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기의 일 처리 실력 또한 손건호 못지 않았다. 그는 즉시 아직 제거되지 않은 강상철 쪽 본거지 몇 군데를 알아냈다.흑매를 추적해서 알아냈다.본거지를 잃은 후 혼자 남은 흑매는 여기저기로 도망다니기 바빴다.그는 반드시 다른 본거지에 몸을 의탁할 것이다.서한기는 고구마 줄기 들어올리듯이 본거지들을 줄줄이 찾아냈다.그러나 조사해서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서한기는 놀랐다.원래 강씨 집안의 강상철과 강상규는 단순한 장사꾼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들이 요 몇 년 동안 남몰래 자신들의 세력을 이렇게나 키우고 있었다니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이들 조직은 해외에서 중상의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꽤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다.명문재벌 가 내부가 얽히고 설킨 모양새가 상상 이상으로 간단치 않았다.서한기는 찾아낸 소식을 그대로 성연에게 알려주었다.보고를 들은 성연이 순간 놀랐다.“아직 대여섯 개의 본거지가 더 남아 있었다고?”외국에 이렇게 많은 본거지를 세울 수 있었다니, 강상철과 강상규의 배후가 상당히 복잡한 모양새다.‘앞으로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군.’“맞아요, 보스. 근데 본거지들이 다 조그만하고 볼품이 없어요. 애들 몇 명 데리고 가서 저것들 싹 없애버릴까요?”성연의 조직은 크다. 이 조직에 들어올 수 있으려면 실력도 장난 아니다.강상철, 강상규 쪽 본거지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비교하자면 식욕을 돋우는 전채요리쯤?저들을 없애려고 하니 식은 죽 먹기밖에 안된다.서한기의 말을 듣고 있던 성연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자기 쪽이 가서 없애 버려도 안 되는 건 없다.강상철, 강상규 쪽 패거리는 남겨둬도 결국 세상에 민폐일 것이다. 이런 조직이 사라지면 못된 일들을 좀 덜 하게 될 지도 모르고.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기 쉽다.자신의 신분은 아직 공개할 수 없었다.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을 하든 불편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성연은 서한기에게 지시했다.“가서 흑매를 잡아와. 그리
그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친 성연이수건을 들고 무진의 몸을 닦아주었다.이제는 부끄럽니 어쩌니 하는 것도 없었다.예전부터 침을 놓으면 많이 봐왔으니 말이다.특정한 때가 아니면 성연은 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눈에는 무진이 일반 환자나 매한가지로 보였다.이때 손건호는 수하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그날 클럽에서 끌고 온 몇 놈 중에서 전력이 비교적 화려한 한 놈이 본거지를 하나 알고 있었다. 또 외부에서 직접 정탐하던 수하가 다른 본거들을 알아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숨기려 하니 더 숨겨지지 않는 모양새다.그래서 조금만 파헤쳤는데도 강상철, 강상규의 꼬리가 드러났다.손건호는 그들로 하여금 계속 탐문하게 했다. 정보를 팔 수 있는 만큼 파야지 태만해서는 안된다.수하와의 통화를 끝내고 병실로 온 손건호가 무진의 귓가에 대고 이 소식을 간단히 말했다.무진이 턱을 가볍게 세우며 말했다. “네가 직접 가. 한 놈도 놓치지 마.”무진의 명령을 받은 손건호가 재빨리 뛰쳐나갔다.그날 밤, 두 개의 본거지가 연이어 또 궤멸 당했다.국내에서 소식을 들은 강상철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집안에 있던 진귀한 도자기들을 던져 부쉈다.자신이 누군지 알았다면 기어코 그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다.이것은 강상철이 요 몇 년 동안 축적해 오던 것이다. 한 번에 세 곳을 치다니 강상철의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듯했다.강상규의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형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좀 냉정해집시다. 천천히 조사해 보면 반드시 뭔가 알아내는 게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강상철은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 강상규 쪽으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냉정? 지금 어떻게 냉정해? 세 개, 본거지 세 개란 말이다. 이 칼잡이들을 모아서 키우느라 내가 얼마를 썼는지 아느냐? 또 쏟아 부은 시간과 에너지는? 어? 그런데 어떻게 냉정해?”강상철은 지금 이미 완전히 격노한 상태였다.강상규조차도 감히 쉽게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한쪽에 서 있
