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집에 돌아왔는데, 무진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평소 무진은 바빠도 늘 성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그런데 무진이 집에 돌아오지도 않은 채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좀 걱정스러운 마음에 성연이 집사에게 물었다.“무진 씨는요?”그러자 집사가 바로 대답했다.“대표님은 아직 회사에 계십니다. 요즘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표님은 작은 사모님께서 기다리지 말고 먼저 식사하고 쉬시라고 하셨습니다.” 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무진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먼저 밥을 먹고 주방에 가서 재료를 씻었다.그 모습을 본 집사는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어디 성연이 움직이게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종종걸음으로 부엌으로 달려와서 얼른 말했다.“작은 사모님, 필요한 것이 있으면, 고용인들에게 준비하라고 하세요.”성연은 손을 내저었다.“아니예요, 제가 먹을 걸 좀 만들어서 무진 씨에게 보내려고요.”집에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은 무진이 많이 먹지 않는 듯했다.오히려 자신이 만든 음식은 무진이 깨끗이 먹어 치웠다.‘무진 씨, 회사에서 피곤할 텐데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그 말을 들은 집사는 문득 크게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현명하십니다. 그럼 제가 밖에 있을 테니, 작은 사모님이 하시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성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고개를 숙이고 재료를 다시 다듬기 시작했다.성연은 탕수갈비와 감자채, 강낭콩볶음, 그리고 국을 하나 만들었다.다 만든 후에, 잽싼 동작으로 도시락에 담은 후에 집사에게 차를 준비하게 해서 무진의 회사로 갔다.회사에서 손건호는 스스로 좀 힘듦을 느꼈다.그는 사무실 입구에 서서 망설이며 들어가지 못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손건호는 문을 밀고 들어갔고, 고개를 숙인 채 재무제표를 보고 있는 무진을 보고 권유했다.“대표님, 그래도 뭐 좀 드세요. 오늘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습니다.”“배 안 고파.” 앞에 있는 장부를 보
이와 동시에 성연도 회사 아래층에 왔다.‘이렇게 늦었는데 회사 프런트 데스크에 사람이 있네.’성연이 다가가자 프런트에서 미소가 달콤하게 물었다.“아가씨, 무엇을 도와드릴까요?”“강무진 대표님을 찾아왔는데요.” 성연이 무진의 약혼녀라는 사정은 업계 내에서는 잘 알려진 일이다.하지만 그녀의 사진은 붙어 있지 않았다.상류층을 제외한 보통 사람들은 그녀와 무진의 관계를 잘 모른다.성연이 바로 무진의 이름을 말하자 프런트 직원의 눈이 약간 휘둥그레졌다.‘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이렇게 거침없이 대표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지?’마음속으로 궁금했지만, 결국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프런트 직원은 여전히 웃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손님, 예약은 하셨습니까?”그 말을 들은 성연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평소 그녀가 회사에 올 때는 항상 무진이 자신을 직접 데리고 왔었다.무진과 같은 높은 사람을 보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앞서 무진이 그녀에게 엘리베이터 카드를 주었던 것을 기억했다.그녀가 올 때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했다.때마침 그녀는 이 카드도 가지고 왔다.그녀는 카드를 프론트 데스크에 보여 주었다.“이 카드는 효과가 있지요? 올라갈 수 있지요?”프런트에서는 성연의 앞에 놓인 카드를 보고 결국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것은 총괄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의 마그네틱 카드야, 강무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을 거야.’‘이 카드를 받을 수 있다면 대표님과 아주 가까운 사람일 텐데.’프론트 데스크에서 바로 말했다. “네, 손님, 저를 따라오세요.”그녀는 성연을 엘리베이터 입구로 안내했고, 성연은 감사를 표했다.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갔다.엘리베이터가 대표가 있는 층에 도착하자, 성연은 바로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들어와.” 안에서 곧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성연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무진의 바쁜 모습이었다.그 다음은 소파에 앉아 있는 안금여다.성연의 눈에 놀라움이
