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연회가 끝나고 모든 하객들이 거의 다 떠났을 때, 임수정은 여전히 나가지 않은 채 눈치를 보고 있었다.큰 홀에 자기 가족만 남은 걸 본 임수정이 작심을 하고 결국 또 100억의 예물 얘기를 꺼냈다.“사돈 어르신, 처음에 저희와 약속하신 거 잊지 않으셨죠? 성연이 이 집으로 들어 오면 저희에게 사례금을 줄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어르신께서도 성연이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고요. 엄밀히 말하자면 성연이는 우리 송씨 집안의 딸이니, 저희에게 조금이라도 뭔가 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르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임수정이 말을 빙빙 돌려서 말했다.100억인데, 안 받으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평상시의 그녀였다면 분명히 이 말을 꺼내는 게 무척 부끄러웠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100억이 들어온다면 언제까지 버틸지 장담할 수 없는 자신들 SG기업이 한 숨 돌리 수 있을 터였다.그러나 강씨 집안이 질질 끌며 주지 않으니 그녀도 마냥 초조했다.100억이 물거품이 될까 봐 계속 걱정되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받아내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씨 집안 사람들을 상대로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은가.안금여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임수정의 말을 듣던 안금여는 속으로 냉소했다.‘딸을 팔아 놓고 뭐 이리 당당하게 말해, 참내! 송씨 집안 사람들 말고 누가 또 이러겠어?’‘송종철과 임수정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둘 다 어쩜 이리 똑같이 뻔뻔스러운지!’‘이 계모는 방금 몇 만 원짜리 팔찌로 성연을 속이려던 걸 벌써 잊었나?’그러나 안금여는 별다른 기색 없이 웃으며 말했다.“사돈, 제가 사돈 댁에 말씀드렸잖아요? 예물은 제가 이미 무진이에게 주었으니 무진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임수정은 정말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강무진은 주기는 커녕 얼굴도 전혀 내밀지 않으려 하지 않나 말이다.어떤 꼴을 당할까 무서워 무진 앞에 나타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성연이 거실로 들어가니 무진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점심 때가 가까워 있었다.의아한 마음이 든 성연이 물었다.“오늘 출근 안 해요?”신문을 탁탁 펼쳐 든 무진이 대답했다.“백수가 회사엔 가서 뭐해?”성연은 어이가 없었다. ‘강무진, 당신이 회사를 손에 넣은 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흥, 다들 알고 있는 일을 가지고 지금 부러 저러는 거야? 우리 아수라문의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빼앗아 놓고 아무것도 모르는척, 너무 얄미워!’‘미리 알지 못했으면 정말 속았을 거 아냐?’성연은 무진의 맞은편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다.지금 모든 게 다 귀찮게 느껴져 무진이 계속 연기하락 내버려뒀다. 어차피 언젠가는 들통이 날 테니.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놓은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았다.“뭐 먹고 싶은 거 없어?”성연이 입을 열기를 계속 기다렸다.그런데 아침도 안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거나 먹으면 돼요.”성연은 어젯밤 생일파티에서 술을 대신해 주스를 너무 많이 마셨다. 케이크도.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당연히 입맛도 없고.게으른 고양이처럼 소파에 누워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아주 귀여워 보이는 무진이다.웃음을 지으며 다가가 성연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그런데도 성연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휴대폰만 계속 가지고 놀았다. 머리도 들지 않은 채.그러다 또 하품을 한다. 잠을 그렇게 많이 자고도 부족한지.성연을 한참 쳐다보던 무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30분 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접시를 들고 왔다.코끝에 감도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간 성연의 눈에 해산물 스프 접시를 식탁에 내려 놓는 무진이 보였다. 깨까지 뿌려진 그 고소함이 성연의 식욕을 더 돋우었다.“우와 이거 아저씨가 한 거예요?” 성연이 미심쩍다는 듯 고개를 들며 물었다.솔직히 요리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 아닌가? 늘 휠체어에