이 이름을 듣자 강상철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이 용병 집단에 속한 이들은 보통 돈을 받고 일을 처리했다. 이들에 의해서 거점이 박살이 난 것이다. 게다가 강상철 측의 조직은 이전에 이 용병 집단의 미움을 산 적이 있었다.만약 그들이라면 정말 일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전화를 끊은 강상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이때 강일헌이 도착하자 강상규는 일이 있어 먼저 떠났다.입구에서 강일헌을 만난 강상규가 말했다.“일헌아, 네 할아버지를 잘 다독여 드려. 화를 적게 내시도록 해. 화를 내지 않게.”강일헌이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습니다, 작은 할아버님.”룸에 가니 강상철의 가라앉은 얼굴이 보였다. 강일헌이 다가가서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강무진이 돈을 주고 시킨 게 아닐까요?” 강무진은 상당히 신중한 놈이었다. 그는 이 일이 강무진과 관계가 있을까 걱정스러웠다.“그럴 리가? 강무진은 지금 중환자잖아? 그가 이전에 그 모양으로 출국했다고? 사람들을 불러서 시켰다고?” 강상철은 무진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미움을 산 적이 있던 다른 조직들이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뒤에서 수를 쓴 것으로 보였다.강상철은 이 생각에 더 기울었다.“할아버지, 잊지 않으셨지요? 전에는 강무진이 불구였는데 나중에 다시 일어섰잖아요? 그리고 회장님의 치매도 나중에 좋아졌고요. 무진 곁에 고수가 있을 지도 모르지요.”강일헌은 몇 번을 생각했다.그때 본가는 이제 절대 못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들은 얼마나 자신만만했던가. 그러나 결국에는 강무진이 후계자의 자리를 꿰찼지 않았나?만전을 기하기 위해 대충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또 다시 강무진이 허점을 드러내게 만들었다.잠시 생각해 보던 강상철은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 두 번의 상황에 그는 정말 억울함을 느꼈다.기회를 놓치는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어떻게 할 거냐?” 강상철은 강일헌이라는 손자를 매우 신임했다.아래 세대 중에서 강상철은 강일헌을
지금 국외는 이미 다음날이었다.마침 성연이 무진에게 물을 마시게 하던 참이었다.사실 먹여준다고 할 순 없었다. 물컵에 빨대를 하나 꽂아 무진이 마시기 편하게 해줬을 뿐이다.강일헌의 출국 소식을 알게 된 후, 무진이 잠시 턱을 쓸더니 성연에게 말했다.“우리는 연극을 좀 해야겠는데?”손건호가 무진에게 소식을 전달할 때 성연도 옆에 있었다.그래서 바로 무진이 말한 의미를 알아듣고 대답했다.“알았어요.”강일헌의 행차는 한 마디로 뒤에서 칼로 사람을 찌른 후에 그 사람이 완전히 죽었는지 보러 오는 것과 진배없었다.이런 행위를 성연이 싫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당연히 자신의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무진에게 맞추어 강상철, 강상규 쪽 사람들 뒤통수를 야무지게 때려줄 작정이다.자신들의 잔꾀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다.그날 오후, 강일헌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강무진 쪽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면 강무진의 진짜 상태가 어떠한 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병실 입구에 도착하자 손건호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머리를 쓸어 올린 강일헌이 짐짓 걱정하는 모습으로 말했다.“사촌형님이 다쳐서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어. 위급한지 어떤 지도 알 수 없어 할머님이 또 쓰러지셨어. 가족들이 걱정이 된 나머지 나를 대표로 면회 보낸 거야.”손건호가 냉소를 지었다.“제가 보기엔 우리 대표님이 죽기를 바라 마지않는 것 같은데요?”강상철, 강상규의 야심이 여태껏 가려진 적이 있었던가?강일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저 인사말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 손건호는 이런 인사에게 좋은 낯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손건호의 이런 반응을 본 강일헌은 무진이 틀림없이 중상을 입었으리라 짐작했다.강무진은 지금 일어서지도 못할지 모른다.강일헌은 속으로 환희의 괴성을 질렀지만, 얼굴에는 전혀 표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아주 관심을 많이 두는 척 가장했다.“무슨
손건호가 어떻게 강일헌의 속셈을 모를 수 있겠는가?굳은 얼굴을 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더 이상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말씀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들어가시게 두지 않을 겁니다.”손건호의 내비치는 갖가지 반응들로 볼 때 강무진은 상처가 심각한 상태였다.아니면 손건호가 저처럼 화를 내지 않을 터.“그냥 내가 들어가 봐야겠다. 너희 아래 직원들이 제대로 신경을 쓰는지 말이야. 누가 또 알아? 손 비서가 형님을 열심히 돌보는 지 아닌지?” 강일헌이 느릿느릿 말했다.손건호는 강일헌 앞에서 시종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그때 ‘찰칵’ 하는 문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마침 병실에서 나오던 성연의 눈시울이 불그레했고 얼굴색도 창백하고 초췌해 보였다.밖으로 나온 성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이렇게 시끄러워요?”미처 문이 채 닫히지 않으며 틈새로 실내가 살짝 보였다. 그 틈을 타 강일헌이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무진의 몸에 호스가 여러 개 꽂혀 있는 게 보였다.