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화는 며칠 전 성연을 모함하다 아이들에게 들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지나다닐 때마다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가족들은 정신과 의사를 불러 그녀와 대화하게 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위로해 주었다.집에서 며칠 동안 마음을 다잡은 다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그런데 학교에 왔는데도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 두지 않는 다는 걸 알았다.오히려 진우진과 송성연의 소문만 자자해서 여시화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이때 여시화 옆에 늘 따라다니는 추종자가 붙어있었다. 여시화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걸 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화야, 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줄 사람을 찾아볼까? 송성연, 진짜 여우야. 킹카 진우진까지 반했대.”“닥쳐!” 마음이 초조해진 여시화가 작은 소리로 한 마디 했다.전부터 온갖 방법을 찾아가며 진우진의 뒤를 쫓아다녔건만 정작 자신에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송성연과는 알게 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서로 딱 붙어 있는 모양이 마치 자기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았다.여시화는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지체없이 밴드부를 찾아와서 진우진을 찾을 생각이었다.그리고 진우진에게 그날 일을 해명하려고 했었다. 진우진에게 나쁜 이미지로 남을까 걱정이었다.그런데 저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진우진이 성연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는 걸 알았다.저도 모르게 이를 꽉 물었다.옆에서 여시화의 표정을 보던 추종자는 목이 움츠러들며 입도 뻥긋할 수 없었했다.그녀의 음울한 시선이 성연의 몸 위에 똑바로 떨어졌다.성연은 대본을 맡은 친구와 수정된 대본을 논의하고 있었다.감각이 예민한 성연은 고개를 숙이는 순간 원망으로 표독해진 시선을 느꼈다.고개를 돌리니 미처 스커트 자락만 살짝 보일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그녀와 극본에 대해 논의하던 학우가 성연의 동작을 보더니 호기심에 따라서 시선을 돌렸다.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텅 빈 복도만 보일뿐.“송성연, 뭘 보고 있어?” 학생이 물었
성연의 말을 들은 진미선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송종철 역시 좀 멋쩍은 표정이다.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무슨 원수 진 사람들인 줄 알만큼 전혀 부모, 자식 같지 않았다.이게 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장면이라니, 성연은 그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두 사람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며 시간 끌고 싶지 않았던 성연은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런데 왜 왔어요? 저는 두 분과 할 말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별일 없으면 찾아오지 마세요.”진미선과 송종철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던 성연의 시선이 진미선을 똑바로 향하며 말했다.“지난번에 이미 도와 드리며 말했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요.”이 일에 있어서 성연은 아주 원칙적이었다. 한번만 도와준다고 했으니 한번으로 끝이었다.만약 엄마 진미선이 이걸 빌미로 다시 매달린다고 해도, 두 번 다시 그럴 일은 없을 터였다.짜증스러워하는 성연의 표정을 보며 진미선이 얼른 입을 열었다.“그건 오해야. 오늘은 그냥 너를 보러 온 거야. 며칠 전에 쇼핑하면서 옷을 몇 벌 봤는데, 너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 주려고 일부러 왔어. 네 마음에 드는지 한 번 봐. 안에 구두와 가방도 같이 들어있어.”마지 못해서이긴 하지만 진미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반드시 성연의 비위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걸.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찌 되었든 성연은 자신의 딸이었다.자신은 성연이의 엄마였고, 또 외할머니와의 관계를 봐서라도 성연은 자신에게 그리 모질게 대하지 못할 터였다.자신이 성연을 잘 구슬리며 예전에 소홀히 했던 부분들을 다시 채워 주기만 한다면, 성연이 가진 것들을 자신들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성연은 고개를 숙여 쇼핑백 속의 물건들을 들여다보았다.유명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에 든 밝고 선명한 색상의 옷들은 모두 자기 연령대의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다.진미선이 꽤나 신경을 써서 골랐다는 게 느껴졌다.왕씨 집안에서 대우가 좀