그날 식사를 가져다준 후 성연은 늘 무진이 식사를 제때 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온 후 직접 음식을 해서 무진에게 가져다주면서 사무실에서 그와 함께 식사를 했다.또 회사에 있으면서 안금여에게 끌려와 조수 노릇을 했다.성연은 또 거절하려 했다.“할머니, 저는 정말 잘 몰라요.”장부라는 것은 회사의 중대한 기밀이라고 할 수 있다.그녀는 비록 아무것도 할 줄 모르지만, 이런 일에 관련되자 성연은 조금도 관계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무진이 고개를 들었다. 성연은 자신이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무진은 전혀 믿지 않았다.앞서 성연의 장부에 대한 이미 천부적인 재능은, 이미 간단하게 형용할 수 없었다.‘그녀는 분명히 할 수 있어.’‘그냥 알리고 싶지 않을 뿐이야.’그러자 무진이 말했다.“어디가 이해가 안 되는지 말해봐, 내가 가르쳐 줄게.”성연은 얼굴을 찡그렸다. 무진이 한 말은 마지막 선고에 해당한다. 그녀는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했다.“그럼 됐어요, 내가 해 볼게요.”성연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무진은 성연의 미련이 없다는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는 걸상을 옮겨 성연을 자기 옆에 앉혀 놓았다.안금여는 다른 쪽 소파에 앉았다.어른을 마주하고 이렇게 가까이 앉는 것은 공개 처형과 다름없지 않나.성연은 이런 일에 있어서 줄곧 익숙해지지가 않았다.그녀는 무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난 할머니 옆에 앉을게요.”무진이 그래도 입을 열지 않자, 안금여가 즉시 말했다.“아니야, 너는 그래도 그쪽에서 무진이 옆에 있거라. 내가 질투하지 않도록 저쪽에서 무진이와 함께 있어라.”성연은 퉁명스럽게 무진의 팔을 꼬집었다.그녀는 힘이 가벼워서 고양이가 가려운 데를 긁는 것 같았다.무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의 큰 손에 싸여 매우 당당하게 인정했다.“할머니의 말이 맞아. 내가 질투가 날 거야.”“당신이 어린아이예요?” 성연은 하마터면 그에
성연은 연달아 회사에 와서 사나흘 동안 도왔다.그렇게 오랫동안 바빴는데, 어쨌든 약간의 성과가 있어서 마침내 문제를 골라냈다.안금여는 이번 기회를 빌려 일부 사람들의 권리를 회수할 생각이다.그들로 하여금 회사에서 풍파를 일으키지 못하게 할 것이다.이틀 후.집안 대모임.안금여는 지금도 회사의 회장으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무진과 강운경 두 사람은 각각 반대편에 앉았다.사람들이 다 모인 것을 본 안금여는 비로소 차갑게 한 바퀴 쓸어보았다.그녀는 일어섰다.“계열사 이 사장, 왕 사장, 황 사장, 그리고 양 사장, 당신들은 아래 지사를 관리하면서 일 년 내내 바쁘게 일했다고 하면서 어째서 실적이 전혀 없다고 보고합니까?”안금여가 지명한 몇몇 계열사 사장들의 안색이 좀 좋지 않았다.그들은 WS 그룹의 계열사로,밑에 또 여러 개의 작은 지사들을 두고 관리했다.그들 수중에 있는 지사만 해도 여러 개다.그러나 이 중 전해진 재무제표를 보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결국 돈을 벌지 못한 것이다.비록 한 계열사가 손해를 보았다 해도 큰 액수는 아니었다.WS 그룹으로서는 구우일모에 불과했다.하지만 몇몇 계열사가 모이면, 그 숫자는 결코 적지 않게 되는 것이다.WS 그룹이 큰 그룹은 맞지만, 이렇게 손해를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그 말을 들은, 왕 사장이 일어서서 ‘하하’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아시다시피 올해는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그러게요, 회장님. 우리가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모르시겠어요?”옆에 있던 이 사장도 이에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금여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그녀를 속이기 쉬운 바보로 여기는 거야?’안금여의 표정이 굳었다.“당신들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 나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회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능력 있는 사람이 관리하도록 교체할 수밖에요.”안금여의 말을 들은 몇몇
