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강상철과 강상규도 이 소식을 들었다.그들은 벌써 축하 파티를 열었다. 아픈 몸으로 간 무진이 이제 중상을 입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무진이 죽기만 한다면 큰댁은 더 이상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할 구실이 없을 터이다.오늘의 축하파티에는 강상철과 강상규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라인에 속하는 몇몇 인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무진에게 정리되지 않은 채 요행히 아직 회사에 남아 있었다.강일헌과 강진성, 심지어 강문호도 있었다.그들이 큰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문호는 X국에서 더 이상 자신의 자리가 없을까 걱정했다. 강무진이 가장 먼저 칼을 들 사람이 바로 자신일 테니까.그래서 강문호는 밤새 비행기표를 사서 북성으로 날아왔다.북성에는 이렇게 강상철과 강상규가 있었다. 두 명의 어르신이 여기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 있으니, 강무진이라도 감히 자신을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이제 WS그룹은 바로 강 부회장님과 강 사장님의 천하입니다. 제가 먼저 지금 두 분이 일이 성공하시길 축원드립니다.” 이때 한 고위 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술을 권했다.강상철과 강상규도 아주 체면을 차리면서 마셨다.만면에 홍조를 띤 채 무척이나 득의양양한 모습을 통해 오늘 밤 그들의 기분이 매우 좋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강상철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강무진 그 병신 xx가 감히 우리와 싸우려 들다니? 이제 우리 손에 꼬꾸라진 것 아니겠나?”강무진이 나중에 회사의 실권을 잡았음에도 강상철은 여전히 무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 무진이 중상을 입었다고 하니 강상철의 기세가 더 등등해졌다.“맞습니다, 역시 오래된 생강이 매운 법이지요. 강 부회장님의 지모가 대단하시니, 강무진은 당연히 버틸 수 없을 테지요. 이후 회장직에 오르시면 저희들을 데리고 가시는 걸 잊지 말아주십시오.” 또다른 임원이 옆에서 아부성의 말을 했다.“당연하지요. 여러분은 안심하세요. 앞으로 강씨 집안의 그 자리에 앉게 되
무진이 없는 지금 안금여는 회사에서의 실권을 점차 내려놓고 집에서 휴양하고 있었다.현재 WS그룹에는 강운경 혼자 남아 있었다.비록 강운경은 결혼을 했지만 WS그룹에 입사했다.그러나 결혼을 해서 다른 집안의 사람이 되었기에 강상철과 강상규에 비하면 강운경의 발권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이번에 무진이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이라는 사실은 WS그룹의 판세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안금여 쪽은 아직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아직 회복 단계에 있는 안금여가 지금 손자 무진이 다쳤다는 말을 듣는다면 분명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감히 안금여에게 소식을 알릴 수 없었던 손건호는 서둘러 정보를 차단했다.그리고 일부러 속였다.강상철, 강상규 쪽은 성급하게 축하하느라 다른 것들을 아예 생각지 않았다.외국에서 무진은 돌발적인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고열이 너무 심한 나머지 무진의 원래 창백하던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그는 괴로운지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 피부 전체를 뒤덮었다.볼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손에 닿는 온도가 엄청 뜨겁다.성연은 눈썹을 찌푸린 채 줄곧 옆에 붙어 땀을 닦아주며 무진을 간병했다.손건호도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 그는 성연처럼 침착하지 못하고 초조한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손 비서님, 욕실에 가서 수건 좀 가져다주세요.” 옆에서 연신 한숨을 쉬는 통에 시끄러워서 짜증이 났다.가뜩이나 초조한 마음인데 손건호의 한숨 소리에 더 조급해지는 듯하다.여기서 자신을 방해하도록 그냥 두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일을 하게 하는 것이 나을 터였다.“예, 사모님.” 대답한 손건호는 바로 욕실로 가서 수건을 꺼냈다.“한 장 더 갖다 주세요.” 성연이 침착한 음성으로 부탁했다.왠지 성연을 보던 손건호는 안심이 되었다.두말없이 바로 안에서 수건을 하나 더 꺼내 왔다.성연은 수건 한 장을 무진에 이마에 올려 두고 다른 수건 한 장으로 무진의 몸을 닦으며 체온을 낮췄다.좀 늦은 시간이 되자 무진과 성연 두
