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호와 성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기다리는 도중에 손건호는 식은땀을 흘렸다. 무진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서.안정된 무진이 다시 병실로 옮겨졌다.성연이 자연스럽게 무진의 맥을 짚었다. 그런데 무진의 상황이 정말 많이 좋지 않았다.‘이렇게는 도저히 안돼.’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그러나 손건호가 옆에 있어서 아무래도 불편했다.그래서 성연은 한 가지 핑계를 대었다.“손 비서님, 무진 씨 몸이 너무 끈적끈적하지 않나요? 옷 두 벌로 갈아 입혀야겠어요. 손 비서님이 가서 무진 씨에게 갈아 입힐 옷을 좀 가져다주세요.”이건 핑계라고 할 수 없다고 성연은 생각했다. 강무진이 얼마나 깨끗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던가.깨어나서 이렇게 지저분한 자신을 보면 아마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잠시 망설이던 손건호는 무진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모님, 보스를 부탁드립니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손건호가 떠나고 10여분이 지나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성연은 화장실에 가서 핸드폰으로 서한기에게 연락했다. “보스, 무슨 일이에요?” 서한기는 성연 쪽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는 상태였다. “내 약 가방 좀 갖다 줘.”성연이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말했다.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은 서한기는 바짝 긴장하며 곧바로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에요? 다쳤습니까?” “나는 괜찮아. 하지만 강무진이 다쳤어. 얘기하자면 기니까 시간 있을 때 다시 얘기하고. 당장 약 가방 가지고 와.” 성연은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서한기는 성연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더 묻지 않은 채 성연에게 대답하고 바로 약 가방을 갖다 주었다.성연은 약봉지를 가지러 아래로 내려갔다.좌우를 두리번거리던 서한기의 눈에 약 가방을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성연이 들어왔다. 그리고 성연 본인이 다친 게 아니라는 걸 확인 한 후에야 안심했다.약 가방을 건네 받은 성연은 서한기에게 한
약을 도포한 후 성연은 계속 무진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애썼다.손건호가 옆에 없으니 성연이 혼자서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성연도 몸이 꽤나 피곤했지만 한 시도 쉬지 않고 무진의 이마를 쓸어내렸다.무진의 이마 위에 수건을 얹었다.성연이 다소 불퉁하게 말했다.“무진 씨, 꼭 빨리 나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와는 끝이에요.”외할머니를 빼고는 그동안 누구의 시중도 이렇게 들지 않았다.약을 먹이고, 체온을 내리기 위해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고 또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등 어느 한사람을 위해 이렇게 정성을 다해 보살필 줄은 성연 자신도 몰랐다. ‘무진 씨가 날 구해 준 걸 생각해서일 뿐이야, 흥.’잠시 무진을 향해 투덜거린 후 또 다시 열심을 다해 간병하는 성연이다.성연은 일 분 일 초도 이 상처를 잊을 수가 없었다. 강무진이 자신 때문에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누워 있는 거니까.밤새 애를 쓴 보람이 있었던 지 무진의 열이 내렸다.그리고 지친 성연은 침대 옆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손에는 물수건을 꼭 쥔 채.이튿날, 의식이 돌아온 무진의 눈에 침대 옆에 엎드려 잠든 성연이 보였다.성연의 손에서 살며시 수건을 빼냈다.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던 손건호는 병상을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 마침내 깨어난 무진을 보는 순간 하마터면 기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무진의 시선이 계속해서 성연을 향해 있자 손건호가 설명했다.“어젯밤 작은 사모님이 아주 고생하셨습니다. 사모님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옆에서 간병하셨습니다.”자신도 거들고 싶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그만두었을 뿐이었다.성연을 바라보던 무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었다.요즘 들어 성연이 계속 자신을 돌보는 상황이다.곧 담당의사가 왔다.무진이 깨어난 것을 보고 잠시 놀라긴 했지만, 이 환자의 놀라운 의지력을 생각하면 또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무진의 상처에 다시 약을 발라주기 위해 의사가 거즈를 열어젖혔다.