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Y국 교외, 클럽 환타지아, S조직 거점.이들은 모두 강상철 세력으로, 지난 번 무진과 성연을 습격했던 그 패거리들이기도 했다.지금 클럽 내부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음성으로 가득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자축하고 있는 모습이다.이번 강무진 습격에 성공하면서 많은 포상금을 받았던 것이다.일년 간 조직이 쓰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이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이미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몸을 살짝 비틀거릴 정도로 마시고 취한 모습이었다.“내가 너희들에게 말했지. 나만 믿고 같이 강상철이 시키는 대로 하면 꽤나 후한 보수를 받을 거라고 말이야. 말해 봐, 이렇게 좋은 안주에 좋은 술을 마시는 기분이 어때? 앞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미녀들을 옆에 끼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거야.” 아래 자리에 앉은 부하들 모두 이 말에 피가 끓어올랐다.“큰 형님, 현명하십니다. 앞으로 저희는 보스를 따라 불지옥이라도 뛰어들 겁니다. 의리를 지켜야지요.”“맞습니다. 형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저희는 언제든 부르시는 대로 달려갈 겁니다.”“저희는 앞으로 큰 형님과 함께 부귀를 누릴 겁니다.”그동안 모두 매일 혹독한 훈련만 거듭했지 딱히 얻은 게 없었다.많은 수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싶어했다.그러나 이번에 강상철이 준 보수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액수가 적혀 있었다. 그들 모두 희망을 가질 만큼.강상철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건히 다졌다.“내가 진작 말했지? 열심히 훈련하고 일만 잘하면 어르신이 너희들을 절대 홀대하지 않을 거라고.”소위 큰 형님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바로 고개를 들고 입에 술을 털어 넣는 동작이 자못 호탕했다.모두 늘 칼에 피를 묻히고 핥는 사람들이니 고상하고 어쩌고는 꺼낼 필요도 없다.그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그만이다. 기본적으로 그저 오늘 하루를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램만 가지고 있을 뿐.그래서 룸에 있던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흥이 났는지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유난히 거칠어 보였다.
달아난 흑매는 가장 먼저 이 상황을 국내의 강상철에게 보고했다.그 시각 강상철은 한창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핸드폰에 뜬 발신인이 흑매임을 확인한 강상철이 손을 휘이 저었다. 그러자 눈치가 빠른 여자 안마사가 바로 룸을 나갔다. “무슨 일이야?” 강상철의 음성이 상당히 나른하다.흑매가 무진에게 중상을 입힌 후, 강상철은 이미 그를 앞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생각이었다.흑매가 초조한 음성으로 강상철에게 보고했다.“부회장님, 저희 조직이 궤멸됐습니다.” “뭐?” 강상철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색이 무척 어두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검은 옷의 사람들이 아직도 자신을 찾고 있을까 걱정하며 흑매는 계속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쳤습니다. 알지 못하는 조직 같은데, 아주 잘 훈련된 자들이었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인지…….” “쾅.” 순간 화가 난 강상철이 손바닥으로 테이블 위를 세게 내려쳤다.그 굉음에 핸드폰 저편의 흑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핸드폰을 꽉 쥔 강상철의 손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지금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최근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조직을 만들어 훈련시키느라 얼마나 많은 심혈과 돈을 들였는가? 그런데 어떻게 그 거점을 알아내서 이처럼 쉽게 궤멸시킬 수가 있다는 말인가.또 전문 킬러와 조교를 데려와 훈련을 시키기도 했는데 이렇게 쉽게 일격에 당했단 말인가.“빨리 조사해서 보고해. 도대체 어떤 놈들인지 알아 보란 말이야.” 강상철이 외국에 나가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따라서 국외의 인물과의 원한 관계는 배제했다.그토록 짧은 시간에 자신의 조직을 궤멸시켰다면 분명 실력이 막강한 강력한 조직일 것이다.‘그런데 과연 누구일까?’강상철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부회장님, 우리 쪽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흑매의 얼굴이 순간 무너져 내렸다.만약 자신이 조사를 하게 된다면 스스로 그물 속으로 뛰어드
