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선물을 주러 오는 사람들을 쓱 쳐다보았다.물건을 볼 줄 아는 성연이 보기에 대단한 선물들이 많았다.자수를 놓은 것도, 최상품 다기세트도 있었다. 모두 가격으로만 따져도 대단한 것들이다. 하지만 성연처럼 젊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좋아할까?이처럼 많은 선물을 원할 리 없는 성연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선물은 결국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간접적으로 성연의 손을 빌어 안금여의 환심을 살 수도 있고, 아니면 성연의 생일선물로 할 수도 있고.일거양득인 셈.성연은 기분이 썩 개운하지 않았다.그저 18세 생일을 간단하게 보내고 싶었는데.자신의 생일을 비즈니스 모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안금여의 호의라 해도 이런 방식은 여전히 적응이 안되었다.마음이 은근히 불편해졌다.조직에서는 모두 있는 그대로 솔직한 모습들이다. 지금 이들과 같지 않았다.임무 수행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 같아서 좀 짜증이 났다.선물들은 분명 안금여를 생각한 것들이었다.하지만 성연은 여전히 적당한 웃음을 지은 채 응대했다.자신을 위해 애써 이 생일 파티를 연 강씨 집안 사람들을 생각해서.비록 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 파티를 무사히 끝낼 생각이다.‘자기 생일을 자기가 망칠 순 없잖아?’눈치 구단인 안금여는 성연의 얼굴에서 참을 수 없어 하는 기색을 읽었다.성연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얘야, 참아. 오늘 이 시간을 참아내면 앞으로 북성에서 아무도 감히 쉽게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게야.”안금여는 그나마 가볍게 말한 것이다.강씨 집안이 뒤에 버티고 있는 한 이후 성연이 북성을 가로지른다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귓가 들리는 안금여의 말을 듣자 가슴속에 일던 짜증이 순식간에 많이 사라졌다.“할머니, 감사합니다.” 성연도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 이처럼 자신을 신경 쓰는 사람은 더 이상 없으리라 생각했다.강씨 집안에 오게 된 건 예상 못했던 일로 뚜렷한 목적을
임수정과 그들도 초대를 받았지만, 자신들은 성연이 놀림감이 되는 걸 보러 왔던 터였다.게다가, 성연이 때문에 아연이 그런 삼류 학교에서 개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쥐어 뜯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정도인데 무슨 선물을 준비한단 말인가.그러나 파티는 자신들의 상상을 초월했다.임수정은 아예 준비하지 않았지만 다른 손님들은 모두 준비해 왔다.게다가, 모두 송성연을 통해 이득 볼 생각을 했다. 송성연이 아무리 그래도 송종철의 딸인 것이다.인정과 도리상 아버지 송종철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모두가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송씨 그룹은 이미 충분히 비참한 상황인데, 여기 있는 모두가 북성에서 한 가락 하는 사업가들이었다.만약 송씨 일가족에 대한 평이 안 좋다면, 앞으로 누가 자신들과 협력하겠는가?사람들이 주시하자 임수정은 눈앞이 캄캄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이를 악문 채 성질을 참으며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빼서 성연의 손에 찔러 넣었다.송 씨 집안의 사업은 하루하루가 어려운 형편인데 최근에 또 많은 돈을 썼으니.파티에 하고 온 임수정의 것들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었다.예전에 그녀가 모았던 값비싼 장신구들은 모두 아연을 위해 썼다.이 팔찌 역시 한참을 뒤져 찾은 것이었다.송성연에게 주려니 아까워 죽을 지경이다. 송성연 저것이 무슨 자격으로 자신의 것을 사용한단 말인가?‘강씨 집안에 있다고 신분 상승이라도 한 걸로 착각하나 본데, 강씨 집안 사람들이 잠시 신선함에 눈이 끌렸을 뿐이야.’‘강씨 집안 사람들이 성연에게 싫증이 나기라도 하는 날이면 저 꼴 보기 싫은 송성연을 사정없이 밟아 줄 테다. 오늘의 이 굴욕을 모두 돌려 것이야.’음울한 마음을 가라앉힌 임수정이 고개를 들었다.다정한 엄마의 이미지를 연출하며 성연에게 미소를 지었다.“성연아, 이건 우리 친정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것이야. 우리 친정어머니가 나에게 물려준 거란다.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난 골동품이지. 오늘이 네 성인식인데, 내가 급히 오느라 제대
강씨 집안 사람들 누구 하나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었다. 다른 사람은 참을 수 있다해도 운경은 그럴 수 없었다.약한 부분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연은 이미 자신들의 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임수정의 이런 행동은 그야말로 자신들 강씨 집안의 체면을 깎는 짓이었다.즉시 그녀의 불 같은 성미가 폭발했다.임수정과 송종철 앞으로 간 운경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은 모두가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분들입니다. 당신 창피하지도 않아요?!”평소 송종철이 사석에서 아무리 성연을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노점에서나 산 것 같은 물건을 꺼내 놓다니 정말 구역질이 났다.