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마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는 것을 본 성연은 우습기 짝이 없었다.성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미선 여사님, 나도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은 안 해봤어요?”부모의 보살핌 없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성연의 생활이 좋을 수나 있었겠나?그 당시 진미선은 혼자 자유롭게 즐기며 생활했다.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생각이나 했는 지 모르겠다.물론 어찌 되었든 자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모든 것에 대해 덤덤하게 바라보았다. 진미선이나 송종철 등과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그런데, 저들은 항상 자신만 싫어한다.분명히 똑같은 자식인데 왜 그렇게 차별을 하는 거지?성연의 말에 진미선은 순간 목이 막혔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진미선을 보던 성연은 저도 모르게 친부 송종철이 떠올랐다.지금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가정을 가지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아 보였다.그리고 자신은 두 사람의 잘못된 감정으로 인해 생겨난 쓸모없는 존재일 뿐.‘애초에 버렸으면서? 굳이 다시 또 이용한다고?’‘그리고 엄마라면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몰라.’‘설마, 나에게 일말의 부채감도 가지지 않는다는 말이야?’할 말이 없는 진미선을 쳐다보다 성연이 바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다른 쪽으로 걸어가던 성연의 맹렬했던 기세가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그저 망연자실한 느낌만 남았다.별안간 성연의 가슴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솟구쳐올랐다.진미선의 행동에 마음이 상한 게 분명했다.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지친인데 성연이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사실 여태까지도 성연은 진미선에 대해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었다.적어도 송종철 같이 지나치지는 않았으니까.외할머니가 자신을 키우도록 생활비를 주기도 했으니까.방법이 없었든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든 강씨 집안에 보낸 것에 대해서도 따지지 않고, 속으로는 진미선의 좋았던 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모든 것이 한바탕 코미디 같이 느껴질 뿐이다. 아무도 자
성연은 멍하니 넋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평소 활발하고 명랑한 모습의 성연이 이렇게 기운이 빠진 듯한 모습은 아주 보기 드물었다.집사가 다가와서 관심을 주며 물었다.“작은 사모님, 괜찮으세요?”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대답한 성연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몸을 이불 속 깊숙이 파묻었다. 안색이 여전히 창백해 보였다.마음속의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이런 불필요한 감정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때로는 이런 자신이 너무 싫었다.‘저 두 사람의 본 모습, 이미 다 알고 있었잖아? 세상이 냉정하다는 것도 알았잖아?’‘그런데 왜 아직도 저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거야?’성연은 마음이 극도로 힘들었다.진미선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이런 말은 언제나 자신을 일깨운다.자신은 쓸데없는 존재라는 사실을.비록 지금은 잘 살고 있다 하더라도 저 두 사람이 자신에게 준 그늘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좌절감을 느끼며 생각해 보니 기분이 더 나빠졌다.방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아래층으로 내려가 냉장고를 뒤적거렸다.주방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집사가 바로 달려왔다.눈 앞의 장면에 집사가 옆에서 말했다.“사모님, 뭐든 찾는 게 있으면 나에게 알려주세요.”“혹시 집에 술 있어요?” 성연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평소 무진이 술을 자주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술을 찾을 수가 없었다.냉장고에는 평소 성연이 즐겨 마시던 우유와 탄산수 몇 병이 다였다.성연은 지금 자신의 신경을 마비시킬 만한 무언가 시급했다.‘당연히 술 최고지.’정신을 잃으면 아마 이 고통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성연의 말을 들은 집사의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았다.“사모님, 술을 드시기에는 아직 이르니 도련님이 돌아오시면 다시 이야기해요.”집사는 성연에게 함부로 술을 마시게 할 수 없었다.만약 성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분명 자신이 책임져야 할 터.그런 위험은 자신이 감당할만한 것이 아니었다.“날 ‘사모님’