속으로 무진의 상황에 대한 확신이 섰다.만약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 무진의 고질병까지 도진다면 하느님 부처님이 와도 살릴 방도가 없을 테다.정말 그렇기만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비록 할아버지의 거점 세 군데를 잃었지만, WS그룹의 후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이번 파란은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했다.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눈으로 확인한 강일헌은 계속 여기에 있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그는 가볍게 몇 차례 헛기침을 한 뒤에 말했다.“형님 병세가 그처럼 위중하다면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군.”그의 능청스러운 모습을 본 성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봤어요? 이제 만족해요? 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인지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죠?”“형수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형님을 면회하러 천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는데, 좋은 낯은 그렇다 치고 이렇게 나를 모욕하니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강일헌
무진은 옆에 있는 성연을 보며 칭찬했다.“연기 잘하던 걸.”성연이 겸손하게 말했다.“뭐 보통이죠.”그러나 이번에 성연은 마침내 확실히 알게 됐다. 강씨 집안 내부의 전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무진 씨 사는 게 정말 힘들겠다. 하루 종일 자기 집안 사람들과 암투를 벌여야 하니.’분명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잠시 어색해하던 성연이 계속 말했다.“무진 씨는요, 마침 이 기회에 상처를 잘 치료하고 회복되는 데에만 신경 쓰세요. 다른 일은 걱정하지 말고요. 공무도 일단은 급하게 맡아서 하지 마세요.”이번 부상으로 무진의 몸이 더 안 좋아 보였다.몸이 가뜩이나 축난 상태에 출혈도 심했던 터라 조금씩 길러오던 기운이 또 이렇게 빠져나갔다.의사는 무진이 음식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었다.그러나 성연은 무진의 몸을 보양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만들었다.‘먹어야 힘을 내지 않겠는가?’무진이 팔을 다친 것은 근골을 다쳤다고 할 수 있었다.매일 사골 우리기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일이었다.성연은 또 안에 혈을 보하고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재 몇 가지도 넣었다.다른 사람이 만들면 자신이 원하는 약효를 내지 못할까 봐 병원의 주방을 빌려 무진에게 먹일 음식을 직접 만들었다.처음에는 식당에서 싫어했다.그러나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미리 가서 주방에 돈을 좀 주었더니 기꺼이 허락했다.성연은 매일 무진이 사골국을 다 마시는지 지켜봤다.무진이 마시고 좀 남겼다.국 바닥에 남은 국물이 원래 사골국의 정수인 법.성연이 얼굴을 굳히고 국물을 무진의 앞으로 내밀었다.“이것도 다 마셔요.”“녀석, 방금 이미 많이 먹었어.” 성연이 기껏 솜씨를 부려 끓여 주었지만.하루 세 끼 중 두 끼를 마시니 무진으로서도 참기 힘들었다.게다가 이미 많이 마셨지 않은가.오늘 한 번은 땡땡이 칠 생각이다.“안 돼요, 얼른 마셔요.” 성연이 가차 없는 표정으로 국 그릇을 내밀었다.“저녁에 마실까?” 무진이 성연에게 타협을 시도했다.“지금 당장 마셔
성연의 행동을 보고 있던 서한기는 옆에서 연신 혀를 찼다.‘이러면서 강무진에게 마음이 없다고 말하면 그걸 누가 믿어!’성연이 누군가에게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다른 사람의 눈에는 성연의 마음이 아주 분명하게 보였다.그러나 성연 자신은 자각하지 못한다.그녀는 다른 건 생각지 않았다. 그저 무진을 잘 보살필 생각뿐이다.뭐라고 해도 강무진은 그녀를 위해 다쳤고, 자신은 은혜를 갚는 것에 불과할 뿐.무진도 성연의 세심한 보살핌을 분명히 느꼈다.먹고 마시고,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챙겼다.이전에 무진은 성연이 언제든 도망갈 거라고 생각했었다.놀기 좋아하고 재잘거리기도 잘하고 또 버럭거리는 성질에 마음을 차분히 하질 못하는 아이.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은 성연에 대한 무진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성연보다 더 인내심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매일 귀찮아하지도 않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그녀의 보살핌으로 무진의 몸은 예전처럼 허약하지 않았다. 안색도 육안으로 구별될 정도로 금세 좋아졌다.옆에서 지켜보던 손건호도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보스, 우리가 이번에 작은 사모님을 정말 잘 모시고 온 것 같습니다. 사모님이 아니라 저였다면 이처럼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을 겁니다.”