그들은 장부를 제출할 때 벌써 두 가지 준비를 했다.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말을 했다.조금 발언권이 있는 사람은 모두 일어섰다.“회장님, 당신의 이 표현은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닙니까? 요 몇 년 동안 모두가 회사를 위해 그렇게 많은 공헌을 했는데,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모두를 실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진의 몸도 별로 좋지 않은데, 어떻게 견딜 수 있습니까?”“맞아요, 회장님,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도 무진을 위해 분담하기 위해서일 뿐입니다. 이 작은 지사는 우리가 여전히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맞아, 무진은 얼마전에도 병원에 들어갔잖아? 아직도 몸조심하는 게 중요해.”이러쿵저러쿵 그들의 말투는 모두 무진을 고려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들 자신은 그들 마음속에 도대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다.무진의 입술 꼬리가 올라갔고 눈빛은 차갑고 싸늘했다.‘가장 탄복하는 것은 바로 이 사람들의 뻔뻔함이야.’‘회사를 잘 관리해 준다고 하면서’‘결과는? 거액의 부채는 종적을 알 수가 없어.’‘회사를 위해서 좋다는 이런 말을 어떻게 해?’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내 몸은 아주 좋으니 사촌 숙부 여러분의 걱정을 끼치지 않겠습니다.”“나는 다음에 약간의 일을 말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매우 흥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말하면서 무진은 구석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내가 알기로는 두 사촌아저씨는 국외 부두에서 불법으로 장사를 하면서 금지품을 끼워서 밀수를 했지요. 또 강씨 집안의 본가 부두를 이용하려고 하면서, 세관을 어물쩍 넘길 계획인데, 내 말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사촌 아저씨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변명을 하려고 했다.그는 이 일들을 그들이 모두 잘 숨겼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특히 이용하기 시작한 그 두 지사는 모두 외진 위치에 있다.‘무진이 어떻게 알았을까?’“헛소리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보면 알 수 있어.” 이때 일어선 안금여는 증거를 꺼냈다.위
안금여는 독설을 퍼부었다. 만약 이 증거들이 정말로 대중에게 공개된다면, 이 몇 개의 작은 회사뿐만 아니라, 그들의 원래 몫도 보장할 수 없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두 사촌 숙부들은 지사의 경영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이 수법은 바로 고의로 경고해서 놀라게 하는 수법이다.그들 모두 영리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회의가 거의 끝난 후에야 무진이 말했다.“나는 할머니와 다릅니다. 내 눈에는 모래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조기 퇴직의 생활을 체험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말을 다 한 후에 안금여와, 무진 등 몇 사람은 자리를 떴다.그들이 떠나자, 회의실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렸다.“무진은 바로 절름발이에 지나지 않는데, 뭐가 그리 잘났어?”“바로 그래, 무진이 갈수록 점점 더 건방지게 변했어. 정말 모르겠다. 애초에 괴롭힘을 당해서 비참했던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야.”그때, 옆에서 느릿느릿한 소리가 들려왔다.“여러분 정말 대담하십니다. 여기가 WS 그룹 본사인데 감히 이렇게 말하는 겁니까?”이 말이 나오자 원망하던 몇 사람은 분분히 쳐다보고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말하면 어때? 무진이 우리를 어떻게 할 수도 없잖아?”그 사람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할 수 없으니 어떻냐고? 설마 거둬들인 경영권이 모두 무진이 너희들에게 농담하는 것일까? 너희들은 그가 병신 절름발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너희들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바로 그야. 지금은 단지 지사의 경영권일 뿐이지만, 앞으로는 아마도 당신이 강씨 집안에서 일할 권리일 거야. 평소에 보면 아주 총명하게 보였지만 결국 하나같이 모두 노망이 난 거야. WS 그룹의 하늘이 곧 변한다는 걸 아직 이해하지 못했어.”느릿느릿 이렇게 말한 그 사람은 뒤통수를 짚고 나태하게 모습으로 나갔다.남겨진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았다.그 사람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앞으로 그들은 무진과 맞닥뜨릴 것이니, 정말 자신의
