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년여의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서는 여전히 심동에 관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심동은 심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줄곧 호평을 받아오던 사람이야. 아주 능력 있는 남자가 어쩌다가 장희령과 엮이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곰곰이 생각하던 이서가 체면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심동은 주동적으로 입을 열어 이서와 인사를 했다. [윤 대표, 지금 시간 있어? 내 여자 친구가 인터넷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에 대해서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해서 그래.] 신사적으로 말하는 심동의 시선이 옆에 있던 장희령에게 향했다. 이서가 말했다.“아니요, 사과는 필요 없어요. 저는 여전히 법적인 절차를 밟을 생각이거든요.” 심동은 그 언론사들의 존망은 개의치 않았으나, 그로 인해 심씨 가문이 피해를 볼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서야,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셈이잖아. 그래, 이번 일은 희령이가 확실히 지나쳤어. 하지만 희령이도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고소 취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너한테 분명히 사과하고 싶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나랑 희령이는 평생 너한테 미안한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잖아.] 이서가 인상을 찌푸렸다.“심 사장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사과를 원하지 않습니다. 만약 장희령 씨가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낀다면, 제가 아니라 나나 씨한테 사과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네요.” 이 말을 마친 이서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은 스피커로 전환되어 있었기에 장희령은 모든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전화가 끊기자, 억울함을 느낀 장희령이 눈시울을 붉혔다.“봤지? 윤이서가 사과를 받지 않은 거지, 내가 사과하지 않은 게 아니란 말이야!”심동은 장희령의 얼굴을 보지 않았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울 때 더욱 예뻐 보이기 때문이었다.그는 자신이 이성을 잃을까 봐 너무도 두려웠다. “그럼 윤이서가 말
장희령은 짧게 대답했지만, 조금도 자신이 없었다. ‘하은철이 윤이서의 곁에 있는 가면 쓴 남자를 알려주면 뭐 해? 그 남자는커녕 윤이서를 만나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하지만...’ ‘하은철이 시킨 일이니까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을 거야.’ 그녀가 핸드폰을 세게 움켜쥐었다. ‘윤이서, 조금만 기다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게 만들어 줄게!’ ...바삐 돌아다니던 이서가 호텔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저녁 10시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지환의 모습이 보였다. 따스한 불빛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의 기다란 몸에 떨어졌다. ‘멋있다...’ 이서의 탐욕스러운 시선은 지환의 몸을 따라 위로 올라가다가, 아쉬운 듯이 그의 얼굴에서 멈췄다. ‘만약...’ 지환이 이서의 속마음을 들은 듯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왔어?” “네.”이서가 말했다.지환이 이서를 향해 손을 흔들자, 그녀가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가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배고프지?” 이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환의 가면 위로 눈길을 돌렸다. 지환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하며 일어나서 말했다.“목욕물 받아줄게.” 그 순간, 이서가 뒤에서 그를 잡아당겼다.“하 선생님...”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는데, 일부러 그런 목소리를 내는 듯했으며, 이 목소리를 들은 지환은 몸이 한바탕 건조하고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얼굴 좀 보여주시면 안 돼요?”‘너무 궁금해.’ ‘이런 황홀하고 멋진 몸매에 어울리는 얼굴은 어떨까?’ 하지만 지환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었는데, 이것은 그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난번에 CCTV를 복구할 때 이서를 자극한 바가 있었던 지환은 절대 이서에게 자신의 생김새를 보여주지 않을 것이었다. “이서야, 얼른 목욕하러 가!” 지환의 말투는 다소 무거웠다. 그가 다소 화가 난 것을 알아차린 이서가 어쩔 수 없이 입
이튿날 이른 아침.하은철은 장희령 쪽이 이미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며칠 간의 걱정이 사그라드는 듯했다. 주경모는 하은철이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기회를 틈타 말했다.“도련님, 송씨 가문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하은철이 눈썹을 찌푸렸다.“송씨 가문이요?” “네, 송씨 가문 산하의 한 제약회사가 최근에 어린아이의 성장에 특별한 효과가 있는 약을 개발했답니다. 하지만 수년간의 연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은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고, 자금 문제까지 발생해서 특허를 팔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하은철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런 희소식이 있단 말입니까? 함정일 리는 없겠죠?”주경모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조사를 해봤는데, 함정은 아닌 걸로 보였습니다.” “와,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려나 봅니다. 알겠습니다. 내려가서 곧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예.”주경모가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은철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를 띠었다. ‘이서가 작은 아빠의 얼굴을 보기만 하면, 틀림없이 발작을 일으킬 거야. 그때가 되면, 작은 아빠는 이서를 멀리할 수밖에 없을 거고...’‘그러면 나한테도 기회가 오는 거야.’ 곰곰이 생각하던 하은철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호텔.이서는 문을 열자마자 동시에 문을 연 지환과 마주쳤다. “어디 나가?”“어디 나가세요?”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회사에 가려고.“회사에 가요.” 다시 한번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이서가 빙그레 웃으며 지환을 쳐다보았다.“그러고 보니, 하 선생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지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지환은 매일 바빴으나, 이서는 그가 무슨 일은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서의 붉은 입술을 바라보던 지환은 이서의 목소리가 또 한 번 울려 퍼지고서야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도대체 뭘 보고 계시는 거예요? 혹시, 제 얼굴에 이상한 거라도 묻었어요?” 이서는 작은 거울을