강상철은 원래 무진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방금 들려온 소식에 마음속의 의심이 한순간에 사라졌다.‘하긴 몸이 허약한 강무진이 깨어난다 해도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지.’“나가.” 고개를 숙인 강상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강상철로부터 책임 추궁을 피하고 싶었던 부하 직원이 나가라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잽싸게 나갔다.강무진이 아니라면 그들로서는 정말 짐작이 되지 않는다.흑매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에.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든 상황이 사실은 무진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강상철과 강상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무진은 병실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들의 거점을 너무도 쉽게 와해시켜 버렸다.강력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무진은조금만 조사해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강상철의 조직을 거점으로 하는 이들이 무진이 사고를 당한 날 대거 움직였다는 사실을.그리고 돌아간 시간도 마침 손건호가 달려온 시간과 일치했다.그래서 무진에게 손을 쓴 사람들이 바로 강상철의 조직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무진에게 중상을 입인 것이 조직이 궤멸된 직접적인 결과인 것이다.무진은 한 놈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그들의 본거지가 무너졌으니 강상철이 얼마나 마음이 아파할지 모르겠다.한동안 조용히 있어야 할 터.안금여 쪽에서 나온 소식도 사실은 강상철, 강상규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진과 짜고 연기를 한 것.그러나 안금여가 무진을 걱정한 건 사실이었다.그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안금여는 하마터면 북성에서 달려올 뻔했다.결국 무진과 성연의 권유로 겨우 안심하고 그만 둔 안금여였다.지금 안금여는 아직도 무진과 통화하고 있었다.안금여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무진아, 정말 괜찮은 거지? 날 속이는 거 아니지?”“할머니, 저 정말 괜찮습니다. 거짓말 아니니 안심하세요.” 무진은 어쩔 수 없이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그는 본래 이 일을 할머니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걱정이 많은 성격의 할머니가 알게 되면 안심할 수 없을
일을 처리하러 나갔던 손건호는 저녁에야 돌아왔다.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무진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보스, 약재 인수인계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소식을 보내온 그들은 약재의 명칭을 모두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그래서 손건호는 망설이지 않고 약재를 건넸다.자신의 일 처리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했다.이어서 무진이 지시했다.“범인을 계속 찾아.”‘본거지 하나 없애는 것만으로는 부족해.’비록 한동안은 강상철이 잠잠하겠지만, 이것으로 꺽일 저들의 세력이 아니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이번에 클럽 내에서 몇 명을 잡아왔습니다. 다른 거점을 토하게 하려고 고문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둘째, 셋째 할아버님 쪽은 요 몇 년 동안 너무 깊이 숨어 있었습니다. 발톱을 뽑으려면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가까스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니 당연히 일부만 제거할 수 있을 뿐입니다.”이 조직들은 강상철, 강상규의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었다. 아주 부득이한 때가 되지 않으면 그들은 동원되지 않았을 터였다.이번에 조직을 움직여 무진에게 손을 댄 것도 만전을 기하려던 상황에 불과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늙은 여우가 머리를 내밀었겠는가?성연도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이런 말들은 외부인에게는 일급 기밀이라 할 수 있었다.그러나 손건호와 무진은 그녀 앞에서 숨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무진은 진짜 조금도 자신을 꺼리지 않는다.그러나 성연은 마음속으로 강상철과 강상규에 대한 분노를 삭이는 중이다.그 패거리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끝까지 갔다면 자신도 부상을 입었을 게 분명했다.말하자면 강상철, 강상규는 성연 자신까지 계산에 넣었던 것이다.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진을 다치게 만든 그들이었다. 만약 사부님의 약이 없었다면 무진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성연이라는 관문은 절대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화장실에 가는 틈에 성연이 서한기에게 연락했다.“이번에 매복해서 나와 무