안금여는 두 사람을 과감하게 수습해서 다른 사람들이 뚜렷한 위협을 느끼게 했다.그리고 무진은 이제 실력이 늘고 있다.그들은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 앞으로 함부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이 족속들은 마음대로 하나를 골라내서 많든 적든 모두 뒤에서는 몰래 사람으로 볼 수 없는 수작을 벌였다.그러나 어떤 사건은 그런대로 가벼운 편이라서 겨우 용서할 수 있을 뿐이다.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사람들이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하게 매우 조심스럽다.예전에는 안금여가 알지 못하니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유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안금여의 손이 얼마나 길게 뻗어 있는지 뚜렷하게 느꼈고, 그리고 그들도 알아차렸다.그 두 사람을 예로 들어 경영권을 내놓게 한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와 충격의 역할을 한 것이다.결국, 큰집은 여전히 큰집이다. 아무리 제 구실을 못하더라도 이 사람들이 큰집에 와서 행패를 부릴 차례는 아닌 것이다.그리고 이제 무진의 관리도 점차 주주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그것은 그들에게 더더욱 못된 짓을 할 기회가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만약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다음 경영권을 넘겨주게 될 사람은 아마도 그들일 것이다.회의를 할 때, 모든 사람들이 전전긍긍했는데, 끝난 후에는 더욱 놀랍게도 원래 큰 집의 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만약 계속 미움을 산다면, 그렇다면 별로 좋은 결실이 없을 것이다.WS 그룹을 떠나서 떠나 친한 일족 몇 명이 모였다.“오히려 이전에 우리는 무진을 얕보았어.”“그들이 용을 빼는 재주가 있어서 그렇게 대단해질 줄 누가 알았겠어.”“너희들 말해 봐. 그들의 손에 우리가 그런 일을 했다는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그는 말하면서 무서워서 몸서리를 쳤다.아무렇게나 한 가지 일만 골라도, 철창 속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그 두 사람의 말로는 더욱 참혹했다. 그렇게 많은 회사의 경영권을 회수당했으니 돌아간 후에는 필연적으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아마도
그들이 말하는 방법은 큰집에 충성을 표하는 것이다.큰집에서 그들의 증거를 파악하고 있거나 증거가 없을지도 모른다.만약 그들이 먼저 그들이 한 일을 말한다면, 아마도 관대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다음 날 선물을 산 뒤, 고택에 가서 안금여를 보기로 약속했다.안금여는 이때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만약 중대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모두 집에서 회사의 일을 밤낮으로 처리한다.전에 비해서 그녀가 얼마나 홀가분해졌는지 모른다.여유로운 나날이라 몸을 관리하기도 좋다.밖에 사람이 찾아오자, 집사가 바로 앞으로 나와서 보고하였다.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 몇 분은 선물도 가지고 오셨는데, 비위를 맞추러 온 것 같습니다.”집사는 강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집사로 일했기에 강씨 집안의 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엊그저께 그 사람들이 고택에도 왔기에, 집사가 잘 기억하고 있었다.안금여는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세웠다.마음속으로는 좀 놀랐지만, 오히려 도리라고 느꼈다.그녀는 누군가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진작에 짐작하고 있었다.그들이 그렇게 빨리 바로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일단 좀 내버려두고 도련님을 오라고 전화해.” 안금여는 나른하게 말했다.무슨 근거로 이 사람들이 귀순하면, 그녀가 기회를 주어야 하는가?‘엊그저께 고택에 왔을 때, 이 사람들은 정말 기고만장해서 날뛰었어.’‘지금 그들의 큰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자, 바로 간절하게 접근하는 거야?’그들은 원하지만 안금여는 아직 만족해하지 않았다.‘그들에게 위세를 떨쳐서 누가 그들이 따를 수 있는 사람인지 알게 해야 해.’“예.”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그 사람들은 아직도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집사를 만나자 그들은 마중을 나왔다.“어때? 노부인이 뭐라고 그러셔?”집사는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하고서야 말했다.“노부인은 아직 쉬고 계십니다. 당신들은 먼저 기다리고 계세요. 이따가 노부인이 깨어나면, 제가 당신들에
