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성연이 거실로 들어가니 무진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점심 때가 가까워 있었다.의아한 마음이 든 성연이 물었다.“오늘 출근 안 해요?”신문을 탁탁 펼쳐 든 무진이 대답했다.“백수가 회사엔 가서 뭐해?”성연은 어이가 없었다. ‘강무진, 당신이 회사를 손에 넣은 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흥, 다들 알고 있는 일을 가지고 지금 부러 저러는 거야? 우리 아수라문의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빼앗아 놓고 아무것도 모르는척, 너무 얄미워!’‘미리 알지 못했으면 정말 속았을 거 아냐?’성연은 무진의 맞은편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다.지금 모든 게 다 귀찮게 느껴져 무진이 계속 연기하락 내버려뒀다. 어차피 언젠가는 들통이 날 테니.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놓은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았다.“뭐 먹고 싶은 거 없어?”성연이 입을 열기를 계속 기다렸다.그런데 아침도 안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거나 먹으면 돼요.”성연은 어젯밤 생일파티에서 술을 대신해 주스를 너무 많이 마셨다. 케이크도.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당연히 입맛도 없고.게으른 고양이처럼 소파에 누워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아주 귀여워 보이는 무진이다.웃음을 지으며 다가가 성연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그런데도 성연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휴대폰만 계속 가지고 놀았다. 머리도 들지 않은 채.그러다 또 하품을 한다. 잠을 그렇게 많이 자고도 부족한지.성연을 한참 쳐다보던 무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30분 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접시를 들고 왔다.코끝에 감도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간 성연의 눈에 해산물 스프 접시를 식탁에 내려 놓는 무진이 보였다. 깨까지 뿌려진 그 고소함이 성연의 식욕을 더 돋우었다.“우와 이거 아저씨가 한 거예요?” 성연이 미심쩍다는 듯 고개를 들며 물었다.솔직히 요리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 아닌가? 늘 휠체어에
성연은 계속 분풀이를 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무진과 아침을 먹은 뒤 오후에 성연은 학교에 갔다.그런데 하필 체육 시간이었다. 땀이 나 끈적거리고 찝찝한 게 싫어 성연은 수업에 들어가기 싫었다.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쉬라고 하신다.얼마 전에 성연의 일로 학교가 한바탕 떠들썩했던 걸 모두가 안다.비록 성연이 범인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어쨌든 그 일로 유명해졌다.성연 뒤에 누가 있는지 선생님들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 누가 감히 미움을 살 짓을 하겠는가?어차피 체육수업은 성연과 같은 학생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터.체육 선생님도 일개 고등학교 교사일 뿐, 당연히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다.운동장을 나온 성연이 보건실로 들어갔다.보건실에서 마라탕을 먹고 있던 서한기가 성연을 보더니 놀라 사레가 들렸다. 보건실이 서한기의 기침 소리로 가득했다.허둥지둥 물을 마시고 나니 기침이 가라앉았다.옆에서 지켜보던 성연이 차가운 눈으로 서한기를 보았다.“왜 그렇게 놀라?”“아니 보스, 수업은 왜 안 들어가요?” 서한기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체육시간이야. 여기서 할 일이 있나 찾아 보려고.” 성연이 의자에 나른하게 기대었다.“무슨 할 일을 찾아요?” 서한기가 의심스럽게 물었다.“우리 ‘스카이 아이시스템’을 가져간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듯 두 눈이 반짝거렸다.북성에 온 이후 조용히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WS그룹에 교훈이라도 주려는 겁니까? 강씨 집안에서 보스를 위해 그처럼 성대한 생일파티도 열어 주었는데요?” 서한기가 조심스러운 눈길로 성연을 쳐다보았다.그의 눈에 비친 성연은 항상 사람과의 정을 중시해왔었다.또 그동안 성연에게 무척 잘해주었던 강씨 집안이었기에 ‘스카이 아이시스템’의 일은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했었다.“그게 무슨 상관이야? ‘스카이 아이시스템’하나면 그깟 생일파티 열 번도 더 할 수 있는데.