할 말을 끝낸 성연이 가려고 할 때, 보고 있던 진미선이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성연을 붙잡았다.“성연아, 엄마가 오늘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 네가 엄마를 한 번 더 도와주는 게 어떻겠니?”지난번에 제왕그룹과의 협력 후, 꽤나 재미를 본 왕대관은 수중에 방치된 프로젝트 몇 개를 제왕그룹 쪽에서 받아 주기를 바랬다. 그렇게만 되면 제왕그룹과 확실하게 연결될 텐데.그리고 자신에 대한 시어머니의 태도 또한 이전과 달라졌다. 하늘과 땅 차이로.요즘은 시어머니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가끔 보양식까지 사다가 건강을 챙겨 주기도 했다.시어머니의 냉대에 익숙한 진미선에게 있어서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믿기지 않는지 아마 그녀 본인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니 앞으로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올 수밖에.물론 자신의 이런 모습이 매우 뻔뻔스럽다는 건 잘 알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했다.진미선이 생각할 때, 제왕그룹과의 협력은 오직 성연이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거니까.성연이 동의만 한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을 터.진미선이 이런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 옷과 구두 따위를 선물한 건 모두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성연이 애초부터 파악하고 있던 사실이었다.기회를 틈타 자신에게 부탁하려던 게 진미선의 진짜 목적.성연의 눈빛이 한순간에 서늘해지며 비웃었다.“당신 모성애는 참 저렴하네요. 어째 10분도 채 못 가는지.”이렇게 눈앞에 나타나서 자신을 흔들지만 않는다면, 자신 또한 보고도 못 본 체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진미선은 자신을 이용도구로만 여겼을 뿐.성연은 마음이 좀 서글퍼질려고 했다.진미선은 자신을 낳긴 했으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때로 차라리 자신을 낳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이런 부모를 가진 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고통이었다.그러나 다행히 성연의 내면은 강인했다. 한걸음한걸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기댈 필요가 없었다.성연의 냉한
속으로는 믿을 수 없었지만, 이런 기회를 당연히 놓칠 수는 없었다.자신도 제왕그룹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송씨 회사 상황이 호전되어 기사회생 할 수 있을 것이다.기왕 온 이상 이번 기회를 반드시 꼭 잡아야 했다.송종철이 곧장 진미선을 향해 큰 소리로 비난했다.“진미선, 당신 너무 뻔뻔스러운 거 아냐? 그렇게 급히 시집갈 때는 언제고, 지금 감히 성연을 찾아와?”두 사람은 조금 전 가까스로 참았던 감정이 다시 솟구쳤다.다른 사람들은 다 진미선을 비난할 수 있어도 절대 자신을 비난할 자격이 없는 이가 바로 송종철이었다.송종촐의 비난에 진미선은 금세 화가 나 반박했다.“당신은 뭐 얼마나 잘했다고 그래? 성연이 태어났을 때, 한 번 안아본 적이나 있어?”“그래? 성연이 열 나는데 당신 어머니 다리가 불편해서 못 움직일 때, 누가 한밤중에 성량을 병원까지 데려갔어? 의사가 한 발만 더 늦었어도 목숨을 못 구했을 거라고 말할 때, 그때 엄마라는 너는 어디에 있었어?”사실 그 당시 상황은 송종철이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당시 그는 막 임수정과 재혼해서 함께 따끈따끈하던 신혼이었다.또 임수정이 성연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그가 어떻게 먼저 나서서 성연을 병원에 데려다 주었겠는가?성연의 외할머니는 성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겁이 나 송종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수없이 전화를 걸었다. 그에 시끄러워 잠도 잘 수 없었던 송종철이 마지못해 성연을 데리고 병원에 간 것이다.병원에 데려가 의사에게 보인 후 그는 모든 일이 끝났다는 듯 잠잘 곳을 찾아 가버렸다. 성연이 살든 죽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지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보면 마치 성연에게 엄청나게 잘한 것처럼 들렸다.이런 말을 하면서도 송종철은 조금도 부끄러움이란 걸 몰랐다.진미선도 이에 질 세라 송종철의 밑바닥을 들추기 시작했다.“나는 정기적으로 성연이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었어. 당신은 성연이에게 한 푼이라도 준 적이 있어? 시골에서 먹고 입고한 것들 모두 내가 준
