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철이 냉소를 흘렸다.“강무진이 자리에 오른 후, 네 쪽에서는 몇이나 잘렸어?”“적어도 절반은 될 걸요.” 이 일만 생각하면 강상규도 머리가 아프다.최근 이쪽 세력이 엄청 약해졌다. 예전에 곳곳에 박아 뒀던 자기 편 인사들이 강무진 때문에 거의 다 잘려나가고 있는 판이었다.그 놈은 도대체 어쩜 그렇게 이쪽 라인들만 정확하게 골라 내는지. 분명 계속 이쪽을 주시해 왔을 것이다.그야말로 족집게 수준이다.이건 절대 우연일 수가 없었다.강무진 이 놈이 어찌나 전광석화 같이 손을 쓰는지 안금여 보다 더 지독했다. 예전에는 대충 눈감아 주기도 했는데, 지금 강무진이 실권을 쥐니 자신들의 손실이 막대했다.“다시 우리 사람을 심을 방법을 생각해야 해.” 자신들을 대신할 눈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앞으로 강씨 본가에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들을 알지 못할 것이다.“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방법을 생각해야 해. 무진이 자리에 오르고 처음 얼마간은 기세 등등 하겠지. 당분간은 그러라고 해.”무진의 능력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강경하게 맞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땐 잠시 바람을 피하는 게 상책.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손자 강일헌과 강진성이 들어왔다.한쪽에 잠자코 대기하면서 두 할아버님의 말씀을 들었다. 입도 뻥긋하지 않은 채.지금 사태가 긴박하니 아무래도 불똥이 튀지 않게 있어야 했다.“아니면, 무진이 그 놈 주변부터 손을 쓰면 어떨까? 강무진 주변에 손건호라는 비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진이 비밀을 많이 알고 있을 거야. 약점만 쥘 수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강상철은 자신이 말하면서 점점 흥분되었다. 제법 그럴 듯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안 됩니다. 그 놈 주변의 것들은 모두 특수 훈련을 받은 놈들입니다. 무진이 우리 옆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엎드려 있으면서도 들키지 않았던 건 내부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그때 가서 괜히 인심도 얻지 못한 채 무진이 그 놈에게 되려 당
지금의 WS 그룹은 거의 강무진이 한 손으로 받치고 있다 봐야했다.강일헌과 강진성 두 사람 모두 굳은 표정이다.자신들이 관리하는 계열사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강무진이 격노한 상항에 자신들은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이제야 비로소 강무진이 상대하기 까다롭고 만만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할아버님, 계열사에서 지원금 20억을 지원 요청했는데, 강무진은 6억만 승인했어요. 이래서야 어떻게 사업을 합니까?” 화가 난 강일헌의 얼굴이 푸르죽죽하다.강무진이 결재하던 그 때가 마침 직원 월급이 나가는 날이었다.지원금이 너무 깍여서 하마터면 월급도 지불하지 못할 뻔했다.결국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제 돈으로 메꿨다.“겨우 6억? 그럴 리가…….”잠시 생각하던 강상철이 갑자기 미심쩍다는 듯이 강일헌을 째려보았다.“너 예전에 중간에서 리베이트 많이 해먹었지?”그렇지 않으면 20억을 올렸는데, 무진이 저렇게 깍았다는 게 말이 안된다.순간 멍해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눈으로 강일헌은 무의식적으로 부정했다. “아니에요, 할아버님, 제가 어떻게…….”“너 지금 사실대로 말해! 그런 적 있어? 없어?” 강상철이 눈에 띄게 화를 내었다. 음성도 거칠었다.강일헌의 목이 움츠러들었다.원래 이런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다.강상철이 화가 난 걸 보니 더 무서워 말할 수가 없었다.상황을 지켜보던 강상규가 얼른 사태를 적당히 수습하고자 강일헌을 구슬렀다.“일헌아, 여기 우리뿐이야. 솔직히 말해 봐라. 무슨 일이든 우리끼리 같이 해결해야지.”강상규의 온화한 태도에 강일헌이 용기를 내어 이실직고했다.“매번 본사에서 돈을 보내오면 제가 1억 정도 하고 고객들이랑 친구들 접대도 하고 그랬어요. 이건 원래 본사가 결재해야 하는 겁니다. 예전에 큰할머니가 계셨을 때는 이렇게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화가 난 강상철이 냉소를 지었다.“너, 눈을 크게 뜨고 봐라. 지금 회사를 쥐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지금은 계열사뿐 아니라