WS그룹 내부 시스템에 회사 기밀 정보들이 많이 들어있는 만큼 회사에서는 많은 인재들을 뽑았다. 당연히 보통 실력들이 아니었다.성연이 그룹 내부 시스템에 침입하는 순간, WS그룹 쪽에서도 즉시 알아차렸다.즉시 방화벽을 세우고 보안시스템을 새로 만들었다.하지만 침입자는 너무도 빠른 속도로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이쪽에서는 아직 침입자의 꼬리도 못 잡았는데 저쪽은 바로 공격방식을 바꾸었다.컴퓨터 보안시스템에도 일가견이 있는 손건호가 마침 회사에 있다가 꽤 심각한 상황임을 알아챘다.손건호는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무진을 찾아 ‘블루베이'로 갔다.어젯밤 엠파이어 하우스에 돌아가지 않고 성연과 함께 그곳에 잤으니, 무진이 아직 그곳에 있을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블루베이에 도착해 저택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 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무진이 보였다.무진으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부여 받은 손건호였기에 이 집의 열쇠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웬만한 일로는 블루베이로 찾아오지 말라고 무진이 지시한 터였다.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선을 넘지 않는 손건호인 만큼 무진 또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그래서 문 소리가 나자 성연이 학교에서 돌아온 줄 알았던 무진이다.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거의 뛰다시피 들어오는 손건호가 보였다.“보스, 큰일났습니다!”일 처리가 언제나 깔끔하고 차분한 손건호다. 이렇게 허둥거리는 법이 없었다.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회사 내부 시스템이 공격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막고 있지만,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손건호가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금세 표정이 가라앉은 무진이 서류를 덮으며 일어섰다.“회사로 가지.”고개를 끄덕인 손건호가 무진과 함께 저택을 나와 차를 몰았다.어찌나 상황이 긴급한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 30분만에 WS그룹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무진과 손건호가 임원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사무실에 도착하자 그룹 내부 보안시스템 담당 전산 직원들이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성연은 단지 재미 반, 경고 반으로 시작한 참이었다. 그러다 제대로 해보고 싶어 그룹 전산 시스템에 침입해서 ‘스카이 아이시스템’을 찾아보려고 한 것이다.이와 동시에, 무진의 휴대폰에서 붉은 빛이 반짝였다.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일어났다.“여기부터 너희들이 해. 상대방이 계속 공격 못하게 빨리.”말을 끝낸 무진이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갔다.무진의 뒤를 따르던 손건호가 다급한 모습을 보고 물었다.“보스, 왜 그러세요?”“해커가 내 컴퓨터를 공격하려고 시도하는 중이야.”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물었다.“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 걸까요?” 손건호도 따라서 눈살을 찌푸렸다.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 몇 년간 자신이 그룹 외부에서 일을 처리할 때는 다른 신분을 사용했다. 그리고 두 신분의 인물이 동일인, 바로 자신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래서 자신이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원한을 사거나 한 조직이 없다시피 했는데.그런데 이 해커는 분명 WS그룹을 겨냥한 듯 보인다.무진의 컴퓨터에는 WS그룹의 자료 뿐만 아니라 조직의 정보들도 들어있다.그동안 무진의 컴퓨터에 침입한 해커는 없었다. 컴퓨터 내부 시스템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다. 일반인은 공격할 수 없는.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어떤 상황인지 먼저 확인해 봐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터.성연이 끊임없이 키보드를 두드려 댔다. 노트북 화면에 일련의 코드가 떴지만 너무 빨라 그림자만 보일 지경이었다. 옆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서한기는 정신이 없었다.보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없이 옆에서 주전부리만 먹고 있을 뿐.끊임없이 과자를 입에 넣으며 그럴듯한 칭찬도 곁들였다.“상대방도 정말 대단한데요? 우리 보스와 이 지경까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아요.”상대방의 실력에 놀란 성연도 오랜만에 맞수를 만난 흥분감에 몸을 떨었다.도전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그녀다.지금까지 이 정도로 피 터지게 싸운 상대는 없었다. 그런데
