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이 끝난 후, 성연은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왔다.바로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것처럼 가장했다.하지만 검사 결과를 통해 무진의 몸이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현재 다른 방법으로는 안된다. 식단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레시피를 다시 정리한 성연이 집사에게 무진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될만한 식단들로 준비해 줄 것을 요구했다.집사에게 레시피를 건네주는 순간, 집사가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활짝 웃었다.“작은 사모님, 도련님에게 정말 잘하시네요.”과거 무진이 병에 걸려 몸져누웠을 때 모든 친척이 그를 신경 쓰지 않은 탓에 그의 성격은 더 내성적이고 배타적으로 변했다.하지만 성연이 나타난 후, 무진은 건강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밝아졌다. 점차 그에게서 인간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무진이 어릴 때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 왔던 집사는 무진의 변화가 무척 반가웠다.“당연한 일인 걸요. 무진 씨 건강은 관리하지 않으면 더 심각해질 거예요.”성연이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녀는 무진을 단지 환자로 대했다.‘무진 씨는 내 환자야. 내가 책임감 있게 대해야 해.’하지만 그녀의 마음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바로 무진이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랐다. 더 이상 무진이 이러한 고통을 견뎌서는 안 됐다.“작은 사모님, 도련님이 사모님과 결혼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집사는 옆에서 그녀를 치켜세웠다.“그이도 저에게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무슨 생각인지 그녀는 나오는 대로 말했다.성연은 수학 경시대회 문제를 풀던 날, 자신이 잠들 때까지 무진이 안마해준 것을 기억했다.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고 했던가, 무진이 그녀에게 잘하는 만큼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아이고, 두 분 사이가 좋은 걸 보니 큰 사모님께서도 마음이 놓이실 겁니다.”처음에 안금여는 집사에게 엠파이어 하우스를 감시하게 지시했었다.무진이 성연을 싫어해서 성연을 난처하게 할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지금 보니 역시 안금여는 안 해도
한편 소지한은 진미선과의 연락을 며칠째 질질 끌고 있었다.그러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매니저를 시켜 광고 촬영 건으로 진미선에게 연락하게 했다.소지한의 매니저에게서 전화를 받은 진미선은 며칠 동안 조마조마했던 마음속의 큰 짐을 덜 수 있었다. 다행히 소지한의 최종 결정은 승낙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시어머니가 어떤 얼굴을 할 지 모를 일이었다.보아하니, 소지한을 찾은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았다.어머니로서의 위신은 아직 쓸만했다.소지한이 도착했을 때, 왕대관과 진미선이 직접 그를 맞이하러 나왔다.“소 배우님, 드디어 오셨네요. 원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회사로 연락주십시오. 그럼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왕대관이 말했다.왕대관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가장 낮은 가격으로 전국을 뜨겁게 달군 대스타 소지한을 모셨으니 말이다.‘감히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보아하니, 진미선의 의붓딸은 소지한과 깊은 사이일 게 분명했다.‘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조그만 회사에 찾아와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겠어?’“뭐든 말해요?”소지한은 두 사람이 성연에게 한 짓을 생각하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이내 차가운 어조로 비웃었다.“아직도 뻔뻔하시네요. 제가 여기에 왜 왔는지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원하는 금액을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왕대관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이야?’소지한은 어디서든 분당 수 억을 벌고 있었다.그 액수는 그들과 같은 소형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왕대관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소지한한테 더 이상 미움을 사면 안 돼.’그는 몇 차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소지한 씨가 기꺼이 도와주신다면, 제가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생활이나 광고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말해주세요.”소지한은 비웃으며 말했다.“당신 때문이 아닙니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입을 다무세요. 쓸데없이 비행기