성연이 이처럼 차분하게 간병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손건호는 마치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전혀 송성연 같지 않았다.하지만 보스 곁에 이렇게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어쨌든 좋은 일이다.예전에 무진이 발병했을 때도 이렇게 제대로 보살핌을 받았다면 고통을 많이 덜 수 있었을 텐데.“그래, 데려오길 잘 했어.” 무진이 성연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성연은 단번에 무진의 손을 쳤다.“이거 의도적으로 복수하는 거죠? 그렇게 세게 꼬집어요?”그녀가 쓱쓱 볼을 문질렀다.하얀 피부 덕분에, 조금 꼬집었더니 금세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하늘에 두고 맹세컨대, 무진은 진심으로 고의가 아니었다.정말 평상시처럼
무진의 입술에 파우더를 다 바른 후에 성연이 몸을 빼며 일어났다.무진은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다.“뭐한 거야?”옆에서 무진의 얼굴을 보던 손건호는 속으로 성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성연이 이렇게 하니 효과가 아주 좋았다.지금 무진의 모습은 누가 봐도 중병에 걸려 곧 넘어갈 거라고 여길 듯하다.성연이 이렇게 한 의도를 손건호가 무진에게 설명했다.“작은 사모님의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데요?”“그렇군.” 무진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였으니 이런 방법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턱을 치켜 올리는 성연은 다소 의기양양한 표정이다.“내가 진작부터 두 사람에게 말했었죠? 날 얕보지 마라고요. 결정적인 순간엔 날 믿어요.”무진과 손건호가 웃었다.어째 두 사람의 웃음이 좀 이상하다고 느낀 성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두 사람 왜 웃어요?”손건호가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사모님, 보스와 저는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의견에 한 마음으로 동의합니다.”성연은 콧방귀를 뀌며 파우더를 들고 갔다.몇 사람이 웃고 떠드는 사이에 강일헌이 왔다.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생략하고 바로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병실을 마치 자기 집처럼 여기는지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성연과 손건호는 줄곧 엄숙한 얼굴을 유지했다.이때 강일헌을 본 두 사람의 표정이 무거워졌다.강일헌은 무진이 깨어난 것을 보고 좀 놀랐다.하지만 강무진의 이런 모습을 보니 자신들에게 제대로 맞서기나 할까 싶었다.강일헌 걸어가서 무진의 옆에 섰다.“오, 형님, 드디어 깨셨군요. 어떻습니까? 할아버지가 일부러 형님 보고 오라고 저를 보내셨어요. 그래도 자기 식구가 좋은 것 같아요. 제 말이 맞지요, 형님?”손건호와 성연은 동시에 눈을 뒤집었다.강일헌 스스로 한 가족이라고 칭하다니 낯짝도 두껍다.이 말을 하면서 켕기지도 않는지.친족을 해치면서 강씨 집안의 조상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지 모르겠다.그러나 강상철, 강상규의 낯가죽이 그처럼 두꺼우니 벌써 습관이 된 건가?“어? 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보낸 후 성연의 시간은 다시 한가해졌다.지금 성연은 정원에서 꽃나무에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꽃모종이라고 하지만, 사실 다소 귀한 약재들이다.엠파이어 하우스는 산중턱에 위치해 있다.거의 비료를 준 적이 없는 셈인데도 토양이 아주 비옥했다.성연이 몇 그루를 심어 보았는데 모두 살아남았다.손을 씻고 거실로 들어오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낯선 번호에 성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누구지, 이 사람은?’‘기억에 없는 번호인 것 같은데?’원래 받기 싫은 마음에 잠시 망설이던 성연이 결국 전화를 받았다.“네.”“송성연 양, 저 조수경이에요.”휴대폰 건너편에서 조수경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성연의 두 눈썹 앞머리가 올라갔다.“조수경 씨가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조수경이 자신 때문에 고택에서 쫓겨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성연은 조수경을 보지 못했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할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그런데 내 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지?’조수경은 가는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 씨, 얘기 좀 하고 싶어요.”성연은 나갈 생각이 없었다. 조수경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고.조수경을 본다면 그날 밤의 그 장면이 떠오르며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그런데 왜 조수경은 자신의 화를 돋우려 하는 거지?’“죄송합니다만, 요즘 바빠서 시간이 없네요.” 성연의 음성은 의외로 담담했다. 음성이 오르내림이 전혀 없이.오늘 반드시 성연을 만날 결심을 한 조수경이 애원을 하듯이 사정했다.“송성연 씨, 제발, 한 번만 저를 만나 주세요. 요 며칠 저는 무척 괴로웠어요.”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수경이 더 간절히 매달리며 이어 말했다.“그냥 송성연 씨와 몇 마디 하고 싶을 뿐이에요. 다른 어떤 것도 없습니다. 성연 씨, 제발 부탁해요.”성연이 조수경을 겁내서가 아니었다.그러나 그녀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사정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도대체 조수경이 자신에게 무슨 이
