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처리하기 쉽다고 할 수 있지만 성연을 매우 괴롭혔다.거의 매일 누군가가 찾아와서 이 사람들을 대처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그리고 성연도 싫어하는 일이었다.만약 그녀가 가지 않는다면, 어떤 연예기획사들은 여전히 문 앞에서 줄곧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학교가 끝나고 나오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을 때까지성연도 어쩔 수 없었다.예전에 그녀는 왜 북성의 연예기획사 회사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을까?어렵기는 어렵다. 성연은 이전에 연예계에 대한 접촉도 많지 않아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몰랐다.갑자기 그녀의 눈앞이 환해졌다.그녀는 모르지만 주변에 연예계에서 몇 년 동안 살아온 스크린의 황제가 있지 않은가?성연이 자기 머리를 두드리며 자신이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수업이 끝난 후 그녀는 소지한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말했다.소지한은 또 충격을 받은 척하며 ‘와우’소리를 질렀다.[성연아, 너 아직 데뷔도 안 했어. 그런데 나보다 더 핫한 것 같아.]“그런 비아냥거리는 말은 하지 마. 만약 그 낡은 광고를 찍지 않았다면, 나한테 그렇게 많은 번거로운 일들이 어떻게 생겼겠어?” 성연은 전혀 사양하지 않고 맞은편의 소지한에게 눈을 부라렸다.[됐어, 됐어, 내 잘못이야.] 소지한은 얼버무리지 않고 사과했다.“잘못을 알았으면, 빨리 해결책을 말해주지 그래.” 성연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생각해 볼게.] 소지한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소지한은 입을 열었다.[이렇게 하자. 유*브를 개통한 다음 실명을 말해. 공부하고 싶다고 한 다음에, 언론 매체에 와서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그는 성연이 이런 허튼소리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그러나 그도 성연이 매일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연예계에는 여전히 비정상적인 사람이 많다.나쁜 마음을 품는 것은 피할 수 없다.“이게 먹힐까요?” 성연이 물었다.[쓸모가 있다. 연예계는 여론과 풍향을 이용하는 거잖아.
인터넷상의 일을 안금여와 강운경이 모두 알고 있었다.성연의 행동은 오히려 강운경을 만족시켰다.강씨 집안의 작은 사모님이 나가서 얼굴을 팔 필요가 없는 거니까.특히 연예계 같은 어지러운 세계는 더하고.진정한 명문, 가장 늙어도 죽지 않는 사람은 연예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이런 사람들은 깨끗하지 못하고, 온종일 웃음을 팔아 돈을 벌며 사람들에게 무시나 당하는 광대 같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강운경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사상이 약간 봉건적이라고나 할까.그러나 대부분의 명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다행히 성연은 거절했다. 설사 성연이 정말 가고 싶다고 해도 그녀는 반드시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저녁을 먹었을 때, 성연은 안금여와 강운경과 함께 앉아 있었다.무진도 옆에 있었다.절반쯤 먹었을 때 강운경이 물었다.“성연아, 너는 대학에 계획이 있니? 무엇을 배우고 싶니?”성연은 젓가락을 들던 동작을 멈췄다.“아직 생각 못했어요.”어차피 지금은 대학 입시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성연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눈에는 모든 전공이 똑같았다.강운경이 입을 열었다.“아직 생각 못했으면, 경영관리 방면을 좀 배워도 괜찮아. 무진이를 도울 수도 있고, 무진이가 그렇게 힘들지 않을 수 있어. 너희 둘은 조만간 결혼하니까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야지.”그녀의 생각은 아주 단순했다.여러 사람이 일을 분담한다면 틀림없이 무진의 몸이 한결 홀가분해질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으니, 이 일은 당연히 그의 약혼녀인 성연에게 떨어질 것이다.성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안금여가 입을 열어 말을 끊었다.“성연아, 네 고모의 허튼소리를 듣지 마. 네가 배우고 싶은 대로 배워라. 강씨 집안을 걱정할 필요 없어.”말하면서 무진을 노려보기도 했다.지금까지 안금여는 이미 성연을 자기 가족으로 여겼다.그녀는 이대로 성연을 묶고 싶지 않았다. 성연도 묶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할머
