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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하은철이 장희령을 등지고 말했다.

“이유는 묻지 마시고, 이서한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세요. 그리고 이서가 무조건 그 남자를 데리고 오게 해야 합니다. 장희령 씨가 어떤 방법을 쓰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꼭 그 남자를 데려오게 하세요.”

이 말을 들은 장희령은 길을 찾은 것 같았다.

‘아, 하은철의 목표는 윤이서가 아니라, 윤이서 주변에 있는 그 남자구나?’

잠시 후, 하은철이 말을 덧붙였다.

“내가 그 사람들을 만나면, 장희령 씨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남자의 얼굴에 있는 가면을 벗기면 됩니다.”

잠시 침묵하던 장희령이 자신에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최선을 다해볼게요.”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입술을 오므린 장희령은 고개를 숙인 채 낮은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네, 하 사장님, 그럼 저는 먼저 돌아가서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하은철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야 자리를 떠났다.

차에 오른 장희령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매니저가 다가와서 물었다.

“어때, 하은철이 도와주겠대?”

장희령이 대답했다.

“그런 셈이야.”

“그런 셈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장희령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묻지만 말고 윤이서의 옆에 있다는 가면을 쓴 남자나 좀 알아봐 줘.”

매니저는 혼란스러웠지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차는 천천히 움직여 하씨 가문의 고택을 떠났다.

...

이튿날 이른 아침.

몸을 뒤척이며 일어난 이서가 곧장 옆방의 문을 두드렸다.

“하 선생님!”

하지만 문 너머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서는 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하 선생님!”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서가 초조하게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하 선생님, 안에 계세요?”

그녀가 두 번째 두드리려던 찰나, 문이 열리고 바지만 입은 채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있는 지환의 모습이 보였다.

이 모습을 본 이서는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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