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송성연은 등교해 수업을 들었다.이윤하는 강단에 서있었다. 그녀는 담임으로서 반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조용히 해. 모두 어제 교실에서 발생한 일을 잘 알고 있을 거야. 나는 개인 소지품을 검사해서라도 고의로 학우를 망신시킨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찾아야겠어.”그녀는 억지스러운 발언으로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개인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은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것과 같아요.][비밀이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이렇게 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아요.][대놓고 우리 물건을 뒤지는 것은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학생이지만 독립된 개체로서 인권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에요!]많은 학생이 내키지 않아 하며 불만의 소리가 커져갔다.그러나 자기 반에서 사건이 터진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윤하는 송성연의 약점을 잡고 싶었다.전에 사무실에서 체면을 구겼으니 이번에 반드시 복수해야 했다.그녀는 송성연과 그녀의 보호자의 태도 그리고, 교장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머리 숙여 사과한 굴욕적인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너무 화가 나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것 같았다.만약 송성연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아무리 힘 있는 보호자라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었다.게다가 어제 다른 학생들은 모두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나갔는데 송성연만 가지 않았었다.“이 일은 학교의 명성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 또 학생들의 도덕성과도 관련되어 있으니, 너희들이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검사해야 해."이윤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송아연이 제일 먼저 나서서 그녀의 말을 두둔했다.“선생님, 주범을 잡기 위해 모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예요. 먼저 서랍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건을 숨기기에 제일 좋은 곳이잖아요.”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웃으며 성연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송성연, 너도 참 운이 좋은 애야! 여러 번 내 계획을 무산시켰
성연의 말에 다른 학생들도 그녀가 옳다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이유 없이 억울함을 당하면 마음이 불편한 게 당연했다.하물며, 송성연은 전혀 이런 일을 할 사람 같지 않았다.이윤하는 학생들의 반응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송성연의 책상을 반드시 뒤지고야 말겠다고 이미 결심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너 설마 찔리는 거라도 있는 거야? 그래서 걱정이 돼서 그러니? 어제 우리 반에서 체육수업에 나가지 않은 사람은 너뿐이야. 그리고 너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다 검사할 거야. 누구도 피할 수는 없는 일이야.”이윤하의 마음속에 이미 계산이 선 것을 안 성연은 웃음이 나왔다.“만약 제가 거절한다면요? 근거도 없이 검사하는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에요. 만약, 선생님이 제가 의심스럽다면 먼저 증거를 보여주세요. 지금 저는 전혀 협조할 필요가 없어요.”“그래도 검사하고 싶다면, 만약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경우에 학생들 앞에서 저에게 사과하세요. 지금 저는 매우 불쾌하거든요.”이윤하는 순간 화가 났다. ‘입만 열면 사과하라고 하잖아? 자기 집안이 배경 좀 있다고 해서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보지?’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스러운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냈다.“송성연, 너 뭐 숨기는 거 있지? 정말 네가 한 짓은 아니겠지?”이윤하는 성연을 밀치고 책가방을 열어 그녀의 물건을 검사하려고 했다.성연도 더 이상 막지 않고 벽에 기대섰다.“그래요, 검사하세요. 마음대로 검사하세요! 이왕 검사하는 거 아주 샅샅이 검사해야 해요. 작은 틈이라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이윤하는 성연의 책가방과 책상을 뒤졌다.심지어 작은 틈새도 놓치지 않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그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마침내, 검사가 끝나자 성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윤하를 노려보았다.“어때요? 선생님, 사과하실 거죠?”성연은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을 보며 비꼬았다.“어제 일어난 일을 오늘에서야 검사하다니, 범인도 아마 속으