성연은 계속 분풀이를 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무진과 아침을 먹은 뒤 오후에 성연은 학교에 갔다.그런데 하필 체육 시간이었다. 땀이 나 끈적거리고 찝찝한 게 싫어 성연은 수업에 들어가기 싫었다.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쉬라고 하신다.얼마 전에 성연의 일로 학교가 한바탕 떠들썩했던 걸 모두가 안다.비록 성연이 범인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어쨌든 그 일로 유명해졌다.성연 뒤에 누가 있는지 선생님들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 누가 감히 미움을 살 짓을 하겠는가?어차피 체육수업은 성연과 같은 학생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터.체육 선생님도 일개 고등학교 교사일 뿐, 당연히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다.운동장을 나온 성연이 보건실로 들어갔다.보건실에서 마라탕을 먹고 있던 서한기가 성연을 보더니 놀라 사레가 들렸다. 보건실이 서한기의 기침 소리로 가득했다.허둥지둥 물을 마시고 나니 기침이 가라앉았다.옆에서 지켜보던 성연이 차가운 눈으로 서한기를 보았다.“왜 그렇게 놀라?”“아니 보스, 수업은 왜 안 들어가요?” 서한기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체육시간이야. 여기서 할 일이 있나 찾아 보려고.” 성연이 의자에 나른하게 기대었다.“무슨 할 일을 찾아요?” 서한기가 의심스럽게 물었다.“우리 ‘스카이 아이시스템’을 가져간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듯 두 눈이 반짝거렸다.북성에 온 이후 조용히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WS그룹에 교훈이라도 주려는 겁니까? 강씨 집안에서 보스를 위해 그처럼 성대한 생일파티도 열어 주었는데요?” 서한기가 조심스러운 눈길로 성연을 쳐다보았다.그의 눈에 비친 성연은 항상 사람과의 정을 중시해왔었다.또 그동안 성연에게 무척 잘해주었던 강씨 집안이었기에 ‘스카이 아이시스템’의 일은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했었다.“그게 무슨 상관이야? ‘스카이 아이시스템’하나면 그깟 생일파티 열 번도 더 할 수 있는데.
WS그룹 내부 시스템에 회사 기밀 정보들이 많이 들어있는 만큼 회사에서는 많은 인재들을 뽑았다. 당연히 보통 실력들이 아니었다.성연이 그룹 내부 시스템에 침입하는 순간, WS그룹 쪽에서도 즉시 알아차렸다.즉시 방화벽을 세우고 보안시스템을 새로 만들었다.하지만 침입자는 너무도 빠른 속도로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이쪽에서는 아직 침입자의 꼬리도 못 잡았는데 저쪽은 바로 공격방식을 바꾸었다.컴퓨터 보안시스템에도 일가견이 있는 손건호가 마침 회사에 있다가 꽤 심각한 상황임을 알아챘다.손건호는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무진을 찾아 ‘블루베이'로 갔다.어젯밤 엠파이어 하우스에 돌아가지 않고 성연과 함께 그곳에 잤으니, 무진이 아직 그곳에 있을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블루베이에 도착해 저택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 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무진이 보였다.무진으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부여 받은 손건호였기에 이 집의 열쇠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웬만한 일로는 블루베이로 찾아오지 말라고 무진이 지시한 터였다.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선을 넘지 않는 손건호인 만큼 무진 또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그래서 문 소리가 나자 성연이 학교에서 돌아온 줄 알았던 무진이다.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거의 뛰다시피 들어오는 손건호가 보였다.“보스, 큰일났습니다!”일 처리가 언제나 깔끔하고 차분한 손건호다. 이렇게 허둥거리는 법이 없었다.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회사 내부 시스템이 공격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막고 있지만,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손건호가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금세 표정이 가라앉은 무진이 서류를 덮으며 일어섰다.“회사로 가지.”고개를 끄덕인 손건호가 무진과 함께 저택을 나와 차를 몰았다.어찌나 상황이 긴급한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 30분만에 WS그룹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무진과 손건호가 임원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사무실에 도착하자 그룹 내부 보안시스템 담당 전산 직원들이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성연은 단지 재미 반, 경고 반으로 시작한 참이었다. 