저녁에 무진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런데 집안이 너무 조용한 것 같다.평소라면 성연이 식탁에 앉아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을 텐데.어째 오늘은 온 집안이 조용했다.성연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무진은 마음이 조급해져 방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그러나 거실에 들어선 순간, 소파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성연이 보였다.그리 크지 않은 소파에서 성연이 동그랗게 몸을 만 채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좀 더 다가간 무진의 눈에 책상 위에 술잔 하나와 이미 비어 있는 와인 반 병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가까이 다가갔을 때 성연에게서 술 냄새가 짙게 풍겼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집사에게 물었다.“성연이 어떻게 된 겁니까?”집사가 대답했다.“사모님 기분이 별로 안 좋으셨던 듯합니다.”원래 성연은 더 많이 마실 생각이었다.그러나 자신의 주량을 과대평가했다.몇 잔도 마시지도 못한 채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집사는 미리 꺼내 두었던 술을 정리했다.성연의 뺨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무진에게는 나무랄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알았으니 가서 쉬세요. 성연인 내가 돌볼 테니.” 무진이 몸을 숙여 성연을 안아 들었다.성연은 사실 잠들지 않았다. 그저 잠든 척만 하고 있었을 뿐.물론 정신은 확실히 흐리멍덩한 상태로 그다지 맑지 않았다.그 순간 무진에 의해 몸이 허공으로 오르자 성연은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을 쳤다.“쉿, 움직이지 마.” 매력적인 음성이 귓가를 울리며 익숙한 박하 향의 숨결이 느껴지자 점차 차분해진 성연이 무진의 품을 얌전히 파고 들었다.성연은 체중을 느낄 수도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그렇게 무진은 성연을 가볍게 들어올려 침실로 들어갔다.무진이 침실에 들어와 자신을 살포시 침대 위에 내려놓자 성연은 드디어 안전한 곳에 도달한 기분이 들었다.그래서 성연은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시작했다.침대를 기어 비틀거리며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다가온 무진이 성연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이제 우리 옷을 벗고 씻으러 갈까?” 무진이 부드럽게 권유하는 어투로 성연이 스스로 움직이게 했다.만약 자신이 대신해 주게 된다면, 그건 정말 인내력 테스트일 것이다.“아니야, 잘 거야.” 성연은 오늘 밤 유난히도 비협조적이었다.하품을 한 성연은 그대로 침대에 누우려 했다.그러자 무진이 성연을 잡아당기며 품에 안았다.“자, 착하지, 씻고 자자, 응?”성연이 기세도 당당하게 대답했다.“싫어.”“그럼 내 품에 안겨서 잘 거야? 괜찮아?” 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었다.“좋아.” 무진의 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좋은 냄새가 났다.성연은 무진과 함께 있고 싶었다.품 안에서 안고 어르던 성연이 조용해지자, 무진이 눈을 감고 성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마침내 힘들게 성연의 옷을 겨우 벗겼다.무진이 어둠을 더듬어 서랍장에서 바스타월을 꺼낸 다음 성연의 몸에 둘렀다.무진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혼자 목욕하러 가도 되겠지? 바로 문 밖에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해, 알았지?”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커다란 바스타월을 두른 채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하는 동안 성연은 넘어지는 일 없이 다 씻은 후 욕실에서 나왔다.그런데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성연의 머리를 닦아주려고 무진이 수건을 들었다.성연은 매우 적극적으로 편안한 자리를 찾아 둥지를 튼 자세로 무진의 시중을 기다렸다.막 샤워를 하고 나온 성연은 껍질을 깐 달걀처럼 보들보들해 보였다.은은하면서도 그윽한 향이 쉴 새 없이 코를 파고들었다.재빨리 성연의 머리를 말린 무진은 이불 속에 파 묻었다.알코올의 작용인지 성연은 곧바로 깊이 잠들었다.아주 절제하며 성연의 뺨에 입을 맞춘 무진은 억지로 시선을 옮기며 욕실에 들어 냉수 샤워를 했다.욕실에서 나온 무진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재로 갔다.무진이 손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성연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굴 만났는지 알아봐.”“예.”손건호는 보스 강무진이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도 전혀
