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처리하러 나갔던 손건호는 저녁에야 돌아왔다.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무진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보스, 약재 인수인계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소식을 보내온 그들은 약재의 명칭을 모두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그래서 손건호는 망설이지 않고 약재를 건넸다.자신의 일 처리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했다.이어서 무진이 지시했다.“범인을 계속 찾아.”‘본거지 하나 없애는 것만으로는 부족해.’비록 한동안은 강상철이 잠잠하겠지만, 이것으로 꺽일 저들의 세력이 아니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이번에 클럽 내에서 몇 명을 잡아왔습니다. 다른 거점을 토하게 하려고 고문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둘째, 셋째 할아버님 쪽은 요 몇 년 동안 너무 깊이 숨어 있었습니다. 발톱을 뽑으려면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가까스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니 당연히 일부만 제거할 수 있을 뿐입니다.”이 조직들은 강상철, 강상규의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었다. 아주 부득이한 때가 되지 않으면 그들은 동원되지 않았을 터였다.이번에 조직을 움직여 무진에게 손을 댄 것도 만전을 기하려던 상황에 불과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늙은 여우가 머리를 내밀었겠는가?성연도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이런 말들은 외부인에게는 일급 기밀이라 할 수 있었다.그러나 손건호와 무진은 그녀 앞에서 숨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무진은 진짜 조금도 자신을 꺼리지 않는다.그러나 성연은 마음속으로 강상철과 강상규에 대한 분노를 삭이는 중이다.그 패거리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끝까지 갔다면 자신도 부상을 입었을 게 분명했다.말하자면 강상철, 강상규는 성연 자신까지 계산에 넣었던 것이다.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진을 다치게 만든 그들이었다. 만약 사부님의 약이 없었다면 무진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성연이라는 관문은 절대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화장실에 가는 틈에 성연이 서한기에게 연락했다.“이번에 매복해서 나와 무
서한기의 일 처리 실력 또한 손건호 못지 않았다. 그는 즉시 아직 제거되지 않은 강상철 쪽 본거지 몇 군데를 알아냈다.흑매를 추적해서 알아냈다.본거지를 잃은 후 혼자 남은 흑매는 여기저기로 도망다니기 바빴다.그는 반드시 다른 본거지에 몸을 의탁할 것이다.서한기는 고구마 줄기 들어올리듯이 본거지들을 줄줄이 찾아냈다.그러나 조사해서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서한기는 놀랐다.원래 강씨 집안의 강상철과 강상규는 단순한 장사꾼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들이 요 몇 년 동안 남몰래 자신들의 세력을 이렇게나 키우고 있었다니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이들 조직은 해외에서 중상의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꽤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다.명문재벌 가 내부가 얽히고 설킨 모양새가 상상 이상으로 간단치 않았다.서한기는 찾아낸 소식을 그대로 성연에게 알려주었다.보고를 들은 성연이 순간 놀랐다.“아직 대여섯 개의 본거지가 더 남아 있었다고?”외국에 이렇게 많은 본거지를 세울 수 있었다니, 강상철과 강상규의 배후가 상당히 복잡한 모양새다.‘앞으로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군.’“맞아요, 보스. 근데 본거지들이 다 조그만하고 볼품이 없어요. 애들 몇 명 데리고 가서 저것들 싹 없애버릴까요?”성연의 조직은 크다. 이 조직에 들어올 수 있으려면 실력도 장난 아니다.강상철, 강상규 쪽 본거지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비교하자면 식욕을 돋우는 전채요리쯤?저들을 없애려고 하니 식은 죽 먹기밖에 안된다.서한기의 말을 듣고 있던 성연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자기 쪽이 가서 없애 버려도 안 되는 건 없다.강상철, 강상규 쪽 패거리는 남겨둬도 결국 세상에 민폐일 것이다. 이런 조직이 사라지면 못된 일들을 좀 덜 하게 될 지도 모르고.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기 쉽다.자신의 신분은 아직 공개할 수 없었다.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을 하든 불편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성연은 서한기에게 지시했다.“가서 흑매를 잡아와. 그리