5일의 일정 동안 세 사람은 북성의 명소 네다섯 곳을 돌아다녔다.원래 좀 더 있을 생각이었지만, 샤넬 가문에 뭔가 일이 생겼는지 곧 돌아가야 했다.성연은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더 재미난 곳도 많은데.풀이 죽어 있는 성연의 모습에 미스 샤넬이 웃으며 성연의 뺨을 꼬집었다.“그러지 마. 나중에 우리 다시 올 기회가 있을 거야.”갑자기 일이 생겼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생각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은 매일 같이 업무로 바쁜 무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떠나는 미스 샤넬과 목현수를 대접하기 위해 음식점 한 곳을 예약했다.성연이 이번에 예약한 곳은 평이 좋은 가정식 요리 전문점이었다.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한 목현수가 이런 정통 가정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을 거라 생각한 성연이 특별히 그에게 맛 보여 주기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테이블에 오른 음식들은 소담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웠다. 미스 샤넬은 눈앞의 음식들을 보며 폰을 들어 한참 촬영을 한 후에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정말 맛있어. 와, 매번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 주네요.” 이곳의 음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미스 샤넬이 연신 감탄했다.입에 맞지 않는 것들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맞아요. 우리 북성에는 맛있는 음식과 재미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성연이 미스 샤넬씨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맞아요. 이곳은 산수가 수려해서 경치도 너무 아름다워요. 앞으로 현수 씨가 원한다면, 현수 씨를 따라 이곳에 와서 정착해도 좋겠어요.” 첫날을 제외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미스 샤넬은 무척 즐겁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좋아요. 그러면 그 때 우리 적당한 곳을 고를 수 있어요. 나랑 무진 씨도 두 사람과 같은 곳에 살고.” 그 생각을 하던 성연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것도 좋죠.” 샤넬 양이 맞장구를 쳤다.그러나 그 가능성은 몹시 희박했다.샤넬 가문은 유럽에서 세력이 무척 큰 가문 중의 하나.지금 연세가 많은 미스 샤넬의 아버지는
남은 일정 내내 성연은 미스 샤넬, 목현수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북성 주위의 관광 명소들은 전부 한 바퀴 돈 셈이다.무진의 당부를 새기며 최대한 깊은 물이 있는 곳은 피하면서.또 성현은 미스 샤넬과 목현수 두 사람을 위해 온갖 명소들을 방문해서 즐길 계획을 짰다.성연은 하룻밤 내내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그래도 무진의 말을 잘 따른 셈이다. 위험한 곳들은 가지 않았으니까.오늘 그들이 함께 온 곳은 커플들을 위한 테마파크였다. 주위에는 온통 팔짱을 낀 젊은 커플들이었다. 공기 중에는 핑크빛 기운이 가득했다.반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사이에 혼자 낀 성연은 눈치 없는 들러리 같았다.성연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스 샤넬과 목현수 두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거니까 말이다.그러나 지금 서로 손을 깍지 낀 채 닭 털을 날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니, 성연 자신이 피해 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성연은 속으로 후회했다. ‘괜히 사서 고생한 거 아냐?’‘진즉 알았으면 무진 씨를 데리고 올 걸 그랬지.’“샤넬, 저기 아이스크림 파는데, 먹을래요?”성연은 핑크색으로 장식을 한 건너편의 가판대를 가리켰다.성연과 미스 샤넬은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미스 샤넬이나, 샤넬 양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해서 그냥 바로 이름을 불렀다.“나도 먹어요.” 미스 샤넬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목현수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아직 해가 높이 떠 있는 낮 시간.하지만 건녀편에는 그늘이 전혀 없었다.목현수는 양산을 두 사람에게 건네며 말했다.“두 사람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내가 사올 게. 무턱대고 저쪽으로 갔다가 더위 먹으면 어떡하려고?”고개를 살짝 끄덕인 성연은 목현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샤넬, 무슨 맛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야?” 목현수가 먼저 미스 샤넬에게 물었다.“다 괜찮아요, 당신이 사 주는 거랴면요.”
