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말하는 동안 차 한 대가 천천히 그들의 맞은편에 섰다.차에서 진미선과 성연을 본 무진은, 눈살을 찌푸린 뒤 차에서 내렸다.성연의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무진을 본 진미선은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우리 시어머니가 다과회를 준비하는데, 지난번에 회장님과 인연을 맺었기에 회장님을 초대하시고 싶어해.”이번에는 진미선이 듣기 좋게 말했다.진정으로 다과회에 초대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이것은 명백하지 않았다.성연이 승낙해야 뭐가 와도 오는 것이니.성연은 자신들 모녀의 일을 진미선이 강씨 집안과 연루시키지 않길 바랬다.그러나 지금 진미선은 거듭 자신의 한계점을 건드려 성연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무진이 바로 이어서 말했다. “저희 할머니는 내일 출국하셔서 한 달 후에야 돌아오실 것 같습니다. 아마 참석하실 수 없을 것 같네요.”“그래요?” 진미선의 표정이 아주 좋지 않았다. 그러나 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진미선으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본 무진이 계속 말했다.“그럼 다른 일이 없으면, 우리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그래요. 먼저 가봐.” 진미선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성연은 그녀를 상대하기가 귀찮아서, 바로 차에 타고 떠났다.차에 올라탄 성연이 그제서야 물었다.“할머니가 출국하시는 거 난 왜 몰랐지?”성연은 이것이 무진이 자신을 위해 위해서 말한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줄곧 집에서 안금여를 모시고 있었는데, 안금여가 출국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할머니 정말 외국에 나가셔. 고모와 같이 사돈 어르신들 뵈러 가는 거야. 고모부도 같이 가시고. 외국에 나가신 김에 기분 전환을 하시라고 했어. 할머니께서 너에게 아직 얘기할 시간이 없으셨나 보다.”무진이 설명했다.“할머니가 이번에 나가시니 정말 좋네요. 귀찮은 사람들도 안 보고.” 성연은 진미선과 왕씨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초조해진다.개가죽 고약처럼 아무리 털어도 벗겨지지 않는다.
집에 돌아온 진미선은 시어머니 이숙자에게 사실대로 이 일을 알렸다.하지만 자신이 여는 다과회에 강씨 집안의 안금여 회장이 참석한다는 글을 이미 단톡방에 올리며 잔뜩 자랑을 한 이숙자였다. 한순간에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져 자신이 거짓말쟁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이숙자는 진미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 집안에 들어와 편안히 지낸 지가 얼마인데, 어떻게 이리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게야! 매일 호의호식하게 해줬으면, 보답할 줄 알아야지. 이런 것조차 제대로 못하다니, 지금 나더러 속이 터져 죽으라는 게냐?”진미선이 이숙자에게 자신을 위한 변명을 늘어놓았다.“어머님, 안금여 회장은 내일 출국한다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죠. 이것도 갑자기 듣게 된 소식이에요.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 다과회를 취소하시는 게 좋겠어요.”만약 지금이라도 다과회를 취소한다면, 적어도 남아 있는 체면이라도 좀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그러나 이숙자는 진미선의 권유를 달갑지 않아 했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강무진이 일부러 거짓말해서 너를 속인 거야, 너는 그것도 못 알아차려? 도대체 네 이 머리는 장식용인 게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거야? 네가 우리 왕씨 집안에 들어온 후부터 집안이 완전 망한 게야!”이숙자는 진미선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안 그래도 조금 전에 성연에게서 한 소리 듣고 왔던 진미선은 시어머니 이숙자에게 또 다시 욕을 먹으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안금여가 참석하지 않는 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라고? 자신이 가서 말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설마 내가 억지로라도 안금여 회장을 참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런 생각을 하니 눈에서 바로 눈물이 흘러내렸다.진미선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더 화가 난 이숙자는 바로 진미선의 팔을 꼬집어대기 시작했다.“울어? 네가 울어? 하루 종일 울 줄밖에 모르고? 우는 것 말고 도대체 네가 할 줄 아는
