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경은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 웃었다. 더없이 유혹적인 표정을 지으며. 처음엔 그다지 확신이 없었던 손민철도 이번에는 조수경에게 넘어가 화를 풀었다.손민철의 손이 조수경의 몸 위를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았다.“조급하게 굴지 말아요. 나한테 처음 손을 대는 것도 아니잖아요?”자신의 비위를 맞추는 조수경을 본 손민철도 더 이상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다. 바로 조수경을 자신의 품에 안은 채 떨떠름한 기색으로 말했다.“오늘 나 화 많이 났어! 말해 봐, 이제 어떻게 나한테 협력할 건지.”강무진의 명성이야 정말 대단하긴 하지만 자신 또한 강무진보다 겨우 조금 못할 뿐이라 생각하는 손민철.자신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 아버지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강무진의 이름이었다. 강무진을 자식들 교육의 교재로 삼은 것.강무진은 바로 전형적인 엄친아였다.‘이번에도 아버지는 강무진과 절대 부딪혀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지금 조수경의 말은 두 사람이 연합해서 강무진에게 맞서자는 거였다.정말 그렇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손민철은 판단하기 어려웠다.만약 실패한다면 손씨 가문 전체가 연루될 것이다.조수경이 바로 옆에서 제안했다.“내가 강무진의 회사에 들어갔어요. 시간은 좀 늦어지겠지만 내가 당신을 위해 일을 진행하면 손씨 가문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어요.”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손민철의 가슴도 두근거렸다.‘이렇게 하는 것은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강무진에게 맞서는 것도 아니야. 기껏해야 WS그룹과 관계된 거래처일 뿐.’‘손씨 가문은 이미 오랫동안 정체되어서 더 이상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어. 만약 WS그룹과 협력할 수만 있다면, 손씨 가문은 틀림없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거야.’손민철은 순식간에 흥미가 생겼다.“네 마음속에 대략적인 계획이 있어? 나한테 말해 봐, 내가 가능한지 한 번 볼게.”조수경은 손민철이 머리가 안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설사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손
성연은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많은 학점을 앞당겨 이수했다. 대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학교 교과과정과 관련된 기초 지식들에 대해서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지금 성연은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이 시간을 이용해서 유용한 일을 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긴 휴가를 얻었지만 성연은 한동안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국내로 돌아가 무진과 함께 하는 것이다.자신의 학업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무진과 줄곧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상태였다.‘지금 이 시간에 무진 씨 곁에 편안하게 있는 것도 정말 좋을 거야.’기숙사 안.앨리스는 성연을 바라보면서 아쉬워했다. “과연 천재는 달라. 너 겨우 몇 달 만에 몇 년 동안의 학점을 다 이수했어. 너무 부러워. 앞으로 학교에서 너를 볼 수 없다니.” 앨리스는 성연을 안은 채 손을 떼려고 하지 않았다.성연은 다른 사람이 몸에 닿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앨리스가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냥 참다 보니 성연의 결점이 뜻밖에도 서서히 고쳐진 것.물론 절대적으로 가까운 사람만 그렇다는 의미이다.성연은 앨리스의 팔을 토닥이며 위로했다.“겨우 일부 과정만 이수했는 걸. 곧다시 돌아올 거야.”“성연아, 휴가가 그렇게 긴데 뭐 할 거야?” 앨리스가 궁금해서 물었다.성연이 그래도 유럽에 있다면 자신이 자주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다음 순간 성연이 한 말은 앨리스를 실망하게 만들었다.“나는 A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야.”앨리스가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아! 너는 A국으로 돌아가는구나. 그럼 언제쯤이면 너를 볼 수 있을까?”성연이 앨리스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걱정 마, 금방이야. 아니면 내가 A국으로 돌아가 있는 동안, 네가 여름 방학을 맞아 날 보러 A국으로 오면 되지. 내가 널 데리고 같이 여기저기 안내해 줄게.”앨리스도 내내 A국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차에 지금 성연의 말은 그녀를 더없이 설레게 만들