성연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안 서한기가 살짝 나가 성연이 좋아하는 밀크티를 한 잔 사왔다.친절하게 빨대까지 꽂아서 성연 앞에 내밀었다.지금껏 성연의 손은 키보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서한기가 밀크티를 놓은 위치가 아주 절묘했다. 성연이 고개를 숙이고 한 모금 크게 마시고는 다시 정신을 집중해 모니터를 주시했다.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특히 상대방도 고수인지라 더욱 방심 할 수 없었다.성연이 저쪽에 새로 구축된 보안시스템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곧 성공하려던 순간 저쪽에서도 아주 빠르게 대응해 왔다. 바로 또다시 새 방화벽을 세운 것이다.이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성연 또한 점점 지쳐갔지만 여전히 막상막하의 상태였다.저쪽에서도 성연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성연도 더 이상 깊이 공격해 들어갈 수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통쾌했지만 역시 피곤함을 느꼈다.한동안 컴퓨터를 하지 않았더니 손가락이 아파왔다.하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었던 성연이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해 보았다.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옆에서 지켜보다 참지 못한 서한기가 충고했다.“됐어요, 보스. 나중에 또 기회가 있을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세요.”“저쪽도 성공한 게 아니잖아요.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안 돼. 저쪽에서 지금 나를 도발하고 있어. 이렇게까지 해서 진 적은 없어. 당연히 이렇게 쉽게 그냥 못 그만 둬!”차갑게 코웃음을 치는 성연의 옆에서 서한기가 중얼거렸다.“보스, 지금 제대로 상대를 만난 거예요. 이건 진 게 아니예요. 좀 천천히 하세요.”“조용히 해, 내가 알아서 해.”지금 승부욕이 끓어오르는 성연이 쉽게 손을 뗄 리가 없다.이제 처음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뿐.성연의 말투에 짜증이 섞인 것을 본 서한기는 더 이상 입도 못 떼고 조용히 옆에서 지켜만 보았다.아
결국 성연은 여운을 남긴 채 먼저 공격을 멈추었다.고수들의 겨룸이었기에 무진 역시 두 말할 필요없이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그러나 미간을 찌푸린 채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도대체 어떤 자가 저쪽에 있는지 알아보려 역추적을 시도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줄곧 곁에서 지켜보던 손건호 또한 이상하다고 느꼈다. ‘우리 보스의 능력이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데 말이지.’‘보스와 이 정도까지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손에 꼽을 정도일 텐데. 상대방은 분명 이 분야의 고수야.’손건호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와 무진에게 건네주었다.물잔을 받은 무진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탁탁 두드렸다. 이건 무진이 생각에 잠길 때 나오는 동작이다.분명 무진은 지금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보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손건호는 쓸데없이 한마디 물었다.“저쪽에서 단순히 놀러 온 건지, 아니면 정말 목적을 가지고 온 건지 생각하고 있었어.”시스템이 처음 공격당했을 때 기밀 서류들을 중심으로 방화벽을 세워 보호했다.파일들을 잠시 다른 보안시스템으로 옮기기도 했다.처음 그 사람은 아마 기밀서류들을 겨냥해 공격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이 새로 구축한 보안시스템을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그래서일까, 상대방은 기밀서류보다 자신과 겨루는 걸 더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놀아요?” 손건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저도 모르게 입가에 힘을 주었다.‘WS그룹의 최고 보안팀을 허둥지둥하게 만들 정도의 해커가 그냥 놀러 온 것이라고?’‘그런 고수들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 항상 지들 맘대로지.’“단지 추측일 뿐, 확실하지 않아. 최근 프로그램 쪽은 반드시 주의해서 살펴 봐. 그리고 가능한 빨리 더 강력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게 해.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무진은 피곤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WS그룹의 내부 네트워크와 자신의 컴퓨터 시스템을