그동안 저 집안에서 성연이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겨우 몇 만원짜리 물건을 주면서도 아까워하다니, 우리 강씨 집안을 물로 아나?’임수정이 우물우물 변명했다.“이건 정말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팔찌예요. 우리 친정어머니가 주신 거예요.”물론 그녀는 이 팔찌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몰랐다.하도 많이 사서 모두 잊어버렸다.보고 괜찮다 싶어서 꺼내 착용했을 뿐이다.비록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팔찌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금고에서 꺼낸 팔찌니까 틀림없이 저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강씨 집안에서 이처럼 강하게 반발할 줄은 몰랐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눈 뜬 장님으로 보여요?” 운경의 눈에는 온통 경멸이로 가득 찼다.이런 인간을 쳐다보는 것만 해도 더럽게 느껴져 질색이었다.“나, 나도 모르겠어요. 우리 친정어머니가 나에게 이것이 집안 가보로 내려온 팔찌라고 했는데, 설마 가짜라고요?” 능청스럽게 눈물 연기까지 하며 임수정이 돌아가신 분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이러는데 아무도 따지지 않겠지?’임하는 그래도 머리가 좋은 편이엇다.운경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내 생각에는, 적지 않은 액세서리를 봤을 텐데 그런데도 싸구려를 구별할 줄 몰라요?”“내가 보기엔 괜찮은 것 같은데
성연이 입꼬리를 올리며 조롱의 표정을 지었다.송종철은 분명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까.이 가족의 인성을 자신이 어찌 모르겠는가?자신을 강무진에게 시집보낸 후부터 조금이라도 이득을 취하려 혈안이 된 그들이었다.이득이 된다 싶으면 절대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저들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낸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울 터.‘강씨 집안에서 그렇게나 창피를 당하고도 또?’‘만일 강씨 집안이 참지 않고 송씨 집안 회사를 압박하기라도 하면 어찌 감당하려고?’그러나 송종철과 임수정 뒤에 서 있던 아연은 아직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다.정말 가지고 싶었다.이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북성 최고 상류층 사람들이었다.성연이 오늘 저녁에 받은 선물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것들이었다. 팔면 얼마나 될 지도 모르겠다.예전의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좋은 물건들은 처음이었다.여기에 와서 이런 장면을 보고서야 큰 손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일이 터지고 전학을 가고, 모두 돈으로 해결한 터다.송씨 집안 회사는 이미 상황이 안 좋았다. 그녀의 지출도 대폭 줄었다.명품 백을 본 지도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다.그러나 이 모든 건 송성연의 탓이다.그런데 지금 모든 재앙의 장본인은 자신도 갖지 못했던 명품들을 받았다.‘송성연은 촌뜨기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죽어라 주먹을 말아 쥔 아연이 앞으로 달려가 성연에게 따져 물으려는 충동을 억제했다.뒤에 있는 쌓여 있는 선물과 공주처럼 치장한 성연을 보니 분함으로 눈이 붉어졌다.운경이 그런 아연의 반응을 눈여겨보고 있었다.송씨 가족의 후안무치에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몇 만원 선물도 아까워하더니 지금 성연이 잘된 것들만 눈에 들어와?‘어떻게 이런 진상도 다 있을까?’화가 난 운경은 도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안금여는 송씨 가족의 반응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오늘 연회가 무슨 뜻인지 모른단 말
그날 밤, 많은 이들이 무진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지금 강씨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이가 무진이니 당연히 제대로 아부할 터.무진의 예전 평판이 아무리 나빴어도 자신들에게 이익을 주기만 있다면 상관없는 것이다.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무진은 강씨 집안 사람이었다. 강씨 집안이라는 큰 배경을 얻기만 하면 장차의 사업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리라.“강씨 집안 장손은 정말 훌륭한 인재군요. 선대 회장님에 비견될 정도로 정말 청출어람이라 할 수 있겠어요.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무진 앞으로 다가갔다. 눈에 담긴 감탄의 빛은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나온 것이었다.운경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과찬이십니다.”“강 대표는 이런 칭찬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지. 오늘 강 대표와 술 한 잔 하는 행운이 있을까?