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철은 병원에서 휴양 중인 동안, 회사 내 많은 사람들이 신중하게 행동했다.그들은 모두 강상철을 믿고 살았다.지금 강상철이 없는 동안 자신들이 위세 부릴 배경이 없는 셈이다.그리고 문제가 있는 장부들은 이미 깨끗이 청산되었다.많은 형편없는 문제들이 드러났다.만약 조사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다. 강상철, 강상규가 뒤에서 회사 돈을 많이도 빼돌렸다.돈을 삼키는 수단이 참으로 다양했다.무진도 이 기회를 이용해서 적지 않은 권한을 회수했다.이 회사들은 해외의 그 다섯 지사만큼은 아니었다.손실도 비교적 경미하다.회수해서 엄격히 관리하기만 하면 곧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터였다.‘물론 강상철이 없는 틈을 타서 해야 하는 거지.’그렇지 않으면, 그가 또 어떤 핑계를 찾아낼 지 모른다.평소에 저들의 중심축인 강상철이 없으면 강상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제왕그룹 쪽도 뜻밖에 무진을 도왔다.사무실에서 회사의 영업이익을 정리해서 회수하자 안금여가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강상철, 강상규 저들 기운이 크게 상해서 단시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울 게야.”“맞습니다. 이 회사들은 영업이익도 모두 괜찮은 편이고, 회사의 손실액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보아하니, 강상철이 아직 이 회사에 손을 대지 못한 것 같았다.강상철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안금여가 이전에 두 회사 경영권과 그의 사생아들을 족보에 올리는 것과 맞바꾸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한사코 동의하지 않았다.이제 그가 보낼 필요도 없이 저들 스스로 죄를 지어 회사 몇 개를 반납하게 됐으니.강상철은 지금 아마 속이 멍들 정도로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무진아, 지금 네 둘째 할아버지가 입원해 있지만, 우리가 단번에 그렇게 많은 경영권을 회수하면, 강상철은 틀림없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너는 그동안 좀 조심해야 한다.”안금여는 아주 잘 알고 있다.강상철은 입원하셨지만, 여전히 병원 밖의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그의 밑에 있는 수하들이 많다 보니 강상규가 수습할 수 없었다.그들
강상철은 병원에서 손자 강일헌의 보고를 통해 무진이 또 그렇게 많은 지사들을 회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폭발했다.증오심으로 이가 갈렸다.요 몇 년 간 강상철 자신이 경영 책임자였다. 따라서 이번에 무진이 회수한 것은 모두 강상철의 권한인 것이다.하지만 강상규에게도 영향이 미쳤다.해외에 있던 강씨 집안 일가들이 귀국하며 자신 쪽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경영권을 회수당했다. 그 중 강상철의 손실이 가장 컸다.그러나 이것은 셋째 강상규도 영향을 받았다.강상규는 둘째 형 강상철의 다리 역할을 해왔다.강상철이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이익 분배를 못한다는 의미이다.요 몇 년 동안 강상철을 통해 강상규가 얻은 이익이 적지 않았다.강상철의 안색이 어둡고 창백한 것을 본 강상규는 화가 치밀었다.“형님, 형님은 모르시죠? 강무진 저놈이 지금 얼마나 설치고 있는지. 회사 안에서 제가 최고인 줄 알아요. 우리는 아예 안중에도 없습니다.”회의에서 강상규는 무진을 제지하려 한 두 마디 하려 했지만, 무진은 아예 자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심지어 자신의 의견조차도 무시했다.완전 투명인간 취급이었다.그러니 강상규가 안 갈 수가 있겠는가?회사 내 휴게실에 들어 가는데 직원 몇 명이 토론하는 소리가 들렸다.‘대세가 이미 기울었다, WS그룹은 이미 강무진의 세상이다’라는 소리들이었다.지금 회사의 인심은 점점 강무진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그 순간 강상규가 어떻게 숨을 참았는지 모를 정도다.강상규의 말을 듣던 강상철의 눈빛이 한순간 무거워졌다.“그럼 어떻게 할 수 있는데?”강상철도 당연히 무진이 저리 기세 등등한 꼴이 보기 싫었다.그러나 현재로서는 괜찮은 해결 방법이 없었다.“형님, 정말 이대로 앉아서 죽기를 기다려야 합니까? 강무진이 이미 지사 10여 개의 경영권을 다 회수해 갔다구요. 이대로 가면 회사에 우리 자리가 있기나 하겠습니까?”강상규는 애가 탔다.그는 가능한 한 빨리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자신들의 계획이 다 재수가 없
