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연의 말에 수군대던 학생들이 입을 다물고 이쪽을 바라봤다.그녀의 사악한 마음은 식견을 넓혀줄 뿐, 그런 수작은 성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진심으로 그녀를 골탕먹이고 싶다면, 몇백 년은 더 수련하고 다시 붙어야 할 것이었다. 그런 유치한 방법으로는 전혀 성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반박했다.“너 내가 교실에 계속 있는 것을 봤어? 설마 너 다시 교실에 왔던 거야?”그러자 송아연은 안색이 변하며 목이 잠겨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수업 가기 전에 다들 봤잖아.”“그래?”성연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어떡하니?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보건실에서 자다가, 선생님이 수업 끝났다고 깨워줘서 지금 온 건데 내가 들어오는 거 다들 봤잖아.”그러면서 그녀는 갑자기 아연에게 다가갔다.“뭐 하는 거야?”송아연은 날카롭게 소리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성연은 아무 말 없이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송아연은 계속 뒷걸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성연은 걸음을 멈췄다.송아연은 그녀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몸을 빼며 뒤로 기울였다.성연은 몸을 굽혀 송아연을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시선이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난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송아연, 넌 나와 친하지 않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이상하게도 왜 사사건건 그렇게 관심이 많지? 온종일 나만 보고 있잖아. 그 임정용이라는 애, 네가 교실로 데려온 거지?”그녀는 원래 그 바보의 이름을 몰랐지만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송아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송성연, 함부로 남을 모함하지 마!”그녀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워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성연은 차가운 눈으로 송아연을 바라보았다.“내가 겨우 이 정도 말한 것 가지고 모함이라니? 너는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하는구나. 내가 전학 오자마자 내 몸에 더러운 물을 끼얹고는 내가 억울해 할 것은 왜 생각 못 해?”“너!
송성연은 속으로 대답했다.‘난 정말 3층에서 뛰어내렸어.’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서 해명을 해주는 것만 같아 그녀는 기뻤다. 이로써 같은 반 학생들이 모두 생각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그녀는 자리로 돌아와 책상에 엎드려 계속 잠을 잤다.조금 전 3층에서 뛰어내리느라 너무 힘을 많이 썼는지 배가 더 아픈 것 같았다.그녀는 배를 문지르며 어떻게든 다시 잠을 청해 보려고 노력했다.잠이 들면 고통도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드디어 하교 시간이 되었다.임정용의 일로 학교는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몇몇 말하기 좋아하는 학생들이 그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학교 측은 임정용 일가의 체면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덮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소문이 퍼져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학교 측은 할 수 없이 그의 부모를 모셔왔다.교장은 임정용의 부모 앞에 서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아버님, 어머님. 저는 임정용 학생을 위해 전학을 제안합니다. 우리 학교에 계속 다니게 되면, 임정용 학생의 학교생활이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소문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아무리 바보라 하더라도 그런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전학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정용의 아버지는 늘씬한 몸매에 정장 차림이었다. 어머니는 예쁜 얼굴에 정성 들인 화장을 하고 있었다.아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울었는지 눈시울이 붉어져 약간 초췌해 보였다.그들 부부는 각각 자신의 사업이 있어 지위가 꽤 높았다.하지만 부부의 하나뿐인 아들은 바보였다. 둘은 매일 일하느라 바빠서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해 그가 이렇게 되었다며 자책했다.임정용의 상태는 그들 일생의 고통일지도 몰랐다.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아들을 사랑했고, 그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그들은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에 대해 분노했다.임정용은 분명히 스스로 약을 먹
다음날 송성연은 등교해 수업을 들었다.이윤하는 강단에 서있었다. 그녀는 담임으로서 반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조용히 해. 모두 어제 교실에서 발생한 일을 잘 알고 있을 거야. 나는 개인 소지품을 검사해서라도 고의로 학우를 망신시킨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찾아야겠어.”그녀는 억지스러운 발언으로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개인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은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것과 같아요.][비밀이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이렇게 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아요.][대놓고 우리 물건을 뒤지는 것은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학생이지만 독립된 개체로서 인권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에요!]많은 학생이 내키지 않아 하며 불만의 소리가 커져갔다.그러나 자기 반에서 사건이 터진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윤하는 송성연의 약점을 잡고 싶었다.전에 사무실에서 체면을 구겼으니 이번에 반드시 복수해야 했다.그녀는 송성연과 그녀의 보호자의 태도 그리고, 교장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머리 숙여 사과한 굴욕적인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너무 화가 나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것 같았다.만약 송성연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아무리 힘 있는 보호자라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었다.게다가 어제 다른 학생들은 모두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나갔는데 송성연만 가지 않았었다.“이 일은 학교의 명성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 또 학생들의 도덕성과도 관련되어 있으니, 너희들이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검사해야 해."이윤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송아연이 제일 먼저 나서서 그녀의 말을 두둔했다.“선생님, 주범을 잡기 위해 모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예요. 먼저 서랍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건을 숨기기에 제일 좋은 곳이잖아요.”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웃으며 성연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송성연, 너도 참 운이 좋은 애야! 여러 번 내 계획을 무산시켰