그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친 성연이수건을 들고 무진의 몸을 닦아주었다.이제는 부끄럽니 어쩌니 하는 것도 없었다.예전부터 침을 놓으면 많이 봐왔으니 말이다.특정한 때가 아니면 성연은 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눈에는 무진이 일반 환자나 매한가지로 보였다.이때 손건호는 수하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그날 클럽에서 끌고 온 몇 놈 중에서 전력이 비교적 화려한 한 놈이 본거지를 하나 알고 있었다. 또 외부에서 직접 정탐하던 수하가 다른 본거들을 알아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숨기려 하니 더 숨겨지지 않는 모양새다.그래서 조금만 파헤쳤는데도 강상철, 강상규의 꼬리가 드러났다.손건호는 그들로 하여금 계속 탐문하게 했다. 정보를 팔 수 있는 만큼 파야지 태만해서는 안된다.수하와의 통화를 끝내고 병실로 온 손건호가 무진의 귓가에 대고 이 소식을 간단히 말했다.무진이 턱을 가볍게 세우며 말했다. “네가 직접 가. 한 놈도 놓치지 마.”무진의 명령을 받은 손건호가 재빨리 뛰쳐나갔다.그날 밤, 두 개의 본거지가 연이어 또 궤멸 당했다.국내에서 소식을 들은 강상철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집안에 있던 진귀한 도자기들을 던져 부쉈다.자신이 누군지 알았다면 기어코 그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다.이것은 강상철이 요 몇 년 동안 축적해 오던 것이다. 한 번에 세 곳을 치다니 강상철의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듯했다.강상규의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형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좀 냉정해집시다. 천천히 조사해 보면 반드시 뭔가 알아내는 게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강상철은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 강상규 쪽으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냉정? 지금 어떻게 냉정해? 세 개, 본거지 세 개란 말이다. 이 칼잡이들을 모아서 키우느라 내가 얼마를 썼는지 아느냐? 또 쏟아 부은 시간과 에너지는? 어? 그런데 어떻게 냉정해?”강상철은 지금 이미 완전히 격노한 상태였다.강상규조차도 감히 쉽게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한쪽에 서 있
이 이름을 듣자 강상철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이 용병 집단에 속한 이들은 보통 돈을 받고 일을 처리했다. 이들에 의해서 거점이 박살이 난 것이다. 게다가 강상철 측의 조직은 이전에 이 용병 집단의 미움을 산 적이 있었다.만약 그들이라면 정말 일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전화를 끊은 강상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이때 강일헌이 도착하자 강상규는 일이 있어 먼저 떠났다.입구에서 강일헌을 만난 강상규가 말했다.“일헌아, 네 할아버지를 잘 다독여 드려. 화를 적게 내시도록 해. 화를 내지 않게.”강일헌이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습니다, 작은 할아버님.”룸에 가니 강상철의 가라앉은 얼굴이 보였다. 강일헌이 다가가서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강무진이 돈을 주고 시킨 게 아닐까요?” 강무진은 상당히 신중한 놈이었다. 그는 이 일이 강무진과 관계가 있을까 걱정스러웠다.“그럴 리가? 강무진은 지금 중환자잖아? 그가 이전에 그 모양으로 출국했다고? 사람들을 불러서 시켰다고?” 강상철은 무진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미움을 산 적이 있던 다른 조직들이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뒤에서 수를 쓴 것으로 보였다.강상철은 이 생각에 더 기울었다.“할아버지, 잊지 않으셨지요? 전에는 강무진이 불구였는데 나중에 다시 일어섰잖아요? 그리고 회장님의 치매도 나중에 좋아졌고요. 무진 곁에 고수가 있을 지도 모르지요.”강일헌은 몇 번을 생각했다.그때 본가는 이제 절대 못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들은 얼마나 자신만만했던가. 그러나 결국에는 강무진이 후계자의 자리를 꿰찼지 않았나?만전을 기하기 위해 대충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또 다시 강무진이 허점을 드러내게 만들었다.잠시 생각해 보던 강상철은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 두 번의 상황에 그는 정말 억울함을 느꼈다.기회를 놓치는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어떻게 할 거냐?” 강상철은 강일헌이라는 손자를 매우 신임했다.아래 세대 중에서 강상철은 강일헌을
