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이미 회사로 걸어가는 정인화를 불안하게 쳐다보다가 다시 이서를 돌아보았다.“이서 언니.” 이서가 말했다.“소희 씨, 아무래도 소희 씨의 집안일이다 보니까 나는 끼어들기가 좀 애매하네. 소희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이서는 다시 차에 올랐다.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던 소희의 마음속에 따뜻한 기운이 흘렀다. 이서의 말을 더할 나위 없이 분명했는데, 소희가 회사의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서 언니는 내가 경비원을 동원해서 엄마를 쫓아낸다고 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생각한 소희는 복잡한 감정을 안고 정인화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같은 시각.차에서 곰곰이 생각하던 이서는 이 일은 현태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제 그녀는 현태가 온 이후에 소희가 눈에 띄게 즐거워한다는 것을 느꼈고, 현태 또한 수시로 소희를 바라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 아무래도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된 것 같지? 마지막 한 걸음만 남은 것 같아.’ ‘내가 현태 씨한테 이 상황을 말하면, 작은 도움을 주는 셈이 되지 않을까?’ 그 순간, 이서는 자기도 모르게 지환을 떠올렸다.‘하 선생님은 뭐 하고 계시려나?’ 정인화를 휴게실로 데려간 소희는 곧 문을 닫았다. 이서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정인화가 물었다.“네 대표는?” “업무차 외출하셨어요. 엄마,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죠? 여긴 회사고, 엄마가 소란을 피울 만한 곳이 아니라고요! 어서 집으로 돌아가세요!”“엄마도 집에 가고 싶지.”정인화가 의자에 앉으며 편안한 한숨을 내뱉었다.“그런데 소희야, 이 의자가 너무 편해서 갈 수가 있어야지... 도대체 얼마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거니?” 소희는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말씀해 보세요, 도대체 얼마를 드려야 집으로 가실 건데요?” “2000만 원, 네가 2000만 원만 주면 바로 집으로 간다니까?!”“2000만 원이요?!”소희가 눈을 크게 뜨고 정인화를 바라보았다.“저한테 그렇게
정인화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심플한 흰색 티셔츠를 입은 그 남자는 근육이 울퉁불퉁한 두 팔을 뽐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사나운 늑대처럼 매서워서, 안하무인인 정인화라 하더라도 그를 무섭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정인화를 뒤따라 나온 소희는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후 잠시 멍해졌고, 이내 솟아오르는 열등감을 느꼈다. 하지만 현태는 이런 것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정인화를 응시하며 딱딱하게 말했다.“여기는 회사입니다. 소란 피우지 말고 나가주세요. 혹시라도 나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신다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인화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내 딸을 찾으러 왔을 뿐인데, 왜 경찰을 부른다는 거예요? 설마, 이 회사는 내가 내 딸을 만나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정인화의 우렁찬 목소리는 곧 회사 안의 다른 사람들을 모두 끌어들였다. 그들은 평소에 소희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었는데, 정인화는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연극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현태는 더 이상 예의를 차리지 않고, 곧장 정인화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정인화는 급해져서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늙은이를 때리다니! 늙은이를 때렸어! 세상에 법이 없는 것처럼 군다고!”분분히 서로를 쳐다보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달려가 현태를 도왔는데, 모두 그의 카리스마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정인화는 반응할 틈도 없이 현태에 의해 1층으로 끌려갔다. 그가 입구에 있던 경비원에게 말했다.“당장 쫓아내세요. 혹시라도 이 여성분이 다시 회사를 찾아온다면, 사람이 없는 외딴곳으로 보내버리세요.” “당신들이 감히! 어떻게 감히...” 몇 명의 경비원들이 정인화가 계속해서 소란을 피울 것을 대비하여 서둘러 그녀를 차에 태워 보냈다. 뒤이어 온 소희는 정인화가 차에 태워져 떠나는
현태는 손을 흔들며 소희와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서야 이서에게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꺼낸 그의 입가에 끊임없는 웃음기가 피어올랐다. [대표님, 잘 처리했습니다.] 같은 시각.이미 협력 회사에 도착한 이서는 현태의 메시지를 받고 미소를 지었다.‘내 예상이 맞았어. 현태 씨, 소희 씨를 아주 좋아하는구나.’ 핸드폰을 접은 이서가 발길이 닿는 대로 협력 회사로 들어갔다. 그녀가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안내 데스크 직원이 친절하게 말했다.“윤 대표님이시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희 대표님께서도 곧 내려오실 겁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 무리가 이서를 보자마자 친절하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바로 이 회사의 대표입니다. 이름은 진재호입니다만, 편하게 진 대표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이서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윤 대표님, 올라가서 이야기하시죠.” 이서가 웃으며 말했다.“네.”위층으로 올라가 대표실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서를 향해 목례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서를 무슨 중요한 지도자처럼 여기는 듯했다. 게다가 회의실에 다다른 진재호는 이서가 제시한 계약서를 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을 맺었다. 많은 말을 준비했던 이서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진 대표님,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진재호가 웃으며 말했다. “윤 대표님,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제가 아는 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듣자 하니, 이전에는 저희 윤씨 그룹과 협력할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던데, 지금은 왜...” 진재호는 얼굴이 몹시 두꺼워 전혀 쑥스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그런 적 없습니다, 전혀요. 아마 제 부하직원이 제 뜻을 잘못 전달한 모양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윤 대표님께서 떠나시면, 제가 아주 혼쭐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진재호가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윤 대표님, 강명철 대표를 도와 경영 방면