이윤하가 고의로 자신을 겨냥한 것을 안 송성연은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그래서 더는 망설이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이윤하도 막무가내로 나오는 판에 자신 역시 체면 따위 지켜줄 필요가 없었다.성연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는 없었다. 이윤하는 매번 그녀 앞에 걸림돌을 만들었고, 이제 성연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지난번에는 강무진이 나서서 일이 잘 해결됐었는데, 얼마 안 돼 이윤하가 또 사건을 벌일 줄은 몰랐다. 성연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만약 이윤하가 전에 그런 적이 없었다면 봐줄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송성연, 그만해!”이윤하는 성연이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다.그녀는 개인적으로 송성연의 물건을 검사해 그녀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송성연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만약 정말 경찰이 온다면, 이 일은 온 학교가 다 알게 될 것이 뻔했다. 이윤하가 손을 들어 성연을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전화는 연결됐고, 그녀는 재빨리 경찰에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북성남고에 울려 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왔고 학교는 또 한 번 들썩였다.송아연은 창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될 줄은 전혀 몰랐다.‘만약, 경찰이 더 깊이 조사하면 나는…….’송아연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경찰 사람들과 학교 측 사람들이 모두 교실에 모였다.송성연이 입을 열었다.“경찰 아저씨, 바로 이 선생님이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범인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저를 찾아와 제 물건을 뒤졌어요. 그리고 제가 범인이라도 확신했어요. 경찰 아저씨가 해결해 주시길 부탁드려요.”성연은 말하는 중에 연신 눈시울이 붉어지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윤하, 송아연, 너희들만 연기할 수 있는 줄 알았지? 나도 연기 잘해!’성연은 고작 이런 일로 기죽지 않았다.교장은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그는 이미 이윤하에게
경찰들이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빠짐없이 모두 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혐의가 보이는 학생은 없었다.그러자 경찰에서는 유일하게 체육 수업에 빠진 송성연이 진짜 보건실에 갔었는지를 의심했다.교장이 바로 보건실에 연락해서 보건교사를 오라고 불렀다.흰 가운 차림의 보건교사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섬세해서 여자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키가 커서 여자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교사였다.보건교사에게 다가간 경찰이 질문했다.“송성연 학생이 어제 오후 마지막 체육시간에 보건실에 갔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성연이 쪽을 한 번 쳐다본 보건교사가 얼굴을 확인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송성연 학생이 배가 아프다고 보건실에 와서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 약 먹은 뒤에 보건실에서 좀 누워 쉬게 했습니다.”보건교사의 진술로 성연에 대한 모든 의심이 한순간에 풀려 버렸다.이로서 성연은 교실 사건의 용의자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보건실에 간 게 사실이라는 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송성연 학생이 아니라니, 잘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경찰은 보건교사의 손을 잡으며 악수했다.“아닙니다.” 가벼운 미소를 지은 보건교사는 자신의 역할이 끝나자 한 옆으로 비켜섰다.임정용에게 약을 먹인 사람이 성연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남으로서, 오늘의 탐문 조사는 대략 끝이 난 셈이다.교실에서 다른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우선은 학교에서 철수한 뒤, 다른 방면에서 단서를 찾아보기로 결론을 내렸다.하지만, 성연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성연이 이윤하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제 가방을 뒤졌으니, 이제 다른 애들 가방도 뒤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안 그러면 선생님이 너무 편파적이라는 게 표나잖아요.”또 다시 성연이 자신을 걸고 넘어지자, 이윤하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난감한 기운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이윤하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수습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이제 됐어.