식당 안.미스 샤넬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를 앞접시에 가득 담았다.그러나 목현수는 음료수 한 잔만 손에 쥔 채 미스 샤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의아하게 쳐다보던 미스 샤넬이 물었다.“안 먹어요? 왜 날 쳐다보고 있어요?”오늘 목현수가 좀 이상했다.“많이 먹어. 부족하면 더 시켜줄 게.” 정상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목현수의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진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조금 전에는 먼저 수저를 놓아주기도 했다.이전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을 사람이 목현수였다.미스 샤넬의 오늘 모습은 목현수로서는 정말이지 좀 새롭게 보였다.주스를 한 모금 마신 목현수가 입을 열었다.“미스 샤넬, 오늘 왜 굳이 성연을 구하러 강에 뛰어들었어? 설마 네도 위험하게 될 줄 몰랐어?”목현수의 눈에 미스 샤넬은 늘 연약하기만 한 존재였다.그런데 위급한 상황에 제일 먼저 강에 뛰어들어 성연을 구한 사람은 미스 샤넬이었다. 목현수의 물음에 잠시 멍해 있던 미스 샤넬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송성연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어요. 만약 그때 그러지 않고 송성연이 잘못되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평생 자책하며 살 테죠. 그래서 나는 반드시 송성연을 구해야 했어요.”그러니까 미스 샤넬은 목현수 때문에 송성연을 구했다는 의미.만약 송성연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강물에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을 터였다.미스 샤넬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어 말했다.“공교롭게도 내가 한 수영하잖아요? 그러니까 내려갔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감히 그런 용기 못 냈지.”미스 샤넬의 유머러스한 표현 덕분에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순간 목현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목현수를 위해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은 미스 샤넬.목현수 자신이 더 이상 생각할 게 뭐가 있겠는가?목현수가 진지한 음성으로 미스 샤넬에게 약속했다.“이전에는 정말이지 결혼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미스 샤넬 당신과 기꺼이 결혼할 거야.”미스 샤넬의 눈에
민박집에 들어오기 전에 성연은 이 일을 무진에게 알리지 말라고 손건호에게 당부했다.지금은 이미 괜찮아졌는데, 말해 봤자 쓸데없이 걱정만 할 뿐이니까.그러나 이렇게 큰 일을 손건호는 자신의 보스에게 감히 숨길 수가 없었다그래서 무진도 알게 되었다.모든 일을 내팽개친 채 무진은 당장 성연 일행이 간 관광지로 달려갔다.지금 성연은 이미 옷을 단정하게 갈아입은 상태였다.성연이 무사한 모습을 본 무진은 비로소 완전히 안심했다.그는 미스 샤넬을 보고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스 샤넬, 성연이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미스 샤넬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흔들었다.“그런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성연 씨는 제 친구인 걸요.”“어쨌든 감사합니다.” 오늘 일어난 상황을 생각한 무진은 두려웠다.자신이 성연의 곁에 없었기에 성연이 어떤 위험을 겪었는지 상상하기가 더 어려웠다.“괜찮아요. 배고파요, 현수 씨. 우리 뭐 먹으러 가요.” 말을 마친 미스 샤넬은 목현수를 끌고 나가면서 성연과 무진에게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었다.방안은 곧 조용해졌다.성연을 보는 무진의 표정은 심각했다.성연은 감히 무진의 얼굴을 볼 생각도 못한 채 입술을 삐죽거리며 발 밑만 내려다보았다. “잘못한 거 알아?” 가볍게 한숨을 내쉰 무진은 결국 차마 책망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성연이 소리치며 말했다.무진은 하마터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잡은 채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먼저 자신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구해야지? 만약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무진은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진저리를 쳤다.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 그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성연은 무진의 어깨를 다시 안고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지금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이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잠시 잊었다.‘언제나 나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인데