안금여는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병실도 이미 다 준비 되었다. 필요한 의료기기들도 모두 세팅이 끝난 상태.조승호는 다음날 실험을 진행하기로 계획을 잡았다.성연은 병원에서 계속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안금여의 쪽의 상태를 훤히 알고 있었다.오늘 밤에 약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그날 저녁, 평소대로 무진에게 침을 놓았다.그리고 무진에게 가져다 줄 약재를 들고 오는데 무진이 계속 눈을 뜨고 있었다.좀 멍해 보였다.모처럼 멍한 모습을 본 성연이 침대가로 다가가서 손을 내밀며 그의 눈앞에서 흔들었다.“지금 무슨 생각 해요?”“할머니 생각.” 정신을 차린 무진이 눈앞에 있는 성연을 바라보며 무심결에 말했다.“하나도 안 걱정 안된다며?” 성연이 피식, 참지 못하고 웃었다.무진이 보이는 것처럼 차분하다고만 생각했다.어제도 자신에게 겁나지 않는다고 허세를 부렸었다.“거짓말을 너도 믿어?” 무진이 부인도 하지 않고 바로 솔직하게 인정했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할머니 안금여가 줄곧 자신을 안아 키웠다.자신을 보호하던 할머니가 이렇게 되었는데 그가 어떻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자신도 나무토막이 아니었다.다만 표현을 잘하지 못할 뿐이다. 오래된 습관으로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그래서 성연이 물었을 때 그의 태도는 좀 냉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무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말한다 한들 별 소용도 없을 테고.“거짓말을 진짜로 믿으면 어떡하려고?” 성연이 눈을 깜박였다.강무진의 방식에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원래 솔직한 사람인 성연은 있는 그대로 말한다.아마 무진도 자기 성격 때문이겠지.“나를 모르면 그렇겠지.”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성연이 눈을 부릅뜨고 째려봤지만 할 말이 없었다.‘사람들이 독심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안다고?’‘이리저리 재고 따지는 건 싫다, 너무 피곤해.’욕실에 받아 놓은 물에 약재를 풀었다.
성연은 CCTV를 아주 영리하게 피하며 저택 내부를 빠져나갔다.저택 엠파이어 하우스는 강무진의 사적인 영역이다.오직 무진이 절대 신임하는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었기에 CCTV를 많이 설치하지 않았다.주로 저택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점 때문에 성연은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CCTV의 사각지대를 찾아낸 성연이 담 위에서 뛰어내렸다.깔끔한 동작으로 발끝을 세워 가볍게 착지했다.손에 묻은 먼지를 털며 성연은 저택을 둘러싼 숲을 지나 밖으로 빠져나갔다.성연은 오늘 일을 위해서, 움직이기 편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운동복을 입었다.평소에도 활동성 좋고 무난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성연인지라 무진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다.숲 반대편 길가에는 이미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성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있던 서한기가 성연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보스, 솜씨가 전혀 녹슬지 않았는데요?”서한기가 있던 곳에서는 담장을 넘는 성연의 모습이 다 보였다.동작이 깔끔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이렇게 예쁘게 담 넘는 사람은 우리 보스 말고는 없을 거야.’“어째 내가 많이 늙기라도 한 것 같다?” 성연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아, 보스, 그렇게 말하지 말죠? 사람이 칭찬하면 기분 좋게 받아주면 안돼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서한기가 마이바흐의 시동을 걸고 엠파이어 하우스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그럼 사실이 아니야?” 눈썹을 찡그린 성연은 좀 이해가 안된다는 어투였다.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거만함도 깔려 있고.서한기는 목이 막히는 듯했다.‘사실이 그렇다 해도 그렇지, 보스, 좀 겸손하면 안 돼요?’‘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해?’서한기는 한 차례 숨을 깊숙이 들이마신 후, 입꼬리를 잡아당겨 올리며 대꾸했다.“물론 사실이죠. 우리 보스가 제일이지요.”서한기의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웃음을 본 성연이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네 웃음이 조금만 더 진실해 보이면, 내가 믿어주지.”