저것이 무엇인지 다른 학생들은 모두 몰랐지만, 송아연은 알아차렸다.‘이건 그냥 약일까? 아니면 그 약일까?’‘아까 분명히 전부 다 깨끗이 치웠는데, 어째서 내 서랍 속에서 나오는 거지?’경찰을 쳐다보던 아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며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학생, 설명 좀 해 주겠어요?” 아연을 놀라게 할까 걱정한 경찰이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의심할 순 없었다.경찰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아연이 입만 뻐끔거리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모르겠어요. 이게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누가 떨어뜨린 것 같아요.”억울한 척하는 아연이 정말 가소로웠다.‘겉으로 순진해 보이는 여자애의 속이 이처럼 더럽고 시커멀 줄 누군들 생각이나 했을까?’성연이 차가운 눈빛으로 아연을 응시하며 말했다.“조금 전까지 선생님한테 계속 나를 검사하라고 말씀드렸잖아. 설마 악의를 품고 그랬던 건 아니겠지? 무슨 마음으로 그런 거야?”아연은 내심 놀라기도 했지만 분노를 느꼈다. 성연을 노렸던 계략이 실패한 것도 모자라 도리어 자신이 완전히 당한 것을 생각하자, 마음이 심란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연한 척 애써 가장하며 대꾸했다.“엄한 사람 잡지 마.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어. 단지 네가 시골에서 왔다는 걸 생각했을 뿐이야. 시골 사람들은 늘 행동에 문제가 있으니, 너를 의심하는 게 정상 아냐?”“송아연 학생, 도대체 시골 사람에 대해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된 근거가 뭐지? 먹고, 입는 것, 그리고 시장의 채소까지 어느 것 하나 시골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응석받이로 자란 아가씨가 시골 사람보다 못하군. 무슨 자격으로 시골을 비하하는 거지?”성연 역시 화가 났다.시골 마을은 모두 순박하고 인심이 좋았다. 시골에서 지내며 행복했던 성연은 자신에게 남아 있는 순수 지대를 짓밟게 놔 둘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경찰들 모두 지방 농촌 지역 출신들이었다. 시골을 비하하는 아연의 말을 듣고서 모두
“경찰 아저씨, 전 정말 몰라요. 이것들이 어떻게 내 서랍에 있는지요.”아연이 목이 메이는 듯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물이 두 뺨을 따라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또 가련한 모습으로 동정심을 유발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수작이다.연약하면서 청순한 분위기의 송아연이 흘리는 눈물방울은 사람들의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과연 곧 바로 아연을 편드는 소리가 들렸다.입을 여는 아이들은 모두 평소 아연을 쫓아다니던 남학생들이었다.[아연이가 얼마나 착한데, 이런 일을 어떻게 한 단 말이에요?][맞아, 지난번에 보니까 달팽이 한 마리도 못 밟고 지나가더라. 게다가 다른 사람이 밟을까 딴 곳에 옮겨 주기도 하고 말이야.][아연이가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잖아. 아마 바보가 하는 짓이 눈에 거슬린 누군가 대신 응징하려 한 게 아닐까?]남학생들의 말을 듣고 있던 여학생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표정이었다.평소 보여주기 위해 연출한 송아연의 모습을 남자 아이들은 진짜로 믿었다.가증스러울 정도로 꾸며낸 청순 가련한 얼굴이 좀 예쁘게 생긴 것 외에는 달리 내세울 것도 없는데 말이다.분위기에 편승한 송아연의 또 다른 추종자는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아연을 보았다. 모두가 송아연을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하지만 송아연은 분명 착하고, 실력도 뛰어난 여자아이야.’즉시 뛰쳐나오며 소리쳤다.“너희들 쓸데없는 소리 마. 아연이 어제 그 바보에게 음료수를 주는 걸 봤어. 얼마나 친절하게 대했는데.”그러자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의 안색이 확 변했다.보건교사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제 기억이 맞다면, 지금도 병상에 누워 있을 임정용 학생은 병원의 검사 결과, 약을 탄 주스를 마셨다고 하던데. 정말 너였나 보구나.”아연은 속으로 대충 넘어가길 바랬다. 그런데 저 덜 떨어진 녀석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짜증이 치밀어 사납게 치 떤 눈으로 망할 녀석을 노려보았다.입 방정을 떤 녀석 역시 충격을 받은 듯했으나, 곧 아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