남자는 앞에 있는 와인잔을 흔들며 무진을 향해 웃었다.무진이 눈을 들어 쳐다보았다.그러자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위압감에 남자는 뒤로 물러날 뻔했다.다행히 참을 수 있었다.‘과연, 그동안 강씨 집안 사람들 눈이 삐었군. 강무진, 이 사람은 결코 작은 인물이 아니야.’이전에는 강무진과 접촉할 일이 많지 않았다.미움을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입에 올릴 수도 없었다.어쨌든 다행이었다. 이런 사람을 건드렸으면 앞으로 어떻게 죽는지도 모를 터.“그러죠.” 무진이 턱을 가볍게 쓰다듬은 후 고개를 돌려 손건호를 쳐다보았다.무진의 뜻을 알아차린 손건호가 곧 웨이터에게서 술 한 잔을 가져와 무진에게 건네주었다.무진이 받아 든 술잔을 들어 올리자 남자가 다가와서 무진의 잔과 부딪쳤다.한 모금 마신 무진은 더 이상 입에 대지 않았다. 남자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무진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그리고 무진에게 말했다.“강 대표님, 그럼 마저 볼일 보시죠. 먼저 가겠습니다.”인사는 적당한 것이 좋다. 지나치면 오히려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니까. 두 사람 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무진이 계속 앞으로 지나가자 사람
성연은 운경을 따라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그 중에는 강씨 집안의 어린 세대도 적지 않았는데, 거의 여자들이었다.운경의 지시가 있었는지 성연을 조금도 깔보거나 업신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오랫동안 알았던 이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들 모두 강씨 집안 본가에 의지하며 살았다.본가에서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니 당연히 성연에게 잘 보이고 싶어했다.게다가, 강운경도 옆에 있으니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감히 얼굴에 드러낼 수는 없을 터.이때 드레스 차림의 진미선이 다른 쪽에서 걸어오다 마침 성연과 마주쳤다.사업가와 재혼을 했던 진미선은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이 연회에 북성 유명 인사들이 다 모인다는 말을 들은 남편이 많은 공을 들인 끝에 초대장을 받아 오게 된 것이었다.오자마자 바로 바쁘게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관계를 맺기 시작하던 참이었다.진미선의 현 남편이 경영하는 기업은 규모가 작아 이런 거물 인사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었기에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려야 했다, 여기 강씨 집안에서 성연을 축하해주기 위해 초대받은 사람들과 마음 가짐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기회가 있으면 단단히 잡아야만 했고, 상류 인사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 앞으로 꽃 길만 걸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번 이름을 알리게 되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그렇기에 진미선의 남편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써서 이 연회에 참석하려 노력했던 것이다.하지만 성연은 이 연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졌다.사람들 가운데에서 대화하는 성연을 보면서 진미선의 마음은 다소 복잡했다.자신의 딸이 도시로 돌아와 이렇게 좋은 집으로 시집을 갈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애초에 성연과의 관계를 깨끗이 청산했는데, 성연이 그녀를 원망할지도 모르겠다.진미선의 남편이 바로 그녀의 옆에 있었다.남편은 그런대로 잘 생긴 편이었고 슈트 차림에 매우 점잖게 보였다.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는 진미선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뭘 보고 있
진미선의 표정이 굳어졌다. 성연은 분명 자신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하는 기색이었다.성연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성연의 그런 행동을 누구보다 이해하니까.진미선도 굳이 창피하게 성연 옆에 있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저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러나 남편은 이런 기회를 쉽게 놓치고 싶어하지 않았다.어떻게 하면 강씨 집안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지 방법만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쉽게 놓칠 수 있겠는가?진미선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당신 뭐하고 있어? 딸한테 가서 말 걸어야지. 앞으로 우리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어. 강씨 집안이 송성연을 위해 준비한 이 성인식을 봐. 설마 이 기회를 놓칠 거야?”진미선은 주변을 둘러보며 심장이 뛰었다.비록 부유한 사업가에게 시집갔지만 만족할 만큼 돈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상류사회와는 거리가 멀었다.