그런데 어제 밤까지만해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 의사도 성연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이해가 안되는 눈빛으로.무진은 성연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특기들을 생각했다. 아마도 이 모든 게 성연의 공일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자신들 앞에서 그런 부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그래서 무진은 얼버무리듯이 말했다.“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국내에서 처방한 것입니다.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국내에서 승인을 받으면 그때 알려드리겠습니다.”의사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이것은 자신이 본 것 중 정말 가장 신기한 약이었다. 마법의 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자신도 의학계에서 종종 천재라고 불렸지만 이 약의 성분은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환자 측이 원하지 않으니 의사도 그들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잔뜩 실망한 채 의사가 병실을 나갔다.무진은 이제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고 의식이 돌아왔으니 계속해서 쉬며 회복하기만 하면 된다.약효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으니 이제 상처 치료를 위해 더이상 의사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약으로 상처는 치료했지만, 어젯밤 그 패거리들을 상대하느라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던 무진은 온몸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아직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의사를 보낸 후 무진이 몸을 일으켰다.옆에 있던 손건호가 놀라서 혼비백산했다.“보스 일어나서 뭐 하시려고요?”무진은 지금 조용히 누워 쉬어야 했다. 방금 의사도 말하지 않았는가?상처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완전히 낫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목소리 좀 낮춰.” 손건호가 성연을 깨울까 봐 무진이 눈빛으로 제지했다.손건호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그래, 괜찮아. 여태까지 몰랐네. 우리 보스한테 애처가 기질이 있을 줄은?’이전의 냉담했던 보스와 정말 매치가 된단 말인가?그러나 보스의 상처를 생각한 손건호는 맞아 죽을 각오로 말렸다.“보스, 그냥 쉬십시오. 원하시는 게 있으면 저에게 시키시고요.”무진은 아예 손건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통증을 참으며 끝까지 침대
성연은 오후가 되어서야 깼다.깨어난 후 몸을 슬쩍 움직이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자신은 분명 침대에 엎드려 잔 것으로 기억했다.그런데 지금 자신이 누워 있는 것 같다.눈을 번쩍 뜨니,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지금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일어나 앉은 성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자고 있는 무진의 창백한 옆 얼굴이 보였다.목소리를 낮추어 손건호에게 물었다.“내가 어떻게 침대에서 자고 있어요?”손건호가 자신을 안고 옮겼을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손건호에게는 그런 배짱이 없었다.성연의 의문에 손건호가 설명했다.“아까 깨어나신 보스가 사모님을 안아다 눕혔습니다.”그 말을 들은 성연이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몸도 좋지 않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안아?”정말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도대체 강무진은 알고나 있을까? 저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하지만 무진이 회복되고 깨어나자마자 잔소리하기 시작했다.손건호는 성연이 깨어나면 이렇게 반응하리라는 걸 진작 예상했었다.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사모님도 아시다시피, 보스는 사모님 말고는 누구 말도 듣지 않으십니다. 그렇지만 사모님을 끔찍이 아끼시는 분이니 깨고나서 제일 먼저 사모님부터 보셨습니다.”그러면서 지금 은근히 성연을 생각하는 무진의 마음을 늘어놓았다.두 사람의 감정이 좋아진다면, 자신 같은 수하들도 지내는 게 더 수월할 테니까.아니, 예전에 무진과 성연이 말다툼을 하고 냉전 중일 때, 내내 저기압 상태의 보스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무서울 지경이다.손건호가 이렇게 말하니 성연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비록 그녀 자신을 위해서 그랬다 해도 무진 스스로의 몸은 생각지 않으니 성연은 화가 났다.그러나 무진이 이처럼 빨리 깨어났다는 것은 좋은 징조였다.성연이 가볍게 기침을 했다.손건호가 즉시 말했다.“사모님, 물을 좀 드시고 목을 축이세요.”“네, 고마워요.” 성연은 목이 건조하고 따끔거리는 게 좀