안금여가 한숨을 내쉬었다.“너와 성연이 모두 착한 아이들이야. 만약 정말 무슨 부득이한 상황이 닥치면, 이 할머니는 너희들이 좋게 헤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니 그러지 마, 무진아.”“할머니, 말씀하신 그 날은 오지 않을 거예요.” 무진은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안금여가 또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강운경이 옆에서 말렸다.“엄마, 우리도 잘 알고 있잖아요. 엄마가 성연이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하시는지요. 하지만 무진이와 성연이 서로 감정이 깊어요. 둘 다 사리가 분명한 애들이에요. 무진이 우리를 찾아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건 기쁜 일이잖아요?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안금여의 말은 두 사람을 위한 것이 맞다. 불길한 말은 두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잠시 멍하니 있던 안금여가 입을 열었다.“성연이에 대해서는 네 말이 맞다. 우리 집 무진이가 마침내 일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다니, 이 할머니가 당연히 기뻐해야지. 모두 이 할머니 잘못이다, 요 방정맞은 입 같으니라구.”무진이 얼른 말했다.“할머니, 할머니 탓하지 마세요. 모두 저와 성연일 위해서 하신 말씀이시잖아요?”“그렇네, 얼른 무진과 성연이 결혼식을 예약해야지. 성연이가 외국에서 나쁜 마음을 품은 놈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말이다!” 강운경은 성연의 성격을 안다.겉으로 보기에는 성격이 강하고 털털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마음이 여린 아이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조그만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간다면...‘정말 무진이 죽으려고 하겠네.’“그래, 근데 성연이 나이가 한참 어린데, 그렇게 하겠다고 해?” 강운경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두 사람은 바로 그 자리에서 계획을 다 세웠다.그러나 성연이 그러겠다고 할지는 아직 미지수.“성연이는 분명히 그러겠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성연이 곧 개학할 텐데, 성연이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그러면 성연이 공부하러 가는 것을 막는 양상이 된다.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사실, 불안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이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시 돌아왔다.무진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나타나 있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이 심란해지며 성연이 떠나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그래서 무진은 성연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고택에 들렀다.무진이 고택으로 들어왔을 때, 안금여와 강운경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무진을 보던 안금여는 무진의 뒤를 쳐다보았다.“아니 왜 성연이는 너와 함께 오지 않았어?”무진이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아 고개를 저었다.“같이 안 왔어요. 제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두 분에게 드릴 말이 있어서예요.”무진의 태도가 너무 공적이고 진지한 터라, 안금여와 강운경도 덩달아 긴장하며 다급히 물었다.“무슨 일이냐?”두 사람은 무의식 중에 회사의 일을 떠올렸다.“성연이가 곧 학교로 돌아갈 겁니다. 그런데 저는 성연이가 더 뛰어나게 성장하는 걸 가로막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성연이 떠나면, 더 이상 제가 마음을 놓고 지낼 수가 없습니다.”무진의 음성이 유난히 침중했다.성연은 아직 너무 젊었다. 외부에는 성연이를 끌어당기는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무진이라 해도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무진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조바심과 불안은 오직 눈앞의 가족 두 사람 앞에서만 드러낼 수 있었다.무진이 에둘러 말했지만, 안금여와 강운경은 바로 알아들었다.무진의 말을 듣던 안금여와 강운경이 서로 마주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무슨 큰 일인가 했더니, 그걸 걱정하고 있었어?” 안금여와 강운경이 박장대소를 했다.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 무진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날이 있다니.제 마음이 이리도 빨리 들통나 버리자 무진은 좀 민망함을 느꼈다.무진이 입술만 오물거리며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강운경이 그런 무진을 놀렸다.“예전에 내가 무진이 너에게 괜찮은 아가씨들을 참 많이도 소개해 줬는데, 그때는 너 꿈쩍 하지도 않더니. 그때 나 정말 걱정했었어. 네가 고독한 모습으로 혼자 늙어가는 게 아닌가 해서 말이야.