두 번째 결혼임에도 좋은 집안, 남편을 만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이미 무척 만족했다.적어도 지금의 남편은 송종철 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다.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기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욕구가 있지 않은가?만약 정말 강씨 집안과 사이가 좋아진다면 앞으로 송종철 앞에서도 위세를 떨칠 수 있을 테고.아내가 말을 하지 않자 남편이 더 열을 내며 재촉했다.“모녀가 원수라도 졌어? 좋은 말 한 두 마디 하고 달래.”진미선은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무리 그래도 성연을 키운 사람은 자신 아닌가.어쨌든 이런 체면 정도는 세워주겠지?“알았어 가 볼게.” 성연이 지금 도대체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성연은 어릴 때부터 청소년이 될 때까지 거의 밖에 있었다. 가끔 외할머니의 재촉이 있으면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곤 했다.밥을 다 먹고 나면 또 황급히 집을 나가 버렸다. 그래서 자신은 늘 성연과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이랑이 고랑 되고, 고랑이 이랑 된다더니. 성연이 어느 사이에 강무진에게 시집가다니, 상상도 못
뒤에 있는 진미선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을 마친 성연은 나가버렸다.화장실을 나온 성연은 연회 홀로 돌아가지 않고 화원의 한 구석 자리를 찾아 앉았다.성연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고 정교한 눈썹은 짙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성연은 지금 마음이 몹시 복잡하고 초조하다.원래 모든 것을 잊은 채 이 사람들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기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확실했다.매번 만날 때마다 그 뻔뻔스러움에 놀라곤 한다.바로 이런 게 현실인 것이다. 돈 있고 권세 있으면 아부하고, 돈이 없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애초에 외할머니까지 자신을 포기했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자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겠는가?생각해 보던 성연이 쓴웃음을 지었다.그만,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 사람들과 연관이 없는 것이다.이런 짜증나는 것들과 대면해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휴대전화를 꺼내 비밀번호를 푸는데 뒤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날카로운 눈동자도 뒤따라 간다.그때서야 뒤에 고용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용인은 성연의 눈빛 때문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굳은 채 있었다.성연이 점차 차가운 기운을 벗고 나른한 음성을 회복했다.“여기서 뭐 해요? 소리도 내지 않고?”고용인이 오물거리며 말했다. “저, 작은 사모님께서 혼자 여기 계시길래, 도움이 필요하시면 도와드리려고 대기하고 있었어요.”강씨 집안은 위아래 모두 이 어린 작은 사모님을 소중하게 대한다는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다.그녀가 소리를 내지 않은 이유는 성연을 방해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곁에 있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앞으로 나가 도울 생각이었다.“괜찮아요. 바람 좀 쐬고 들어갈 거예요. 일 보세요.” 다시 몸을 돌린 성연이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상황을 살피던 고용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원을
미스 샤넬이 성연의 팔을 잡아당기자 성연은 비로소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물속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성연의 반응이 너무 커서 곧 사레가 들릴 지경이 되자, 샤넬이 황급히 성연의 입을 막았다.물속에서 말하기가 불편한 미스 샤넬은 입모양으로만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점차 침착함을 되찾은 성연이 미스 샤넬의 동작에 따랐다.미스 샤넬이 성연을 끌면서 점점 강가로 헤엄쳐 갔다.강가에 거의 도착한 미스 샤넬이 힘을 써서 먼저 성연을 보냈다.옆에서 누군가가 즉시 와서 도와서 성연을 끌어올렸다.미스 샤넬도 따라서 천천히 강기슭으로 올라갔다.강가에 서서 두 사람 모두 성공적으로 구조된 것을 본 사람들이 곧장 환호성을 질렀다.“정말 운이 좋았어요. 다행이에요, 괜찮아서 다행이에요.”그때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을 끌고 다가왔다.그녀는 성연과 샤넬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천만에요. 다음에는 아이를 좀 더 주의 깊게 살피세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이번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거예요.” 