손건호와 성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기다리는 도중에 손건호는 식은땀을 흘렸다. 무진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서.안정된 무진이 다시 병실로 옮겨졌다.성연이 자연스럽게 무진의 맥을 짚었다. 그런데 무진의 상황이 정말 많이 좋지 않았다.‘이렇게는 도저히 안돼.’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그러나 손건호가 옆에 있어서 아무래도 불편했다.그래서 성연은 한 가지 핑계를 대었다.“손 비서님, 무진 씨 몸이 너무 끈적끈적하지 않나요? 옷 두 벌로 갈아 입혀야겠어요. 손 비서님이 가서 무진 씨에게 갈아 입힐 옷을 좀 가져다주세요.”이건 핑계라고 할 수 없다고 성연은 생각했다. 강무진이 얼마나 깨끗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던가.깨어나서 이렇게 지저분한 자신을 보면 아마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잠시 망설이던 손건호는 무진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모님, 보스를 부탁드립니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손건호가 떠나고 10여분이 지나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성연은 화장실에 가서 핸드폰으로 서한기에게 연락했다. “보스, 무슨 일이에요?” 서한기는 성연 쪽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는 상태였다. “내 약 가방 좀 갖다 줘.”성연이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말했다.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은 서한기는 바짝 긴장하며 곧바로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에요? 다쳤습니까?” “나는 괜찮아. 하지만 강무진이 다쳤어. 얘기하자면 기니까 시간 있을 때 다시 얘기하고. 당장 약 가방 가지고 와.” 성연은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서한기는 성연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더 묻지 않은 채 성연에게 대답하고 바로 약 가방을 갖다 주었다.성연은 약봉지를 가지러 아래로 내려갔다.좌우를 두리번거리던 서한기의 눈에 약 가방을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성연이 들어왔다. 그리고 성연 본인이 다친 게 아니라는 걸 확인 한 후에야 안심했다.약 가방을 건네 받은 성연은 서한기에게 한
약을 도포한 후 성연은 계속 무진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애썼다.손건호가 옆에 없으니 성연이 혼자서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성연도 몸이 꽤나 피곤했지만 한 시도 쉬지 않고 무진의 이마를 쓸어내렸다.무진의 이마 위에 수건을 얹었다.성연이 다소 불퉁하게 말했다.“무진 씨, 꼭 빨리 나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와는 끝이에요.”외할머니를 빼고는 그동안 누구의 시중도 이렇게 들지 않았다.약을 먹이고, 체온을 내리기 위해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고 또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등 어느 한사람을 위해 이렇게 정성을 다해 보살필 줄은 성연 자신도 몰랐다. ‘무진 씨가 날 구해 준 걸 생각해서일 뿐이야, 흥.’잠시 무진을 향해 투덜거린 후 또 다시 열심을 다해 간병하는 성연이다.성연은 일 분 일 초도 이 상처를 잊을 수가 없었다. 강무진이 자신 때문에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누워 있는 거니까.밤새 애를 쓴 보람이 있었던 지 무진의 열이 내렸다.그리고 지친 성연은 침대 옆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손에는 물수건을 꼭 쥔 채.이튿날, 의식이 돌아온 무진의 눈에 침대 옆에 엎드려 잠든 성연이 보였다.성연의 손에서 살며시 수건을 빼냈다.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던 손건호는 병상을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 마침내 깨어난 무진을 보는 순간 하마터면 기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무진의 시선이 계속해서 성연을 향해 있자 손건호가 설명했다.“어젯밤 작은 사모님이 아주 고생하셨습니다. 사모님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옆에서 간병하셨습니다.”자신도 거들고 싶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그만두었을 뿐이었다.성연을 바라보던 무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었다.요즘 들어 성연이 계속 자신을 돌보는 상황이다.곧 담당의사가 왔다.무진이 깨어난 것을 보고 잠시 놀라긴 했지만, 이 환자의 놀라운 의지력을 생각하면 또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무진의 상처에 다시 약을 발라주기 위해 의사가 거즈를 열어젖혔다.그런데 어제 밤까지만해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 의사도 성연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이해가 안되는 눈빛으로.무진은 성연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특기들을 생각했다. 