그러다 제대로 해보고 싶어 그룹 전산 시스템에 침입해서 ‘스카이 아이시스템’을 찾아보려고 한 것이다.이와 동시에, 무진의 휴대폰에서 붉은 빛이 반짝였다.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일어났다.“여기부터 너희들이 해. 상대방이 계속 공격 못하게 빨리.”말을 끝낸 무진이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갔다.무진의 뒤를 따르던 손건호가 다급한 모습을 보고 물었다.“보스, 왜 그러세요?”“해커가 내 컴퓨터를 공격하려고 시도하는 중이야.”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물었다.“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 걸까요?” 손건호도 따라서 눈살을 찌푸렸다.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 몇 년간 자신이 그룹 외부에서 일을 처리할 때는 다른 신분을 사용했다. 그리고 두 신분의 인물이 동일인, 바로 자신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래서 자신이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원한을 사거나 한 조직이 없다시피 했는데.그런데 이 해커는 분명 WS그룹을 겨냥한 듯 보인다.무진의 컴퓨터에는 WS그룹의 자료 뿐만 아니라 조직의 정보들도 들어있다.그동안 무진의 컴퓨터에 침입한 해커는 없었다. 컴퓨터 내부 시스템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다. 일반인은 공격할 수 없는.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어떤 상황인지 먼저 확인해 봐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터.성연이 끊임없이 키보드를 두드려 댔다. 노트북 화면에 일련의 코드가 떴지만 너무 빨라 그림자만 보일 지경이었다. 옆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서한기는 정신이 없었다.보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없이 옆에서 주전부리만 먹고 있을 뿐.끊임없이 과자를 입에 넣으며 그럴듯한 칭찬도 곁들였다.“상대방도 정말 대단한데요? 우리 보스와 이 지경까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아요.”상대방의 실력에 놀란 성연도 오랜만에 맞수를 만난 흥분감에 몸을 떨었다.도전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그녀다.지금까지 이 정도로 피 터지게 싸운 상대는 없었다. 그런데
성연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안 서한기가 살짝 나가 성연이 좋아하는 밀크티를 한 잔 사왔다.친절하게 빨대까지 꽂아서 성연 앞에 내밀었다.지금껏 성연의 손은 키보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서한기가 밀크티를 놓은 위치가 아주 절묘했다. 성연이 고개를 숙이고 한 모금 크게 마시고는 다시 정신을 집중해 모니터를 주시했다.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특히 상대방도 고수인지라 더욱 방심 할 수 없었다.성연이 저쪽에 새로 구축된 보안시스템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곧 성공하려던 순간 저쪽에서도 아주 빠르게 대응해 왔다. 바로 또다시 새 방화벽을 세운 것이다.이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성연 또한 점점 지쳐갔지만 여전히 막상막하의 상태였다.저쪽에서도 성연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성연도 더 이상 깊이 공격해 들어갈 수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통쾌했지만 역시 피곤함을 느꼈다.한동안 컴퓨터를 하지 않았더니 손가락이 아파왔다.하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었던 성연이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해 보았다.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옆에서 지켜보다 참지 못한 서한기가 충고했다.“됐어요, 보스. 나중에 또 기회가 있을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세요.”“저쪽도 성공한 게 아니잖아요.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안 돼. 저쪽에서 지금 나를 도발하고 있어. 이렇게까지 해서 진 적은 없어. 당연히 이렇게 쉽게 그냥 못 그만 둬!”차갑게 코웃음을 치는 성연의 옆에서 서한기가 중얼거렸다.“보스, 지금 제대로 상대를 만난 거예요. 이건 진 게 아니예요. 좀 천천히 하세요.”“조용히 해, 내가 알아서 해.”지금 승부욕이 끓어오르는 성연이 쉽게 손을 뗄 리가 없다.이제 처음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뿐.성연의 말투에 짜증이 섞인 것을 본 서한기는 더 이상 입도 못 떼고 조용히 옆에서 지켜만 보았다.아