지금 국외는 이미 다음날이었다.마침 성연이 무진에게 물을 마시게 하던 참이었다.사실 먹여준다고 할 순 없었다. 물컵에 빨대를 하나 꽂아 무진이 마시기 편하게 해줬을 뿐이다.강일헌의 출국 소식을 알게 된 후, 무진이 잠시 턱을 쓸더니 성연에게 말했다.“우리는 연극을 좀 해야겠는데?”손건호가 무진에게 소식을 전달할 때 성연도 옆에 있었다.그래서 바로 무진이 말한 의미를 알아듣고 대답했다.“알았어요.”강일헌의 행차는 한 마디로 뒤에서 칼로 사람을 찌른 후에 그 사람이 완전히 죽었는지 보러 오는 것과 진배없었다.이런 행위를 성연이 싫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당연히 자신의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무진에게 맞추어 강상철, 강상규 쪽 사람들 뒤통수를 야무지게 때려줄 작정이다.자신들의 잔꾀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다.그날 오후, 강일헌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강무진 쪽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면 강무진의 진짜 상태가 어떠한 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병실 입구에 도착하자 손건호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머리를 쓸어 올린 강일헌이 짐짓 걱정하는 모습으로 말했다.“사촌형님이 다쳐서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어. 위급한지 어떤 지도 알 수 없어 할머님이 또 쓰러지셨어. 가족들이 걱정이 된 나머지 나를 대표로 면회 보낸 거야.”손건호가 냉소를 지었다.“제가 보기엔 우리 대표님이 죽기를 바라 마지않는 것 같은데요?”강상철, 강상규의 야심이 여태껏 가려진 적이 있었던가?강일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저 인사말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 손건호는 이런 인사에게 좋은 낯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손건호의 이런 반응을 본 강일헌은 무진이 틀림없이 중상을 입었으리라 짐작했다.강무진은 지금 일어서지도 못할지 모른다.강일헌은 속으로 환희의 괴성을 질렀지만, 얼굴에는 전혀 표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아주 관심을 많이 두는 척 가장했다.“무슨
손건호가 어떻게 강일헌의 속셈을 모를 수 있겠는가?굳은 얼굴을 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더 이상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말씀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들어가시게 두지 않을 겁니다.”손건호의 내비치는 갖가지 반응들로 볼 때 강무진은 상처가 심각한 상태였다.아니면 손건호가 저처럼 화를 내지 않을 터.“그냥 내가 들어가 봐야겠다. 너희 아래 직원들이 제대로 신경을 쓰는지 말이야. 누가 또 알아? 손 비서가 형님을 열심히 돌보는 지 아닌지?” 강일헌이 느릿느릿 말했다.손건호는 강일헌 앞에서 시종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그때 ‘찰칵’ 하는 문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마침 병실에서 나오던 성연의 눈시울이 불그레했고 얼굴색도 창백하고 초췌해 보였다.밖으로 나온 성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이렇게 시끄러워요?”미처 문이 채 닫히지 않으며 틈새로 실내가 살짝 보였다. 그 틈을 타 강일헌이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무진의 몸에 호스가 여러 개 꽂혀 있는 게 보였다.속으로 무진의 상황에 대한 확신이 섰다.만약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 무진의 고질병까지 도진다면 하느님 부처님이 와도 살릴 방도가 없을 테다.정말 그렇기만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비록 할아버지의 거점 세 군데를 잃었지만, WS그룹의 후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이번 파란은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했다.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눈으로 확인한 강일헌은 계속 여기에 있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그는 가볍게 몇 차례 헛기침을 한 뒤에 말했다.“형님 병세가 그처럼 위중하다면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군.”그의 능청스러운 모습을 본 성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봤어요? 이제 만족해요? 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인지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죠?”“형수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형님을 면회하러 천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는데, 좋은 낯은 그렇다 치고 이렇게 나를 모욕하니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강일헌