손민철의 안배로 조수경의 미모를 이용해서 돈 많은 사장들을 꼬셔냈다.조수경의 업무 실적이 아주 빠르게 올라갔다.지난 번의 거의 두 배에 가깝게.이런 놀라운 업무 실적 상승에 사람들은 조수경의 능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이전에 조수경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들도 이번 성과를 본 후에는 완전히 승복했다.사람들은 그 내막을 모르는 상태로 그저 조수경이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라고만 생각했다.앞으로 조수경은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옆에서 조수경을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대표실 안.비서 손건호가 서류 파일 하나를 손에 들고 있다. 바로 조수경의 업무 보고서가 들어 있는 파일이다.“보스, 좀 보시죠.”두텁게 쌓인 서류는 상당히 무게가 있어 보인다.무진이 눈을 들어 손건호를 한 번 쳐다본 후, 고개를 숙여 눈앞의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몇 분 동안 집중해서 문서를 모두 살폈다.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무진은 하나도 빠트리지 않았다.보고서를 다 확인한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어떻게 이렇게 많지?”손건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는 조수경 쪽을 직접 주시하지 않고 따로 사람을 보내 지켜보게 했었다.그러나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나 조수경의 이 업무 실적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았다.손건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했다.“지금 조수경 씨의 이 업무 실적이라면 이론상 팀장의 위치까지 승진해야 합니다.”무진은 어렴풋이 조수경이 이렇게 하는 목적을 알아챘다.지금 강씨 집안 사람들 모두가 조수경을 피하고 만나주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이런 방법을 썼을 테고...“묵살해!”손건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건 담당 부서의 책임자가 제출한 겁니다. 묵살할 방법이 없습니다.”만약 묵살해 버린다면, 회사 내의 많은 직원들이 실망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어쨌든 조수경의 업무 실적이 여기에 이렇게 버젓이 있는 이상, 누구
조수경의 표정이 좀 어정쩡했다.사실 마음속은 성연에 대한 원망으로 꽉 차 있었다.고택에 찾아갔더니, 안금여와 강운경은 자신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강무진도 자신에게 어찌나 냉담한지.조수경은 성연이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라고 생각했다.물론 강씨 집안에서 충분히 많은 것들을 해 주었겠지만, 외부인이 송성연에게 이런 명품들을 선물한 적은 없을 것이다.송성연 쪽에서부터 손을 쓰기로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성연은 자신들보다 더 상대하기 힘든 강골이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조수경의 얼굴에는 거꾸로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이 가득 차 있었다.“성연 씨, 당신 생각을 이해해요. 앞으로 꼭 무진 오빠와 거리를 둘 게요. 다만...”조수경은 성연과 시선을 마주치면서 말했다.“나는 할머님과 고모님을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고모님과 할머님은 지금 나를 전혀 만나시려고 하질 않으세요. 그래서 정말 어쩔 수 없어 성연 씨를 찾아온 거예요. 성연 씨가 나를 용서해 준다면, 두 분도 나를 다시 만나 주실 거라고 믿어요.”조수경이 무슨 생각을 하고 찾아왔는가 싶었더니, 알고 보니 조수경은 이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택에 찾아가면, 무슨 일을 하든 훨씬 편리할 테니까.“할머니랑 고모가 어떻다고요? 그 분들 뜻이에요.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나도 두 분 어른의 뜻은 못 꺽어요. 나를 핑계로 해서 그 분들을 설득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건 말도 안 돼는 일이에요. 생각도 하지 말아요.” 성연이 딱 잘라 말했다.자신의 마음이 난도질을 당하는 것을 본 조수경은 얼굴의 미소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는 그냥 우리 두 사람의 오해를 풀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때는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어요. 송성연 씨, 정말 미안해요. 나는 정말 일이 이렇게 되는 걸 원한 게 아니에요.”“조수경 씨가 무진 씨와 거리를 두기만 한다면,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생길 리가 없겠죠.”성연이 담담한 표정으로 조수경을 쳐다보았다.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보낸 후 성연의 시간은 다시 한가해졌다.지금 성연은 정원에서 꽃나무에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꽃모종이라고 하지만, 사실 다소 귀한 약재들이다.엠파이어 하우스는 산중턱에 위치해 있다.거의 비료를 준 적이 없는 셈인데도 토양이 아주 비옥했다.성연이 몇 그루를 심어 보았는데 모두 살아남았다.손을 씻고 거실로 들어오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낯선 번호에 성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누구지, 이 사람은?’‘기억에 없는 번호인 것 같은데?’원래 받기 싫은 마음에 잠시 망설이던 성연이 결국 전화를 받았다.“네.”“송성연 양, 저 조수경이에요.”휴대폰 건너편에서 조수경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성연의 두 눈썹 앞머리가 올라갔다.“조수경 씨가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조수경이 자신 때문에 고택에서 쫓겨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성연은 조수경을 보지 못했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할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그런데 내 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지?’