이튿날, 무진은 진미선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아침을 다 먹은 후에 성연에게 말했다.“나 출장 가는데, 같이 갈래?”숙취로 성연은 약한 두통에 시달렸다.그녀의 감정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무진의 질문에 성연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갈게요.”‘뭐, 어차피 집에 있어도 머리 아픈 걸.’다른 곳으로 가면 진미선이나 송종철 등을 안 봐도 돼서 눈이 깨끗해질 거야.’성연이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승낙하는 모습이 무진을 웃게 만들었다.“이렇게 승낙해? 내가 널 데려다 어디 팔아먹으면 어쩌려고?”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아예 없다고 본다.죽을 한 모금 마시고 난 성연이 무진을 흘겨보았다.“그럴 수 있어요?”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그럼 됐어요.” ‘강씨 집안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팔아먹을 정도는 아니지.’성연의 실제 몸값은 어마어마했다.“그럼 옷 두 벌 챙겨, 아래층에서 기다릴게.” 거의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무진이 말했다.마침 주말이었다.무진을 따라 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성연의 성적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그럼 잠깐만요, 금방 갔다 올게요.” 아침 식사를 마친 성연이 옷 가방을 싸러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동작이 빨라서 금방 짐을 다 꾸렸다.날씨가 추워져서 모두 두터운 옷들로 꾸렸다.가방이 불룩했다.성연이 가지고 온 물건이 비교적 적어서 몸에 꼭 붙는 옷들 일색이다.성연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정장 차림의 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오른 후 바로 공항에 도착했다.무진이 성연을 위해 티케팅을 해주었고 출발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기내 좌석에 앉자 성연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무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물어보는 거야? 좀 늦은 거 아니야?”“안 늦었어요. 뭐 늦었다고.” 성연은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안 알려줄 거야.”무진이 성연의 콧등을 쓸었다.“쳇.”입으로는 삐죽거린
몇 시간 후, 비행기가 착륙했다.무진이 출장을 간 곳은 바로 이웃 운성 시였다.운성 시는 북성 시에 비해 많이 포근했다.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 한 뒤 성연을 쉬게 하고 무진은 바로 일하러 갔다.이튿날 아침,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밖으로 놀러 나갔다.사실 무진이 이쪽으로 온 이유는 업무 때문만은 아니었다.그건 여러 목적 중 사소한 하나일 뿐.책임 담당자를 보내 처리해도 되었다.무진이 직접 처리하러 올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이다.무진이 여기까지 온 주요 목적은 바로 성연이었다.무진은 온천천국으로 불리는 운성에 성연을 데리고 와서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아침에 성연과 무진은 먼저 대관람차를 탔다.커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이곳의 관람차는 몽환적이면서도 아주 예쁜 모양이었다.안에는 다양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보기만 해도 분위기 있었다.처음 와 본 성연은 예쁘다는 생각만 하는 통에 이 관람차는 커플만 탈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알지 못했다.관람차가 최고 지점까지 올라갔을 때 커플들은 키스를 했다.그들은 영원히 함께 할 거라는 의미로 말이다.이게 무진의 사심 가득한 계획이었다.혼자 몰래 숨기고 있다 함께 즐길 생각이었다.성연이 싫다고 할까 봐 미리 알리지 않았다.결국 성연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그가 굳이 이렇게 한다는 것도 좀 이상하게 여겨질 게 뻔하다.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 성연은 무방비 상태로 무진을 따라 관람차로 들어갔다.관람차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운성 시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 눈에 들어왔다.운성 시는 아름다웠다. 산과 물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무척 온화한 도시였다.도시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기 드물게 간직하고 있었다.성연은 이곳이 꽤 마음에 들었다.유리를 통해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성연은 꽤나 신나 보였다.관람차가 곧 꼭대기 지점에 이르는 것을 본 무진이 별안간 성연의 곁에 다가가며 이름을 불렀다.“송성연.”성연이 고개를 돌린 순간 곧바로 그녀 앞