송종철이 부들부들 떨며 분노했다.성연을 매섭게 쳐다보며 말했다.“그 돈이 너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성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딸을 팔았어요. 팔린 당사자인 내가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단 말이에요? 게다가, ‘정자’를 제공한 것 외에 나를 키우기라도 한 적 있어요? 나를 키운 사람은 외할머니였지 당신이 아니잖아요.”이어 성연이 몸을 돌려 진미선을 향해 말했다.“제왕그룹을 소개해 주며 한 번의 인정을 베푼 것으로 계산이 끝났어요. 다음은 없어요! 돌아가서 남편에게 전하세요. 이 합작을 잘 끌고가고 싶으면 남의 힘으로 이득 볼 생각 말고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내놓으라고요. 그럼 제왕그룹도 한번쯤은 고려해 보겠죠.”애초 진미선을 도울 때, 이득을 본 진미선이 한 번으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었다.진미선에게 무른 태도를 보이지 않으리라 성연도 마음을 정한 터였다.인정 부채도 부채였다. 자신은 진미선에게 부채가 있었지만, 이번 합작이 소개해주며 소멸된 셈이다.물론 자신도 장사꾼이다. 만약 진미선의 남편이 정말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면 합작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진미선이야 물론 좀 얄미웠지만, 돈과 못 지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성연아, 제왕그룹이 북성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너도 알잖니? 잘한다 해도 네가 한 마디 안 해주면 제왕그룹이 받아주겠니? 성연아, 그러지 말고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한 번 더 도와줘.” 진미선은 다시는 그런 냉대를 받는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시어머니가 이제 간신히 자신에 대한 태도를 좀 누그러트렸는데, 만약 그녀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그전보다 더욱 심해질 게 뻔했다.진미선은 정말 겁이 났다.“진 여사님, 제왕그룹이 어떻게 당신을 돕게 됐는지는 그쪽 사람들이 이미 이유를 말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단지 인정상의 부채를 갚았을 뿐이에요. 제왕그룹 같은 그런 큰 그룹이 내가 하라 한다고 할 거라 생각하세요?” 성연이 냉소를 띈 채 진미선을 바라보았다.지금까지도 진미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 집안일을 무진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과거는 너무 엉망이었다.그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그러나 무진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성연의 학교 주변에 배치해 두었던 사람들의 보고에 따르면, 저 두 사람이 성연을 찾아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그는 지금까지 이처럼 후안무치한 부모를 본 적이 없었다.비록 일찍 세상을 떠나시기는 했지만, 자신의 부모님은 살아생전 자신에게 더 없는 애정을 쏟으시고 자신을 보호해 주셨었다.성연의 부모라는 저들은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을 정도였다!무진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지만 멍하니 있던 성연은 막지 못했다.무진이 매우 예의 바른 태도로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물었다.“일부러 여기까지 성연을 찾으러 오신 모양인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진미선의 눈에 강무진의 온몸에서 귀티가 흐르는 게 보였다. 만만히 대할 대상도, 절대 실해서도 안될 사람이었다. 그러니 강무진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강무진의 비위를 잘 맞춘다면 앞으로 합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진미선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쇼핑을 하며 성연이에게 어울릴 만한 옷 몇 벌을 샀다가 직접 주러 왔어요. 구두와 가방도 모두 내가 직접 고른 것이에요. 성연이에게 어울릴 만한 걸로.”한 눈에 봐도 진미선은 비교적 처신을 잘했다. 적어도 무진이 앞에서 가장할 줄 알았다.그러나 송종철은 그렇게 비위가 좋지 않았다.한창 화가 나 있던 그는 입에서 나오는 말도 충동적이었다.송종철이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입을 열었다.“강 대표, 결혼 지참금을 성연이에게 주었다던데, 사실입니까?”송종철의 다급한 모습을 보던 무진의 눈에 냉소가 떠올랐다.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성연이가 원해서 제가 주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성연이의 돈이기도 하지요.”송종철은 마음이 다급했지만 무진의 앞에서 함부로 소란을 떨지는 못했다.눈만 부릅뜬 채 말했다.“당신들 마음대로 성연이 돈으로 할 수 있습니까