성연이 노트북을 덮었다. ‘스카이아이 시스템’을 되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하지만 저쪽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테니 아직 여유가 좀 있는 셈.지금 당장 강무진 앞에 가서 ‘스카이아이 시스템’은 내 것이라고 대놓고 말할 수도 없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소리소문 없이 ‘스카이아이 시스템’찾은 뒤에 바로 챙겨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강무진 쪽의 사람들 역시 성연이 생각했던 것처럼 만만치가 않았다.어쨌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스카이아이 시스템’을 되찾아야 한다는 결심은 변함없었다. 원래 내 것이었으니까.하물며 강무진 쪽은 우리 조직의 어지러운 상황을 틈타 ‘스카이아이 시스템’을 가져간 것 아닌가. 게다가 돈도 지불하지 않은 채로.당연히 자신이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연. 성연이 책상에 엎드려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성연이 의자에서 일어섰다.“나 먼저 갈게. 내가 여기 있는 걸 보이면 곤란해.”이 학교 학생들은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지난번 스캔들 때문에 보건실에 오려면 이제 몰래 와야 할 상황이다.안 그랬다가는 또 누군가 보고 어떤 소문을 퍼트릴지 모른다.“뭐가 곤란해요? 누군 아플 때 없어요? 이 보건실의 존재 이유는 아픈 사람이 오는 거예요.” 서한기는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어차피 그야 성연과 한 편이니 경고를 받더라도 신경 쓸 게 없다.“나는 다르지. 만약 네가 그만두기라도 하면 누가 여기서 나를 도와?” 보건실 교사라는 서한기의 신분은 성연이 학교에서 운신하기에 매우 편리했다.서한기가 학교 내에 있으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평소 서한기에게 타박도 주고 질책도 했지만 여전히 믿을만한 수하였다.“만약 이 신분이 안 되면, 다른 신분으로 바꿀 수도 있지요. 보스를 여기 혼자 두지 않을 겁니다.”서한기는 짐짓 다정한 투로 말했다.그의 말투와 눈빛을 보던 성연이
늦은 오후,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난 후.성연은 자리에서 가방을 정리했다.교문을 나서기 전, 학교 안의 매점에 가서 밀크티 한 잔을 샀다.이전 밀크티 가게에서 일하던 그 여자 알바생이다.성연을 알아본 알바생이 반가워했다.“한동안 안보이더니 오랫만이네요. 요즘 잘 지내고 있어요?”알바생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성연이 지나치게 반가워하는 말을 듣고 어색한 듯이 대답했다.“네 잘 지냈어요.”“알고 있었어요? 전에 게시판에 올라왔던 학생 사건, 엄청난 반전이었잖아요. 그때 게시판에서 난리가 났어요. 모두 학생을 오해했었는데……. 나도 학생 위해서 해명글 올리고 그랬었어요.” 알바생이 신난 목소리로 떠들었다.“고마워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그럴 필요 없어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깨끗한 자는 깨끗하고 더러운 자는 더럽다는 말도 있잖아요.”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녀는 결코 이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어떤 댓글도 그녀에게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어쩐지 그래서 학생이 그렇게 침착했구나. 이 일은 정말 내가 한 일이 아니었네. 그래도 학생한테 사과하고 싶었어요.” 알바생은 집에 돌아간 뒤 생각하니 더 미안함을 느꼈다.무고한 사람을 오해했으니 한 두 마디 사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계속 성연이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 다시 사과하고 싶었지만 성연은 오지 않았다.그래서 며칠간 실의에 젖어 있기도 했다.“이미 다 지난 일이에요. 특별히 제게 사과할 필요 없어요. 사과는 전에 이미 받았잖아요.”이 알바생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저기 그런데 최대한 빨리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좀 급해서요.” 성연은 10분 미리 와서 밀크티 한 잔 사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다.예기치 못하게 이 알바생에게 붙들려 수다를 떨게 된 참.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무진의 운전기사가 지금쯤이면 벌써 도착했을 것이다.이 알바생이 신난게 말하는 통에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도 잊어버릴 뻔했다.알바생이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미안해요, 반가운
안진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MS 가문의 장로들은 회의에서 분노를 터뜨렸다.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삼장로가 대장로를 향해 비아냥거렸다.“당신의 수양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지사들이 문을 닫게 된 건 틀림없이 안진검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겠지요. 곧 우리를 모두 팔아 넘길 겁니다.”원래는 삼장로도 안진검에게 희망을 걸었다.오웬의 죽음은 삼장로의 가슴에 맺힌 한이었다.안진검이 그 울분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안진검이 잡혔을 뿐만 아니라 MS가문에 그렇게 많은 손실을 입힐 줄은 몰랐다.오웬의 원수는 고사하고 MS 가문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이다.이 사실이 삼장로를 극도로 괴롭게 만들었다.‘안진검을 찢어 죽이지 못해서 원통할 뿐이야!’대장로는 모든 잘못을 안진검에게 떠넘기는 삼장로의 말이 불만스러웠다.‘우리 가문이 지금 손해를 본 건 맞아.’‘하지만 이전에 진검이가 가문에 가져다준 이익이 더 많아.’대장로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삼장로, 진검이 지금 무진의 손에 떨어져서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설사 진검이 그런 정보를 넘겼다 해도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겁니다!”