성연은 속으로 무진이 정말 제때 잘 일어났다고 은근히 생각했다.즉시 화제를 돌리며 관심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깼어요? 기분이 어때요? 몸에 또 다른 데 불편한 건 없어요? 다친 데는 안 아파요?”그녀의 끝없는 질문에 무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한꺼번에 물어보면 내가 어느 것에 대답해야 해?”“하나씩 대답하면 되지요.” 성연이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무진은 그녀와의 농담을 그만 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손건호가 성연에게 물어보던 말을 사실 무진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캐물을 뜻이 없었다.성연이 숨기고 싶은 이상 자신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성연이 기꺼운 마음으로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릴 참이었다.무진이 깨어났으니 성연은 침대에서 내려와 무진이 좀 더 편안하게 눕도록 자리를 양보했다.그리고 무진 옆에 앉아서 이야기했다.무진이 일어나려 하자 성연이 도로 눕혔다.“뭘 원하는데요?”“물 마시려고.” 무진이 대답했다.성연은 직접 물 한 잔을 따라와 무진에게 건넸다.잠시 나갔던 손건호가 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무진은 죽만 조금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다른 음식은 일절 줄 수 없었다.성연이 무진을 도와 병상의 간이테이블을 내리고 죽을 올렸다.아주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 무척 세심했다.무진은 왼손을 다친 터라 혼자 먹을 수도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성연이 직접 떠먹여 줬을 것이다.무진이 죽을 먹는 동안 손건호와 성연도 옆에서 같이 먹었다.식사가 끝난 후 알아서 뒷정리를 한 성연이 무진에게 다시 물 한잔을 갖다 주었다.옆에서 연신 차를 갖다 주고 물도 대령하며 시중을 들면서 무진이 절대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약이 좋다고 해도 제대로 몸조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무진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이 아닌 만큼 자꾸 일어나면 몸에 큰 부담을 줄 수도 있었다.비록 성연이 세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이런저런 행동을 통해 무진도 이해했다.어쨌든, 성연이 자신을 해치려는
무진이 입을 열었다.“찾으러 왔으면 빨리 약재를 돌려줘.”그 약재 상자 얘기만 나오면 무진 머리가 아파졌다.그의 인생에서 가장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 분명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을 감독하러 손건호가 직접 가야 했다. 가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약재의 주인이 누구인지.전문가를 불러 그 약재 상자의 약들을 모두 감정하고, 또 찾으러 오는 사람을 확인할 것이다.아무나 그 약재들을 가져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손건호는 당장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이런 잡일들은 줄곧 손건호가 처리해 왔기에 무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손건호가 떠난 후, 성연이 호기심이 생긴 듯이 물었다.“방금 들으니까 무슨 약재를 잘못 갖고 왔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성연은 약재 상자를 빼앗긴 후 줄곧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도대체 사건의 진상이 어떤 것인지 아직 정확히 조사하지 못했다.그러나 짐작컨대 강무진 측에서 잘못 가져간 것으로 보였다.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성연은 무척 알고 싶었다.무진이 성연에게 그 날의 실수를 대략 말해줬다.그야말로 한차례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이전에는 이런 바보 같은 일을 한 적이 없었다.지금 얘기를 하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웃음이 나올 정도로.“일이 그렇게 됐어. 너무 바보 같지 않아?” 말을 마친 무진은 이제 성연에게 농담할 여유까지 생겼다.성연 앞에서만이다. 이런 문제들을 직시하며 농담까지 할 수 있는 건.성연 앞에서는 자신을 위장하지 않았다.성연에게는 오로지 진실로만 대했다.“자신이 멍청한 건 알아요? 당신 부하는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되는 잘못을 저지른 거예요?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겠어요. 일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만약 무슨 위험한 상황이라도 벌어졌다면 그리 안전하게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무진의 말을 들은 성연은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알고 봤더니 수하가 창고 번호를 잘못 기억해서 성연의 약재를 자신들의 재료와 혼동하게 되었단다.어쩐지 그날 무진이 그곳에 나타났다