성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여행은 됐어요. 지금은 그렇게 멀리 가고 싶지 않아요.”‘무진 씨 원래부터 내가 사형이랑 자주 함께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만약 사형과 여행을 간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화를 낼 지, 어휴.’목현수도 성연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강무진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목현수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성연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성연이 고개를 드니 마침 샤넬 양이 목현수의 옆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샤넬 양을 본 성연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좁혔다.매번 샤넬 양과 만날 때마다 즐거운 기억이 없었기 때문.또 샤넬 양이 사형의 몸에 레이더라도 장착했는지, 어떻게 매번 사형이 어디에 있는지 잘도 알고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었다.‘지난번 그 일로 샤넬 양과 사형 사이가 틀어진 줄 알았는데, 지금 샤넬 양이 여기 나타난 걸 보면 두 사람이 화해했나?’성연은 샤넬 양을 보고도 먼저 입을 열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현수 씨, 왜 나를 부르지 않고 몰래 나왔어?” 샤넬 양은 목현수를 타박하면서 말했다.“갑자기 일이 생겨서 잠시 여기에 왔을 뿐이야. 너를 부르면 메이크업도 해야 하고 치장도 해야 하는데 너무 귀찮잖아.” 목현수는 오히려 샤넬 양에게 냉담하게 대하지 않았다.말투도 아주 가볍고 부드러웠다.‘샤넬 양과 목현수의 관계가 이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보아하니 두 사람은 정말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연인 사이 같아.’‘그럼 내 존재도 이제 두 사람 사이에 별 상관없겠지?’성연은 옆에서 놀리듯이 말했다.“아이고, 엊그저께도 싸우는 것 같더니 이렇게 빨리 화해했네요? 서로 감정이 이렇게 좋은데, 언제 결혼할 거예요? 그때가 되면 꼭 국수 먹으러 갈 거예요.”성연이 입을 열자 샤넬 양은 겨우 고개를 들고 성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미안해요. 성연 씨에게 지난번에 내가 무례하게 굴어서 정말 미안해
성연은 마음속으로 좀 부러웠다. ‘사형은 정말 너무 대단해. 그렇지 않았다면 샤넬 양의 아버지도 그렇게 큰 회사를 사형에게 맡기지 않았을 테지.’성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그건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사형, 빨리 샤넬 양과 결혼하세요. 그래야 나도 빨리 잔치 국수를 먹죠.”그 말을 들은 목현수는 평소처럼 성연에게 농담을 하지 않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너는 내가 빨리 결혼하기를 그렇게 바라는 거야?”성연은 다소 놀랐다. ‘내 기억 속에서 사형은 줄곧 부드러운 사람이었는데, 여태까지 내게 심한 말을 한 적도 없었고. 그런데 지금은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아.’‘하지만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고개를 든 성연은 마침 목현수와 눈이 마주쳤다.성연은 자신을 대하는 사형의 눈빛이 어쩐지 좀 다르다고 느꼈다.자신도 모르게 피하고 싶었다.그러나 성연은 샤넬 양이 또 많은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화제가 끝나게 할 수 없었다.성연이 입을 열었다.“당연히 사형이 빨리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지요. 사형 나이가 몇인데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노총각으로 늙어갈 거예요?”성연의 말을 들은 목현수는 계속 굳은 표정을 짓지 않고 씩 웃었다.“내 일을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너는 너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성연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내 일 역시 사형이 말할 필요는 없지요.”옆에서 두 사람이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샤넬 양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두 분은 사이가 정말 좋네요.” 자신은 가끔 목현수와 이야기할 때도 이렇게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현수 씨는 송성연을 대하는 게 좀 특별한 것 같아.’성연이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사형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는데 늘 그랬어요. 앞으로는 당신이 사형과 함께 있는 시간이 나보다 더 길겠지요. 조급할 필요 없이 천천히 하면 돼요.”고개를 돌린 샤넬 양이 목현수를 보며 말했다. “송성연 씨가 말하는 거 들었어요? 나한테도 기회를 줄지 모르겠네요.”그녀의 말이
성연은 목현수와 밥을 먹고 학교로 돌아왔다.이때 소지한이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대스타가 오늘 어떻게 나한테 전화할 시간이 다 있었을까?” 성연과 소지한은 여전히 아주 친한 사이이기에 매번 연락할 때마다 농담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소지한이 웃으며 말했다.“너는 유럽에서 학교 다니지? 유럽 쪽은 어때, 재미있어?”성연은 유럽의 풍경을 보면서, 이곳에 온 지 겨우 몇 달 만에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어디를 가든 그래도 우리 나라가 제일 좋아.’“나 곧 귀국할 거야.” 성연은 길을 걸으면서 소지한과 이야기했다.소지한이 물었다.“왜 갑자기 돌아오려는 거야? 그쪽은 안 좋아?”성연은 자신이 학점을 미리 많이 이수한 사실을 소지한에게 말했다.“여기는 그런대로 괜찮아. 다만 집이 좀 그리워.”소지한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정말 딱 맞춰서 전화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말투에서 즐거워하는 기색이 뚜렷하게 드러났다.