아마도 이 모든 게 성연의 공일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자신들 앞에서 그런 부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그래서 무진은 얼버무리듯이 말했다.“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국내에서 처방한 것입니다.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국내에서 승인을 받으면 그때 알려드리겠습니다.”의사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이것은 자신이 본 것 중 정말 가장 신기한 약이었다. 마법의 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자신도 의학계에서 종종 천재라고 불렸지만 이 약의 성분은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환자 측이 원하지 않으니 의사도 그들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잔뜩 실망한 채 의사가 병실을 나갔다.무진은 이제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고 의식이 돌아왔으니 계속해서 쉬며 회복하기만 하면 된다.약효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으니 이제 상처 치료를 위해 더이상 의사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약으로 상처는 치료했지만, 어젯밤 그 패거리들을 상대하느라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던 무진은 온몸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아직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의사를 보낸 후 무진이 몸을 일으켰다.옆에 있던 손건호가 놀라서 혼비백산했다.“보스 일어나서 뭐 하시려고요?”무진은 지금 조용히 누워 쉬어야 했다. 방금 의사도 말하지 않았는가?상처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완전히 낫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목소리 좀 낮춰.” 손건호가 성연을 깨울까 봐 무진이 눈빛으로 제지했다.손건호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그래, 괜찮아. 여태까지 몰랐네. 우리 보스한테 애처가 기질이 있을 줄은?’이전의 냉담했던 보스와 정말 매치가 된단 말인가?그러나 보스의 상처를 생각한 손건호는 맞아 죽을 각오로 말렸다.“보스, 그냥 쉬십시오. 원하시는 게 있으면 저에게 시키시고요.”무진은 아예 손건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통증을 참으며 끝까지 침대
성연은 오후가 되어서야 깼다.깨어난 후 몸을 슬쩍 움직이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자신은 분명 침대에 엎드려 잔 것으로 기억했다.그런데 지금 자신이 누워 있는 것 같다.눈을 번쩍 뜨니,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지금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일어나 앉은 성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자고 있는 무진의 창백한 옆 얼굴이 보였다.목소리를 낮추어 손건호에게 물었다.“내가 어떻게 침대에서 자고 있어요?”손건호가 자신을 안고 옮겼을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손건호에게는 그런 배짱이 없었다.성연의 의문에 손건호가 설명했다.“아까 깨어나신 보스가 사모님을 안아다 눕혔습니다.”그 말을 들은 성연이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몸도 좋지 않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안아?”정말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도대체 강무진은 알고나 있을까? 저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하지만 무진이 회복되고 깨어나자마자 잔소리하기 시작했다.손건호는 성연이 깨어나면 이렇게 반응하리라는 걸 진작 예상했었다.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사모님도 아시다시피, 보스는 사모님 말고는 누구 말도 듣지 않으십니다. 그렇지만 사모님을 끔찍이 아끼시는 분이니 깨고나서 제일 먼저 사모님부터 보셨습니다.”그러면서 지금 은근히 성연을 생각하는 무진의 마음을 늘어놓았다.두 사람의 감정이 좋아진다면, 자신 같은 수하들도 지내는 게 더 수월할 테니까.아니, 예전에 무진과 성연이 말다툼을 하고 냉전 중일 때, 내내 저기압 상태의 보스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무서울 지경이다.손건호가 이렇게 말하니 성연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비록 그녀 자신을 위해서 그랬다 해도 무진 스스로의 몸은 생각지 않으니 성연은 화가 났다.그러나 무진이 이처럼 빨리 깨어났다는 것은 좋은 징조였다.성연이 가볍게 기침을 했다.손건호가 즉시 말했다.“사모님, 물을 좀 드시고 목을 축이세요.”“네, 고마워요.” 성연은 목이 건조하고 따끔거리는 게 좀