“아마도 강무진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겠지요. 진검이 우리 가문에 그렇게 오래 있었기에 모두 진검을 우리 일원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대장로도 마음속으로는 안진검을 원망했다.이제 MS 가문의 A국 수출입 무역 활동은 모두 중단되었다.MS 가문이 기본적으로 대단히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이다.그래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안진검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대장로, 당신의 말은 틀렸어요. 우리 가문의 신조는 적이 어떤 수단을 써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역시나 A국 사람이라 패기가 전혀 없는 거지요.” 장로들 중에서 누군가가 대장로를 힐끗 보면서 조롱했다.“진검이 우리 가문에 가져다준 좋은 것들은 모두 잊었습니까?” 대장로의 목소리가 순
곧 취조실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체에서 감각이 가장 예민한 손가락이기에 안진검은 정말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그러나 어느 누구도 안진검을 동정하지 않았다.안진검의 손은 곧 선혈이 낭자해졌다.두 번째 손톱을 뽑으려고 하자 안진검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마, 말할게.”안진검의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강무진이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어. 전에는 너무나 온화한 모습만 보였던 거야.’무진이 멈추라는 신호를 하자 부하가 한쪽으로 물러섰다.“말해봐.” 무진이 안진검의 앞으로 다가갔다.안진검은 입을 열고 정보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말을 마친 안진검은 두려워하면서 무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아는 건 이 정도야. MS 가문에서 나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를 경계하고 있어서 많이 알지는 못해.”“좋아.” 무진은 부하에게 안진검이 말한 것들이 사실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그 후 이틀 동안 여러 무역회사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책임자들도 감쪽같이 사라졌다.또 경찰청 앞으로 몇 개의 박스가 도착했다.박스 안에는 수입이 금지된 밀수품들이 들어 있었다.금지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과 음료수, 심지어 분해된 총기까지도 들어 있었다.이 일은 경찰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곧 전국의 모든 무역 회사를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이 일은 바로 손건호가 처리한 것이다.그리고 무진에게 결과를 보고했다.“안진검이 말한 정보대로 법률을 위반한 MS 가문의 회사들을 모두 없앴습니다.”무진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안진검이 속이지 않은 모양이네.”“보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손건호가 물었다.“지금은 일단 MS 가문 쪽에서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지켜봐야겠어. 안진검은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야.”무진은 안진검이 다 털어놓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았다.‘그 회사들을 없애서 MS 가문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어.’‘이제 A국 시장에서 M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무진 씨에게 사과할게요. 하지만 무진 씨, MS가문의 사람들이 무진 씨를 불리하게 만들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어요.”무진은 감격에 겨워서 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결국 성연이 한 모든 일은 역시 나를 위해서였어.’무진의 감동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연을 품에 꼭 안자 두 사람의 체온이 얇은 옷을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었다.이를 본 성연은 무진에게 진상을 알릴 때의 조마조마함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성연도 무진을 꼭 안고서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집으로 돌아간 후 무진은 성연에게 먼저 쉬라고 했다.하루 종일 너무 많은 기복을 겪어서 성연도 몹시 피곤했다.무진이 함께 해 주자 성연은 곧 잠이 들었다.성연의 잠자는 얼굴을 보자 무진의 마음은 더욱 부드럽게 녹아들었다.성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서 침대에서 일어난 무진은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 무진의 표정이 바로 가라앉았다.지하 감옥으로 가서 직접 안진검을 심문했다.“당신은 MS 가문의 사람이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성연에게 접근한 거야?”안진검은 어차피 무진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속여도 재미없을 것이다.