집으로 돌아간 후에 강상규는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다.더군다나 손자 강진성이 옆에서 부채질을 했다.강진성도 지난 번 골목에서 얻어맞았다고 확신했다.강무진이 손을 쓴 거라고.강신성은 지금까지 억울한 마음에 속이 터질 것 같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강무진 쪽에 다시 당할까 무서웠다.그럼 그는 정말 목숨을 잃을 것이다.지금 할아버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던 강진성은 이 참에 할아버지가 강무진에게 본 때를 보여주기를 바랬다.옆에서 다시 말했다.“할아버지, 손을 대지 않으시면 강무진이 앞으로 더 할아버지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무시할 겁니다.”강상규는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할아버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진성이 계속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그때 강상규가 손을 들어 손자의 입을 막았다.“말할 필요 없다. 나에게 이미 계획이 있어.”강진성이 입술을 오므리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예, 할아버지.”할아버지의 방금 이 말은 단지 자신의 말을 얼버무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강상규는 진짜 마음에 들지 않아 무진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다.강상규는 속으로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그날 저녁, 무진이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 틈을 타서 강상규는 악의적으로 회사의 난방을 끄고 냉방 상태로 켜두었다.이걸 이용해서 무진의 병을 자극할 생각이었다.예전에 무진은 겨울만 되면 몸이 나빠졌다.조금만 추워도 온몸이 아파서 하루 종일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그러나 그때는 무진이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아 강상철과 강상규의 눈엣가시가 아니었다.지금은 강무진이 잘되는 꼴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비록 무진이 그동안 체력을 많이 길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보다 안 좋은 게 사실이다.지시받은 대로 처리한 후, 강상규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이사님, 지시 대로 다 했습니다. 강무진은 절대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방금 자신이 춥다고 느낄 정도의 온도였다.‘병자인 강무진이 어떻게 견딘다는 말인가? 그 긴 시간을.’강무진이 대단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무진은 워낙 바쁘다 보니 주의하지 않았다.평소 회사에는 그와 손건호 두 사람이었다.오늘 밤, 무진은 집에 가서 쉬라고 손건호를 돌려보냈다.손건호는 거의 한 달을 무진과 함께 밤을 새다시피 야근을 하고 무진의 지시에 따라 또 다른 일도 해야 했다.그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었다.그가 버티지 못할 걸 걱정한 무진이 결국 집으로 돌려보낸 참이었다.그래서 기온이 내려갔는데도 일깨워 줄 사람도 주위에 없었다.한창 바빠지자 무진은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그리고 지금 많은 계열사의 경영권을 회수했으니 무진이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강상철, 강상규 쪽 사람들이 뒤에서 또 손을 쓰지 못하도록.일을 다 처리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라 무진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늦게 돌아가면 성연이 또 난리법석을 피울 것이다.그러나 막 일어서는 순간 무진의 몸이 휘청거렸다.잠시 비틀거린 무진은 간신히 책상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머리도 핑 돌았다.무진이 손을 뻗어 자신의 이마에 대어보니 열이 나는 것 같았다.미열이 좀 있는 듯하다.무진은 간신히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돌아온 직후 무진은 정신을 잃을 듯했다.성연은 아직도 거실에서 게임을 하며 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문을 여는 소리에 성연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무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곧 눈살을 찌푸렸다.무진의 안색이 몹시 좋지 않았다. 두 볼이 빨갰다.하지만 건강한 붉은색이 아니라 병색이 도는 붉은색이었다.절반밖에 하지 못한 게임이지만 더 이상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오락기 조종기를 내던지고 바로 무진의 곁으로 달려간 성연은 손을 들어 무진의 이마를 갖다 대었다.과연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장난 아니었다. 엄청 뜨거웠다.성연이 바로 화를 냈다.“아니, 왜 이렇게 목숨 걸고 일을 하는 거예요? 지금 몸이 펄펄 끓고 있는 것도 몰라요?”무진은 눈앞에 성연의 그림자가 왔다갔다하는 게 느껴졌다.의식이 좀 흐릿했지만, 성연이 화가 났다는