송성연과 서한기는 두 길로 나뉜다.성연과 서한기는 두말할 필요 없이 각자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함께 병원 뒷문으로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한밤중에도 병원에는 불이 환히 켜져 있었고 안은 고요했다.병원의 불빛은 터무니없이 새하얗고 마치 사람을 스며들게 하는 것 같다.성연은 당직을 맡고 있는 간호사를 피해 위층으로 올라갔다.구석자리 한 곳을 찾아 노트북을 켠 서한기는 병원 내부 시스템으로 들어가 감시 시스템을 통제했다.이제 성연은 야간 순찰하는 간호사와 경비원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고모부 조승호가 약품을 보관하는 방을 찾았다.할머니 안금여의 약은 따로 보관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병원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이곳의 지형에 익숙했다.곧 약품을 보관실에 도착했다.약품 보관실이 있는 층은 평소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이었다. 성연이 천천히 허리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실내.어둠 속에 몸을 감춘 성연은 실내를 자유자재로 누볐다.캐비닛을 열고 막 약을 꺼내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성연이 동작을 멈추자 뒤쪽에서 불빛 한 줄기가 들어 왔다.순간 그녀는 날쌔게 몸을 움직여 얼른 뒤편의 책상 밑으로 숨었다.아무래도 경비원이 야간 순찰을 돌고 있는 것 같았다.과연 성연의 생각대로 야간 순찰을 돌고 있는 경비원이었다.경비원이 들어와 먼저 한 바퀴를 둘러 본 다음 손전등을 겨드랑이에 끼고서 중얼거렸다.“조심성 없이 누가 이런 거야? 캐비닛 문도 닫지 않고. 이 안의 약이 얼마나 비싼 건데. 만약 하나라도 잃어버려 봐, 그럼 누가 책임질 거야?”캐비닛을 닫은 경비원은 다시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본 후 문을 잠그고 나갔다.경비원이 나간 후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방금 방에 들어왔던 경비원이 동료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아무 문제 없다니까! 다시 가서 확인해 봐? 믿지를 않으니 원, 설마 무슨 일 생기겠어?”“너 나중에 몰
다음 날, 안금여에게 시약하기 시작했다.약이 안금여의 체내에 성공적으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안금여의 상황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긴장한 사람은 강운경이었다.운경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 한 채 엄마 안금여만 바라보았다.많은 사람들이 설득했음에도 운경은 한사코 식사를 거부했고, 결국 모두 포기한 상태였다.사람들의 거듭된 설득에 황급히 한두 수저 뜨는 둥 마는 둥 한 운경이 엄마의 병상을 지켰다.성연도 병실에 같이 있었지만, 운경이 귀찮아 하는 눈치라 병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구석에 앉아 있었다.처음 약물을 투여했을 때, 안금여는 계속 잠만 잤다.별다른 반응은 없었다.운경은 남편 승호의 손을 잡은 채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을 했다.“엄마 이대로 잠이 들어서 안 깨시는 건 아니겠지?”“그럴 일 없을 거야.” 승호가 고개를 저었다.모두 안금여가 좋아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친구에게 약을 받을 때 승호는 재차 확인했었다.설령 이 약이 치매에 효과가 없다 해도 몸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안금여의 몸에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터였다.“그런데 엄마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반응이 없으시지?” 운경은 머리가 아팠다.낮에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은데 엄마의 몸상태까지 걱정해야 하니 그녀의 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지금 걱정까지 더해지자 몸 여기저기가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운경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승호가 뒤에서 운경의 목, 어깨, 팔다리를 주물러주었다.“너무 조급해 하지 마. 어머님은 좋아지실 거야. 약 효과는 서서히 나타날 거야. 그리고 이거 한가지만 기억해. 이전보다 더 나빠지는 일은 절대 없어. 어머님은 꼭 회복될 거야. 한 번해서 안 되면 두 번 하면 돼. 나는 절대 포기 하지 않아. 어머님이 좋아지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 계속 노력할 거야.”운경은 사실 그리 건강한 편이 아니었다.과중한 업무로 수면 시간이 줄어들며 불규칙적이 되다 보니 어