서한기의 일 처리 실력 또한 손건호 못지 않았다. 그는 즉시 아직 제거되지 않은 강상철 쪽 본거지 몇 군데를 알아냈다.흑매를 추적해서 알아냈다.본거지를 잃은 후 혼자 남은 흑매는 여기저기로 도망다니기 바빴다.그는 반드시 다른 본거지에 몸을 의탁할 것이다.서한기는 고구마 줄기 들어올리듯이 본거지들을 줄줄이 찾아냈다.그러나 조사해서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서한기는 놀랐다.원래 강씨 집안의 강상철과 강상규는 단순한 장사꾼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들이 요 몇 년 동안 남몰래 자신들의 세력을 이렇게나 키우고 있었다니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이들 조직은 해외에서 중상의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꽤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다.명문재벌 가 내부가 얽히고 설킨 모양새가 상상 이상으로 간단치 않았다.서한기는 찾아낸 소식을 그대로 성연에게 알려주었다.보고를 들은 성연이 순간 놀랐다.“아직 대여섯 개의 본거지가 더 남아 있었다고?”외국에 이렇게 많은 본거지를 세울 수 있었다니, 강상철과 강상규의 배후가 상당히 복잡한 모양새다.‘앞으로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군.’“맞아요, 보스. 근데 본거지들이 다 조그만하고 볼품이 없어요. 애들 몇 명 데리고 가서 저것들 싹 없애버릴까요?”성연의 조직은 크다. 이 조직에 들어올 수 있으려면 실력도 장난 아니다.강상철, 강상규 쪽 본거지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비교하자면 식욕을 돋우는 전채요리쯤?저들을 없애려고 하니 식은 죽 먹기밖에 안된다.서한기의 말을 듣고 있던 성연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자기 쪽이 가서 없애 버려도 안 되는 건 없다.강상철, 강상규 쪽 패거리는 남겨둬도 결국 세상에 민폐일 것이다. 이런 조직이 사라지면 못된 일들을 좀 덜 하게 될 지도 모르고.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기 쉽다.자신의 신분은 아직 공개할 수 없었다.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을 하든 불편할 것이다.마지막으로 성연은 서한기에게 지시했다.“가서 흑매를 잡아와. 그리
그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친 성연이수건을 들고 무진의 몸을 닦아주었다.이제는 부끄럽니 어쩌니 하는 것도 없었다.예전부터 침을 놓으면 많이 봐왔으니 말이다.특정한 때가 아니면 성연은 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눈에는 무진이 일반 환자나 매한가지로 보였다.이때 손건호는 수하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그날 클럽에서 끌고 온 몇 놈 중에서 전력이 비교적 화려한 한 놈이 본거지를 하나 알고 있었다. 또 외부에서 직접 정탐하던 수하가 다른 본거들을 알아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숨기려 하니 더 숨겨지지 않는 모양새다.그래서 조금만 파헤쳤는데도 강상철, 강상규의 꼬리가 드러났다.손건호는 그들로 하여금 계속 탐문하게 했다. 정보를 팔 수 있는 만큼 파야지 태만해서는 안된다.수하와의 통화를 끝내고 병실로 온 손건호가 무진의 귓가에 대고 이 소식을 간단히 말했다.무진이 턱을 가볍게 세우며 말했다. “네가 직접 가. 한 놈도 놓치지 마.”무진의 명령을 받은 손건호가 재빨리 뛰쳐나갔다.그날 밤, 두 개의 본거지가 연이어 또 궤멸 당했다.국내에서 소식을 들은 강상철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집안에 있던 진귀한 도자기들을 던져 부쉈다.자신이 누군지 알았다면 기어코 그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다.이것은 강상철이 요 몇 년 동안 축적해 오던 것이다. 한 번에 세 곳을 치다니 강상철의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듯했다.강상규의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형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좀 냉정해집시다. 천천히 조사해 보면 반드시 뭔가 알아내는 게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강상철은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 강상규 쪽으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냉정? 지금 어떻게 냉정해? 세 개, 본거지 세 개란 말이다. 이 칼잡이들을 모아서 키우느라 내가 얼마를 썼는지 아느냐? 또 쏟아 부은 시간과 에너지는? 어? 그런데 어떻게 냉정해?”강상철은 지금 이미 완전히 격노한 상태였다.강상규조차도 감히 쉽게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한쪽에 서 있
이 이름을 듣자 강상철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이 용병 집단에 속한 이들은 보통 돈을 받고 일을 처리했다. 이들에 의해서 거점이 박살이 난 것이다. 게다가 강상철 측의 조직은 이전에 이 용병 집단의 미움을 산 적이 있었다.만약 그들이라면 정말 일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전화를 끊은 강상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이때 강일헌이 도착하자 강상규는 일이 있어 먼저 떠났다.입구에서 강일헌을 만난 강상규가 말했다.“일헌아, 네 할아버지를 잘 다독여 드려. 화를 적게 내시도록 해. 화를 내지 않게.”강일헌이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습니다, 작은 할아버님.”룸에 가니 강상철의 가라앉은 얼굴이 보였다. 강일헌이 다가가서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강무진이 돈을 주고 시킨 게 아닐까요?” 강무진은 상당히 신중한 놈이었다. 그는 이 일이 강무진과 관계가 있을까 걱정스러웠다.“그럴 리가? 강무진은 지금 중환자잖아? 그가 이전에 그 모양으로 출국했다고? 사람들을 불러서 시켰다고?” 강상철은 무진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미움을 산 적이 있던 다른 조직들이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뒤에서 수를 쓴 것으로 보였다.