조수경은 가는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 씨, 얘기 좀 하고 싶어요.”성연은 나갈 생각이 없었다. 조수경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고.조수경을 본다면 그날 밤의 그 장면이 떠오르며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그런데 왜 조수경은 자신의 화를 돋우려 하는 거지?’“죄송합니다만, 요즘 바빠서 시간이 없네요.” 성연의 음성은 의외로 담담했다. 음성이 오르내림이 전혀 없이.오늘 반드시 성연을 만날 결심을 한 조수경이 애원을 하듯이 사정했다.“송성연 씨, 제발, 한 번만 저를 만나 주세요. 요 며칠 저는 무척 괴로웠어요.”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수경이 더 간절히 매달리며 이어 말했다.“그냥 송성연 씨와 몇 마디 하고 싶을 뿐이에요. 다른 어떤 것도 없습니다. 성연 씨, 제발 부탁해요.”성연이 조수경을 겁내서가 아니었다.그러나 그녀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사정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도대체 조수경이 자신에게 무슨 이
5일의 일정 동안 세 사람은 북성의 명소 네다섯 곳을 돌아다녔다.원래 좀 더 있을 생각이었지만, 샤넬 가문에 뭔가 일이 생겼는지 곧 돌아가야 했다.성연은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더 재미난 곳도 많은데.풀이 죽어 있는 성연의 모습에 미스 샤넬이 웃으며 성연의 뺨을 꼬집었다.“그러지 마. 나중에 우리 다시 올 기회가 있을 거야.”갑자기 일이 생겼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생각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은 매일 같이 업무로 바쁜 무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떠나는 미스 샤넬과 목현수를 대접하기 위해 음식점 한 곳을 예약했다.성연이 이번에 예약한 곳은 평이 좋은 가정식 요리 전문점이었다.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한 목현수가 이런 정통 가정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을 거라 생각한 성연이 특별히 그에게 맛 보여 주기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테이블에 오른 음식들은 소담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웠다. 미스 샤넬은 눈앞의 음식들을 보며 폰을 들어 한참 촬영을 한 후에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정말 맛있어. 와, 매번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 주네요.” 이곳의 음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미스 샤넬이 연신 감탄했다.입에 맞지 않는 것들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맞아요. 우리 북성에는 맛있는 음식과 재미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성연이 미스 샤넬씨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맞아요. 이곳은 산수가 수려해서 경치도 너무 아름다워요. 앞으로 현수 씨가 원한다면, 현수 씨를 따라 이곳에 와서 정착해도 좋겠어요.” 첫날을 제외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미스 샤넬은 무척 즐겁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좋아요. 그러면 그 때 우리 적당한 곳을 고를 수 있어요. 나랑 무진 씨도 두 사람과 같은 곳에 살고.” 그 생각을 하던 성연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것도 좋죠.” 샤넬 양이 맞장구를 쳤다.그러나 그 가능성은 몹시 희박했다.샤넬 가문은 유럽에서 세력이 무척 큰 가문 중의 하나.지금 연세가 많은 미스 샤넬의 아버지는
남은 일정 내내 성연은 미스 샤넬, 목현수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북성 주위의 관광 명소들은 전부 한 바퀴 돈 셈이다.무진의 당부를 새기며 최대한 깊은 물이 있는 곳은 피하면서.또 성현은 미스 샤넬과 목현수 두 사람을 위해 온갖 명소들을 방문해서 즐길 계획을 짰다.성연은 하룻밤 내내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그래도 무진의 말을 잘 따른 셈이다. 위험한 곳들은 가지 않았으니까.오늘 그들이 함께 온 곳은 커플들을 위한 테마파크였다. 주위에는 온통 팔짱을 낀 젊은 커플들이었다. 공기 중에는 핑크빛 기운이 가득했다.반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사이에 혼자 낀 성연은 눈치 없는 들러리 같았다.성연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스 샤넬과 목현수 두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거니까 말이다.그러나 지금 서로 손을 깍지 낀 채 닭 털을 날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니, 성연 자신이 피해 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성연은 속으로 후회했다. ‘괜히 사서 고생한 거 아냐?’‘진즉 알았으면 무진 씨를 데리고 올 걸 그랬지.’“샤넬, 저기 아이스크림 파는데, 먹을래요?”성연은 핑크색으로 장식을 한 건너편의 가판대를 가리켰다.성연과 미스 샤넬은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미스 샤넬이나, 샤넬 양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해서 그냥 바로 이름을 불렀다.“나도 먹어요.” 미스 샤넬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목현수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아직 해가 높이 떠 있는 낮 시간.하지만 건녀편에는 그늘이 전혀 없었다.목현수는 양산을 두 사람에게 건네며 말했다.“두 사람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내가 사올 게. 무턱대고 저쪽으로 갔다가 더위 먹으면 어떡하려고?”고개를 살짝 끄덕인 성연은 목현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샤넬, 무슨 맛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야?” 목현수가 먼저 미스 샤넬에게 물었다.“다 괜찮아요, 당신이 사 주는 거랴면요.”
