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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비록 1년여의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서는 여전히 심동에 관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심동은 심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줄곧 호평을 받아오던 사람이야. 아주 능력 있는 남자가 어쩌다가 장희령과 엮이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곰곰이 생각하던 이서가 체면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심동은 주동적으로 입을 열어 이서와 인사를 했다.

[윤 대표, 지금 시간 있어? 내 여자 친구가 인터넷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에 대해서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해서 그래.]

신사적으로 말하는 심동의 시선이 옆에 있던 장희령에게 향했다.

이서가 말했다.

“아니요, 사과는 필요 없어요. 저는 여전히 법적인 절차를 밟을 생각이거든요.”

심동은 그 언론사들의 존망은 개의치 않았으나, 그로 인해 심씨 가문이 피해를 볼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서야,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셈이잖아. 그래, 이번 일은 희령이가 확실히 지나쳤어. 하지만 희령이도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고소 취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너한테 분명히 사과하고 싶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나랑 희령이는 평생 너한테 미안한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잖아.]

이서가 인상을 찌푸렸다.

“심 사장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사과를 원하지 않습니다. 만약 장희령 씨가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낀다면, 제가 아니라 나나 씨한테 사과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네요.”

이 말을 마친 이서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은 스피커로 전환되어 있었기에 장희령은 모든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전화가 끊기자, 억울함을 느낀 장희령이 눈시울을 붉혔다.

“봤지? 윤이서가 사과를 받지 않은 거지, 내가 사과하지 않은 게 아니란 말이야!”

심동은 장희령의 얼굴을 보지 않았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울 때 더욱 예뻐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성을 잃을까 봐 너무도 두려웠다.

“그럼 윤이서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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