강상철은 이 생각에 더 기울었다.“할아버지, 잊지 않으셨지요? 전에는 강무진이 불구였는데 나중에 다시 일어섰잖아요? 그리고 회장님의 치매도 나중에 좋아졌고요. 무진 곁에 고수가 있을 지도 모르지요.”강일헌은 몇 번을 생각했다.그때 본가는 이제 절대 못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들은 얼마나 자신만만했던가. 그러나 결국에는 강무진이 후계자의 자리를 꿰찼지 않았나?만전을 기하기 위해 대충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또 다시 강무진이 허점을 드러내게 만들었다.잠시 생각해 보던 강상철은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 두 번의 상황에 그는 정말 억울함을 느꼈다.기회를 놓치는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어떻게 할 거냐?” 강상철은 강일헌이라는 손자를 매우 신임했다.아래 세대 중에서 강상철은 강일헌을
지금 국외는 이미 다음날이었다.마침 성연이 무진에게 물을 마시게 하던 참이었다.사실 먹여준다고 할 순 없었다. 물컵에 빨대를 하나 꽂아 무진이 마시기 편하게 해줬을 뿐이다.강일헌의 출국 소식을 알게 된 후, 무진이 잠시 턱을 쓸더니 성연에게 말했다.“우리는 연극을 좀 해야겠는데?”손건호가 무진에게 소식을 전달할 때 성연도 옆에 있었다.그래서 바로 무진이 말한 의미를 알아듣고 대답했다.“알았어요.”강일헌의 행차는 한 마디로 뒤에서 칼로 사람을 찌른 후에 그 사람이 완전히 죽었는지 보러 오는 것과 진배없었다.이런 행위를 성연이 싫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당연히 자신의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무진에게 맞추어 강상철, 강상규 쪽 사람들 뒤통수를 야무지게 때려줄 작정이다.자신들의 잔꾀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다.그날 오후, 강일헌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강무진 쪽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면 강무진의 진짜 상태가 어떠한 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병실 입구에 도착하자 손건호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머리를 쓸어 올린 강일헌이 짐짓 걱정하는 모습으로 말했다.“사촌형님이 다쳐서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어. 위급한지 어떤 지도 알 수 없어 할머님이 또 쓰러지셨어. 가족들이 걱정이 된 나머지 나를 대표로 면회 보낸 거야.”손건호가 냉소를 지었다.“제가 보기엔 우리 대표님이 죽기를 바라 마지않는 것 같은데요?”강상철, 강상규의 야심이 여태껏 가려진 적이 있었던가?강일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저 인사말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 손건호는 이런 인사에게 좋은 낯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손건호의 이런 반응을 본 강일헌은 무진이 틀림없이 중상을 입었으리라 짐작했다.강무진은 지금 일어서지도 못할지 모른다.강일헌은 속으로 환희의 괴성을 질렀지만, 얼굴에는 전혀 표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아주 관심을 많이 두는 척 가장했다.“무슨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보낸 후 성연의 시간은 다시 한가해졌다.지금 성연은 정원에서 꽃나무에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꽃모종이라고 하지만, 사실 다소 귀한 약재들이다.엠파이어 하우스는 산중턱에 위치해 있다.거의 비료를 준 적이 없는 셈인데도 토양이 아주 비옥했다.성연이 몇 그루를 심어 보았는데 모두 살아남았다.손을 씻고 거실로 들어오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낯선 번호에 성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누구지, 이 사람은?’‘기억에 없는 번호인 것 같은데?’원래 받기 싫은 마음에 잠시 망설이던 성연이 결국 전화를 받았다.“네.”“송성연 양, 저 조수경이에요.”휴대폰 건너편에서 조수경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성연의 두 눈썹 앞머리가 올라갔다.“조수경 씨가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조수경이 자신 때문에 고택에서 쫓겨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성연은 조수경을 보지 못했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할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그런데 내 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지?’조수경은 가는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 씨, 얘기 좀 하고 싶어요.”성연은 나갈 생각이 없었다. 조수경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고.조수경을 본다면 그날 밤의 그 장면이 떠오르며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그런데 왜 조수경은 자신의 화를 돋우려 하는 거지?’“죄송합니다만, 요즘 바빠서 시간이 없네요.” 성연의 음성은 의외로 담담했다. 음성이 오르내림이 전혀 없이.오늘 반드시 성연을 만날 결심을 한 조수경이 애원을 하듯이 사정했다.“송성연 씨, 제발, 한 번만 저를 만나 주세요. 요 며칠 저는 무척 괴로웠어요.”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수경이 더 간절히 매달리며 이어 말했다.“그냥 송성연 씨와 몇 마디 하고 싶을 뿐이에요. 다른 어떤 것도 없습니다. 성연 씨, 제발 부탁해요.”성연이 조수경을 겁내서가 아니었다.그러나 그녀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사정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도대체 조수경이 자신에게 무슨 이