결국 성연은 여운을 남긴 채 먼저 공격을 멈추었다.고수들의 겨룸이었기에 무진 역시 두 말할 필요없이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그러나 미간을 찌푸린 채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도대체 어떤 자가 저쪽에 있는지 알아보려 역추적을 시도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줄곧 곁에서 지켜보던 손건호 또한 이상하다고 느꼈다. ‘우리 보스의 능력이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데 말이지.’‘보스와 이 정도까지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손에 꼽을 정도일 텐데. 상대방은 분명 이 분야의 고수야.’손건호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와 무진에게 건네주었다.물잔을 받은 무진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탁탁 두드렸다. 이건 무진이 생각에 잠길 때 나오는 동작이다.분명 무진은 지금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보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손건호는 쓸데없이 한마디 물었다.“저쪽에서 단순히 놀러 온 건지, 아니면 정말 목적을 가지고 온 건지 생각하고 있었어.”시스템이 처음 공격당했을 때 기밀 서류들을 중심으로 방화벽을 세워 보호했다.파일들을 잠시 다른 보안시스템으로 옮기기도 했다.처음 그 사람은 아마 기밀서류들을 겨냥해 공격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이 새로 구축한 보안시스템을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그래서일까, 상대방은 기밀서류보다 자신과 겨루는 걸 더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놀아요?” 손건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저도 모르게 입가에 힘을 주었다.‘WS그룹의 최고 보안팀을 허둥지둥하게 만들 정도의 해커가 그냥 놀러 온 것이라고?’‘그런 고수들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 항상 지들 맘대로지.’“단지 추측일 뿐, 확실하지 않아. 최근 프로그램 쪽은 반드시 주의해서 살펴 봐. 그리고 가능한 빨리 더 강력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게 해.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무진은 피곤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WS그룹의 내부 네트워크와 자신의 컴퓨터 시스템을
성연이 노트북을 덮었다. ‘스카이아이 시스템’을 되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하지만 저쪽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테니 아직 여유가 좀 있는 셈.지금 당장 강무진 앞에 가서 ‘스카이아이 시스템’은 내 것이라고 대놓고 말할 수도 없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소리소문 없이 ‘스카이아이 시스템’찾은 뒤에 바로 챙겨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강무진 쪽의 사람들 역시 성연이 생각했던 것처럼 만만치가 않았다.어쨌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스카이아이 시스템’을 되찾아야 한다는 결심은 변함없었다. 원래 내 것이었으니까.하물며 강무진 쪽은 우리 조직의 어지러운 상황을 틈타 ‘스카이아이 시스템’을 가져간 것 아닌가. 게다가 돈도 지불하지 않은 채로.당연히 자신이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연. 성연이 책상에 엎드려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성연이 의자에서 일어섰다.“나 먼저 갈게. 내가 여기 있는 걸 보이면 곤란해.”이 학교 학생들은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지난번 스캔들 때문에 보건실에 오려면 이제 몰래 와야 할 상황이다.안 그랬다가는 또 누군가 보고 어떤 소문을 퍼트릴지 모른다.“뭐가 곤란해요? 누군 아플 때 없어요? 이 보건실의 존재 이유는 아픈 사람이 오는 거예요.” 서한기는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어차피 그야 성연과 한 편이니 경고를 받더라도 신경 쓸 게 없다.“나는 다르지. 만약 네가 그만두기라도 하면 누가 여기서 나를 도와?” 보건실 교사라는 서한기의 신분은 성연이 학교에서 운신하기에 매우 편리했다.서한기가 학교 내에 있으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평소 서한기에게 타박도 주고 질책도 했지만 여전히 믿을만한 수하였다.“만약 이 신분이 안 되면, 다른 신분으로 바꿀 수도 있지요. 보스를 여기 혼자 두지 않을 겁니다.”서한기는 짐짓 다정한 투로 말했다.그의 말투와 눈빛을 보던 성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