주치의가 바로 왔다. 무진의 상황이 좀 심각했다.즉시 무진의 체온을 낮추랴 체내에서 날뛰는 통증을 억제하랴 정신이 없었다.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니 이미 한밤중이 되어 있었다.그러나 성연은 무진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그 시각, 무진의 상태를 연락 받은 손건호가 즉시 엠파이어 하우스로 달려왔다.성연이 일어나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무진 씨 괜찮던 몸이 왜 이렇게 힘들게 된 거예요?”손건호는 자신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한 뒤, 손건호가 푹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사모님께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보스가 깨어나시면 제 스스로 징계를 받도록 하겠습니다.”성연은 손을 내저었.“이건 손 비서님 탓이 아니에요.”그녀와 의사, 두 사람 모두 무진의 증세가 추위로 인한 일련의 합병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그러나 회사에서나 차 안에서나 충분히 난방이 공급되고 있었다.‘어떻게 한기가 들 수 있지?’무진은 자신의 몸이 좋지 않음을 알고 있다. 또 항상 자신의 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그렇다고 무진이 자기 몸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도 아닌데.생각에 잠겼던 성연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뭔가 의심스러운 느낌.어떤 사람은 무진의 몸이 추위를 못 이기는 점을 이용해서 고의로 이런 소동을 일으켰다면?성연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손 비서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누가 그랬는지 반드시 알아내세요.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돼요.”성연은 자기 쪽 사람을 시키기가 불편했다.결국 시킬 사람이 손건호 밖에 없었다.무진의 일에 대해서라면 손건호는 당연히 도의상으로라도 거절할 수 없었다.그리고 원래 자신의 일이기도 했다.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사모님. 이 일은 제가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그럼 손 비서님께 맡길게요.” 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간신히 무진 씨 몸을 정상 가까이 돌려놨었는데.’다시 원
그리고 다음 날도 무진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다행히 성연의 보살핌으로 무진의 열은 내려간 상태였다.하지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링거의 수액은 그저 수면 작용만 있을 뿐.그래서 무진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무진 상태로서는 잠을 자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수면 상태에서 신체 회복이 더 빠를 수 있으니 말이다.무진은 그동안 너무 쉬지 않았다.성연은 거의 잠시도 무진의 곁을 떠나지 않고 간병했다.직접 곁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매 시간대마다 무진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이상 증세가 없다는 걸 확인해야 하니까.하지만 무진이 자리를 비우자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무진이 없는 동안 회사 업무는 모두 할머니 안금여가 무진을 대신해 처리했다.임원진들과 회의를 하고 있던 중에 강상철이 회의 석상에 나타났다.상식적으로 봤을 때, 강상철의 상처는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을 터였다.그런데 하필 무진이 자리를 비운 순간에 나타난 것이다.강상철의 움직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강상철을 바라보는 안금여와 강운경의 얼굴에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두 사람 모두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강상철을 바라보았다.강상철이 나타나면 항상 좋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적개심이 뼛속에 새겨져 있을 정도였다.그러나 다시 침착함을 되찾은 안금여는 평소처럼 안건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한 후, 각 부서의 실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회의에 참석해서 난리를 칠 줄 알았던 강상철이 의외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보아하니 의견을 제시하려는 것 같지도 않았다.강운경과 안금여는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설마 강상철이 양심껏 아무 말 안 하고 입을 다물고 있다고?’안금여의 말이 끝나가는 데도 강상철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드디어 회의 진행을 마친 안금여가 테이블 위 서류들을 정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자리에서 일어