성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소년의 어머니에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주의하겠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아이의 어머니는 겁에 질려서 여전히 떨고 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성연과 샤넬이 없었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을 것이다.“아이를 데리고 내려가서 잘 달래 주세요. 오늘 같은 상황에 아이가 분명히 많이 놀랐을 거예요.”성연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성연의 옷은 젖어서 축축했다.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아이를 구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누나, 고마워요.” 아이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성연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맑은 목소리에 성연도 마음이 점차 누그러졌다.“괜찮아, 네가 괜찮으니 됐어.”“두 분 아가씨, 제 제가 돈을 얼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돈이라도 드려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불
“누가 물에 빠졌어요.”“빨리 와요, 사람 살려요.”“빨리 여기 구조대에게 연락해서 빨리 사람을 구하러 오게 해.”주위에서는 모두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성연은 물에 빠지는 순간 바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다행히 호수의 물이 깊어서 바닥에 부딪치지는 않았다.그러나 갑자기 물살에 충격을 받자 현기증이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아래의 물살이 좀 급해서 물살에 말려들자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힘을 쓸 수가 없었다.성연은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손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짙은 무력감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성연의 몸은 천천히 계속해서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이럴 수가, 누구 수영을 할 줄 알아요? 빨리 내려가서 사람을 구해주세요.” 구조된 소년의 어머니도 옆에서 소리쳤다.자신의 과실로 인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마당에,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비록 자기 자식이 사고를 당하는 걸 원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기적이기만 하지는 않았다.몹시 조급해진 목현수는 몇 번이나 아래로 바로 뛰어내리려고 했다.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게 그는 수영을 할 줄 몰랐다. 주위의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커갔지만, 구조대는 한참이나 오지 않고 있었다.“이걸 어떡하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할 텐데.”“아니면 구급차를 불러서 구해달라고 해.”“여기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CCTV도 있지 않아? 왜 이렇게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는 거야!”“...”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말을 해대고 있었지만, 직접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주로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었다. 성연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물에 뛰어들 용기는 부족했다.자기 자식이 잘못된 걸 본다면 뛰어들었겠지만 말이다.옆에서 잠시 지켜보던 미스 샤넬이 주저함 없이 바로 물에 뛰어들려고 했다.그러나 옆에 있던 목현수가 눈치 빠르게 붙잡았다.“샤넬, 뭘 하려는 거야?”성연 한 명이 빠진 걸로 이미 충분히 애
성연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데리고 온 관광지는 교외에 있었다.산과 물을 끼고 곳곳에 푸른 풀이 깔려 있어서 생동감이 넘쳤다.그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관광지에는 또 전문적으로 설계된 정자와 누각이 있었다. 넓은 숲의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있어서 또 그 속으로 소풍을 갈 수도 있다.미스 샤넬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이곳의 공기는 정말 좋네요.”“맞아요, 내가 오기 전에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순수하고 천연적이라고 했어요. 원래의 모습을 파괴하지 않은 채 약간만 손을 댔을 뿐이니, 진정한 원래의 생태 관광지인 셈이죠.”성연은 설명할 때, 미스 샤넬이 일부 단어를 알아듣지 못할까 봐 영어로 말하기도 했다.미스 샤넬은 혀를 내두르며 박수를 쳤다.“성연 씨, 아는 게 정말 많네요.”“아니에요, 이런 관광지는 우리 A국에 아주 흔해서 조금만 이해하면 알 수 있어요. 