경찰에서 나온 사람들이 돌아간 후, 학교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요 며칠 학교에서 발생한 골치 아픈 일들로 머리가 다 하얗게 셀 정도로 걱정인 교장이 손을 휘이 내저으며 당부했다.“학습 진도에 차질 없도록 수업 계속 진행하세요. 경찰이 공정하게 잘 처리할 겁니다. 여러분들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바로 앞에 서 있는 이윤하를 성연이 쓰윽, 흘겨보며 말했다.“이윤하 선생님, 아직 저에게 사과 안 하신 게 하나 있지 않나요?”이윤하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성연이 이 일을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다.아무 말 않고 서 있는 이윤하를 보며 성연이 가차없이 다그쳤다.“선생님, 조금 전에 많은 학우들 앞에서 나에게 약속하셨잖아요. 설마 본인이 한 말도 책임 안 지시는 건 아니지요?”사실 조금 전, 이윤하가 그처럼 지나치게만 안 했어도, 성연은 그녀를 붙잡고 늘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얼굴이 새파래진 교장이 이윤하를 노려보며 질책했다.“이 선생은 어째서 늘 송성연 학우와 문제를 일으킵니까?”‘며칠 전에 사무실에서 한 경고를 한 귀로 듣고 흘렸단 말이야?’죽는 한이 있어도 이윤하가 자신을 끌어들이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별일 아닙니다. 교장 선생님.” 성연의 시선을 차마 마주하지 못한 이윤하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성연을 더 원망할 뿐이다.성연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반응했다.“별일 없다구요? 반에 그렇게 많은 학우들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어째서 저만 지목하셨어요? 딱 잘라서 제가 한 것이라고 단정하셨잖아요?”눈에 굴욕감과 불쾌감이 떠오른 이윤하가 손가락을 꽉 그러모아 쥐었다.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송성연에게 사과하라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과 진배없었다.‘진짜 사과를 한다면 앞으로 누가 내 말을 듣겠어?’성연은 이윤하의 생각을 간파했다.‘여태 뭐 하다 이제서야 체면에 신경 쓰고 그래?’“선생님,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잖아요, 제가 강요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되시면서 ‘약속 지키는 법’도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두 눈이 허옇게 뒤집어질 정도로 화가 난 임수정은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송종철의 안색은 더 엉망으로 구겨졌다. 아연이 다른 사람을 건드린 건 분명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또 임씨 집안을 건드리다니.임씨 집안은 근본적으로 자신들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상대였다.송종철은 곧바로 아연을 만나 어떤 상황인지 물어볼 수 있도록 경찰에게 요구했다.현재 유치장 구류 중인 아연은 면회가 허용되는 상태였기에, 경찰에서는 그들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해줬다.헝클어진 머리에 울어서 빨갛게 부어 오른 눈, 눈물 자국으로 얼룩덜룩한 아연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세심하게 단장했던 평소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다른 사람에게는 인색하고 이기적인 임수정이지만 자신의 딸 송아연만큼은 누구보다 아꼈다.어려서부터 손에 올려 놓고 금이야 옥이야 하며 키운 딸이건만, 어떻게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임수정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아연아, 아이고, 불쌍한 내 딸.”송아연도 울었다.“아빠, 엄마, 살려주세요. 도와줘요. 나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무서워요.”유치장은 두 모녀의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임씨 집안과의 문제로 마음이 복잡하던 송종철은 두 모녀의 울음소리에 더욱 골치가 아팠다.성난 목소리로 다그쳤다.“울면, 지금 운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 지금은 문제를 해결해야 해. 아연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말을 해 봐!”그의 처 임수정과 딸 아연은 그저 모든 걸 누리기만 하고 살아왔다.그에 반해 송종철은 집안의 가장이었다. 큰일이 터졌을 때. 역시 집에서 권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두 모녀는 즉시 울음을 멈추었다. 임수정이 아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달랬다.“아연아, 걱정 말고 찬찬히 말해 봐. 아빠, 엄마가 죽을 힘을 다해 도와줄 테니까!”“송성연 때문이에요. 걔가 고의로 약을 내 서랍에 집어넣었어요. 당시 송성연만 교실에 남아 있었단 말이에요. 성연이가 임정용에게 준 약이 틀림없어요.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송성연 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