무진은 옆에 있는 성연을 보며 칭찬했다.“연기 잘하던 걸.”성연이 겸손하게 말했다.“뭐 보통이죠.”그러나 이번에 성연은 마침내 확실히 알게 됐다. 강씨 집안 내부의 전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무진 씨 사는 게 정말 힘들겠다. 하루 종일 자기 집안 사람들과 암투를 벌여야 하니.’분명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잠시 어색해하던 성연이 계속 말했다.“무진 씨는요, 마침 이 기회에 상처를 잘 치료하고 회복되는 데에만 신경 쓰세요. 다른 일은 걱정하지 말고요. 공무도 일단은 급하게 맡아서 하지 마세요.”이번 부상으로 무진의 몸이 더 안 좋아 보였다.몸이 가뜩이나 축난 상태에 출혈도 심했던 터라 조금씩 길러오던 기운이 또 이렇게 빠져나갔다.의사는 무진이 음식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었다.그러나 성연은 무진의 몸을 보양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만들었다.‘먹어야 힘을 내지 않겠는가?’무진이 팔을 다친 것은 근골을 다쳤다고 할 수 있었다.매일 사골 우리기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일이었다.성연은 또 안에 혈을 보하고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재 몇 가지도 넣었다.다른 사람이 만들면 자신이 원하는 약효를 내지 못할까 봐 병원의 주방을 빌려 무진에게 먹일 음식을 직접 만들었다.처음에는 식당에서 싫어했다.그러나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미리 가서 주방에 돈을 좀 주었더니 기꺼이 허락했다.성연은 매일 무진이 사골국을 다 마시는지 지켜봤다.무진이 마시고 좀 남겼다.국 바닥에 남은 국물이 원래 사골국의 정수인 법.성연이 얼굴을 굳히고 국물을 무진의 앞으로 내밀었다.“이것도 다 마셔요.”“녀석, 방금 이미 많이 먹었어.” 성연이 기껏 솜씨를 부려 끓여 주었지만.하루 세 끼 중 두 끼를 마시니 무진으로서도 참기 힘들었다.게다가 이미 많이 마셨지 않은가.오늘 한 번은 땡땡이 칠 생각이다.“안 돼요, 얼른 마셔요.” 성연이 가차 없는 표정으로 국 그릇을 내밀었다.“저녁에 마실까?” 무진이 성연에게 타협을 시도했다.“지금 당장 마셔
성연의 행동을 보고 있던 서한기는 옆에서 연신 혀를 찼다.‘이러면서 강무진에게 마음이 없다고 말하면 그걸 누가 믿어!’성연이 누군가에게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다른 사람의 눈에는 성연의 마음이 아주 분명하게 보였다.그러나 성연 자신은 자각하지 못한다.그녀는 다른 건 생각지 않았다. 그저 무진을 잘 보살필 생각뿐이다.뭐라고 해도 강무진은 그녀를 위해 다쳤고, 자신은 은혜를 갚는 것에 불과할 뿐.무진도 성연의 세심한 보살핌을 분명히 느꼈다.먹고 마시고,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챙겼다.이전에 무진은 성연이 언제든 도망갈 거라고 생각했었다.놀기 좋아하고 재잘거리기도 잘하고 또 버럭거리는 성질에 마음을 차분히 하질 못하는 아이.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은 성연에 대한 무진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성연보다 더 인내심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매일 귀찮아하지도 않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그녀의 보살핌으로 무진의 몸은 예전처럼 허약하지 않았다. 안색도 육안으로 구별될 정도로 금세 좋아졌다.옆에서 지켜보던 손건호도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보스, 우리가 이번에 작은 사모님을 정말 잘 모시고 온 것 같습니다. 사모님이 아니라 저였다면 이처럼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을 겁니다.”성연이 이처럼 차분하게 간병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손건호는 마치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전혀 송성연 같지 않았다.하지만 보스 곁에 이렇게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어쨌든 좋은 일이다.예전에 무진이 발병했을 때도 이렇게 제대로 보살핌을 받았다면 고통을 많이 덜 수 있었을 텐데.“그래, 데려오길 잘 했어.” 무진이 성연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성연은 단번에 무진의 손을 쳤다.“이거 의도적으로 복수하는 거죠? 그렇게 세게 꼬집어요?”그녀가 쓱쓱 볼을 문질렀다.하얀 피부 덕분에, 조금 꼬집었더니 금세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하늘에 두고 맹세컨대, 무진은 진심으로 고의가 아니었다.정말 평상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