진미선에게 욕설을 퍼부었지만, 단톡방에서 이미 큰 소리 뻥뻥 쳐 놓은 이숙자. 만약 안금여가 오지 않는다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을 것이다.그래서 해가 지기도 전에 이숙자는 혼자 택시를 잡아타고 강씨 집안 고택으로 향했다. 안금여를 직접 만나 이 일을 부탁할 생각에.얼마되지 않아 이숙자는 강씨 집안 고택에 도착했다.인터폰으로 이숙자를 확인한 집사는 먼저 안금여에게 물어보겠다고 하며 바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이숙자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여기 강씨 집안에서 자신이 행패를 부릴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좀 부드러운 말투로 바꾸어 집사에게 말했다.“지난번에 왔을 때 봤잖아? 아직 기억하고 있지? 그냥 들어가게 해줘.”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집사는 이숙자에게 별다른 색안경을 끼고 대하지 않았다.그저 얼굴에 한결같이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그래도 저는 회장님께 먼저 여쭤보아야 합니다.”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자 이숙자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홰홰 내저었다.“됐어, 알았으니 빨리 가서 내가 왔다고 알려.”집사가 하인데 아닌데, 이숙자는 마치 자신이 주인이라도 된 듯이 명령했다.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집사는 바로 거실로 들어와서 안금여에게 이숙자가 방문했음을 알렸다.쟈스민 차를 마시고 있던 안금여는 집사의 말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여기엔 왜 왔다는 거야?”“잘 모르겠습니다. 혼자 왔습니다.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집사가 안금여에게 물었다.“혼자 왔다고?” 찻잔을 쓰다듬던 안금여는 잠시 후에 말했다. “됐어. 이왕 왔으니 한 번 만나보지 뭐.”안금여의 허락이 떨어지자, 집사는 바로 현관의 인터폰 앞으로 가서 이숙자를 향해 말했다.“회장님께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이숙자는 턱을 들어올린 채 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안금여 회장이 어떻게 날 안 만날 수 있겠어?’이 정도의 체면은 안금여 회장이 봐 줄 거라고 이미 생각했던 것이다.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집안으로 들어선 이숙자.지난번에 한 번 와 봤었
고택을 나온 이숙자는 오늘 강씨 고택에 와서 정말 제대로 체면을 구긴 것 같았다.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오니, 왕대관과 진미선이 밥을 먹고 있었다.시어머니 이숙자에게 전례 없이 목소리를 높였던 진미선은 본래 밥을 먹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또 남편이 괜히 소란 떤다고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가사 도우미가 식사 준비를 끝낸 후에 방에서 나왔다.시어머니가 돌아오는 기척이 크게 느껴졌다.그때 고개를 들어 마침 화가 나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시어머니를 본 진미선은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왕대관 또한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멀쩡하시던 어머니가 왜 저리 화가 나신 거지?’진미선 앞에 다가가 바로 진미선의 밥그릇과 수저를 반대편으로 밀어버린 이숙자가 진미선을 향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쩜 이렇게 뻔뻔한 지. 지금 우리 왕씨 집안 밥을 먹을 염치가 있어?”진미선은 몸을 움츠린 채 시어머니의 얼굴을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왕대관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곧바로 일어나 어머니를 막아 세웠다.“어머니, 무슨 일이 있으면 밥 다 먹고 나서 얘기해요.”“그래도 먹겠다고? 하루 종일 먹고, 먹고, 또 먹어. 그렇게 많이 먹어대는데 어떻게 머리가 이렇게 안 돌아가는 거야. 바로 네가 장가간 이 잘난 마누라가 오늘 오후에 네 엄마한테 어떻게 대들었는데?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진미선을 비난하던 이숙자의 머릿속에 자신을 대하던 안금여의 표정이 생각났다.강씨 집안에서 당한 일로 난 화를 모두 다 진미선에게 쏟았다.“당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진미선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대들었다는 소리를 들은 왕대관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진미선이 잘못했다는 생각에 바로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미선을 응시했다.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남편을 보며 진미선은 끅끅 울며 낮에 있었던 일을 자백했다.“이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이숙자가 매서운