지환의 강한 카리스마에 놀란 심동은 슬그머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미소를 지었다.“윤 대표, 우리는 진심으로 윤 대표한테 사과하고 싶어.” 그 순간, 장희령의 시선이 이서의 곁에 있는 지환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군침을 흘리고 있는 듯했다. 연예계 사람들은 당연히 일반인보다 잘생긴 남자를 많이 보는 법이었다. 그래서 장희령도 이미 외모에 대해서는 코웃음을 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지환을 마주한 그녀의 마음속에는 질투의 불씨가 더욱 활활 타올랐다. ‘얼굴은 볼 필요도 없겠어. 저 드넓은 어깨와 좁은 엉덩이 좀 보라고!’장희령은 정말이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에도 윤이서의 옆에 저런 남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남자는 안경을 쓰지 않았었지, 아마?’‘그새 남자를 갈아치운 거야?’ ‘윤이서는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훌륭한 남자들을 꼬드기는 거지?’ 이제 하은철의 명령은 필요가 없었다. 장희령은 지환의 얼굴에 씌워진 가면을 직접 벗기고 싶었으니 말이다. 장희령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지환에게 향하자, 이서는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서는 곧장 지환을 끌고 가려고 했다.“심 사장님, 제 생각은 여전합니다. 저는 절대 두 분의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니까 다시는 저를 찾아와서 사과하지 마세요!” 이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갑자기 자신의 임무를 떠올린 장희령이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성큼성큼 걸어가 이서의 앞을 막았다. “윤 대표님,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이 말을 뱉는 장희령의 시선은 지환을 향하고 있었다. 이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하 선생님, 어서 가요!” 두 사람의 몸이 교차되는 그 순간, 장희령은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즉각 손을 뻗어 지환의 가면을 잡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서와 심동은 온몸이 얼어붙었는데, 그들의 시선은 모두 지환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희령이 손이 지환의 가면에 닿는 순간, ‘찰싹’하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이서는 지환에게 이끌려 호텔을 나섰다. 호텔 입구에 도착했을 때, 지환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화내지 마세요.”이서가 지환의 팔을 가볍게 건드렸다.“장희령은 이미 교훈을 받은 셈이잖아요? 그리고 걱정할 거 없어요. 앞으로는 심씨 가문의 사람이나 장희령의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니까요.” 지환의 얼굴빛이 그제야 풀렸다. “그래, 어서 출근해.” “네.”이서는 지환에게 손을 흔들며 차에 올랐다. 지환은 그 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계속 지켜보다가, 눈 속에 숨겨두었던 날카로운 기색을 다시금 떠올렸다. ‘방금 장희령은 내 가면을 노렸어.’ ‘그렇게 목적이 뚜렷한 행동에는 분명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텐데...’ ‘그런데 장희령은 내가 가면을 벗으면 이서가 충격을 받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잖아?’ ‘하지만!’지환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은철은 알고 있지.’ ‘또 그 자식이야?!’ 지환이 핸드폰을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은철은 요즘 뭐 하고 지내?” 짙은 실의를 느낀 이천이 바삐 말했다.[윤씨 그룹을 압박하느라 바빴지만, 이서 아가씨께서 해명하는 순간부터 모든 계획이 허사가 됐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야.” 하은철의 최근 계획을 재빨리 훑어본 이천이 바삐 말했다.[아, 참, 최근에 송씨 그룹 산하의 한 제약회사가 어린아이의 성장에 관한 약물을 연구했는데, 자금 문제에 직면해서 하씨 가문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들이 지금 하씨 가문의 고택에 간 이유도 그 일 때문일 겁니다.] 지환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그게 정말이야?” [네, 정말입니다.] 이천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만약 그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하씨 그룹은 큰 이익을 얻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윤씨 그룹이 하씨 그룹의 압박을 견뎌낸 걸 보면, 송씨 가문도 이 점을 고려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오직 하씨 가문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윤씨 그룹을 포함한 또 다른 2대 가문들과도