성연이 고집부리지 않을 줄은 몰랐다. 이점이 오히려 무진을 좀 의아하게 했다.‘경제관리학, 그럼 다 볼 수 없는 서류가 있을 거야.’‘사람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배워야 해.’‘딱 봐도 성연이가 싫어하는 스타일이야.’특히 강운경은 성연에게 자신을 도우라고 했다.‘그녀가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어?’무진은 자신이 성연을 잘 알지 못하는 점이 있음을 발견했다.그러나 성연의 대답은 안금여를 매우 만족시켰다.성연을 강요하고 싶지 않은 것과 성연 스스로 동의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안금여는 성연이 정말 철이 들었다고 느꼈다.마음속으로 성연이 더욱 좋아졌다.안금여는 끊임없이 성연에게 요리를 집어주었다.“성연아, 너는 좀 많이 먹어야 해. 네가 마른 걸 봐.”자신의 그릇에 작은 산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성연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할머니, 됐어요. 됐어요. 조금만 더 하면 다 못 먹어요.”“이게 얼마나 된다고? 많이 먹어.” 안금여는 이상하게 계속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성연은 정말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없다.결국 방금 적잖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밥 먹는 속도가 빠르다. 다만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느라 주의하지 않았을 뿐.도저히 먹을 수 없어서 성연은 구조를 요청하는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은 아무런 기색도 없이 성연의 그릇에서 반찬을 반으로 나누어 온 다음 자신이 천천히 그 음식들을 깨끗이 먹었다.동시에 입을 열어 도와주었다.“할머니, 성연이 좋아하는 것은 자기가 직접 집을 줄 알아요. 할머니만 드세요.”“좋아.” 안금여는 유쾌하게 젓가락을 거두었다.그 두 사람의 작은 동작을 강운경은 옆에서 정말 똑똑히 보았다.‘무진이가 전에는 결벽증도 있었는데, 언제 다른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어?’그의 그런 결점이 성연이 앞에서는 전혀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친고모이지만 무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이거 벌써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니야?’강운경은 흥, 가볍게 코웃음을
토론대회의 일은 한창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었다.요 며칠, 선생님의 질문 빈도와 학생들이 대답한 질문, 그리고 토론의 깊이를 살폈다.답변에 참가한 모든 학우들 가운데서 성연의 능력이 가장 뛰어났다.그녀는 각 선생님들의 투표로 ‘주변론자’로 뽑혔다.선생님들은 모두 성연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계신다.이윤하는 성연의 능력을 본 후 점차 성연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았다.성연에게도 좀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성연의 담임 선생님으로서, 만약 성연이 성공한다면 그녀도 따라서 덕을 보게 될 것이고, 상금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이윤하는 심지어 성연을 지도하는 말을 할 수도 있었다.이윤하는 사람됨이 비록 좀 정이 없긴 하지만, 가르치는 역량은 매우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그녀는 북성남고 토론대회의 예전 지도교사로서 많은 자료들을 비축하였고 또 적수의 약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모두 일일이 성연에게 가르쳐주었다.그녀가 이번 변론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이날, 수업하기 몇 분 전에, 이윤하는 성연을 교무실로 불렀다.이윤하가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이번 토론대회에서 대략 다뤄질 내용인데, 어떤 것은 중요하고 어떤 것은 중요하지 않아. 시간이 있으면 좀 더 뒤져 봐. 그때 가서 주제를 이해 못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그녀의 말투는 매우 평온했다. 심지어 약간의 칭찬도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학생을 대할 때 비로소 하는 것이다.사실 이윤하와 성연은 그들 두 사람이 그렇게 조화롭게 지낼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첨예하게 대립하지도, 냉소로 비웃지도 않고, 평범한 사제처럼 함께 지낸다.성연이 자료를 받았다.“네, 선생님 감사합니다.”요 며칠 지내면서, 성연도 사실 이윤하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앞서 자신에게도 잘못된 이 있었다.이윤하는 책임을 지는 선생님이다. 아마도 자신의 학습태도가 그다지 단정하지 않아서, 이윤하를 이렇게 혐오하게 만들었을 것이다.‘지금은 괜찮지 않아요?’이윤하는