“정말 잘됐네. 마침 내가 너에게 해줄 말이 있어.”성연이 물었다.“무슨 일?”소지한은 성연에게 자신이 전화한 이유를 설명했다.“너를 내 콘서트에 초대하고 싶어. 아마도 내 마지막 콘서트가 될 거야.”성연은 다소 놀랐다. 그러나 소지한이 이렇게 하는 데에는 틀림없이 까닭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캐묻지 않고 농담하듯이 말했다.“돈은 충분히 벌었어?”소지한도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물론 충분할 만큼. 앞으로 나는 사업에 전념할 생각이야. 나에게 강무진 대표를 좀 소개해 줄 수 있어? 아니면 강무진 대표 비서로 날 좀 추천해 주든지.”얼마 전에 일어난 일은 소지한도 알고 있다. ‘사업에 있어서는 강무진의 수완이 정말 대단해.’자신이 성연에게 한 말도 농담이 아니었다.‘강무진의 업무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대단해. 강무진의 옆에 있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야.성연도 흔쾌히 대답했다.“당연히 되지.”무진이 소지한을 자신의 곁에 두게 할지 아닐지는
시간은 곧 지나갔다. 이틀이 지나면 콘서트가 곧 시작된다. 시간에 맞춰서 소지한이 예약해 준 항공권을 가지고 공항에 간 성연은 비행기에 탑승했다.원래 성연은 앨리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앨리스는 어디로 갔는지 모습도 보이지 않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성연은 국내로 돌아가서 앨리스에게 전화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늦을까 봐 먼저 공항으로 갔다. 그녀 혼자 트렁크를 들고 공항에 도착했다.“성연아, 성연아...”누군가 어렴풋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성연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유럽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성연이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저 앨리스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앨리스, 왜 왔어?” 성연의 눈에는 놀라운 기색이 뚜렷했다.앨리스는 헐레벌떡 성연 앞으로 뛰어왔다.“나는 따라잡지 못할 줄 알았어.”“너는 어디 가?” 성연은 앨리스에게 땀을 닦을 휴지를 건네주었다.앨리스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네가 귀국한다고 해서 어머니에게 유럽의 특산품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 자, 줄게.”성연은 그녀가 들고 있는 선물 상자 주머니를 보면서, 이 선물에는 앨리스의 마음이 가득 차 있어서 묵직할 거라고 느꼈다.“그러니까 네가 아침부터 기숙사에 없었던 게 내게 이걸 갖다 주려고 집에 갔던 거야?”성연이 선물을 손에 들어 보니 꽤 무거웠다.“그래, 다행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어. 길이 막혀서 시간은 좀 지체됐지만.” 앨리스는 휴지로 땀을 닦았다. 얼마나 힘들게 이 길을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성연은 마음속으로 무척 감동했다.“앨리스, 고마워.”머리를 만지작거리던 앨리스가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천만에. 이렇게 떠나면 다음에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나를 기억해 줘.”“그럴게.” 성연은 먼저 앨리스를 꼭 안았다.앨리스도 따라서 그녀를 꼭 안았다.앨리스가 좀 늦게 왔기에 두 사람이 잠시 대화를 나누자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잠시 후에 앨리스는 손을 놓
오후 퇴근 시간이 되었다.사람들이 모두 퇴근을 하고 사무실이 텅 비었을 때, 조수경이 갑자기 무진의 사무실로 찾아왔다.무진의 방 문 앞에서 조수경이 손을 들어 살짝 노크했다.“무진 오빠, 아직 있어요?”조수경의 음성을 들은 무진이 이마를 찡그렸지만, 이내 대답했다.“들어와.”조수경이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진이 창가를 등진 데스크에 앉아 있었다. 석양의 빛을 받은 그의 모습은 마치 천신처럼 아름다웠다.조수경이 천천히 눈길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무진 오빠, 제가 콘서트 표 두 장을 샀어요. 소지한의 고별 콘서트라서 이런 기회가 앞으로 오기 힘들 거예요. 무진 오빠, 오빠와 함께 가고 싶어요.”무진은 소지한이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성연을 생각했다. 은근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조수경과 함께는 아니었다.그래서 무진이 바로 거절했다.“아니, 갈 생각이 들면 내가 표를 사면돼. 다른 사람에게 같이 가자고 해.”그 말은 조수경과 동행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분명했다. 조수경은 속으로 무척 실망했다.자신이 강씨 집안에 온 이후, 무진은 이처럼 분명하게 자신을 거절한 것은 처음이었다.그러나 눈치가 빨라 상황 판단이 빠른 조수경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물러섰다.“네, 그럼 나 혼자 가면 되죠, 뭐.”무진이 냉담하게 대답했다. “그래.”무진의 사무실을 나온 조수경은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눈주위가 이미 불그레했다.자존심이 무척 강한 조수경은 무진이 콘서트에 같이 가자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줄은 정말 몰랐다.더 이상 남아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손에 표를 쥔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조수경이 난감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보았지만 무진은 개의치 않았다.자신이 조수경과 단둘이 함께 콘서트를 보러 간다면 그것이야 말로 비정상적인 일일 터.조수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택으로 돌아온 후에 곧바로 안금여를 찾아갔다.이 집안에서 안금여야 말로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임을 잘 알고 있었다.안금여는 이 강씨 집안에서