목현수도 한숨을 돌렸다.방금 성연에게 일이 생기자 목현수는 바로 손건호에게 알렸다.원래 다른 곳에 있던 손건호가 그제서야 달려왔다.“작은 사모님, 괜찮으십니까?” 성연의 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것을 본 손건호의 표정에 걱정이 가득했다.“난 괜찮아요.” 손사래를 치던 성연이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손건호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무진 씨에게 말하지 마세요. 그냥 지나가면 돼요.”손건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둘이 옷을 갈아입게 민박집을 좀 잡아주세요. 자칫하다 감기에 걸리겠어요.”이 관광지는 비교적 유명한 곳이라 근처에 민박집들이 많이 있었다.물론 이곳에 오기 전에 성연이 미리 조사한 사항들이다.“예.” 고개를 살짝 끄덕인 손건호가 그들을 데리고 나가서 모두 차에 올랐다.차에 올라탄 성연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정중하게 말했다.“미스 샤넬, 고맙습니다. 오늘 당신 덕분에 살았어요.”물속에서의 질식감을 떠올린 성연은 여전히 심장이 벌렁거리는 듯했다.“괜찮아요. 당신은 내 친구니까 구할 수 있었어요. 물론 내가 구하긴 했지만 마음에 두지 말아요. 친구끼리는 서로 도와야지요.” 미스 샤넬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대범하게 말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연은 그전에 미스 샤넬과 적지 않은 오해를 겪었다.그런데도 그녀가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미스 샤넬의 손을 잡은 성연은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곧 그들은 손건호가 잡은 민박집으로 들어갔다.목현수가 미스 샤넬과 성연을 향해 말했다.“두 사람은 먼저 들어가서 좀 씻어. 내가 갈아입을 옷을 구해올 게. 여기 있는 옷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또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그래요.” 미스 샤넬은 별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목현수가 옷을 사 주겠다고 하자 성연은 아무래도 좀 어색했다.예전엔 별일 아니었지만, 이제 그들은 다 자란 성인들이었다.성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나, 나는 필요 없으니까 미스 샤넬만 사주면 돼요
미스 샤넬이 성연의 팔을 잡아당기자 성연은 비로소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물속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성연의 반응이 너무 커서 곧 사레가 들릴 지경이 되자, 샤넬이 황급히 성연의 입을 막았다.물속에서 말하기가 불편한 미스 샤넬은 입모양으로만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점차 침착함을 되찾은 성연이 미스 샤넬의 동작에 따랐다.미스 샤넬이 성연을 끌면서 점점 강가로 헤엄쳐 갔다.강가에 거의 도착한 미스 샤넬이 힘을 써서 먼저 성연을 보냈다.옆에서 누군가가 즉시 와서 도와서 성연을 끌어올렸다.미스 샤넬도 따라서 천천히 강기슭으로 올라갔다.강가에 서서 두 사람 모두 성공적으로 구조된 것을 본 사람들이 곧장 환호성을 질렀다.“정말 운이 좋았어요. 다행이에요, 괜찮아서 다행이에요.”그때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을 끌고 다가왔다.그녀는 성연과 샤넬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천만에요. 다음에는 아이를 좀 더 주의 깊게 살피세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이번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거예요.” 성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소년의 어머니에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주의하겠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아이의 어머니는 겁에 질려서 여전히 떨고 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성연과 샤넬이 없었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을 것이다.“아이를 데리고 내려가서 잘 달래 주세요. 오늘 같은 상황에 아이가 분명히 많이 놀랐을 거예요.”성연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성연의 옷은 젖어서 축축했다.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아이를 구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누나, 고마워요.” 아이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성연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맑은 목소리에 성연도 마음이 점차 누그러졌다.“괜찮아, 네가 괜찮으니 됐어.”“두 분 아가씨, 제 제가 돈을 얼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돈이라도 드려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불