5일의 일정 동안 세 사람은 북성의 명소 네다섯 곳을 돌아다녔다.원래 좀 더 있을 생각이었지만, 샤넬 가문에 뭔가 일이 생겼는지 곧 돌아가야 했다.성연은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더 재미난 곳도 많은데.풀이 죽어 있는 성연의 모습에 미스 샤넬이 웃으며 성연의 뺨을 꼬집었다.“그러지 마. 나중에 우리 다시 올 기회가 있을 거야.”갑자기 일이 생겼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생각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은 매일 같이 업무로 바쁜 무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떠나는 미스 샤넬과 목현수를 대접하기 위해 음식점 한 곳을 예약했다.성연이 이번에 예약한 곳은 평이 좋은 가정식 요리 전문점이었다.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한 목현수가 이런 정통 가정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을 거라 생각한 성연이 특별히 그에게 맛 보여 주기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테이블에 오른 음식들은 소담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웠다. 미스 샤넬은 눈앞의 음식들을 보며 폰을 들어 한참 촬영을 한 후에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정말 맛있어. 와, 매번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 주네요.” 이곳의 음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미스 샤넬이 연신 감탄했다.입에 맞지 않는 것들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맞아요. 우리 북성에는 맛있는 음식과 재미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성연이 미스 샤넬씨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맞아요. 이곳은 산수가 수려해서 경치도 너무 아름다워요. 앞으로 현수 씨가 원한다면, 현수 씨를 따라 이곳에 와서 정착해도 좋겠어요.” 첫날을 제외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미스 샤넬은 무척 즐겁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좋아요. 그러면 그 때 우리 적당한 곳을 고를 수 있어요. 나랑 무진 씨도 두 사람과 같은 곳에 살고.” 그 생각을 하던 성연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것도 좋죠.” 샤넬 양이 맞장구를 쳤다.그러나 그 가능성은 몹시 희박했다.샤넬 가문은 유럽에서 세력이 무척 큰 가문 중의 하나.지금 연세가 많은 미스 샤넬의 아버지는
남은 일정 내내 성연은 미스 샤넬, 목현수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북성 주위의 관광 명소들은 전부 한 바퀴 돈 셈이다.무진의 당부를 새기며 최대한 깊은 물이 있는 곳은 피하면서.또 성현은 미스 샤넬과 목현수 두 사람을 위해 온갖 명소들을 방문해서 즐길 계획을 짰다.성연은 하룻밤 내내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그래도 무진의 말을 잘 따른 셈이다. 위험한 곳들은 가지 않았으니까.오늘 그들이 함께 온 곳은 커플들을 위한 테마파크였다. 주위에는 온통 팔짱을 낀 젊은 커플들이었다. 공기 중에는 핑크빛 기운이 가득했다.반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사이에 혼자 낀 성연은 눈치 없는 들러리 같았다.성연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스 샤넬과 목현수 두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거니까 말이다.그러나 지금 서로 손을 깍지 낀 채 닭 털을 날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니, 성연 자신이 피해 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성연은 속으로 후회했다. ‘괜히 사서 고생한 거 아냐?’‘진즉 알았으면 무진 씨를 데리고 올 걸 그랬지.’“샤넬, 저기 아이스크림 파는데, 먹을래요?”성연은 핑크색으로 장식을 한 건너편의 가판대를 가리켰다.성연과 미스 샤넬은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미스 샤넬이나, 샤넬 양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해서 그냥 바로 이름을 불렀다.“나도 먹어요.” 미스 샤넬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목현수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아직 해가 높이 떠 있는 낮 시간.하지만 건녀편에는 그늘이 전혀 없었다.목현수는 양산을 두 사람에게 건네며 말했다.“두 사람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내가 사올 게. 무턱대고 저쪽으로 갔다가 더위 먹으면 어떡하려고?”고개를 살짝 끄덕인 성연은 목현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샤넬, 무슨 맛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야?” 목현수가 먼저 미스 샤넬에게 물었다.“다 괜찮아요, 당신이 사 주는 거랴면요.”
