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무진은 진미선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아침을 다 먹은 후에 성연에게 말했다.“나 출장 가는데, 같이 갈래?”숙취로 성연은 약한 두통에 시달렸다.그녀의 감정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무진의 질문에 성연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갈게요.”‘뭐, 어차피 집에 있어도 머리 아픈 걸.’다른 곳으로 가면 진미선이나 송종철 등을 안 봐도 돼서 눈이 깨끗해질 거야.’성연이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승낙하는 모습이 무진을 웃게 만들었다.“이렇게 승낙해? 내가 널 데려다 어디 팔아먹으면 어쩌려고?”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아예 없다고 본다.죽을 한 모금 마시고 난 성연이 무진을 흘겨보았다.“그럴 수 있어요?”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그럼 됐어요.” ‘강씨 집안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팔아먹을 정도는 아니지.’성연의 실제 몸값은 어마어마했다.“그럼 옷 두 벌 챙겨, 아래층에서 기다릴게.” 거의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무진이 말했다.마침 주말이었다.무진을 따라 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성연의 성적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그럼 잠깐만요, 금방 갔다 올게요.” 아침 식사를 마친 성연이 옷 가방을 싸러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동작이 빨라서 금방 짐을 다 꾸렸다.날씨가 추워져서 모두 두터운 옷들로 꾸렸다.가방이 불룩했다.성연이 가지고 온 물건이 비교적 적어서 몸에 꼭 붙는 옷들 일색이다.성연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정장 차림의 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오른 후 바로 공항에 도착했다.무진이 성연을 위해 티케팅을 해주었고 출발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기내 좌석에 앉자 성연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무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물어보는 거야? 좀 늦은 거 아니야?”“안 늦었어요. 뭐 늦었다고.” 성연은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안 알려줄 거야.”무진이 성연의 콧등을 쓸었다.“쳇.”입으로는 삐죽거린
몇 시간 후, 비행기가 착륙했다.무진이 출장을 간 곳은 바로 이웃 운성 시였다.운성 시는 북성 시에 비해 많이 포근했다.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 한 뒤 성연을 쉬게 하고 무진은 바로 일하러 갔다.이튿날 아침,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밖으로 놀러 나갔다.사실 무진이 이쪽으로 온 이유는 업무 때문만은 아니었다.그건 여러 목적 중 사소한 하나일 뿐.책임 담당자를 보내 처리해도 되었다.무진이 직접 처리하러 올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이다.무진이 여기까지 온 주요 목적은 바로 성연이었다.무진은 온천천국으로 불리는 운성에 성연을 데리고 와서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아침에 성연과 무진은 먼저 대관람차를 탔다.커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이곳의 관람차는 몽환적이면서도 아주 예쁜 모양이었다.안에는 다양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보기만 해도 분위기 있었다.처음 와 본 성연은 예쁘다는 생각만 하는 통에 이 관람차는 커플만 탈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알지 못했다.관람차가 최고 지점까지 올라갔을 때 커플들은 키스를 했다.그들은 영원히 함께 할 거라는 의미로 말이다.이게 무진의 사심 가득한 계획이었다.혼자 몰래 숨기고 있다 함께 즐길 생각이었다.성연이 싫다고 할까 봐 미리 알리지 않았다.결국 성연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그가 굳이 이렇게 한다는 것도 좀 이상하게 여겨질 게 뻔하다.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 성연은 무방비 상태로 무진을 따라 관람차로 들어갔다.관람차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운성 시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 눈에 들어왔다.운성 시는 아름다웠다. 산과 물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무척 온화한 도시였다.도시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기 드물게 간직하고 있었다.성연은 이곳이 꽤 마음에 들었다.유리를 통해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성연은 꽤나 신나 보였다.관람차가 곧 꼭대기 지점에 이르는 것을 본 무진이 별안간 성연의 곁에 다가가며 이름을 불렀다.“송성연.”성연이 고개를 돌린 순간 곧바로 그녀 앞