엠파이어 하우스에 도착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성연은 이숙자가 고택으로 안금여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밥도 먹지 못한 채 바로 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고택으로 왔다.고택으로 오는 도중에 성연은 왕씨 집안이 역겹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후안무치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정말 그 사람들 해도해도 너무했어요. 우리가 없는 틈을 타서 몰래 할머니를 찾아가다니!”원래 지난번에 진미선이 일가족을 데리고 설날에 강씨 집안으로 찾아왔을 때도 성연은 이미 충분히 화가 났었다.그런데 그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에게 새로움 경험을 제공할 줄은 몰랐다.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다니 말이다.“넌 걱정하지 마. 할머니도 다 생각이 있으실 거야. 네가 왕씨 집안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머니는 당연히 그 사람들에게 좋은 낯을 보이지 않으실 거야.” 무진이 옆에서 성연을 위로했다.강씨 집안에 온 이후 성연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모든 게 왕씨 집안 사람들 때문이다.왕씨 가족이 탐욕스러운 것은 탓할 수는 없다. 북성에서 WS 그룹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하니까.누구든 조금만 관계가 맺더라도 사람들은 잘 보이려고 필사적이었다.다만 성연은 자신의 어머니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다.이리 반듯한 성연인데, 성연의 엄마 진미선은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무진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나는 그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나쁜 마음을 먹을까 두려워요. 이 일은 모두 나 때문에 일어난 거예요.”성연은 만약 자신이 강씨 집안에 오지 않았다면, 진미선과 왕씨 가족이 찾아오는 일도 없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이 귀찮은 일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성연은 내내 마음속에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할머니는 항상 너를 아끼셔. 별일 없을 거야. 걱정 마.” 성연이 초조한 마음을 알아차린 무진은 운전에 전념하며 일부러 속도를 높였다. 차가 곧 강씨 집안 고택에 도착했다.그들이 도착했을
안금여는 일찌감치 비행기를 예약하고 이튿날 출국했다.성연은 또 특별히 반나절 휴가 신청을 해서 공항으로 배웅하러 갔다. 회사에 출근했던 무진도 달려왔다.자기 앞에 서 있는 두 젊은이를 보며 안금여는 마음 저 밑바닥에서부터 기분이 좋았다.성연의 손을 잡은 안금여는 다시 무진의 손을 잡아 두 사람의 손을 한데 포개었다.“성연아, 무진아, 할머니가 없는 동안에 둘이 같이 잘 지내고, 서로의 감정도 잘 키우고 그래라. 내가가 돌아왔을 때, 좀 더 진전된 모습을 보고 싶구나. 기억해. 절대 싸우면 안돼. 싸우면 감정만 상하게 돼. 만약 정말 싸우게 되면, 무진이 너 꼭 기억해, 반드시 성연이에게 양보해.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가 돌아와서 혼내 줄 거야.”성연은 안금여가 떠나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그러나 안금여의 이 말을 듣고 성연은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할머니, 안심하세요. 저와 무진 씨는 싸우지 않을 거예요.”그녀와 무진은 딱 봐도 싸울 것 같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무진과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지만 지금까지 무진과 제대로 싸운 적이 없었다.냉전은 있었지만 무진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성연은 갑자기 눈앞에서 무진이 늘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지어 자신이 조금이라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무진은 자신에게 정말 잘했다.“맞아요, 할머니, 제가 어떻게 성연이와 싸워요?” 무진은 안금여가 정말 생각이 많다고 느껴졌다.그는 평소에 성연에게 한 마디도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싸움은 아예 말할 것도 없고.그리고 간신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무진이 성연을 소중히 여기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어떻게 성연과 싸울 수 있겠는가?‘그건 바보짓이지.’“좋아, 너희 둘 다 착한 아이들이니, 이 할머니도 걱정하지 않으마. 너희들이 잘 할 수 있다면 할머니도 외국에서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거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할머니한테 전화해.” 안금여는 사실 걱정할 게 없었다.지금 무진이 회사에 있으면서 혼자서 충분