유럽 각지에 정통한 미스 샤넬을 난 따라가지도 못하는 걸요.”각기 장점이 있다. 성연은 북성에서 그렇게 오래 지내서 기본적인 상식을 좀 알고 있는 것이지, 칭찬할 건 아니다.“성연 씨가 그렇게 전면적이지 않다는 건 알아요. 가요, 우리 저쪽으로 가 봐요.” 샤넬 양이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성연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미스 샤넬의 뒤를 따라가면서 목현수와 약간의 거리를 두었다.목현수는 성연이 자신을 계속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됐어, 성연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면 나도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샤넬 양과의 관계는 정말 잘 생각해봐야 해.’그들은 다리 위로 걸어갔다. 아래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호수였다.미스 샤넬이 포즈를 취하고 성연이 사진을 찍었다.성연은 여러 장면을 잘 포착해서 찍었다. 아주 의기양양해 보였다.미스 샤넬이 달려왔다. “어떤 지 내가 한번 볼게요.”성연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미스 샤넬은 한 장 한 장 살펴보면서 감탄했다.“성연 씨, 사진 촬영 기술이
눈썰미가 좋은 미스 샤넬은 불쑥 걸음을 멈추었다.같이 손을 잡고 가던 성연도 덩달아 멈춰 서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목현수가 물었다. “왜 그래?”미스 샤넬이 사실대로 말했다.“아는 사람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지?”안진검은 자신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미스 샤넬을 보았다.미스 샤넬이 자신을 알아봤음을 눈치 챈 안진검은 서둘러 선글라스를 끼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계속 걸음을 빨리해서 걸었지만 그래도 좀 낭패스러웠다.속으로는 정말 놀랐다.샤넬 가문의 장녀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빌어먹을?’‘그녀가 나를 말했을 지도 몰라.’‘미스 샤넬이 정말 내 이름을 말한다면, 내 신분 배경이 드러나면서 전체 계획에 차질을 줄지도 몰라.’안진검은 마음이 초조했지만 다른 방법도 없었다.‘앞으로 계속 동정을 살피면서 들켰는지 어떤지 지켜보는 수밖에.’‘만약 진짜 내 신분이 드러난다면, 계획을 다시 세우는 수밖에 없어.’간신히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안진검은 정말 달갑지 않았다. ‘계획이 이렇게 틀어지다니!’어렴풋이 이상하다고 느낀 성연도 바로 물었다.“누군데요?”미스 샤넬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잘못 본 거겠죠. 닮은 사람은 많으니까요”‘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사람이 이곳 북성에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목현수가 옆에서 바로 말했다.“잘못 본 게 분명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맞아요, 나는 여전히 성연 씨가 나를 데리고 놀러 가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미스 샤넬은 다시 성연의 손을 잡았다.그들이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손건호가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을 관광지로 데려다 주는 일을 맡았기 때문.무진에 대해서는 목현수도 자료를 좀 조사한 적이 있었다.손건호가 무진의 오른팔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이번에 손건호가 성연을 보호하는 책임을 맡은 모양이군.’그러나 강무진이 직접 자신을 예의 감시하지 않는 것은 자신에 대해 마음을 놓았음을 의미했다.목
이튿날 출근하던 무진은 푹 안심한 마음으로 성연에게 목현수를 방문하라고 했다.미스 샤넬이 있는 목현수가 자신의 여자에게 다른 시도를 할까 전전긍긍할 필요가 전혀 없었으니까.성연은 차를 몰고 호텔로 가서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찾았다.하루 종일 집에서 심심했던 그녀는 목현수와 미스 샤넬이 북성에 오자 마침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똑똑똑.” 성연이 객실 문을 두드렸다.한참 기다렸지만 안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성연은 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핸드폰을 꺼내 목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목현수가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다시 두 번째 전화를 걸었을 때야 목현수가 전화를 받았다.성연이 즉시 말했다.“사형, 미스 샤넬하고 어디 나갔어요? 아니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예요? 나는 바로 룸 앞에 와 있는데.”“방 앞에 있다고?” 그제야 잠에서 깬 목현수는 정신이 좀 드는 듯했다.2분가량 지나서 핸드폰 건너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 기다려, 내가 바로 문을 열어 줄게.”전화를 끊으려고 했을 때 문이 열리고, 성연이 목현수의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미스 샤넬은?”“아직 일어나지 않았어...”