성연의 말에 다른 학생들도 그녀가 옳다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이유 없이 억울함을 당하면 마음이 불편한 게 당연했다.하물며, 송성연은 전혀 이런 일을 할 사람 같지 않았다.이윤하는 학생들의 반응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송성연의 책상을 반드시 뒤지고야 말겠다고 이미 결심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너 설마 찔리는 거라도 있는 거야? 그래서 걱정이 돼서 그러니? 어제 우리 반에서 체육수업에 나가지 않은 사람은 너뿐이야. 그리고 너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다 검사할 거야. 누구도 피할 수는 없는 일이야.”이윤하의 마음속에 이미 계산이 선 것을 안 성연은 웃음이 나왔다.“만약 제가 거절한다면요? 근거도 없이 검사하는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에요. 만약, 선생님이 제가 의심스럽다면 먼저 증거를 보여주세요. 지금 저는 전혀 협조할 필요가 없어요.”“그래도 검사하고 싶다면, 만약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경우에 학생들 앞에서 저에게 사과하세요. 지금 저는 매우 불쾌하거든요.”이윤하는 순간 화가 났다. ‘입만 열면 사과하라고 하잖아? 자기 집안이 배경 좀 있다고 해서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보지?’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스러운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냈다.“송성연, 너 뭐 숨기는 거 있지? 정말 네가 한 짓은 아니겠지?”이윤하는 성연을 밀치고 책가방을 열어 그녀의 물건을 검사하려고 했다.성연도 더 이상 막지 않고 벽에 기대섰다.“그래요, 검사하세요. 마음대로 검사하세요! 이왕 검사하는 거 아주 샅샅이 검사해야 해요. 작은 틈이라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이윤하는 성연의 책가방과 책상을 뒤졌다.심지어 작은 틈새도 놓치지 않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그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마침내, 검사가 끝나자 성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윤하를 노려보았다.“어때요? 선생님, 사과하실 거죠?”성연은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을 보며 비꼬았다.“어제 일어난 일을 오늘에서야 검사하다니, 범인도 아마 속으
이윤하가 고의로 자신을 겨냥한 것을 안 송성연은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그래서 더는 망설이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이윤하도 막무가내로 나오는 판에 자신 역시 체면 따위 지켜줄 필요가 없었다.성연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는 없었다. 이윤하는 매번 그녀 앞에 걸림돌을 만들었고, 이제 성연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지난번에는 강무진이 나서서 일이 잘 해결됐었는데, 얼마 안 돼 이윤하가 또 사건을 벌일 줄은 몰랐다. 성연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만약 이윤하가 전에 그런 적이 없었다면 봐줄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송성연, 그만해!”이윤하는 성연이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다.그녀는 개인적으로 송성연의 물건을 검사해 그녀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송성연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만약 정말 경찰이 온다면, 이 일은 온 학교가 다 알게 될 것이 뻔했다. 이윤하가 손을 들어 성연을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전화는 연결됐고, 그녀는 재빨리 경찰에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북성남고에 울려 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왔고 학교는 또 한 번 들썩였다.송아연은 창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될 줄은 전혀 몰랐다.‘만약, 경찰이 더 깊이 조사하면 나는…….’송아연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경찰 사람들과 학교 측 사람들이 모두 교실에 모였다.송성연이 입을 열었다.“경찰 아저씨, 바로 이 선생님이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범인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저를 찾아와 제 물건을 뒤졌어요. 그리고 제가 범인이라도 확신했어요. 경찰 아저씨가 해결해 주시길 부탁드려요.”성연은 말하는 중에 연신 눈시울이 붉어지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윤하, 송아연, 너희들만 연기할 수 있는 줄 알았지? 나도 연기 잘해!’성연은 고작 이런 일로 기죽지 않았다.교장은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그는 이미 이윤하에게
경찰들이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빠짐없이 모두 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혐의가 보이는 학생은 없었다.그러자 경찰에서는 유일하게 체육 수업에 빠진 송성연이 진짜 보건실에 갔었는지를 의심했다.교장이 바로 보건실에 연락해서 보건교사를 오라고 불렀다.흰 가운 차림의 보건교사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섬세해서 여자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키가 커서 여자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교사였다.보건교사에게 다가간 경찰이 질문했다.“송성연 학생이 어제 오후 마지막 체육시간에 보건실에 갔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성연이 쪽을 한 번 쳐다본 보건교사가 얼굴을 확인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송성연 학생이 배가 아프다고 보건실에 와서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 약 먹은 뒤에 보건실에서 좀 누워 쉬게 했습니다.”보건교사의 진술로 성연에 대한 모든 의심이 한순간에 풀려 버렸다.이로서 성연은 교실 사건의 용의자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보건실에 간 게 사실이라는 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송성연 학생이 아니라니, 잘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경찰은 보건교사의 손을 잡으며 악수했다.“아닙니다.” 가벼운 미소를 지은 보건교사는 자신의 역할이 끝나자 한 옆으로 비켜섰다.임정용에게 약을 먹인 사람이 성연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남으로서, 오늘의 탐문 조사는 대략 끝이 난 셈이다.교실에서 다른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우선은 학교에서 철수한 뒤, 다른 방면에서 단서를 찾아보기로 결론을 내렸다.하지만, 성연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성연이 이윤하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제 가방을 뒤졌으니, 이제 다른 애들 가방도 뒤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안 그러면 선생님이 너무 편파적이라는 게 표나잖아요.”또 다시 성연이 자신을 걸고 넘어지자, 이윤하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난감한 기운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이윤하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수습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이제 됐어.