비록 1년여의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서는 여전히 심동에 관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심동은 심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줄곧 호평을 받아오던 사람이야. 아주 능력 있는 남자가 어쩌다가 장희령과 엮이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곰곰이 생각하던 이서가 체면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심동은 주동적으로 입을 열어 이서와 인사를 했다. [윤 대표, 지금 시간 있어? 내 여자 친구가 인터넷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에 대해서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해서 그래.] 신사적으로 말하는 심동의 시선이 옆에 있던 장희령에게 향했다. 이서가 말했다.“아니요, 사과는 필요 없어요. 저는 여전히 법적인 절차를 밟을 생각이거든요.” 심동은 그 언론사들의 존망은 개의치 않았으나, 그로 인해 심씨 가문이 피해를 볼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서야,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셈이잖아. 그래, 이번 일은 희령이가 확실히 지나쳤어. 하지만 희령이도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고소 취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너한테 분명히 사과하고 싶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나랑 희령이는 평생 너한테 미안한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잖아.] 이서가 인상을 찌푸렸다.“심 사장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사과를 원하지 않습니다. 만약 장희령 씨가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낀다면, 제가 아니라 나나 씨한테 사과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네요.” 이 말을 마친 이서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은 스피커로 전환되어 있었기에 장희령은 모든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전화가 끊기자, 억울함을 느낀 장희령이 눈시울을 붉혔다.“봤지? 윤이서가 사과를 받지 않은 거지, 내가 사과하지 않은 게 아니란 말이야!”심동은 장희령의 얼굴을 보지 않았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울 때 더욱 예뻐 보이기 때문이었다.그는 자신이 이성을 잃을까 봐 너무도 두려웠다. “그럼 윤이서가 말
장희령은 짧게 대답했지만, 조금도 자신이 없었다. ‘하은철이 윤이서의 곁에 있는 가면 쓴 남자를 알려주면 뭐 해? 그 남자는커녕 윤이서를 만나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하지만...’ ‘하은철이 시킨 일이니까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을 거야.’ 그녀가 핸드폰을 세게 움켜쥐었다. ‘윤이서, 조금만 기다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게 만들어 줄게!’ ...바삐 돌아다니던 이서가 호텔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저녁 10시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지환의 모습이 보였다. 따스한 불빛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의 기다란 몸에 떨어졌다. ‘멋있다...’ 이서의 탐욕스러운 시선은 지환의 몸을 따라 위로 올라가다가, 아쉬운 듯이 그의 얼굴에서 멈췄다. ‘만약...’ 지환이 이서의 속마음을 들은 듯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왔어?” “네.”이서가 말했다.지환이 이서를 향해 손을 흔들자, 그녀가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가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배고프지?” 이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환의 가면 위로 눈길을 돌렸다. 지환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하며 일어나서 말했다.“목욕물 받아줄게.” 그 순간, 이서가 뒤에서 그를 잡아당겼다.“하 선생님...”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는데, 일부러 그런 목소리를 내는 듯했으며, 이 목소리를 들은 지환은 몸이 한바탕 건조하고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얼굴 좀 보여주시면 안 돼요?”‘너무 궁금해.’ ‘이런 황홀하고 멋진 몸매에 어울리는 얼굴은 어떨까?’ 하지만 지환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었는데, 이것은 그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난번에 CCTV를 복구할 때 이서를 자극한 바가 있었던 지환은 절대 이서에게 자신의 생김새를 보여주지 않을 것이었다. “이서야, 얼른 목욕하러 가!” 지환의 말투는 다소 무거웠다. 그가 다소 화가 난 것을 알아차린 이서가 어쩔 수 없이 입
이튿날 이른 아침.하은철은 장희령 쪽이 이미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며칠 간의 걱정이 사그라드는 듯했다. 주경모는 하은철이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기회를 틈타 말했다.“도련님, 송씨 가문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하은철이 눈썹을 찌푸렸다.“송씨 가문이요?” “네, 송씨 가문 산하의 한 제약회사가 최근에 어린아이의 성장에 특별한 효과가 있는 약을 개발했답니다. 하지만 수년간의 연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은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고, 자금 문제까지 발생해서 특허를 팔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하은철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런 희소식이 있단 말입니까? 함정일 리는 없겠죠?”