안금여와 강운경이 출국한 이후 성연과 무진은 본래의 생활로 돌아왔다.성연은 평소대로 학교에 갔고, 무진은 회사에 출근했다.그러나 무진은 평소보다 좀 일찍 집에 돌아와 될 수 있으면 성연과 함께 지냈다.비록 성연이 스스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안금여가 없어 성연이 우울해하는 게 느껴졌다.오늘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선 성연이 차문을 열자마자 뒤 자석에 앉아 있는 무진을 보았다.성연의 놀라면서도 기쁜 눈으로 물었다. “무진 씨, 어떻게 왔어요?”성연의 기뻐하는 표정에 기분이 좋아진 무진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위로 올라갔다.“오늘 별다른 일이 없어서 미리 너를 데리러 왔어.”“회사 일이 바쁘면 안 와도 돼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성연은 무진이 자신에게 많은 신경을 쏟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무진이 일하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무슨 일이든 네만큼 중요하지는 않아. 너와 함께 할 시간은 있어.” 무진의 눈에 웃음기가 점점이 차 있었다.성연은 자신의 감정을 확실하게 알게 된 후, 무진이 항상 자신에게 밀어를 속삭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 그 점을 깨닫고 나니 마음에 달콤함이 번져갔다.책가방을 들고 차에 올라탄 성연은 슬쩍 웃기만 한 채 무진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오늘 우리 밖에서 먹고 들어가자.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무진은 성연과 함께 밖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에 며칠 동안 계획했다.원래 활발한 성격인 성연은 예전에 할머니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고택에 가서 갑갑함을 풀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안금여가 외국에 나가고 없으니 성연은 온종일 엠파이어 하우스에만 있었다.답답해 죽을 지경이지만, 무진이 바쁘다는 생각에 나가자는 말을 못했을 뿐이다.만약 무진이 성연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면, 그것은 무진이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무진의 말을 듣던 성연이 눈을 깜박였다.“오늘 무슨 중요한 날이에요?”“아니, 그냥 밖에서 밥 먹는 것일 뿐이야.”
성연은 속으로 어디를 가든지 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샤브샤브 가게 입구에 선 순간,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뿌리내린 듯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자신의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이 자신이 이걸 먹고 싶어한다는 걸 무진이 어떻게 알았지?’성연이 고개를 돌려 무진을 바라보았다.“어, 어떻게 이걸 먹으러 왔어요?”“예전에 네가 아주 잘 먹는 걸 봤어. 그렇게 잘 먹는 건 집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먹은 지 아마 오래된 것 같아서 같이 맛보려고 데려왔어. 왜, 마음에 들지 않아?” 무진은 자신의 추측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고려했다.성연이 과연 좋아할지 아닐지 확실하지 않았다.“좋아요, 들어가요.”성연이 먼저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며 무진의 팔을 잡아당겼다.그들이 가게로 들어가자 한 남자가 다가왔는데, 뒤에는 종업원 몇 명도 있었다. 아마 식당의 매니저가 아닐까?무진을 본 매니저가 웃으며 안내했다.“대표님, 룸이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모두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호출하시면 됩니다.”무진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보통 때처럼 서비스하면 됩니다. 하시던 일 보세요.”매니저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룸으로 들어갔다.이곳의 룸은 방음이 잘 되어 있어서 안에서는 바깥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우아한 분위기이지만 현대적인 느낌도 잃지 않은 룸 내부 실내장식은 성연이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이 식당의 모든 부분이 완전히 성연의 스타일이었다.무진이 직접 성연에게 메뉴를 보여주었다.“뭐가 좋을 지 한 번 봐.”주문표에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재료들을 체크한 성연이 고개를 들어 무진에게 물었다.“무진 씨는 뭐 먹고 싶어요?”“다 괜찮아.” 무진은 사실 이런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성연과 함께 먹기 위해서일뿐.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몇 가지를 더 골랐다.성연이 선택한 것은 원앙 샤브샤브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