무진이 차에 오르자 성연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멀리 떨어진 거리 때문에 단편적인 단어 한 두 개만 들렸을 뿐, 무진이 저들에게 뭐라고 했는지 구체적인 말은 듣지 못했다.그러나 저 두 사람의 창백하다 못해 얼어붙어 보기 흉한 안색을 보니,확실히, 무진에게서 좋은 말을 듣지는 못한 듯했다.성연은 무진을 한 번 쳐다보았다.무진은 성연이 저 두 사람 때문에 걱정하는 줄 알고 위로하며 말했다.“괜찮아, 앞으로는 상대하기 싫으면 하지 마.”말인즉슨, 앞으로 저 두 사람과 관련한 일은 모두 그에게 맡기면 된다는 뜻.무진의 말을 알아들은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닥 흥이 일지 않는 모습으로.솔직히 성연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혈육 두 사람을 상대하면서 뭔가 가슴을 꽉 누르는 듯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성연은 자신의 멘탈이 일반인보다 훨씬 강하다고 자신해왔다.그런데 이런 상황에 직면하니 성연 또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어찌 되었든 어느 정도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었다.성연은 창밖만 쳐다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평소 밝은 모습으로 재잘거리던 여자애가 돌연 아무 말없이 조용하니 정말 보기 힘들었다.무진도 아무 말없이 그저 성연의 옆에 함께 앉아 있을 뿐.송종철과 진미선, 두 사람이 귀찮게 하는 바람에 성연과 무진이 집에 도착한 시간은 꽤 늦어 있었다. 집사가 이미 저녁식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지금 무진은 모든 걸 성연의 취향에 맞추었다.식탁 위에 놓인 것들 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다.그러나 앞에 있는 음식을 보면서 조금 전 학교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이 다시 떠오른 성연은 갑자기 입맛이 없어졌다.음식을 조금 집어 자신의 접시에 담은 뒤 무심코 휘적거리기만 할 뿐.겨우 반 공기의 밥을 몇 입 먹는 듯하더니 결국 수저를 내려놓은 뒤에 소파에 가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차에서부터 지금까지 성연의 기분이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을 무진은 알아차렸다.성연이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사실 결국
평소에 성연연은 야식을 먹는 습관이 없었다.그래서 집사는 보통 자신을 위한 야식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오늘 저녁에 자신이 먹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어 서류를 내려놓은 채 자신과 함께 게임을 즐기던 무진을 떠올린 성연은 자연히 깨달았다. 이 야식을 무진이 준비시킨 거라는 사실을.무진의 이러한 친절은 성연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따뜻한 기운이 마음속으로 훅 밀려오자 갑자기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 듯했다.옆으로 고개를 돌린 성연이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무진에게 말했다.“고마워요.”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천만에. 앞으로 일이 있을 때는 속에 담고 있지만 말고 말해. 내가 같이 해결해 줄 테니.”“알았어요.” 성연은 가슴이 뭉클했다.예전엔 언제나 그녀 혼자였다.지금 강무진은 자신에게도 의지할 사람이 생겼구나, 라고 느끼게 했다.저녁을 먹은 무진이었으나 성연과 함께 야식을 먹었다.배불리 먹고 마신 성연은 다시 기운을 회복했다. 두 사람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은 생각하지 않았다.피곤한 하루였던 지라, 목욕을 하고 나온 성연은 침대에 엎드리자 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밤새 꿈도 꾸지 않은 채 아주 푹 깊이 잘 잤다.다음 날은 주말이라 성연은 학교에 갈 필요도, 연습할 필요도 없었다.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집안에서 알람도 주말에는 자동으로 멈추며 누구도 성연을 방해하지 않았다.성연은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계속 잤더니 엄청 개운함을 느꼈다.일어났을 때, 무진은 이미 집에 없었다. 아마 일이 있어서 회사에 갔을 터.성연은 신경 쓰지 않고 기지개를 켠 뒤 스스로 일어났다.아침을 먹자 좀 심심해졌다.하루 종일 게임을 하면 질리겠지.주말 시간을 게임으로만 보내기엔 또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았다.무진이 집에 없으니 더 재미가 없게 느껴졌다.집에서 아침 시간 반나절을 빈둥거리다 심심해진 성연은 결국 할머니 안금여를 보러 고택으로 갔다.할머니는 잘 회복되고 있었다. 매일 성연이 이른 방법에 따라 재활치료를 진행한 까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