주경모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조사를 해봤는데, 함정은 아닌 걸로 보였습니다.” “와,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려나 봅니다. 알겠습니다. 내려가서 곧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예.”주경모가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은철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를 띠었다. ‘이서가 작은 아빠의 얼굴을 보기만 하면, 틀림없이 발작을 일으킬 거야. 그때가 되면, 작은 아빠는 이서를 멀리할 수밖에 없을 거고...’‘그러면 나한테도 기회가 오는 거야.’ 곰곰이 생각하던 하은철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호텔.이서는 문을 열자마자 동시에 문을 연 지환과 마주쳤다. “어디 나가?”“어디 나가세요?”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회사에 가려고.“회사에 가요.” 다시 한번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이서가 빙그레 웃으며 지환을 쳐다보았다.“그러고 보니, 하 선생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지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지환은 매일 바빴으나, 이서는 그가 무슨 일은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서의 붉은 입술을 바라보던 지환은 이서의 목소리가 또 한 번 울려 퍼지고서야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도대체 뭘 보고 계시는 거예요? 혹시, 제 얼굴에 이상한 거라도 묻었어요?” 이서는 작은 거울을
지환의 강한 카리스마에 놀란 심동은 슬그머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미소를 지었다.“윤 대표, 우리는 진심으로 윤 대표한테 사과하고 싶어.” 그 순간, 장희령의 시선이 이서의 곁에 있는 지환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군침을 흘리고 있는 듯했다. 연예계 사람들은 당연히 일반인보다 잘생긴 남자를 많이 보는 법이었다. 그래서 장희령도 이미 외모에 대해서는 코웃음을 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지환을 마주한 그녀의 마음속에는 질투의 불씨가 더욱 활활 타올랐다. ‘얼굴은 볼 필요도 없겠어. 저 드넓은 어깨와 좁은 엉덩이 좀 보라고!’장희령은 정말이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에도 윤이서의 옆에 저런 남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남자는 안경을 쓰지 않았었지, 아마?’‘그새 남자를 갈아치운 거야?’ ‘윤이서는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훌륭한 남자들을 꼬드기는 거지?’ 이제 하은철의 명령은 필요가 없었다. 장희령은 지환의 얼굴에 씌워진 가면을 직접 벗기고 싶었으니 말이다. 장희령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지환에게 향하자, 이서는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서는 곧장 지환을 끌고 가려고 했다.“심 사장님, 제 생각은 여전합니다. 저는 절대 두 분의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니까 다시는 저를 찾아와서 사과하지 마세요!” 이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갑자기 자신의 임무를 떠올린 장희령이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성큼성큼 걸어가 이서의 앞을 막았다. “윤 대표님,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이 말을 뱉는 장희령의 시선은 지환을 향하고 있었다. 이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하 선생님, 어서 가요!” 두 사람의 몸이 교차되는 그 순간, 장희령은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즉각 손을 뻗어 지환의 가면을 잡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서와 심동은 온몸이 얼어붙었는데, 그들의 시선은 모두 지환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희령이 손이 지환의 가면에 닿는 순간, ‘찰싹’하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이서는 지환에게 이끌려 호텔을 나섰다. 호텔 입구에 도착했을 때, 지환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화내지 마세요.”이서가 지환의 팔을 가볍게 건드렸다.“장희령은 이미 교훈을 받은 셈이잖아요? 그리고 걱정할 거 없어요. 앞으로는 심씨 가문의 사람이나 장희령의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니까요.” 지환의 얼굴빛이 그제야 풀렸다. “그래, 어서 출근해.” “네.”이서는 지환에게 손을 흔들며 차에 올랐다. 지환은 그 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계속 지켜보다가, 눈 속에 숨겨두었던 날카로운 기색을 다시금 떠올렸다. ‘방금 장희령은 내 가면을 노렸어.’ ‘그렇게 목적이 뚜렷한 행동에는 분명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텐데...’ ‘그런데 장희령은 내가 가면을 벗으면 이서가 충격을 받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잖아?’ ‘하지만!’지환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은철은 알고 있지.’ ‘또 그 자식이야?!’ 지환이 핸드폰을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은철은 요즘 뭐 하고 지내?” 짙은 실의를 느낀 이천이 바삐 말했다.[윤씨 그룹을 압박하느라 바빴지만, 이서 아가씨께서 해명하는 순간부터 모든 계획이 허사가 됐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야.” 하은철의 최근 계획을 재빨리 훑어본 이천이 바삐 말했다.[아, 참, 최근에 송씨 그룹 산하의 한 제약회사가 어린아이의 성장에 관한 약물을 연구했는데, 자금 문제에 직면해서 하씨 가문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들이 지금 하씨 가문의 고택에 간 이유도 그 일 때문일 겁니다.] 지환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그게 정말이야?” [네, 정말입니다.] 이천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만약 그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하씨 그룹은 큰 이익을 얻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윤씨 그룹이 하씨 그룹의 압박을 견뎌낸 걸 보면, 송씨 가문도 이 점을 고려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오직 하씨 가문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윤씨 그룹을 포함한 또 다른 2대 가문들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