목현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성연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어제 유럽에서 왔으니, 시차 때문에 피곤한 건 아주 정상이죠 뭐.”목현수가 곧장 침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성연은 소파에서 기다렸다.10분 뒤에 미스 샤넬이 졸린 눈을 비비며 걸어 나왔다.성연을 보자 눈을 살짝 떴다.“성연 씨, 왔네요.”성연은 미스 샤넬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내가 오늘 두 사람을 데리고 관광을 나갈 생각이에요.”“곧 나올게요.” 다시 방에 들어간 미스 샤넬은 화장을 마치고 나왔다.그런데 미스 샤넬의 옷 사이로 옅은 붉은 색 흔적들이 성연의 눈에 들어왔다.경험한 적이 없지만 본 건 있는 성연.그 흔적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사형과 미스
로얄 스위트 룸의 인테리어는 무척이나 우아하고 호화로움을 자랑했다. 룸 내부 구석구석마다 화려함의 극치였다.스위트 룸에 들어서자 마자 은은한 향이 났다.“나 먼저 샤워하러 갈게요. 여기서 기다려요.” 묙현수의 볼에 키스를 한 미스 샤넬은 목현수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목현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30분 후.찰칵, 소리가 났다.욕실 문이 열리면서 미스 샤넬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무심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던 목현수.눈앞의 장면에 몸이 뻣뻣이 굳었다.물빛 실크 가운을 걸친 미스 샤넬의 허리에는 얇은 띠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실크 가운 사이로 풍만한 가슴 계곡과 희고 긴 다리가 보일 듯 말 듯했다.그녀가 천천히 목현수를 향해 걸어오자, 가운 안의 나신이 슬쩍 드러났다.목현수의 머리가 띵해 오기 시작했다.한 호텔 룸 안에서 내보이고 있는 샤넬의 모습이 무엇을 말하는지 건강한 성인 남자인 목현수가 모를 리가 없었다.미스 샤넬은 목현수에게 다가가면서 그의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보면 볼수록 실망감만 들었다.자신의 몸까지 드러내며 이렇게 다가가는데도 자신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 목현수.점점 서운한 마음이 커지는 미스 샤넬.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목이 멘 음성으로 물었다.“현수 씨,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요?”목현수도 미스 샤넬이 눈물을 흘릴 줄은 몰랐다.미스 샤넬은 항상 씩씩하고 쾌활한 사람이어서 우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런 그녀가 말릴 새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자 목현수 자신도 깜짝 놀랐다당황한 목현수가 손사래를 쳤다.“아니야, 그냥 내가 결혼이란 걸 하게 될 줄 몰랐을 뿐이야.”미스 샤넬이 화가 나서 말했다.“당신, 평생 이 여자 저 여자 유혹하려는 거죠!”그녀의 눈에 원망과 질책의 빛이 들어찼다. 또한 짙은 실망감도.목현수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그런 그녀를 바
성연은 수시로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음식을 먹으면서 성연이 농담처럼 물었다.“사형, 사형은 미스 샤넬과 언제 결혼할 거예요? 이번에 돌아왔으니 부모님을 만나 뵈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예쁜 미인이 아무런 명분도 없이 사형을 따라다니는 걸 모른 척할 수 있어요?”성연은 그저 슬쩍 물어보았을 뿐이다.지난번에도 물어봤지만 매번 이 문제를 회피하는 목현수였기에.“곧 할 거야. 다음 달 즈음에 돌아가서 결혼할 거야.”그런데 목현수가 이렇게 대답할 줄은 정말 몰랐던 성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무진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옆에서 목현수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두 달이면 목현수가 유부남이 된다는 말이지?’‘엄밀히 말해 지금 미스 샤넬은 목현수의 약혼녀.’‘이제는 목현수도 더 이상 성연이에게 매달릴 수 없다는 거지.’무진은 이제야 정말 위기감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그도 옆에서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그럼 이게 신혼여행인가요?” 그 말을 들은 목현수가 눈을 치켜 떴다.‘하, 내가 강무진 네 놈의 얄팍한 생각을 모르는 줄 알아?’‘성연이를 내가 뺏을까 봐 겁이 났던 거 아니야?’‘이제 내가 결혼한다고 하니 강무진의 태도가 완전히 변했어.’“그런 셈이지요.” 목현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무진은 찻잔을 들어올려 차를 한 모금 마시는 척하며 자꾸만 벌어지는 입을 슬쩍 가렸다.주문했던 음식들을 다 먹자, 디저트가 나왔다.이 음식점의 주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A국 특유의 디저트였다.미스 샤넬은 방금 먹은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놀랄 만큼 맛있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를 더 놀라게 하는 것이 아직 남아 있었다.디저트로 나온 이 케익들.동물을 본떠 동그랗게 만든 모양이 무척 사랑스러웠다.미스 샤넬은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포크를 들었다.“이 케익들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뭐부터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성연이 손을 흔들었다.“모두 먹는 것들이에요. 미스 샤넬. 많은 생각하지