성연은 속으로 무진이 정말 제때 잘 일어났다고 은근히 생각했다.즉시 화제를 돌리며 관심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깼어요? 기분이 어때요? 몸에 또 다른 데 불편한 건 없어요? 다친 데는 안 아파요?”그녀의 끝없는 질문에 무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한꺼번에 물어보면 내가 어느 것에 대답해야 해?”“하나씩 대답하면 되지요.” 성연이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무진은 그녀와의 농담을 그만 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손건호가 성연에게 물어보던 말을 사실 무진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캐물을 뜻이 없었다.성연이 숨기고 싶은 이상 자신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성연이 기꺼운 마음으로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릴 참이었다.무진이 깨어났으니 성연은 침대에서 내려와 무진이 좀 더 편안하게 눕도록 자리를 양보했다.그리고 무진 옆에 앉아서 이야기했다.무진이 일어나려 하자 성연이 도로 눕혔다.“뭘 원하는데요?”“물 마시려고.” 무진이 대답했다.성연은 직접 물 한 잔을 따라와 무진에게 건넸다.잠시 나갔던 손건호가 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무진은 죽만 조금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다른 음식은 일절 줄 수 없었다.성연이 무진을 도와 병상의 간이테이블을 내리고 죽을 올렸다.아주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 무척 세심했다.무진은 왼손을 다친 터라 혼자 먹을 수도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성연이 직접 떠먹여 줬을 것이다.무진이 죽을 먹는 동안 손건호와 성연도 옆에서 같이 먹었다.식사가 끝난 후 알아서 뒷정리를 한 성연이 무진에게 다시 물 한잔을 갖다 주었다.옆에서 연신 차를 갖다 주고 물도 대령하며 시중을 들면서 무진이 절대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약이 좋다고 해도 제대로 몸조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무진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이 아닌 만큼 자꾸 일어나면 몸에 큰 부담을 줄 수도 있었다.비록 성연이 세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이런저런 행동을 통해 무진도 이해했다.어쨌든, 성연이 자신을 해치려는
무진이 입을 열었다.“찾으러 왔으면 빨리 약재를 돌려줘.”그 약재 상자 얘기만 나오면 무진 머리가 아파졌다.그의 인생에서 가장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 분명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을 감독하러 손건호가 직접 가야 했다. 가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약재의 주인이 누구인지.전문가를 불러 그 약재 상자의 약들을 모두 감정하고, 또 찾으러 오는 사람을 확인할 것이다.아무나 그 약재들을 가져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손건호는 당장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이런 잡일들은 줄곧 손건호가 처리해 왔기에 무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손건호가 떠난 후, 성연이 호기심이 생긴 듯이 물었다.“방금 들으니까 무슨 약재를 잘못 갖고 왔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성연은 약재 상자를 빼앗긴 후 줄곧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도대체 사건의 진상이 어떤 것인지 아직 정확히 조사하지 못했다.그러나 짐작컨대 강무진 측에서 잘못 가져간 것으로 보였다.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성연은 무척 알고 싶었다.무진이 성연에게 그 날의 실수를 대략 말해줬다.그야말로 한차례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이전에는 이런 바보 같은 일을 한 적이 없었다.지금 얘기를 하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웃음이 나올 정도로.“일이 그렇게 됐어. 너무 바보 같지 않아?” 말을 마친 무진은 이제 성연에게 농담할 여유까지 생겼다.성연 앞에서만이다. 이런 문제들을 직시하며 농담까지 할 수 있는 건.성연 앞에서는 자신을 위장하지 않았다.성연에게는 오로지 진실로만 대했다.“자신이 멍청한 건 알아요? 당신 부하는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되는 잘못을 저지른 거예요?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겠어요. 일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만약 무슨 위험한 상황이라도 벌어졌다면 그리 안전하게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무진의 말을 들은 성연은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알고 봤더니 수하가 창고 번호를 잘못 기억해서 성연의 약재를 자신들의 재료와 혼동하게 되었단다.어쩐지 그날 무진이 그곳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