대관람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왔다.체크인한 호텔 내에 온천이 있었다.외부 온천은 깨끗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무진은 5성급 호텔을 예약했던 터였다.적어도 외부의 노천탕 보다는 깨끗할 것이다.또한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도 있었다.무진이 애지중지하는 사람을 당연히 다른 사람이 보게 할 수는 없는 법.성연은 위아래 무엇이든 모두 자신에게 속한 것이다.호텔로 돌아와 욕의를 가지고 성연은 바로 다른 룸으로 들어가 온천을 했다.무진은 따라오지 않았다.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있던 성연의 머릿속에 갑자기 진미선이 한 말과 아직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스치고 지나갔다.문득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적어도 누군가는 자신과 함께 하고 있지 않나?자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기분 좋은 일들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성연은 갑자기 대관람차 위에서 무진과 나누었던 입맞춤이 생각났다.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두드린 후 옅은 미소를 지었다.온천에 너무 오래 담구고 있을 수는 없었다.너무 오래 머물자 성연은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졌다.머리도 좀 혼몽해지면서.온천에 몸을 담근 후유증이었다. 성연은 비할 데 없이 시원하다.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성연은 일어나 온천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왔다. 무진은 이미 단정하게 옷을 차려 입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언제 나왔어요?”“방금, 어때?” 무진이 소매를 가다듬으며 몸을 돌려 성연을 바라보았다.“아주 편안해요. 몸이 순식간에 많이 쪼그라든 것 같아요.” 성연이 기지개를 켰다.“배고프니? 뭐 좀 먹으러 가자. 여기서 먹는 것도 괜찮고. 밖에서 기다릴게.” 무진이 먼저 객실 밖으로 나갔다. 성연이 옷을 갈아입도록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성연은 부끄러움을 잘 타니까.여기에 남아 있으면 성연은 분명 부끄러움에 화를 낼 것이다.성연의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 마음에 들지만, 성연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감정을
여자가 떠난 후, 무진의 맞은편에 앉는 성연의 말투에는 그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불만이 가득 담겼다.“어머, 강 대표님 정말 잘 나가시네요. 그 잠시 동안 꽃 한 송이를 꺽으시다니요.”“상관없는 사람일 뿐이야.”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성연이 저 사람들 때문에 화나는 게 더 싫었다.성연은 무진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성연이 무진에게 ‘눈치가 좀 있네’라는 시선을 보냈다.무진이 메뉴를 밀었다.“뭘 먹고 싶은 지 골라 봐. 맛이 다 괜찮다.”처음에는 음식을 좀 미리 주문해 놓고 성연을 기다릴 생각이었다.그러나 아까 그 여자 때문에 시간을 빼앗긴 상황에 주문하기도 전에 성연이 왔던 터였다.성연은 이곳의 대표 요리인 스테이크 2인분과 파스타 그리고 디저트와 과일을 주문했다.이런 호텔의 요리는 보통 보여 주기 위한 것들이라는 걸 잘 안다.양이 너무 적었다.배불리 먹고 싶어도 그것으로는 불가능했다.그래서 성연이 이것저것 많이 주문했다.무진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바로 성연일 즐겁게 하는 것이니.자신은 어떻든 상관없었다.스테이크와 파스타가 금방 나왔다.무진이 다 썰은 스테이크를 성연의 앞으로 옮겨주었다. 그리고 성연 앞에 있던 스테이크와 바꾸었다.하나하나 빠짐없이 자신을 배려하는 무진을 보며 성연은 새삼 무진이 무척 다정하고 세심하다고 생각했다. 무진과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성연은 조용히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앞으로 자신이 떠나면 무진 곁에 또 다른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때도 무진이 이렇게 그녀를 돌볼까?성연의 마음이 좀 불편해졌다.느낌이 미묘했다.그러나 성연은 바로 마음속의 불편함을 억눌렀다.미래가 어떻게 되든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아닌가?현재를 꽉 잡은 채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 돼.성연은 아주 편안하게 기분 좋게 먹었다.무진은 식사하는 내내 차를 따라주고 물을 건네는 등 성연을 챙겼다.성연이 얼마나 편안