“너네 A국의 경치가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진작부터 와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현수 씨한테 데리고 가달라고 졸랐죠. 첫 번 째로 성연 씨를 보러 온 거예요.” 미스 샤넬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어떤 의미에서는, 목현수가 자신을 A국으로 데려온 것 자체가 자신을 인정한 거라고 생각하는 미스 샤넬.미스 샤넬이 따라온 걸 본 무진은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성연의 허리에 감겨 있던 팔이 아무 내색 없이 슬그머니 풀렸다.미스 샤넬과 성연이 다정한 모습으로 앞장서 걸었다.목현수와 무진이 그 뒤를 따라 걸었다.서로를 싫어하는 두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입을 열지 않았다.공항 밖을 나온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준비한 차량에 탑승했다.무진은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아주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음식점으로 데려갔다.북성에서 아주 유명한 음식점인 이 곳은 언제나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하지만 이곳의 VIP고객인 무진은 얼굴을 보이자마자 곧바로 특실을 준비해 주었다.음식점의 총지배인이 직접 메뉴판을 가져와서 무진 일행의 주문을 받았다.살짝 허리를 숙인 채 아주 정중한 자세로 지배인이 말했다.“강 대표님, 최근 저희가 아주 참신한 신 메뉴 하나를 선보였는데, 평이 아주 좋습니다. 한번 맛보시겠습니까?”“이곳의 특선 메뉴들을 하나씩 내오세요.”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지배인이 만면에 희색을 띠면서 말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가서 준비하겠습니다.”특실 안에는 성연과 무진이 나란히 앉고, 그 맞은편에 샤넬과 목현수가 나란히 앉았다.북성이 처음이라 연신 두리번거리던 미스 샤넬은 흥분한 음성으로 말했다.“이게 바로 A국 스타일? 정말 예뻐요. 유럽과는 정말 다르군요.”“미스 샤넬, 여기가 마음에 들면 자주 오세요.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해요. 특히 미스 샤넬 같이 아름다운 외국 여성에게는 더요.” 성연이 미스 샤넬에게 차를 한 잔 따라 주며 놀리듯이 말했다.성연의 칭찬에 미스 샤넬은 좀 쑥스러운 표정을
“정말요?”“비행기 시간을 알려주면, 제가 그 시간에 마중 나갈게요.”전화를 받다가 의자에서 일어선 성연의 음성에 기쁨이 철철 넘쳐 흘렀다.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무진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폰 건너편 음성이 남자 같은데...’무진이 무의식 중에 한마디를 꺼냈다.“누구?”성연이 재빨리 대답했다.“사형인데 벌서 북성으로 오는 중이라고 하네요. 나보고 마중나와 달라는데, 무진 씨도 같이 갈래요?”마음이 좀 불편해진 무진이 미간을 찡그렸다.‘그 자식은 왜 또 튀어나오는 거야? 사형이면 사형답게 행동해아지. 왜 자꾸 성연에게 들러붙는 거야?’성연이 혼자 목현수를 마중 나간다면 당연히 마음이 놓이지 않을 터.잠시 고민하던 무진이 이내 대답했다.“음, 내가 같이 가지.”“무진 씨 일은 안 바빠요? 바쁘면 나 혼자 가도 돼요.”그냥 공항으로 사람을 마중하러 가는 것이니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고 성연은 생각했다.무진이 바쁜 시간을 짜내 가면서 자신과 함께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괜찮아, 내가 같이 갈게.” 무진이 노트북을 닫았다.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따라 일어섰다.“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우리가 공항에 도착하면 딱 맞을 거예요. 가요.”무진이 성연의 뒤를 따랐다.잠시 후, 북성의 공항.비행기 도착 시간보다 먼저 공항에 도착한 성현과 무진. 목현수가 탑승한 비행기는 아직 착륙하기 전이었다.두 사람은 함께 대합실에서 목현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목말라?” 무진이 물었다.“괜찮아요.” 성연이 고개를 저었다. 무진이 움직이는 순간, 성연은 그가 물을 사러 간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무진의 팔을 잡아당겼다.“귀찮게 갈 필요 없어요.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사형이 곧 도착할 거예요.”무진이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그래.”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하던 성연이 투덜거렸다“나올 때가 됐는데...”성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국 게이트에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다시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하니 바로 목현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