성연은 원래 놀고 오자는 마음으로 토론대회에 참가했을 뿐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원래 참가할 생각도 없었고.그러나 성연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고, 그녀도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이윤하가 그녀에 대해 선입견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러니 뭐라 하든 그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바로 학생으로서의 체험이라고 생각하자.’하교할 때 성연은 또 이윤하가 오전에 준 자료를 가지고 돌아갔다.오늘 밤은 게임을 하지 않고 이 자료들을 볼 계획이었다.교문에 도착했는데 진미선이 보였다.성연이 눈썹을 찌푸리고 직접 진미선을 지나쳐 앞으로 가려고 했다.진미선이 그녀를 불렀다. “성연아.”성연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진 여사님, 무슨 일이세요?”이 소리를 듣고 진 여사는 심장이 약간 따갑다고 느꼈다.그녀는 마음속의 슬픔을 억누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성연아, 너를 보러 오고 싶었어.”성연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고 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진미선이 진심으로 그녀를 보러 왔다면 태양이 서쪽에서 떴을 것이다.그녀의 표정이 차갑다.“할 말이 있으면 솔직히 말해요, 여기서 나와 빙빙 돌지 않아도 돼요.”진미선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냥…… 보고 싶어서, 널 보러 오고 싶었어.”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성연도 물어볼 것이 없다.고개를 돌려 막 가려고 하다가, 성연은 진미선의 팔에 멍이 든 것을 눈치챘다.여름이라 옷이 얇고 가볍다.진미선이 긴 소매를 입고 일부러 흔적을 가리려 해도, 성연은 시력이 좋았다.진미선의 이마에도 약간의 멍자국이 있다.푸르스름한 것이 좀 무서워 보일 정도다.얼굴도 많이 초췌해져서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예전처럼 그런 고아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지금 이런 모습의 진미선은 엉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성연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진미선은 확실히 잘 지내지 못한다.그녀의 몸에는 지금 상처투성이다.지난번에 제왕그룹과 합작해서 많
엄마 진미선이 지금 남편의 집에서 잘 지내지 못하고 있음을 성연도 알아차렸다.원래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성연이다.하지만 불현듯 임종 직전 남기신 외할머니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외할머니는 누구도 미워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그러지 않으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한 차례 입술을 앙 다문 성연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몸의 상처는 어떻게 된 거예요?”성연의 말을 들은 진미선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꽁꽁 가린다고 가렸는데도 성연이 알아차린 것이다.곧장 정신을 차린 진미선은 황급히 상처 부위를 다시 가렸다.그리고 성연의 시선을 슬며시 피하며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성연은 말도 안되는 진미선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직접 묻는다고 진미선이 사실대로 인정할 리는 없을 터.항상 남들 눈을 의식하는 그녀는 자신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성연은 진미선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그러자 육안으로 보이는 상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팔에 있는 더 큰 멍자국이 보였다.이미 시퍼렇게 부어오른 피멍 자국이 팔 전체에 퍼져 있는 형상이 무서워 보일 정도다.진미선의 상처가 생각보다 심한 걸 보는 순간, 뜻밖에도 성연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화가 난 성연이 추궁하듯 물었다. “그 남자가 때린 거예요?”예전에는 아버지 송종철이야 말로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진미선에게 이처럼 폭력을 쓰지는 않았다.그러나 진미선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을 했다. 그런데 손찌검을 당했다?당연히 다른 사람일 리가 없지 않는가.재혼한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성연이 이미 눈으로 확인했지만, 진미선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그저 고개를 숙인 채 변명했다. “아니야.”왕대관은 자신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단지 냉랭한 태도로 자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을 뿐.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왕대관이 아니라면 왕씨 집안의 그 노친네겠군.’왕대관의 모친이 자신을