식당 안.미스 샤넬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를 앞접시에 가득 담았다.그러나 목현수는 음료수 한 잔만 손에 쥔 채 미스 샤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의아하게 쳐다보던 미스 샤넬이 물었다.“안 먹어요? 왜 날 쳐다보고 있어요?”오늘 목현수가 좀 이상했다.“많이 먹어. 부족하면 더 시켜줄 게.” 정상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목현수의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진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조금 전에는 먼저 수저를 놓아주기도 했다.이전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을 사람이 목현수였다.미스 샤넬의 오늘 모습은 목현수로서는 정말이지 좀 새롭게 보였다.주스를 한 모금 마신 목현수가 입을 열었다.“미스 샤넬, 오늘 왜 굳이 성연을 구하러 강에 뛰어들었어? 설마 네도 위험하게 될 줄 몰랐어?”목현수의 눈에 미스 샤넬은 늘 연약하기만 한 존재였다.그런데 위급한 상황에 제일 먼저 강에 뛰어들어 성연을 구한 사람은 미스 샤넬이었다. 목현수의 물음에 잠시 멍해 있던 미스 샤넬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송성연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어요. 만약 그때 그러지 않고 송성연이 잘못되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평생 자책하며 살 테죠. 그래서 나는 반드시 송성연을 구해야 했어요.”그러니까 미스 샤넬은 목현수 때문에 송성연을 구했다는 의미.만약 송성연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강물에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을 터였다.미스 샤넬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어 말했다.“공교롭게도 내가 한 수영하잖아요? 그러니까 내려갔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감히 그런 용기 못 냈지.”미스 샤넬의 유머러스한 표현 덕분에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순간 목현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목현수를 위해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은 미스 샤넬.목현수 자신이 더 이상 생각할 게 뭐가 있겠는가?목현수가 진지한 음성으로 미스 샤넬에게 약속했다.“이전에는 정말이지 결혼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미스 샤넬 당신과 기꺼이 결혼할 거야.”미스 샤넬의 눈에
민박집에 들어오기 전에 성연은 이 일을 무진에게 알리지 말라고 손건호에게 당부했다.지금은 이미 괜찮아졌는데, 말해 봤자 쓸데없이 걱정만 할 뿐이니까.그러나 이렇게 큰 일을 손건호는 자신의 보스에게 감히 숨길 수가 없었다그래서 무진도 알게 되었다.모든 일을 내팽개친 채 무진은 당장 성연 일행이 간 관광지로 달려갔다.지금 성연은 이미 옷을 단정하게 갈아입은 상태였다.성연이 무사한 모습을 본 무진은 비로소 완전히 안심했다.그는 미스 샤넬을 보고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스 샤넬, 성연이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미스 샤넬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흔들었다.“그런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성연 씨는 제 친구인 걸요.”“어쨌든 감사합니다.” 오늘 일어난 상황을 생각한 무진은 두려웠다.자신이 성연의 곁에 없었기에 성연이 어떤 위험을 겪었는지 상상하기가 더 어려웠다.“괜찮아요. 배고파요, 현수 씨. 우리 뭐 먹으러 가요.” 말을 마친 미스 샤넬은 목현수를 끌고 나가면서 성연과 무진에게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었다.방안은 곧 조용해졌다.성연을 보는 무진의 표정은 심각했다.성연은 감히 무진의 얼굴을 볼 생각도 못한 채 입술을 삐죽거리며 발 밑만 내려다보았다. “잘못한 거 알아?” 가볍게 한숨을 내쉰 무진은 결국 차마 책망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성연이 소리치며 말했다.무진은 하마터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잡은 채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먼저 자신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구해야지? 만약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무진은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진저리를 쳤다.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 그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성연은 무진의 어깨를 다시 안고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지금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이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잠시 잊었다.‘언제나 나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인데