이 때, Y국 교외, 클럽 환타지아, S조직 거점.이들은 모두 강상철 세력으로, 지난 번 무진과 성연을 습격했던 그 패거리들이기도 했다.지금 클럽 내부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음성으로 가득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자축하고 있는 모습이다.이번 강무진 습격에 성공하면서 많은 포상금을 받았던 것이다.일년 간 조직이 쓰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이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이미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몸을 살짝 비틀거릴 정도로 마시고 취한 모습이었다.“내가 너희들에게 말했지. 나만 믿고 같이 강상철이 시키는 대로 하면 꽤나 후한 보수를 받을 거라고 말이야. 말해 봐, 이렇게 좋은 안주에 좋은 술을 마시는 기분이 어때? 앞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미녀들을 옆에 끼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거야.” 아래 자리에 앉은 부하들 모두 이 말에 피가 끓어올랐다.“큰 형님, 현명하십니다. 앞으로 저희는 보스를 따라 불지옥이라도 뛰어들 겁니다. 의리를 지켜야지요.”“맞습니다. 형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저희는 언제든 부르시는 대로 달려갈 겁니다.”“저희는 앞으로 큰 형님과 함께 부귀를 누릴 겁니다.”그동안 모두 매일 혹독한 훈련만 거듭했지 딱히 얻은 게 없었다.많은 수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싶어했다.그러나 이번에 강상철이 준 보수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액수가 적혀 있었다. 그들 모두 희망을 가질 만큼.강상철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건히 다졌다.“내가 진작 말했지? 열심히 훈련하고 일만 잘하면 어르신이 너희들을 절대 홀대하지 않을 거라고.”소위 큰 형님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바로 고개를 들고 입에 술을 털어 넣는 동작이 자못 호탕했다.모두 늘 칼에 피를 묻히고 핥는 사람들이니 고상하고 어쩌고는 꺼낼 필요도 없다.그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그만이다. 기본적으로 그저 오늘 하루를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램만 가지고 있을 뿐.그래서 룸에 있던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흥이 났는지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유난히 거칠어 보였다.
달아난 흑매는 가장 먼저 이 상황을 국내의 강상철에게 보고했다.그 시각 강상철은 한창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핸드폰에 뜬 발신인이 흑매임을 확인한 강상철이 손을 휘이 저었다. 그러자 눈치가 빠른 여자 안마사가 바로 룸을 나갔다. “무슨 일이야?” 강상철의 음성이 상당히 나른하다.흑매가 무진에게 중상을 입힌 후, 강상철은 이미 그를 앞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생각이었다.흑매가 초조한 음성으로 강상철에게 보고했다.“부회장님, 저희 조직이 궤멸됐습니다.” “뭐?” 강상철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색이 무척 어두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검은 옷의 사람들이 아직도 자신을 찾고 있을까 걱정하며 흑매는 계속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쳤습니다. 알지 못하는 조직 같은데, 아주 잘 훈련된 자들이었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인지…….” “쾅.” 순간 화가 난 강상철이 손바닥으로 테이블 위를 세게 내려쳤다.그 굉음에 핸드폰 저편의 흑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핸드폰을 꽉 쥔 강상철의 손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지금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최근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조직을 만들어 훈련시키느라 얼마나 많은 심혈과 돈을 들였는가? 그런데 어떻게 그 거점을 알아내서 이처럼 쉽게 궤멸시킬 수가 있다는 말인가.또 전문 킬러와 조교를 데려와 훈련을 시키기도 했는데 이렇게 쉽게 일격에 당했단 말인가.“빨리 조사해서 보고해. 도대체 어떤 놈들인지 알아 보란 말이야.” 강상철이 외국에 나가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따라서 국외의 인물과의 원한 관계는 배제했다.그토록 짧은 시간에 자신의 조직을 궤멸시켰다면 분명 실력이 막강한 강력한 조직일 것이다.‘그런데 과연 누구일까?’강상철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부회장님, 우리 쪽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흑매의 얼굴이 순간 무너져 내렸다.만약 자신이 조사를 하게 된다면 스스로 그물 속으로 뛰어드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