성연의 예리한 시선이 맞닿아오자 진미선은 버티기가 힘들었다.성연이 자신의 마음을 속속들이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결국 난감해진 진미선은 더듬거리며 자신의 이번 방문 목적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회사에서 영향력 있는 제품 광고모델이 필요해. 그런데 요즘 회사 형편이 좋지 않아서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야. 성연아, 네가 좀 엄마를 위해 방법을 찾아 줄 수 없을까?”이번 신제품을 위해 왕대관은 꽤 많은 투자를 했다.그러나 광고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진미선과 왕대관은 난관에 부딪쳤다.유명 모델이 아니고서는 제품에 대한 반응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없을 터였다.하지만 최근 연예계에서 잘나가는 유명인들은 최소 몇 십억을 제시해야 섭외할 수 있었다.지금 그들의 능력으로는 그 많은 돈을 구할 재간이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성연을 통해 방법을 찾으려는 생각이다.진미선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성연은 단번에 알아들었다.진미선의 목적은 소지한이었다.성연이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학생인 내가 무슨 모델을 알겠어요? 이번에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네요.”잠시 입을 벌린 채 벙긋거리던 진미선이 속셈을 드러냈다.“성연아, 너와 소지한…….”마침내 본심을 드러내는 진미선을 바라보며 성연이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소지한을 몰라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뭐라고 소지한을 알고 있겠어요?”성연은 정말 지긋지긋했다.결국 진미선은 또다시 자신을 이용 수단으로 취급했다.기분이 극도로 나빠졌다.진미선은 이를 악문 채 계속해서 말했다.“성연아, 광고에 나오는 사람이 너라는 거 알아. 비록 내가 네 곁에 계속 있지는 않았지만 내 딸을 못 알아볼 리가 없지.”만약 확신이 들지 않았다면 오늘 성연을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광고 방면의 일은 자신과 왕대관으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줄을 놓아줄 다른 사람을 찾으려 한 거였다.그들 회사는 결코 크지 않았다. 협력도 주로 작은 업체들과 하다 보니 유명 연예인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원래는 눈
입술을 꽉 다문 채 진미선에게 잡힌 손을 빼며 성연은 결국 도와주기로 했다.“좋아요, 내가 이번에는 외할머니를 봐서 당신을 도와주겠어요. 하지만 이것도 마지막이에요.”성연은 잠시 눈을 감고 속으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자신은 절대 진미선에게 마음 약해지지 않으리라.그녀는 정말 너무 피곤했다.자신을 이용수단으로 여길 뿐인 진미선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성연에게 있어서 진미선은 외할머니와의 관계를 빼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진미선이 얼굴에 기쁜 빛을 드러내며 성연의 손을 잡으려 다시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성연은 그 손을 피했다.진미선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마워, 성연아, 정말 고마워.”성연은 진미선에게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떠났다.진미선이 이러는 건 자신에 대한 성연의 감정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언젠가 감정이 밑바닥을 드러내는 날이 올 테지.하지만 성연이 생각하기에 진미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만 한다면 혈육의 정이 떨어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결국 자신이 쓸모가 없다 싶으면 다시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려 안달할 테고.성연은 가끔 스스로 비애감을 느꼈다.분명 자신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일 테지.그러나 언뜻 보아도 사실 자신은 가진 게 하나도 없었다.성연은 벽에 기대었다.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투정을 갈무리했다.감정을 모두 정리한 후 소지한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말했다.성연의 말을 모두 들은 소지한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무슨 낯으로 너에게 부탁을 한단 말이야? 너 더 이상 그 사람들 상관하지 마.”소지한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일절 들지 않았다.진미선 같은 사람을 보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게다가 성연이 진미선에게 어떤 푸대접을 받앗는지 알기에 더 돕고 싶지 않았다.성연처럼 좋은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부모가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자신을 위해 분개하는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