목현수도 한숨을 돌렸다.방금 성연에게 일이 생기자 목현수는 바로 손건호에게 알렸다.원래 다른 곳에 있던 손건호가 그제서야 달려왔다.“작은 사모님, 괜찮으십니까?” 성연의 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것을 본 손건호의 표정에 걱정이 가득했다.“난 괜찮아요.” 손사래를 치던 성연이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손건호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무진 씨에게 말하지 마세요. 그냥 지나가면 돼요.”손건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둘이 옷을 갈아입게 민박집을 좀 잡아주세요. 자칫하다 감기에 걸리겠어요.”이 관광지는 비교적 유명한 곳이라 근처에 민박집들이 많이 있었다.물론 이곳에 오기 전에 성연이 미리 조사한 사항들이다.“예.” 고개를 살짝 끄덕인 손건호가 그들을 데리고 나가서 모두 차에 올랐다.차에 올라탄 성연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정중하게 말했다.“미스 샤넬, 고맙습니다. 오늘 당신 덕분에 살았어요.”물속에서의 질식감을 떠올린 성연은 여전히 심장이 벌렁거리는 듯했다.“괜찮아요. 당신은 내 친구니까 구할 수 있었어요. 물론 내가 구하긴 했지만 마음에 두지 말아요. 친구끼리는 서로 도와야지요.” 미스 샤넬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대범하게 말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연은 그전에 미스 샤넬과 적지 않은 오해를 겪었다.그런데도 그녀가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미스 샤넬의 손을 잡은 성연은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곧 그들은 손건호가 잡은 민박집으로 들어갔다.목현수가 미스 샤넬과 성연을 향해 말했다.“두 사람은 먼저 들어가서 좀 씻어. 내가 갈아입을 옷을 구해올 게. 여기 있는 옷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또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그래요.” 미스 샤넬은 별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목현수가 옷을 사 주겠다고 하자 성연은 아무래도 좀 어색했다.예전엔 별일 아니었지만, 이제 그들은 다 자란 성인들이었다.성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나, 나는 필요 없으니까 미스 샤넬만 사주면 돼요
미스 샤넬이 성연의 팔을 잡아당기자 성연은 비로소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물속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성연의 반응이 너무 커서 곧 사레가 들릴 지경이 되자, 샤넬이 황급히 성연의 입을 막았다.물속에서 말하기가 불편한 미스 샤넬은 입모양으로만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점차 침착함을 되찾은 성연이 미스 샤넬의 동작에 따랐다.미스 샤넬이 성연을 끌면서 점점 강가로 헤엄쳐 갔다.강가에 거의 도착한 미스 샤넬이 힘을 써서 먼저 성연을 보냈다.옆에서 누군가가 즉시 와서 도와서 성연을 끌어올렸다.미스 샤넬도 따라서 천천히 강기슭으로 올라갔다.강가에 서서 두 사람 모두 성공적으로 구조된 것을 본 사람들이 곧장 환호성을 질렀다.“정말 운이 좋았어요. 다행이에요, 괜찮아서 다행이에요.”그때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을 끌고 다가왔다.그녀는 성연과 샤넬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천만에요. 다음에는 아이를 좀 더 주의 깊게 살피세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이번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거예요.” 성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소년의 어머니에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주의하겠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아이의 어머니는 겁에 질려서 여전히 떨고 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성연과 샤넬이 없었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을 것이다.“아이를 데리고 내려가서 잘 달래 주세요. 오늘 같은 상황에 아이가 분명히 많이 놀랐을 거예요.”성연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성연의 옷은 젖어서 축축했다.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아이를 구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누나, 고마워요.” 아이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성연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맑은 목소리에 성연도 마음이 점차 누그러졌다.“괜찮아, 네가 괜찮으니 됐어.”“두 분 아가씨, 제 제가 돈을 얼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돈이라도 드려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불