북성으로 돌아온 무진은 조미홍이 강상철의 집으로 찾아 가서 소동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아들에게 강씨 집안의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조미홍이 강상철의 곁을 지킨 지가 10년이었다. 즉, 10년을 숨기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자신의 신분이 명예스럽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조미홍은 강상철에게 어떤 약속도 요구하지 않았다.그녀의 유일한 요구는 자신의 어린 아들이 당당하게 고개 들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조미홍은 강상철의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다.비에 젖은 배꽃이 흔들리듯 강상철이 보기에 몹시 마음이 아팠다.그리고 강상철도 조미홍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신분이 사생아든 아니든 어쨌든 자신의 아들인데 왜 족보에 못 올린다는 말인가?그는 안금여 쪽에서 그들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내연녀 조미홍을 위해 강상철은 체면 불구하고 안금여에게 여러 번 부탁했다.그러나 늘 제 마음대로 날뛰던 습관으로 인해 안금여 앞에서 부탁하는 태도가 말이 아니었다.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더 강했다.안금여는 이 일이 정말 창피했다.나이를 그렇게나 먹은 강상철이 어린 내연녀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걸 보내 더 파렴치하게 여겨졌다.‘자기 본처를 도대체 뭘로 본다는 말인가?’그런데 안금여가 승낙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녀는 매번 거절하는 태도를 취했다.강상철은 안금여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안금여는 지금 강씨 집안에서 가장 윗 사람에 연장자였다.그러니 만약 형수 안금여가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었다.결국 강상철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자신의 처와 언쟁을 벌였던 강상철은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여자와는 상대하고 싶지가 않았다.그래서 요 며칠 계속 조미홍에게 마련해 준 집에서 어린 아들과 함께 지냈다.강상철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조미홍은 즉시 차를 가져와 따라 주었다.적당한 차의 온도에 강상철의 노여움도 많이 가라앉았다.조미홍은 아들 문제로 요 며
밤새도록 따뜻한 위로를 받은 강상철은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이날 찾아갈 때는 그래도 예의를 좀 차리고 비위도 좀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안금여에게 줄 최상급 화차 한 봉지도 지닌 채였다.안금여는 집사에게 선물을 받아 챙기도록 지시했다.그러나 안금여는 이 화차를 마실 수가 없었다.강상철의 수법을 잘 알고 있었다. ‘만일 안에 무언가를 넣었다면 그건 치명적일 테지.’안금여 자신도 잘 알았다. 한 차례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다음 번에도 그렇게 운이 좋으리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다는 사실을.그래서 저들이 보낸 물건에 대해.관계가 가장 좋은 게 아니라면 안금여는 먹지 않을 것이다.한 번 그런 일이 있은 후로 그녀도 겁이 나 무엇을 하든 조심스러웠다.안금여는 집사에게 강상철에게 차를 끓여 주라고 한 다음 강상철에게 앉으라고 했다.두 사람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강상철은 화가 났지만 자신이 오늘 방문한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그러나 안금여는 입을 열지 않았다.결국 강상철이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형수님, 제가 오늘 온 까닭은 제 막내아들의 일 때문입니다. 강씨 집안 자손이 밖에서 떠도는 걸 형수님도 원하시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안금여는 직설적으로 말했다.“강씨 집안 자손은 정처에게서 난 자식을 말합니다. 정통성을 가진 당당한 혈통을 말하는 거예요. 바깥의 어느 출신인지도 알 수 없는 사생아가 아니라. 나는 승낙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형수님, 지금이 어떤 시대입니까? 준이도 제 자식입니다. 내가 강씨 집안 사람인데 내 아들이 왜 족보에 못 오른다는 말입니까?” 강상철은 화가 치밀어 죽을 지경이었다.그는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큰 집과 첨예하게 대립할 때, 자신 또한 무진에 대해서 인정 사정 봐 주지 않았었다.그러니 안금여는 지금 이런 중대한 일을 쉽게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정말 방법이 없는 게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에게 부탁 같은 거 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아무 말없이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