비록 연로했지만 안금여의 위엄은 여전했다.무진이 자리에 있을 때처럼 질서정연한 모습은 아니었으나.자리를 지키고 있은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주치의가 매일 방문해서 무진의 건강을 체크했다.그리고 성연이 사람들 모르게 무진을 치료하는 중이다.창고에 있는 인삼을 모두 꺼내 무진의 보신용으로 사용했다.인삼탕을 달여 매일 조금씩 무진에게 먹였다. 물론 성연이 직접 끓인 인삼탕이다.성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무진을 간병했다.무진에 대해서는 조금도 마음을 놓지 않은 채 돌보는 중이다.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않고 있지만 무진의 몸이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예전 같은 허약 상태는 벗어났다.매일 방문해서 무진의 몸을 체크할 때마다 주치의는 신기하게 생각했다.물론 가장 좋은 약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 만으로 이런 효과를 내기는 힘들었다.아무래도 무진의 자가 치유 능력이 뛰어난 듯하다.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성연이 인삼탕을 들고 침실로 들어왔을 때도 주치의는 아직 가지 않고 있었다.성연이 능숙한 자세로 무진의 몸을 받쳐 안은 채 무한한 인내심으로 한 입 한 입 무진에게 탕을 떠먹였다.입으로 들어가던 탕이 도로 흘러나오자 성연이 휴지로 깨끗이 닦았다.그 모습에 주치의는 성연을 다시 보게 되었다.저 어린 나이에 이처럼 세심하게 간병하다니.그래서 농담으로 한 마디 했다.“대표님의 몸이 이렇게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데에는 사모님의 세심한 간병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주치의 말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성연이 난감해하자 오히려 옆에 서 있던 집사가 대신 입을 열었다.“그럼요. 사모님이 어찌나 세심하게 도련님을 돌보시는 지. 잠도 줄여 가며 매일 직접 간병하십니다.”집사까지 추켜세우는 말을 하자 더 쑥스러워진 성연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모두 과찬이세요. 일반적인 간병 수준일 뿐이에요.”자신은 단지 무진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그리고 또 달리 말하자면 무진 역시
성연은 며칠 동안 잠을 설쳐가며 쉬지 않고 무진을 간병했다.인삼탕 역시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그리고 드디어 무진의 의식이 돌아왔다.무진이 눈을 뜨는 순간, 성연은 하마터면 기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정신이 들어요? 몸은 좀 어때요?” 기쁜 나머지 목소리가 얼마나 들떠 있는지 성연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다.눈을 뜨는 순간 가장 보고 싶었던 얼굴이 보이자 무진이 미소를 지었다.“괜찮아.”“깨어났으니 됐어요.” 성연이 한숨을 돌렸다.자신의 노력이 그래도 효과가 있었다.적어도 무진이 깨어났으니까.침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집사가 의식을 차린 무진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도련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대표님 모르시죠? 작은 사모님이 요 며칠 거의 눈도 붙이지 못한 채로 대표님을 간병하셨습니다.”“고생했어.” 무진이 손을 들어 올려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었다.그러나 이제 막 깨어난 상태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힘들지 않아요. 무진 씨, 자기 몸에 좀 더 신경 쓰면 안 돼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하느님, 부처님이라도 당신 못 구했어요.” 성연이 원망이 섞인 말투로 타박했다.자기 몸을 돌볼 줄 모르는 무진에게 화가 난 듯했다.“그런데 내가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거지?” 무진은 집에 도착한 그 순간까지 밖에 기억이 안 났다.회사에서부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움을 느껴서 감기에 걸린 줄 알았다. 그러나 작은 감기로 이리 오래 누워있을 리는 없지 않나?“한기가 들면서 고열이 난 게 병을 촉발시킨 주요 원인이에요. 하지만 누가 수작을 부린 건 아닌지 조사하고 있어요. 곧 결과를 알 수 있을 거예요.”이 일을 생각하던 성연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그녀의 미간도 같이 무심결에 찌푸려졌다.무진이 손을 들어 성연의 미간을 살며시 쓸었다. 미간의 주름을 펴고 싶다는 듯이.“나는 괜찮아. 넌 이제 이런 것들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 게.”어떤 일이든 성연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가치가 없으니까.“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