“누가 물에 빠졌어요.”“빨리 와요, 사람 살려요.”“빨리 여기 구조대에게 연락해서 빨리 사람을 구하러 오게 해.”주위에서는 모두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성연은 물에 빠지는 순간 바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다행히 호수의 물이 깊어서 바닥에 부딪치지는 않았다.그러나 갑자기 물살에 충격을 받자 현기증이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아래의 물살이 좀 급해서 물살에 말려들자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힘을 쓸 수가 없었다.성연은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손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짙은 무력감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성연의 몸은 천천히 계속해서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이럴 수가, 누구 수영을 할 줄 알아요? 빨리 내려가서 사람을 구해주세요.” 구조된 소년의 어머니도 옆에서 소리쳤다.자신의 과실로 인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마당에,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비록 자기 자식이 사고를 당하는 걸 원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기적이기만 하지는 않았다.몹시 조급해진 목현수는 몇 번이나 아래로 바로 뛰어내리려고 했다.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게 그는 수영을 할 줄 몰랐다. 주위의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커갔지만, 구조대는 한참이나 오지 않고 있었다.“이걸 어떡하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할 텐데.”“아니면 구급차를 불러서 구해달라고 해.”“여기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CCTV도 있지 않아? 왜 이렇게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는 거야!”“...”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말을 해대고 있었지만, 직접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주로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었다. 성연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물에 뛰어들 용기는 부족했다.자기 자식이 잘못된 걸 본다면 뛰어들었겠지만 말이다.옆에서 잠시 지켜보던 미스 샤넬이 주저함 없이 바로 물에 뛰어들려고 했다.그러나 옆에 있던 목현수가 눈치 빠르게 붙잡았다.“샤넬, 뭘 하려는 거야?”성연 한 명이 빠진 걸로 이미 충분히 애
성연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데리고 온 관광지는 교외에 있었다.산과 물을 끼고 곳곳에 푸른 풀이 깔려 있어서 생동감이 넘쳤다.그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관광지에는 또 전문적으로 설계된 정자와 누각이 있었다. 넓은 숲의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있어서 또 그 속으로 소풍을 갈 수도 있다.미스 샤넬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이곳의 공기는 정말 좋네요.”“맞아요, 내가 오기 전에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순수하고 천연적이라고 했어요. 원래의 모습을 파괴하지 않은 채 약간만 손을 댔을 뿐이니, 진정한 원래의 생태 관광지인 셈이죠.”성연은 설명할 때, 미스 샤넬이 일부 단어를 알아듣지 못할까 봐 영어로 말하기도 했다.미스 샤넬은 혀를 내두르며 박수를 쳤다.“성연 씨, 아는 게 정말 많네요.”“아니에요, 이런 관광지는 우리 A국에 아주 흔해서 조금만 이해하면 알 수 있어요. 유럽 각지에 정통한 미스 샤넬을 난 따라가지도 못하는 걸요.”각기 장점이 있다. 성연은 북성에서 그렇게 오래 지내서 기본적인 상식을 좀 알고 있는 것이지, 칭찬할 건 아니다.“성연 씨가 그렇게 전면적이지 않다는 건 알아요. 가요, 우리 저쪽으로 가 봐요.” 샤넬 양이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성연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미스 샤넬의 뒤를 따라가면서 목현수와 약간의 거리를 두었다.목현수는 성연이 자신을 계속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됐어, 성연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면 나도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샤넬 양과의 관계는 정말 잘 생각해봐야 해.’그들은 다리 위로 걸어갔다. 아래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호수였다.미스 샤넬이 포즈를 취하고 성연이 사진을 찍었다.성연은 여러 장면을 잘 포착해서 찍었다. 아주 의기양양해 보였다.미스 샤넬이 달려왔다. “어떤 지 내가 한번 볼게요.”성연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미스 샤넬은 한 장 한 장 살펴보면서 감탄했다.“성연 씨, 사진 촬영 기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