그래서 그대로 자백했다.“맞아, MS 가문의 대장로가 내 의부야, 네가 나를 잡았으니 MS 가문의 사람들이 반드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냉소하던 무진은 곧이어 마음속으로 벌컥 화를 냈다.“너는 지금 내 손에 떨어졌는데, 또 무슨 자격으로 내게 조건을 제시하는 거야?”안진검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WS그룹은 확실히 괜찮아.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MS가문과 아직 거리가 멀어. 내가 충고하지. 어쨌든 MS가문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그때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모르게 될 거야.”“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눈빛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안진검은 무진이 자신과 조건을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긴장도 하지 않았고, 자세도 점차 늘어졌다.“
무진의 눈에는 충격이 가득했다.바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춰 세웠다.너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서 두 사람의 몸도 앞으로 기울었다.무진이 조금 진정되자 성연이 계속 말했다.“그래요. 사실 아수라문은 내가 이끌고 있어요.”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여러 차례나 아수라문의 사람들이 나를 도왔어.’‘알고 보니, 뜻밖에도 성연의 사람들이었어.’‘그리고 전에 아수라문의 보스를 만났을 때도 아주 익숙하다고 느꼈지.’‘원래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어. 그 사람이 정말로 성연이었어.’무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성연은 말을 끝낸 뒤 안절부절 못하면서 무진을 보고 물었다.“무진 씨, 내가 숨긴 걸 탓할 거예요?”무진은 순간 마음이 아팠다.고개를 젓고 천천히 말했다.“내가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그러고 보면, 그렇게 여러 번이나 나를 도와줬는데. 그런데 왜 바로 내게 말한 거야?”“성연아, 나는 정말 네가 한 조직의 보스라는 걸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어. 어쩌면 나와 비슷한 조직이거나 나보다 더 대단할 것 같아. 너는 정말 나보다 더 신비한 사람이야.”성연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무진의 눈에도 마음에도 아끼는 마음이 가득 찼다.‘송성연이라는 한 소녀가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바쳤을까?’‘이렇게 여러 해 동안 틀림없이 정말 쉽지 않았을 거야.’‘내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성연이를 잘 보호했을 텐데.’“정말 나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성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성연의 이마에 무진이 가만히 이마를 대고 말했다.“내가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내 여자가 그렇게 대단한데, 내가 너무 한심해서 너를 잘 보호하지 못했어.”분명히 명성이 자자한 조직의 보스지만, 성연은 지금 마치 잘못을 저지른 소녀처럼 계속해서 사과했다.“미안, 미안해요. 내가 숨기지 말아야 했어요.”성연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무진에게 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무진이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이 모든
창고 밖으로 나아서 성연과 무진은 차에 올랐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무진은 화가 났지만 성연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성연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들을 위해서일 뿐이야.’‘더군다나 지금 성연은 안진검을 잡기 위해서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썼어.’‘그러나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오늘은 마침 내가 왔지만,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성연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무진은 자신이 없어서 성연이 안진검의 손에 떨어지거나, MS가문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안진검 그자는 척 봐도 악랄하고 잔인한 놈이야.’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더없이 두려웠다.‘내 안위는 상관없지만, 성연의 안위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성연은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먼저 말했다.“안진검에게 모혜정이라는 약혼녀가 있어요. 이전에 모혜정이 나와 안진검의 관계를 오해했기에, 나는 단지 이 일을 똑똑히 설명하려고 여기에 왔는데 뜻밖에도 안진검이 진짜 모습을 드러냈어요.”무진은 성연처럼 총명한 사람이 이전에 안진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안진검의 진면목을 알게 된 뒤라서 성연은 단순하게 해명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말해도 무진은 믿지 않았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자신에게 물어봐, 네 해명이 믿기는지?”