저것이 무엇인지 다른 학생들은 모두 몰랐지만, 송아연은 알아차렸다.‘이건 그냥 약일까? 아니면 그 약일까?’‘아까 분명히 전부 다 깨끗이 치웠는데, 어째서 내 서랍 속에서 나오는 거지?’경찰을 쳐다보던 아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며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학생, 설명 좀 해 주겠어요?” 아연을 놀라게 할까 걱정한 경찰이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의심할 순 없었다.경찰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아연이 입만 뻐끔거리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모르겠어요. 이게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누가 떨어뜨린 것 같아요.”억울한 척하는 아연이 정말 가소로웠다.‘겉으로 순진해 보이는 여자애의 속이 이처럼 더럽고 시커멀 줄 누군들 생각이나 했을까?’성연이 차가운 눈빛으로 아연을 응시하며 말했다.“조금 전까지 선생님한테 계속 나를 검사하라고 말씀드렸잖아. 설마 악의를 품고 그랬던 건 아니겠지? 무슨 마음으로 그런 거야?”아연은 내심 놀라기도 했지만 분노를 느꼈다. 성연을 노렸던 계략이 실패한 것도 모자라 도리어 자신이 완전히 당한 것을 생각하자, 마음이 심란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연한 척 애써 가장하며 대꾸했다.“엄한 사람 잡지 마.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어. 단지 네가 시골에서 왔다는 걸 생각했을 뿐이야. 시골 사람들은 늘 행동에 문제가 있으니, 너를 의심하는 게 정상 아냐?”“송아연 학생, 도대체 시골 사람에 대해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된 근거가 뭐지? 먹고, 입는 것, 그리고 시장의 채소까지 어느 것 하나 시골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응석받이로 자란 아가씨가 시골 사람보다 못하군. 무슨 자격으로 시골을 비하하는 거지?”성연 역시 화가 났다.시골 마을은 모두 순박하고 인심이 좋았다. 시골에서 지내며 행복했던 성연은 자신에게 남아 있는 순수 지대를 짓밟게 놔 둘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경찰들 모두 지방 농촌 지역 출신들이었다. 시골을 비하하는 아연의 말을 듣고서 모두
“경찰 아저씨, 전 정말 몰라요. 이것들이 어떻게 내 서랍에 있는지요.”아연이 목이 메이는 듯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물이 두 뺨을 따라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또 가련한 모습으로 동정심을 유발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수작이다.연약하면서 청순한 분위기의 송아연이 흘리는 눈물방울은 사람들의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과연 곧 바로 아연을 편드는 소리가 들렸다.입을 여는 아이들은 모두 평소 아연을 쫓아다니던 남학생들이었다.[아연이가 얼마나 착한데, 이런 일을 어떻게 한 단 말이에요?][맞아, 지난번에 보니까 달팽이 한 마리도 못 밟고 지나가더라. 게다가 다른 사람이 밟을까 딴 곳에 옮겨 주기도 하고 말이야.][아연이가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잖아. 아마 바보가 하는 짓이 눈에 거슬린 누군가 대신 응징하려 한 게 아닐까?]남학생들의 말을 듣고 있던 여학생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표정이었다.평소 보여주기 위해 연출한 송아연의 모습을 남자 아이들은 진짜로 믿었다.가증스러울 정도로 꾸며낸 청순 가련한 얼굴이 좀 예쁘게 생긴 것 외에는 달리 내세울 것도 없는데 말이다.분위기에 편승한 송아연의 또 다른 추종자는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아연을 보았다. 모두가 송아연을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하지만 송아연은 분명 착하고, 실력도 뛰어난 여자아이야.’즉시 뛰쳐나오며 소리쳤다.“너희들 쓸데없는 소리 마. 아연이 어제 그 바보에게 음료수를 주는 걸 봤어. 얼마나 친절하게 대했는데.”그러자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의 안색이 확 변했다.보건교사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제 기억이 맞다면, 지금도 병상에 누워 있을 임정용 학생은 병원의 검사 결과, 약을 탄 주스를 마셨다고 하던데. 정말 너였나 보구나.”아연은 속으로 대충 넘어가길 바랬다. 그런데 저 덜 떨어진 녀석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짜증이 치밀어 사납게 치 떤 눈으로 망할 녀석을 노려보았다.입 방정을 떤 녀석 역시 충격을 받은 듯했으나, 곧 아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