강상철은 또 다시 설득에 실패하고 돌아갔다.그러나 그는 안금여가 조건을 말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조미홍이 아마 한바탕 크게 소란을 피울 것이다.그날 저녁에 돌아간 후, 강상철은 비서를 시켜 고가의 보석 여러 개를 고르게 했다.들고서 직접 고급 빌라에 가서 조미홍에게 선물했다.농촌 출신의 조미홍은 요 몇 년 비록 짧은 시간 경험들을 했었지만, 뼛속까지 세상 물정을 맛보지는 못했다.천박한 습관들은 아무리 숨겨도 숨길 수가 없었다.이렇게 많은 보석들을 보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조미홍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오늘 무슨 좋은 날이에요? 설마 강씨 노마님이 승낙하셨어요?”자신의 아이가 강씨 집안 족보에 들어가기만 하면앞으로 자신은 정말 강씨 집안 도련님의 친모가 되는 것이다.북성 시에서 강씨 집안이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대단한가?앞으로 그녀도 상류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애썼던가?“아니, 너도 알다시피 큰 집은 우리 둘째, 셋째 일가와 계속 사이가 안 좋았어. 형수님이 이 기회를 빌려 나를 괴롭히려는 모양인데, 어떻게 거기에 동의하겠어?” 강상철은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강상철이 이렇게 말하는데, 조미홍이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만약 안금여가 굳게 작정하고 허락하지 않는 거라면 강상철이라도 어쩔 수 없다.“나는 괜찮아요. 우리 아이만 불쌍하게 됐어요.”조미홍이 큰 소리로 불만을 터트렸다.“강변의 별장, 당신 본 지 오래 되지 않았어? 내가 두 채를 샀는데, 이미 당신 명의로 바꿨어. 그리고 이 카드 한도가 10억이야. 당신 준이 데리고 가서 기분전환도 하고 그래. 이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강상철은 조미홍이 참 단순하다고 생각했다.‘돈만 있으면 달랠 수 있으니.’‘괜히 상대하기 어려운 여자들보다 얼마나 좋아.’‘강변 별장?’조미홍의 눈이 확 뜨였다.‘그쪽 별장 가격이 얼만데?’애초에 자신이 그렇게도 애걸했지만 승낙하지 않던 강
강상철은 마침내 조미홍을 달래는 데에 성공했다. 집을 손에 넣은 날, 조미홍은 즉시 아이를 데리고 새 별장을 보러 갔다.그러나 이 일을 통해 강상철은 체면을 구긴 셈이 되었다.강상철의 분노는 대단했다.도대체 누가 이 일을 폭로했단 말인가?그렇게 오랫동안 속이고 있었다. 철저히 비밀에 붙인 채로.시간이 좀 더 지났다면 절대 들키지 않을 터이다.강상철은 강무진이 이 일을 폭로한 것이라고 의심했다.강무진이 정말 진절머리 나게 싫었다.이 일의 배후에는 틀림없이 강무진이 있을 것이다.안 그러면 또 누구란 말인가?‘강무진, 이렇게나 나를 괴롭히다니, 네 놈도 두 발 뻗고 잘 생각은 하지 마라.’강상철의 눈에 매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강상철은 가슴 저 밑에서부터 살기를 느꼈다.무진만 처리하면 앞으로 자신을 방해하는 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모두가 잠든 시간, 은밀한 곳을 찾아 서재로 간 강상철은 문을 잠그고 외국의 용병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나야.” 강상철이 유창한 영어를 말했다.수화기 저편에서 강상철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사님,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전화를 하셨습니까?”지난번에 거점이 드러났던 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조직 내부를 재정비해야 했다.그 동안 강상철이 자신들을 완전히 버린 줄 알았었는데, 여전히 자신들을 기억하고 있다니.“쓸데없는 소리 말고, 지시할 일이 있어.”강상철이 바로 용건을 말했다.강무진이 자신을 도발한 것이다.절대로 강무진이 편안하게 지낼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감히 나를 건드려? 제 주제도 모르고.’“강 이사님께서 시키신 일은 도의상 절대 거절할 수가 없지요. 지시만 하시면 언제든 꼭 반드시 처리하겠습니다.” 저쪽 사람들의 목소리는 상당히 거칠고 또 엄숙했다.조직의 미래를 위해서 그들은 반드시 강상철에게 잘 보여야 한다.강상철이 그리 쉽게 자신의 심혈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자신들도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다른 조직에 비교될 것이다.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