송철환이 가리키는 서화를 본 하은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저희 할아버지의 소장품이었습니다.” 그 순간, 송철환의 안색이 매우 부자연스러워졌다.“미안합니다, 하 사장님.” 하은철이 일어나서 그 서화를 향해 다가갔다.“괜찮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도 꽤 오래되었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염원을 이루지 못했어,’ 나란히 놓인 서화들을 주시하던 하은철이 자신도 모르게 이서가 선물한 서화로 시선을 옮겼다. ‘할아버지께서는 이서를 참 좋아하셨어. 이서가 선물한 서화는 이 중에서 가장 값어치가 없는 거였지만, 할아버지께서는 그걸 액자에 넣어서 장식하실 정도였지.’‘하지만 이서는...’ 이서를 떠올린 하은철은 분노가 솟구칠 지경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서를 벼랑 끝으로 내몰 거야. 그렇게 해야만 이서를 내 품에 안을 수 있을 테니까!’ 하은철은 모든 주의력을 이서가 선물한 그 서화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송철환의 목소리를 조금도 듣지 못했다. “하 사장님, 나가서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하은철이 대답하지 않자, 송철환은 조용히 핸드폰을 들고 문어귀로 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그가 목소리를 낮추었다.“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송씨 가문의 가주, 송철환 대표님이십니까?] “그런데요?”송철환이 대답했다. [저희가 그 특허를 구매하고 싶습니다.] 송철환은 이를 장난으로 여겼다.“이미 하씨 가문에게 팔았습니다.” [잠시만요.]이천이 송철환을 불렀다.[송 대표님, 저희의 제안은 들어보지도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이 말을 들은 송철환이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제안이요? 좋습니다, 말씀해 보시죠.” [하씨 가문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제시했든, 저희는 그 금액의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송철환이 웃으며 말했다.“두 배요? 허풍은 누구나 떨 수 있는 것이지요. 하씨 가문이 제시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알고 이러는 겁니까?” [6천억이요, 게다가 매년 매출의 30%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하지
문밖에는 차 한 대가 서 있었고, 송철환은 1초간 망설이다가 차에 올랐다. 그리고 이때, 주경모는 계약서를 들고 거실로 돌아왔는데, 하은철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도련님, 송대표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정신을 차린 하은철은 텅 빈 거실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잠시 나간 것 같네요.”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호원 한 명이 부랴부랴 들어왔다.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방금 송 대표님께서 어떤 차에 올랐는데, 제가 이상함을 깨닫고 쫓아가려 하니까 그 차가 제 눈앞에서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하은철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뭐라고?” 놀란 경호원은 연신 이 말만을 반복했다.“송 대표님께서... 차를 타고 떠나버리셨습니다!” 하은철이 눈살을 찌푸리며 주경모를 향해 말했다.“당장 전화하세요.” 주경모는 핸드폰을 꺼내느라 바빴고, 전화는 곧 연결되었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송철환이 아닌 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약서에는 내가 사인해 줄게.]지환은 가면을 쓴 채 서늘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이서는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겁도 없이 또 한 번 이서한테 관심을 표했다가는 하씨 가문에서 싹을 잘라버릴 줄 알아!] [이건 경고이자, 마지막 기회야.] 하은철은 화가 나서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바닥에 박혀버린 핸드폰은 큰 소리를 냈으나, 하은철의 마음속 깊은 분노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환... 하지환!’ ‘감히 내 눈앞에서 송철환 대표를 데려가다니... 이건 나를 모욕하고, 내가 주제넘은 짓을 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하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환의 곁에 있는 이서는 반드시 되찾아야 해.’‘윤이서, 너는 나의 것이어야 하니까!’ 같은 시각. 차에 오른 송철환은 지환의 기질에 놀라 머리가 텅 비고 말았다.기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그는 계약서를 품에 안은 채 벌벌 떨며 지환에게 말했다.“젊은 양반, 돈, 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날 풀어주
“최근에 하씨 그룹이 윤씨 그룹을 크게 압박했지만, 윤씨 그룹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는 못해서 하씨 그룹 내부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입니다.”“좋아, 계속해서 몰아붙이면 되겠어. 너는 며칠 동안 하씨 그룹의 취약한 사업을 모두 인수하도록 해.” “하 사장님 쪽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쩌죠?” 지환이 냉소하며 말했다.“그 사업들은 하씨 가문의 입장에서 돈만 나가고 수익은 전혀 낼 수 없는 골칫거리나 마찬가지야.”“하은철은 그 골칫거리들을 처리하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을 텐데, 내가 인수하겠다고 하면, 방해는커녕 오히려 기뻐하지 않겠어? 나한테 그런 골칫거리를 떠넘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 죽을 지경일 텐데, 과연 반대할까?” 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이천이 대답했다.“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지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창밖의 경치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우선 하씨 그룹의 부가적인 사업을 손에 넣고, 중형 사업, 그리고 핵심사업까지 손을 뻗는 거야.’‘그때가 되면, 하은철이 반응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테니까.’ 순간, 지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이서가 당한 원한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야!’ ...사무실에 있던 이서가 재채기했다. “이서 언니, 실내 온도가 너무 낮은 거 아니에요?”소희가 에어컨 리모컨을 꺼내며 말했다.“온도를 좀 높일까요?” “괜찮아, 방금은 코가 간지러웠을 뿐이야. 맞다, 소희 씨, 오늘 채소를 꽤 많이 샀던데, 오늘은 집에서 밥을 해 먹을 생각인 거야?” 이서가 말했다.“맞아요.”소희가 수줍게 웃었다. “혼자? 아니면, 손님이랑?”이서가 소희를 놀렸다. 소희는 한동안 이서와 지내면서 그녀의 성격이 기억을 잃기 전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다시 예전처럼 사이좋은 자매처럼 지내게 되었다. 소희는 이서의 앞에서 조금 더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서 언니, 왜 또 놀리고 그러세요...” 이서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틀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