성연은 자신이 처음에 했던 생각을 말할 수가 없었다.‘이번에는 확실히 경계심을 늦췄다가 하마터면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어.’‘만약 이번 무진씨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안진검과 싸우다 함께 죽었을 거야.’‘다행히도 무진 씨가 왔어.’그러나 성연은 무진에게 감히 말하지 못했다.자신이 너무 무모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무진 씨...”“성연아, 잘 생각한 다음에 다시 내게 말해. 나는 네가 그저 핑계를 대는 걸 원하지 않아.”입을 열려고 하던 성연은 무진의 말을
무진은 이미 성연의 신호를 받았다.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달려든 무진이 안진검을 바로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그리고 안진검이 손에 쥔 비수도 제거했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았다.방금 비수가 자신의 목을 겨눈 장면을 생각하자, 성연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떨렸다.무진이 서연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작은 소리로 위로했다.“괜찮아,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이렇게 위급한 상황이라서 무진도 더 이상 묻지 못하고, 즉시 부하들에게 안진검을 잡으라고 알렸다.상황이 심상치 않자, 안진검은 사무실로 도망쳐 문을 잠근 채 지원을 기다리려고 했다.그러나 이터너티의 사람들 동작이 더 빨라서 곧바로 안진검을 붙잡았다.안진검은 바로 바닥에 깔린 모습이 되었다.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면서 외쳤다. “놔, 놔줘.”얼굴도 바닥에 꽉 눌렸다.자신이 붙잡힌 순간, 안진검의 마음도 얼어붙었다.무진의 손에 떨어지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위로했다.성연은 정말 두려움을 느꼈다.이 순간, 성연의 안색도 창백했다.카지노를 떠나면서 무진은 내친 김에 경찰에 신고했다.경찰로 하여금 이 도박꾼들과 안진검의 부하들을 체포하게 한 것이다.‘이 도박장을 이곳에 연 것 자체가 명백한 범법 행위야.’‘안진검 일당이 저지른 일도 모두 불법적인 일이지.’‘경찰이 오면 저자들도 틀림없이 몇 년씩 감옥에 가게 되겠지.’‘이 도박꾼들도 가족들을 속이고 이런 짓을 했을 거야. 이런 범죄는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해.’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부하들을 향해 지시했다.“안진검은 엄중하게 감시해. 그자가 도망치거나 누구하고도 접촉하지 못하게 해.”‘안진검은 MS 가문의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이야. 만약 안진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구출할 사람을 보내거나 안진검을 죽여서 입을 막으려 할 거야.’‘안진검을 잡아 두면 당연히 쓸모가 있겠지.’‘대장로의 수양아들이니 안진검은 틀림없
손건호와 부하들이 안진검의 경호원들을 없애고 있을 때.무진은 안진검의 사무실로 접근했다.당연히 자신이 직접 안진검을 생포할 작정이었다.무진은 MS 가문의 나쁜 영향은 정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이 안진검이 성연과 몇 번이나 접촉했지.’‘다행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성연에게는 손을 대지 않았어.’‘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나 후회하게 됐을까.’‘이번에는 반드시 MS 가문을 전부 해결해야겠어.’‘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존재가 줄곧 큰 위험이 될 거야.’무진은 마음속에 큰 분노를 품고 있었다.‘오늘 반드시 안진검을 죽일 거야.’그런데 방 안의 안진검은 성연을 잡고 비수를 성연의 목에 대고 있었다.사무실 문이 열렸다.안진검은 뛰어든 사람은 틀림없이 성연과 한패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어쨌든 성연을 잡고 위협하려는 것이다.사무실 문이 열리자, 무진의 앞에 안진검이 성연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무진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이 장면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안진검도 온 사람이 무진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칼을 들고서 험악하게 웃기 시작했다.양 옆에서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었지만 성연의 마음은 차분했다.성연도 안진검의 아지트를 부수러 온 사람이 무진일 줄은 몰랐다.몇 초 동안이나 경악한 채 전혀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안진검을 노려보는 무진의 눈빛에서는 원한이 폭발할 것 같았다.무진이 안진검을 향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그 여자를 놓아주면, 오늘 너를 죽이지 않겠어!”무진의 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무진은 가슴을 조여야 했다.‘안진검을 해결하면 성연이 철저히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결국 성연은 깊은 함정에 빠졌어.’무진의 이런 모습을 본 안진검이 냉소하며 말했다.“강무진, 강무진. 당신 같은 사람이 결국 자신의 여자 때문에 제 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오다니.”안진검은 성연이 나타나자, 무진과 성연이 공동으로 꾸민 계획이라고 생각했다.‘송성