소지한은 진미선과 왕대관을 싫어했지만, 그는 프로였고 또 성연이 부탁한 일이었다.광고 촬영에 있어서는 진미선과 왕대관을 난처하게 하는 일 없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진미선은 쉬는 시간을 틈타 학교로 성연을 찾아왔다.주연정은 오늘따라 성연과 함께 하교하고 싶었다.친구끼리는 뭐든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평소 냉정해 보이는 성격의 성연이지만 주연정이 성연을 좋아하는 데 하등 문제가 되진 않았다.연정은 활발한 성격을 가진 소녀였다.그녀는 성연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퍼부었고, 성연은 단답으로 대답할 뿐이다.하지만 성연은 연정을 싫어하지 않았다.연정은 보기 드물게 순진하고 나쁜 마음이 없었다.성연도 작은 태양처럼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성연아, 북성시 시내에 엄청 맛있는 꼬치집이 있대! 다음에 시간 되면 우리 같이 먹으러 가자.”서로 친해지면서 연정도 성연을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그래.”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또래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꽤 신기했다.“같이 가기로 한 거다!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어!”연정이 활짝 웃었다.“알겠어.”성연도 입술을 오므렸다.성연과 연정은 교문까지 걸어갔고 연정은 성연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다른 길로 걸어갔다.연정은 방방 뛰며 매우 행복해했다.성연은 때때로 아무 걱정 없이 해맑은 연정이 부럽기도 했다.얼굴의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고개를 돌린 성연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진미선을 보았다.그녀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완전히 사라지고 무표정해졌다.“여기서 뭐 하세요?”진미선은 이런 성연의 무관심에 익숙해져 있었다.성연의 달라진 표정을 본 진미선은 전혀 개의치 않고 연정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물었다.“성연아, 쟤가 네 친구니? 학교에서 몇 명 정도 친구를 더 사귀렴. 그래야 네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질 거야.”“무슨 상관이에요. 왜 찾아오셨어요? 앞으로 부탁하지 않기로 약속하셨잖아요.”성연
진미선은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고 성연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드디어 그들은 작은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여기서 밥을 사겠다는 말이야?’‘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진미선은 혹여나 성연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성연아, 여긴 엄마가 사는 곳이야. 오늘 엄마가 널 위해서 요리를 다 해 놨으니까 가서 한 입만 먹어.”성연은 진미선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집에 들어간 후, 성연은 진미선이 자신을 왕씨 집안에 데려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성연은 화가 났다.‘지금 나한테 거짓말한 거야?’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미선을 바라봤다.진미선은 돌아서서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성연아, 얼른 들어가자.”집 안에는 왕대관과 그의 어머니, 왕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도 다 모여 있었다.성연을 본 왕대관이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성연이 왔니? 다들 널 기다리고 있었단다.”“이 아이가 성연이야?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진미선의 시어머니도 반가운 척 친절하게 말했다.그들 앞에는 커다란 접시가 놓여 있었고, 마치 성연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 같았다.성연은 입술을 오므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두 사람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진미선의 태도를 보면 왕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 수 있었다.성연은 그들과 그 어떠한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있자 왕대관과 시어머니는 조금 당황스러웠다.특히 시어머니는 체면도 내려놓고 성연에게 말을 걸었기에 더 그랬다.한참이나 나이 어린 여자애가 완전 자신을 무시한 것이다.‘누가 그 엄마에 그 딸 아니랄까 봐. 첫인상부터 마음에 안 드는군.’그녀는 진미선을 바라보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그 표정은 마치 ‘이게 네가 키운 딸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성연의 행동에 진미선도 난처했다.그래서 그녀는 성연에게 다가가 팔을 잡아당기며 귓가에 속삭였다.“성연아, 이왕 왔으니 날