식당 안.미스 샤넬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를 앞접시에 가득 담았다.그러나 목현수는 음료수 한 잔만 손에 쥔 채 미스 샤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의아하게 쳐다보던 미스 샤넬이 물었다.“안 먹어요? 왜 날 쳐다보고 있어요?”오늘 목현수가 좀 이상했다.“많이 먹어. 부족하면 더 시켜줄 게.” 정상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목현수의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진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조금 전에는 먼저 수저를 놓아주기도 했다.이전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을 사람이 목현수였다.미스 샤넬의 오늘 모습은 목현수로서는 정말이지 좀 새롭게 보였다.주스를 한 모금 마신 목현수가 입을 열었다.“미스 샤넬, 오늘 왜 굳이 성연을 구하러 강에 뛰어들었어? 설마 네도 위험하게 될 줄 몰랐어?”목현수의 눈에 미스 샤넬은 늘 연약하기만 한 존재였다.그런데 위급한 상황에 제일 먼저 강에 뛰어들어 성연을 구한 사람은 미스 샤넬이었다. 목현수의 물음에 잠시 멍해 있던 미스 샤넬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송성연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어요. 만약 그때 그러지 않고 송성연이 잘못되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평생 자책하며 살 테죠. 그래서 나는 반드시 송성연을 구해야 했어요.”그러니까 미스 샤넬은 목현수 때문에 송성연을 구했다는 의미.만약 송성연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강물에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을 터였다.미스 샤넬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어 말했다.“공교롭게도 내가 한 수영하잖아요? 그러니까 내려갔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감히 그런 용기 못 냈지.”미스 샤넬의 유머러스한 표현 덕분에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순간 목현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목현수를 위해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은 미스 샤넬.목현수 자신이 더 이상 생각할 게 뭐가 있겠는가?목현수가 진지한 음성으로 미스 샤넬에게 약속했다.“이전에는 정말이지 결혼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미스 샤넬 당신과 기꺼이 결혼할 거야.”미스 샤넬의 눈에
민박집에 들어오기 전에 성연은 이 일을 무진에게 알리지 말라고 손건호에게 당부했다.지금은 이미 괜찮아졌는데, 말해 봤자 쓸데없이 걱정만 할 뿐이니까.그러나 이렇게 큰 일을 손건호는 자신의 보스에게 감히 숨길 수가 없었다그래서 무진도 알게 되었다.모든 일을 내팽개친 채 무진은 당장 성연 일행이 간 관광지로 달려갔다.지금 성연은 이미 옷을 단정하게 갈아입은 상태였다.성연이 무사한 모습을 본 무진은 비로소 완전히 안심했다.그는 미스 샤넬을 보고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스 샤넬, 성연이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미스 샤넬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흔들었다.“그런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성연 씨는 제 친구인 걸요.”“어쨌든 감사합니다.” 오늘 일어난 상황을 생각한 무진은 두려웠다.자신이 성연의 곁에 없었기에 성연이 어떤 위험을 겪었는지 상상하기가 더 어려웠다.“괜찮아요. 배고파요, 현수 씨. 우리 뭐 먹으러 가요.” 말을 마친 미스 샤넬은 목현수를 끌고 나가면서 성연과 무진에게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었다.방안은 곧 조용해졌다.성연을 보는 무진의 표정은 심각했다.성연은 감히 무진의 얼굴을 볼 생각도 못한 채 입술을 삐죽거리며 발 밑만 내려다보았다. “잘못한 거 알아?” 가볍게 한숨을 내쉰 무진은 결국 차마 책망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성연이 소리치며 말했다.무진은 하마터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잡은 채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먼저 자신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구해야지? 만약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무진은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진저리를 쳤다.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 그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성연은 무진의 어깨를 다시 안고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지금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이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잠시 잊었다.‘언제나 나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