무진은 부하들을 데리고 카지노를 공격했다.도대체 누가 들어왔는지 모르는 도박꾼들은 놀라서 허둥지둥 달아났다.부하들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무관한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자초하게 될 거야!”도박꾼들 대부분은 담이 크지 않아서 바닥에 엎드린 채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안진검의 경호원은 모두 수십 명이다.모두 칼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달려들었다.앞장선 자가 무진의 수하들을 향해 위세를 부리며 말했다.“너희들은 누군데 감히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 너희들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그들의 손에는 모두 무기를 들었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었다.불빛 아래에서 차가운 빛을 발산하는 무기들은 더없이 섬뜩하게 보였다.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수도 적고 다소 약해 보였다.그래서 안진검의 경호원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모두 고수들이다.각자의 전투력도 무척 강했다.맨손으로도 이 경호원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그 경호원들은 칼을 마구 휘두르며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기술은 전혀 없었다.곧 여러 명이 이터너티 쪽 사람들에 의해서 바닥에 쓰러졌다.칼도 곧 이터너티 쪽 사람들 손으로 들어갔다.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무진은 때때로 자신에게 달라붙는 자들을 걷어찼다.갑자기 무진의 곁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무진이 손을 뻗어 공격하려 하는데 그 사람이 소리쳤다.“보스, 접니다.”무진은 손건호가 따라올 줄은 몰랐다.바로 손을 거두고 말했다.“너 왜 왔어,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고개를 숙인 손건호가 말했다.“보스, 보스를 보호하는 게 제 직책입니다. 나는 보스에게 어떤 일도 생기게 할 수 없습니다. 보스가 저를 따르지 못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보스만 괜찮으면 됩니다.”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멍해졌다. ‘손건호는 정말 방법이 없어.’“왔으니 됐어, 방해나 하지 마!” 무진은 결국 손건호의 행동을 눈감아주었다.손건호가 자신을 위해서 그랬다는
안진검은 앞으로 가서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쾅! 그때 밖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곧이어 탁탁 소리가 났다.마치 집을 허무는 소리 같았다.안진검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이때 누군가 들어와서 보고했다.“회장님, 누군가 우리 카지노에 뛰어들었습니다.”안진검은 그래도 냉정한 모습이었다.“경찰이야?”그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했다.“아닙니다. 아주 잔인하게 손찌검을 하는데, 저희들에게는 극단적인 수를 썼습니다.”이미 그들의 손에 여럿이 죽었다.하지만 이 사실은 감히 말하지 못했다.안진검이 더 화를 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안진검도 놀란 표정이었다.‘어렵게 카지노를 열었어. 가까스로 이 자리를 찾았는데, 이제 모두 파괴된 거야.’‘그런데 도대체 누구일까?’고개를 돌린 안진검이 음산한 표정으로 성연에게 물었다.“당신이 데려온 사람이야?”어안이 벙벙해진 성연도 막연한 표정이었고, 안진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사실 성연은 밖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돌연 성연의 앞으로 달려간 안진검이 차갑게 성연을 쳐다보았다.“내 신분을 간파한 거야? 이곳은 이렇게 은밀한데, 당신이 누군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누가 찾을 수 있겠어. 오늘 제 발로 여기 왔으니 내 인질이 될 수밖에 없어.”말이 끝나자 손을 내밀고 성연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옆에 있던 모혜정도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모혜정은 안진검을 보고 다시 성연을 보았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들 앞에 낮을 들 수 없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어.’‘그러나 송성연과 안진검의 지금 모습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안진검은 모혜정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빨리 뒷문으로 뛰어!”모혜정은 눈물이 날 정도로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안진검의 표정은 어두웠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만약 모혜정이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이런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