“누가 물에 빠졌어요.”“빨리 와요, 사람 살려요.”“빨리 여기 구조대에게 연락해서 빨리 사람을 구하러 오게 해.”주위에서는 모두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성연은 물에 빠지는 순간 바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다행히 호수의 물이 깊어서 바닥에 부딪치지는 않았다.그러나 갑자기 물살에 충격을 받자 현기증이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아래의 물살이 좀 급해서 물살에 말려들자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힘을 쓸 수가 없었다.성연은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손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짙은 무력감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성연의 몸은 천천히 계속해서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이럴 수가, 누구 수영을 할 줄 알아요? 빨리 내려가서 사람을 구해주세요.” 구조된 소년의 어머니도 옆에서 소리쳤다.자신의 과실로 인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마당에,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비록 자기 자식이 사고를 당하는 걸 원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기적이기만 하지는 않았다.몹시 조급해진 목현수는 몇 번이나 아래로 바로 뛰어내리려고 했다.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게 그는 수영을 할 줄 몰랐다. 주위의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커갔지만, 구조대는 한참이나 오지 않고 있었다.“이걸 어떡하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할 텐데.”“아니면 구급차를 불러서 구해달라고 해.”“여기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CCTV도 있지 않아? 왜 이렇게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는 거야!”“...”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말을 해대고 있었지만, 직접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주로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었다. 성연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물에 뛰어들 용기는 부족했다.자기 자식이 잘못된 걸 본다면 뛰어들었겠지만 말이다.옆에서 잠시 지켜보던 미스 샤넬이 주저함 없이 바로 물에 뛰어들려고 했다.그러나 옆에 있던 목현수가 눈치 빠르게 붙잡았다.“샤넬, 뭘 하려는 거야?”성연 한 명이 빠진 걸로 이미 충분히 애
성연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데리고 온 관광지는 교외에 있었다.산과 물을 끼고 곳곳에 푸른 풀이 깔려 있어서 생동감이 넘쳤다.그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관광지에는 또 전문적으로 설계된 정자와 누각이 있었다. 넓은 숲의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있어서 또 그 속으로 소풍을 갈 수도 있다.미스 샤넬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이곳의 공기는 정말 좋네요.”“맞아요, 내가 오기 전에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순수하고 천연적이라고 했어요. 원래의 모습을 파괴하지 않은 채 약간만 손을 댔을 뿐이니, 진정한 원래의 생태 관광지인 셈이죠.”성연은 설명할 때, 미스 샤넬이 일부 단어를 알아듣지 못할까 봐 영어로 말하기도 했다.미스 샤넬은 혀를 내두르며 박수를 쳤다.“성연 씨, 아는 게 정말 많네요.”“아니에요, 이런 관광지는 우리 A국에 아주 흔해서 조금만 이해하면 알 수 있어요. 유럽 각지에 정통한 미스 샤넬을 난 따라가지도 못하는 걸요.”각기 장점이 있다. 성연은 북성에서 그렇게 오래 지내서 기본적인 상식을 좀 알고 있는 것이지, 칭찬할 건 아니다.“성연 씨가 그렇게 전면적이지 않다는 건 알아요. 가요, 우리 저쪽으로 가 봐요.” 샤넬 양이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성연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미스 샤넬의 뒤를 따라가면서 목현수와 약간의 거리를 두었다.목현수는 성연이 자신을 계속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됐어, 성연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면 나도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샤넬 양과의 관계는 정말 잘 생각해봐야 해.’그들은 다리 위로 걸어갔다. 아래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호수였다.미스 샤넬이 포즈를 취하고 성연이 사진을 찍었다.성연은 여러 장면을 잘 포착해서 찍었다. 아주 의기양양해 보였다.미스 샤넬이 달려왔다. “어떤 지 내가 한번 볼게요.”성연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미스 샤넬은 한 장 한 장 살펴보면서 감탄했다.“성연 씨, 사진 촬영 기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