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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그렇게 날 믿는가요

방에 들어온 뒤에도 무진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했던 성연이 무진에게 해명하려 입을 뗐다.

“할머니를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무진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알아.”

그의 눈에 다 보였다. 성연이 단순하지 않다 해도 아직은 어린 소녀이다. 그 속이 쉽게 읽혔다.

무진은 자신이 성연을 괘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뒤에서 몰래 이런 일을 할 성연이 아니었다.

무진의 반응이 다소 의아한 성연이 물었다.

“어, 어째서요? 그렇게 날 믿어요?”

말투에 웃음기를 담고 있지만, 무진이 어떻게 자신을 믿을 수 있지, 하는 의문이었다.

무진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네가 정말 나쁜 마음을 가졌다면 내가 널 처리할 테니까.”

“처리? 내가 진짜 할머니한테 손을 쓰면 당신이 날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성연이 무진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치는 순간, 마치 총탄 없는 전쟁처럼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그저 단순한 응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

“물론. 네가 어디로 도망을 간다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낼 거야.”

이 말을 하는 무진은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았다. 의외일 정도로.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질 정도다. 착각이겠지만.

잠시 멍했던 성연이 얼른 정신을 차리며 입을 삐죽거렸다.

‘치, 큰 소리는.’

중요한 건 성연이 하마터면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뻔했다는 사실.

그래도 무진의 믿음에 성연은 기분이 좋아졌다.

방에 들어온 성연은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나온 후 침대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머리만 갖다 대면 잠이 든다. 정말 잘 잔다.

불면증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다.

무진이 부러워하는 점이다.

잠결에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성연이 눈은 살짝 뜨니 커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가 무진이라는 걸 인식하자 아무런 경계심도 들지 않았다.

“왜? 안 자요?”

졸린 음성이 말랑말랑한 느낌이다.

무진의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아이를 어르듯 무진이 이불 위로 성연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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