‘가장 역겨운 사람들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당신들이야.’성연은 왕대관과 그 어머니의 위선적인 얼굴이 너무 역겨웠다.‘내가 모를 것 같아?’그들은 분명 성연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러나 그들은 강씨 집안이라는 목적만을 생각하고 행동했다.만일 그녀가 강무진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성연을 본체만체 했을 게 뻔했다.그녀의 운명은 진미선에게 버림받은 것과 다름없었다.진미선은 왕씨 집안에서 남의 비위를 맞추며 비참한 삶을 살았는데 그녀까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진미선의 팔에 난 상처를 생각하면, 성연은 그 시어머니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금의 진미선은 그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에 불과했다.분명 진미선은 혼자 좋은 삶을 살 수 있었지만, 하필이면 남의 시중이나 들며 살고 있었다.성연은 그녀를 동정해서는 안 됐다.이는 그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다.시어머니와 왕대관은 계속해서 말을 꺼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그러자 그들은 침묵을 유지했고 분위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했다.진미선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그녀는 성연이 시어머니의 위신을 깎아 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가다간 시어머니가 자신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게 뻔했다.항상 그랬다.진미선은 집에 있는 과일을 깎아 성연에게 갖다 줬다.“성연아, 내가 사온 과일이야. 한 번 먹어봐. 꽤 달아.”성연은 그 과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꽤나 비싸 보였다.평소 왕씨 집안이 얼마나 사치스러운지 알 수 있었다.그러나 이건 그들의 능력과 맞지 않았다.‘이렇게 돈을 써대니 회사가 그 모양이지. 회사가 굴러가는 게 이상해.’이를 보니 왕대관이 필사적으로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했다.그가 물질적인 면에서는 진미선에게 아끼지 않는 것 같았다.어쩌면 이게 진미선이 원하는 삶일지도 모른다.왕대관이 그녀에게 어떤 짓을 하든 그가 진미선의 삶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만 있으면 된 거였다.성연은 어이가 없었다.이전에 진미선은 자신
진미선은 마음이 불편했다.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그럴 만했다. 성연을 이용해 지위를 올리려면 이런 것쯤은 견뎌야 했다.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던 진미선은 혼자 돌아갔다.시어머니는 방금 성연이 자신에게 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돌아온 진미선을 본 그녀는 즉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진미선에게 표출했다.그녀는 직설적으로 진미선을 조롱했다.“딸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니? 정말 교양도 없고 예의는 찾아볼 수도 없구나. 강씨 집안만 아니었으면 이 집안에 발도 못들이게 했을 거야.”시어머니의 친절은 연기에 불과했다.성연은 강씨 집안의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시골 소녀였다.‘감히 내 앞에서 그렇게 오만 방자하게 굴어?’‘눈 씻고 봐도 예의를 찾을 수가 없는데, 강씨 집안 같은 재벌가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진미선은 그저 성연이 안타까울 뿐이었다.성연 때문에 그런 좋은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는 여전히 등 뒤에서 그녀를 욕하고 있었다.참다 못한 진미선이 입을 열었다.“어머니, 성연이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요.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세요.”시어머니는 진미선이 딸을 위해 대드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화가 났다.그녀는 더욱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얼굴만 믿고 남자를 유혹하는 계집애 같으니라고. 강씨 집안이 왜 그 아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모르겠어.”그녀가 하는 모든 말은 진미선의 가슴에 대못으로 박혔다.진미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러나 그녀 역시 시어머니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그녀는 시어머니가 자신을 무시하고 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시어머니는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녀에게 화풀이를 하곤 했다.이 일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서인지 진미선은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다.진미선은 멍하니 옆에 서 있었다.시어머니는 가만히 있는 진미선의 모습에 더욱 열이 올랐다.‘우리 아들 때문에 이런 호사를 누리면서, 감히 누구한테 불쌍한 척하는 거야
