장희령이 대답했다. 그녀는 또 한 번 심동을 힐끗 바라보았다. “자기야, 이제 머리 아픈 일도 다 해결됐네.”“만약에, 그러니까 내 말은... 정말 만약에 자기의 부모님께서 잃어버렸다던 따님을 찾으신 거라면... 틀림없이 기뻐하시겠지?” 심동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당연하지.” 순간, 장희령의 눈동자가 밝아졌다.“그럼 기분이 좋아지신 자기의 부모님께서... 우리 두 사람을 허락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서 말인데 자기는...”심동은 장희령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자기야, 이번에는 확실히 자기의 잘못도 있긴 하지만, 자기의 도움으로 하씨 그룹과 심씨 그룹의 협력을 성사시킨 셈이잖아? 이건 역사적인 순간이나 다름없어.”“내가 이 일을 우리 부모님께 알려드린다면, 두 분께서는 분명히 다른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실 거야.” “게다가 지금 두 분은 온 신경을 내 여동생을 찾는 데에 쏟고 계시잖아? 정말 만약에 내 여동생을 찾은 게 맞다면... 두 분은 틀림없이 아주 기뻐하실 거야. 그렇게만 되면,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은 두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하늘에서 별을 따달라는 부탁을 해도 흔쾌히 들어주실 거야. 아마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하실걸?”행복감을 느낀 장희령이 펄쩍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붉은 입술을 내밀며 애교를 부렸다.“자기의 부모님께서 따님을 찾으신 게 맞다면, 바로 우리의 결혼 이야기부터 꺼내봐야겠어.” “걱정할 거 없어.”심동이 장희령의 손을 꼭 잡았다.“넌 반드시 내 와이
그 사진의 주인공은 이서의 곁을 지키는 심소희였다!장희령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심소희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라니.’이지숙의 웃는 얼굴을 마주한 장희령의 마음속에서는 미친 듯한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내가 소지엽 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던 심가은은 내가 심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극도로 반대했었지. 그런 심가은이 죽어줬더니, 더 무서운 사람이 나타난 셈이라고!’‘게다가 이 사람은 이십몇 년 만에 되찾은 딸이잖아?’‘두 분이 심소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거야. 이 여자가 돌아온다면, 내가 심씨 가문에 시집가려던 계획은 헛된 꿈이 되고 말 거라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장희령이 천천히 냉정함을 되찾았고, 심동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야, 두 분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여기서 자료를 보면서 자기의 여동생이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이분에게 접근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테니까...” 심동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엄마, 그리고 아빠, 서재에 가서 또 다른 중요한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심근영 부부는 심동을 따라 서재로 올라갔고, 장희령은 그제야 다시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다만 그녀의 눈빛에서는 거리낌 없는 잔혹함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럴 수가!’‘윤이서의 곁에 있는 사람이 심씨 가문의 아가씨였다니!’ 장희령은 죽을힘을 다하여 노력한다고 해도, 소희가 심씨 가문의 하인이 잃어버린 아이라는 사실을 바꿀 방법이 없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장희령이 고개를 들어 2층에 있는 서재를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심동 씨의 부모님께서 하씨 가문과 심씨 가문의 협력을 좋게 보셔서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흔쾌히 승낙하신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불안감을 느낀 장희령이 위층을 한 번 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모든 가정부가주방에서 기쁜 마음으로 바삐 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장희령은 용기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