대관람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왔다.체크인한 호텔 내에 온천이 있었다.외부 온천은 깨끗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무진은 5성급 호텔을 예약했던 터였다.적어도 외부의 노천탕 보다는 깨끗할 것이다.또한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도 있었다.무진이 애지중지하는 사람을 당연히 다른 사람이 보게 할 수는 없는 법.성연은 위아래 무엇이든 모두 자신에게 속한 것이다.호텔로 돌아와 욕의를 가지고 성연은 바로 다른 룸으로 들어가 온천을 했다.무진은 따라오지 않았다.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있던 성연의 머릿속에 갑자기 진미선이 한 말과 아직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스치고 지나갔다.문득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적어도 누군가는 자신과 함께 하고 있지 않나?자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기분 좋은 일들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성연은 갑자기 대관람차 위에서 무진과 나누었던 입맞춤이 생각났다.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두드린 후 옅은 미소를 지었다.온천에 너무 오래 담구고 있을 수는 없었다.너무 오래 머물자 성연은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졌다.머리도 좀 혼몽해지면서.온천에 몸을 담근 후유증이었다. 성연은 비할 데 없이 시원하다.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성연은 일어나 온천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왔다. 무진은 이미 단정하게 옷을 차려 입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언제 나왔어요?”“방금, 어때?” 무진이 소매를 가다듬으며 몸을 돌려 성연을 바라보았다.“아주 편안해요. 몸이 순식간에 많이 쪼그라든 것 같아요.” 성연이 기지개를 켰다.“배고프니? 뭐 좀 먹으러 가자. 여기서 먹는 것도 괜찮고. 밖에서 기다릴게.” 무진이 먼저 객실 밖으로 나갔다. 성연이 옷을 갈아입도록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성연은 부끄러움을 잘 타니까.여기에 남아 있으면 성연은 분명 부끄러움에 화를 낼 것이다.성연의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 마음에 들지만, 성연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감정을
여자가 떠난 후, 무진의 맞은편에 앉는 성연의 말투에는 그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불만이 가득 담겼다.“어머, 강 대표님 정말 잘 나가시네요. 그 잠시 동안 꽃 한 송이를 꺽으시다니요.”“상관없는 사람일 뿐이야.”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성연이 저 사람들 때문에 화나는 게 더 싫었다.성연은 무진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성연이 무진에게 ‘눈치가 좀 있네’라는 시선을 보냈다.무진이 메뉴를 밀었다.“뭘 먹고 싶은 지 골라 봐. 맛이 다 괜찮다.”처음에는 음식을 좀 미리 주문해 놓고 성연을 기다릴 생각이었다.그러나 아까 그 여자 때문에 시간을 빼앗긴 상황에 주문하기도 전에 성연이 왔던 터였다.성연은 이곳의 대표 요리인 스테이크 2인분과 파스타 그리고 디저트와 과일을 주문했다.이런 호텔의 요리는 보통 보여 주기 위한 것들이라는 걸 잘 안다.양이 너무 적었다.배불리 먹고 싶어도 그것으로는 불가능했다.그래서 성연이 이것저것 많이 주문했다.무진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바로 성연일 즐겁게 하는 것이니.자신은 어떻든 상관없었다.스테이크와 파스타가 금방 나왔다.무진이 다 썰은 스테이크를 성연의 앞으로 옮겨주었다. 그리고 성연 앞에 있던 스테이크와 바꾸었다.하나하나 빠짐없이 자신을 배려하는 무진을 보며 성연은 새삼 무진이 무척 다정하고 세심하다고 생각했다. 무진과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성연은 조용히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앞으로 자신이 떠나면 무진 곁에 또 다른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때도 무진이 이렇게 그녀를 돌볼까?성연의 마음이 좀 불편해졌다.느낌이 미묘했다.그러나 성연은 바로 마음속의 불편함을 억눌렀다.미래가 어떻게 되든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아닌가?현재를 꽉 잡은 채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 돼.성연은 아주 편안하게 기분 좋게 먹었다.무진은 식사하는 내내 차를 따라주고 물을 건네는 등 성연을 챙겼다.성연이 얼마나 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