약을 투약한 다음 날 아침, 안금여가 깨어났다.서서히 눈을 뜨며 깜빡거렸다. 흐릿했던 눈동자가 점점 또렷해지며 청명해졌다.“엄마, 깼어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운경은 숨을 죽인 채 조심스럽게 안금여의 상태를 확인하며 바라보았다.딸의 목소리를 들은 안금여가 고개를 돌려 딸을 한 번 보았다.“괜찮아.”깨어난 안금여는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했다. 이제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흥분한 운경은 어쩔 줄을 몰라 손을 들었다 놨다 하며 갈팡질팡하는 듯했다. “그럼 엄마,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딸을 알아본 표정을 지은 안금여가 기대에 찬 운경에게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내 딸을 내가 못 알아볼까 그래?”지금까지 참아왔던 눈물이 운경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안금여의 손을 붙잡았다.“엄마, 엄마, 절 알아보시는 거예요. 못 일어 나실까 걱정했어요.”안금여가 운경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이 아이들 모두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효심을 다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마음이 뿌듯함으로 충만했다. 모두 자신이 키운 아이들이었다.할머니가 회복된 것을 확인하자 운경의 뒤에 서 있던 무진의 미간이 서서히 풀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오래 동안 노력하는 건 누구에게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만, 다 큰 애가 울면 어떻게 하니? 무진이도 있는데 나중에 창피해서 어쩌려고 그래.” 살짝 핀잔을 준 안금여가 휴지를 꺼내 운경에게 건넸다.“엄마, 그 동안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드디어 일어나셨으니 한시름 놓았어요.”운경이 눈물을 닦자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회사에 아무리 큰 위기가 닥쳤어도, 무진의 부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흔들림 없었던 그때보다 더 힘든 시간들이었다.하지만 그 힘든 날들을 모두 견뎌냈다.가까스로 긴장을 풀 수 있게 된 운경은 이제부터라도 엄마가 여생을 평안히 누리시길 진심으로 바랬다.‘한평생 힘들게 사셨으니 이제라도 잘 돌보아 드려야지.’“아이고, 아직도 울 게 더 남았어?”
“감사하실 필요 없어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인 걸요.” 할머니의 감사인사 한마디에 지금까지의 고생이 모두 보답을 받은 기분이었다.안금여 또한 자신에게 무척 잘해 주지 않았는가. 그런 안금여의 선의에 보답하고 싶었을 뿐.부드러운 눈빛으로 성연을 바라보던 안금여가 운경을 쳐다보고는 가라앉은 표정을 지은 채 나지막한 음성으로 꾸짖었다.“운경아, 너는 하루 종일 이것저것 의심하느라 피곤하지도 않아. 나를 이렇게 열심히 돌본 성연이한테 그렇게 밖에 말을 못해? 정말 한심하구나?”운경이 입을 열어 말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확실히 그녀의 말의 좀 독단적이긴 했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그녀로서는 성연이 나쁜 마음을 먹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으니 어쩌겠나.운경이 말을 못 하고 있자 옆에 있던 성연이 입을 열었다.“할머님, 고모님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고모님도 할머님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걸요. 제가 좀 신중하지 행동하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미리 고모님에게 이런 치료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려야 했었는데 오해가 좀 있었어요. 고모님이 말 한 게 모두 맞아요.”안금여는 이미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성연은 이전의 일을 왈가불가 따지고 싶지 않았다.앞으로 좀 더 강씨 집안에서 지내야 하니 누구와도 불편한 관계가 있고 싶지 않았다.그리 대범한 편은 아니지만 몇 번을 생각한 끝에 운경을 위해 말을 거들기로 판단한 것이다.반대로 운경은 성연이 자신을 거들어 말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심지어 무진조차 자신을 탓하고 있었는데 말이다.그런데 외려 성연이 도량이 넓고 옹졸하지 않았다.성연이 자신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 엄마가 깨어났으니 분명 운경 자신에 대해 일러바칠 거라고 생각했었다.하긴 자신이 사소한 일을 확대시킨 점도 있어 엄마가 뭐라고 말해도 듣기만 하던 참이었다.하지만 성연이 이 아이가 지금 이처럼 도량이 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운경은 성연을 좀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성연아, 미안해 방금 말을 실수했어.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