수학 올림피아드가 다가오고 있어 성연은 매일 밤 늦게까지 문제를 풀었다.무진은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서재로 들어갔다.돌아와 보니 성연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무진은 마음이 아팠다. 피곤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엎드려 잠들지 않았을 텐데.몸을 기울여 성연을 안아 들고 침대에 데려가 눕히려 했다.그녀의 팔을 감싸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연의 살결이 느껴졌다.그것도 잠시, 피부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뜨거웠다.그는 손을 들어 뜨거운 성연의 이마를 짚었다.무진은 걱정스러워 급하게 성연을 방으로 데려갔다.성연의 몸에서 열이 펄펄 끓었다.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준 무진은 황급히 방을 나왔다.거실에 있던 집사가 다급히 나오는 무진을 보며 물었다.“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성연이 열이 높아요. 얼른 의사한테 연락해서 빨리 오라고 하세요.”무진이 무거운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이 말을 들은 집사는 작은 사모님이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심각한 일이었다.그는 서둘러 말했다.“네, 도련님. 지금 당장 의사에게 전화하겠습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통화를 마친 집사가 무진에게 물었다.“도련님, 작은 사모님께서 열이 많이 납니까? 괜찮으신가요?”평소 무진을 살뜰히 챙기던 성연인 만큼 집사는 성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의사가 오기 전까지는 확실히 알 수 없어요.”무진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집사도 의사가 빨리 오기를 바라며 초조하게 기다렸다.30분이 지났을까, 의사가 엠파이어 하우스에 도착했다.집사가 성연의 방으로 의사를 안내했다.무진이 침대에 붙어서 살뜰히 성연을 돌보고 있었다.성연에게 다가가 상태를 먼저 살펴본 의사가 말했다.“작은 사모님 열이 심하군요. 체온을 먼저 재 봐야 할 것 같습니다.”그 말과 함께 의사는 무진에게 체온계를 건넸다.무진은 성연의 옷을 살짝 벌려 안으로 체온계를 밀어 넣었다.아무도 그녀의 속살을 볼 수 없도록 조심하면서.5분 후, 의사는 무진에게 체온계를 꺼내라고 요청했다.언뜻 봐도 열은 3
새벽이 되자 성연의 열이 많이 떨어졌다. 대신 땀으로 온몸이 끈적였다.성연이 눈을 떠 보니 벌써 아침이었다.머리는 여전히 어지러웠지만, 침대 옆에서 자고 있는 무진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보아하니 무진이 밤새도록 자신을 간호한 것 같았다.성연은 옆으로 돌아 무진의 팔을 두드렸다.“무진 씨, 무진 씨.”옅은 잠에 들었던 무진이 바로 일어났다.그는 자신 앞에 있는 성연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이마의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더 이상 열이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무진은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다음부터는 그렇게 늦게까지 공부하지 마.”“제 몸이 이렇게 약해졌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예전엔 소도 때려잡을 만큼 건강했는데, 그러고보니 아픈 지도 오랜만이네요.”성연이 한숨을 쉬었다.정말 평소에 너무 열심히 일한 것 같았다.“넌 만화 속 영웅이 아니야. 당연히 아플 때가 있지.”무진은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침대로 가서 주무세요. 무진 씨가 저보다 더 몸이 안 좋잖아요. 무진 씨까지 아프면 어떡해요?”성연은 밤새 찬 바람을 쐰 무진의 몸을 생각하며 미안함을 느꼈다.“괜찮아.”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 집사에게 성연이 먹을 죽을 달라고 부탁했다.이미 죽을 준비해서 성연이 먹기 편하게끔 식히고 있었다.죽이 성연이 가까이 있는 테이블 위에 놓였다.성연은 간단히 세수를 했지만, 그래도 몸이 끈적했다. 불편해서 목욕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아직도 미열이 남아있어 당분간은 몸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았다.그녀는 화장실로 가 옷을 갈아입고 죽을 먹었다.식사 후, 성연은 훨씬 몸이 가벼워졌다. 안색도 연분홍 빛으로 돌아왔다.몸이 괜찮아진 걸 느낀 성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책가방을 싸며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현관문으로 가는 성연을 본 무진이 말렸다.“송성연, 어디 가?”성연은 어깨에 책가방을 흔들며 말했다.“이러고 어디 가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