무진은 데스크 위의 기밀 서류를 전부 금고에 넣고 잠갔다.막 퇴근하려고 하는데 조수경이 방금 말한 게 생각났다. 소지한의 콘서트라니 그도 흥미가 일었다.손건호를 불러서 상황을 물어보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의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할머니의 전화라는 것을 알았다.“할머니, 무슨 일이세요?”“수경이가 나한테 함께 콘서트를 보러 가자고 하는구나. 네가 빨리 준비를 좀 해 다오.” 안금여는 소파에 앉아서 조수경이 준비한 화차를 즐겼다.안금여의 말을 듣는 무진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그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너무 나서는 거 아닌가? 콘서트는 분명 시끄럽고 사람들도 많을 텐데, 만약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할머니의 건강이 원래 그다지 좋은 편도 아닌데, 밖에 나갔다가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그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무진이 마음속으로 조수경을 은근히 책망했다. ‘이거 나이든 할머니에게 무슨 유치한 잔꾀를 부리는 거야?’“할머니, 콘서트는 너무 시끄러워요. 그리고 콘서트 같은 행사를 좋아하실 것 같지도 않은 데요. 연세도 많으신 데 그런 곳에 가시는 건 권하고 싶지 않아요.” 무진은 적당히 절제하며 말하면서, 할머니가 생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랐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안금여는 불만이었다.“콘서트를 보러 가는데 뭐가 안 어울린다는 거야? 내가 나이가 많은 건 맞지만 마음은 아직 젊어. 나는 평생 콘서트를 본 적이 없어. 이제 나가서 세상을 좀 구경하려는데 왜 그러는 거냐?”안금여의 목소리에는 옅은 분노가 섞여 있었다. 들고 있던 찻잔의 차를 마시지도 않았다.“할머니, 우선 화를 가라앉히시고요. 제가 먼저 자리가 있는지 한 번 알아볼 게요. 있으면 가고 없으면 집에 계시는 거예요?안금여는 마지못한 듯이 대답했다.“그럼 빨리 알아봐,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버릴 거야.”안금여가 전화를 끊었다.조수경이 옆에서 수시로 안금여의 찻잔에 차를 채워주었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니 그
성연은 정말 무기력한 상태였다.지금 발버둥친다 해도 이 두 남자와 싸울 수 없을 것 같았다.‘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해.’성연은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검은 양복의 두 사람이 앞에서 운전하는 틈을 타서 또 계속해서 은침을 두 번 찔렀다.성연의 볼은 빨개진 데다가 온몸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뜨거웠다.두 남자는 성연이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줄 알고 전혀 주의하지 않았다.성연은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막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남자 중 한 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깜짝 놀란 성연이 얼른 핸드폰을 숨기고 실신한 척 가장했다.“형님, 안 깼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힐끗 보던 남자가 또 고개를 돌리면서 투덜댔다.형님이라는 남자가 쏘아붙였다“왜 걱정이 안 되겠어? 너는 한 푼도 받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항상 조수경의 말을 기억했다.‘그 여자도 후회하겠지.’‘온종일 정신병자처럼 굴었으니 말이야.’“돈을 못 받아도... 시원하게 한번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말을 하던 남자는 성연의 얼굴을 보다가 침을 흘릴 뻔했다.또 다른 남자도 보는 걸 좋아했지만.그러나 그렇게 줏대 없이 처신한다면, 자기 부하 앞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주저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부하의 머리를 때렸다.“돈이 없어서 먹을 것도 없는 놈이 아직도 그런 말을 할 마음이 들어?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돈을 받으면 끝나는 거야.”“형님, 혹시 저 여자가 싫으세요?” 뒷자리의 성연을 가리키는 부하의 눈에서는 욕망이 뚜렷했다.형님이라는 남자는 힐끗 한 번 보더니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생각이 나지, 왜 생각이 안 나겠어.”그 남자도 아직까지 이렇게 어린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엇다.성연은 얼굴도 예쁘고 피부가 뽀얗기 때문에 분명히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그럼 끝난 거 아니에요? 형님, 저 여자 좀 보세요. 피부가 그렇게 뽀샤시하니 누르면 붉은 자국이 남을 거예요.” 남자가 말하면서 코를 훌쩍거리기도 했다.“
성연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 약이 이미 성연의 이성을 점차 잠식했어도.여전히 조수경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조수경이 좋은 마음으로 내게 오라고 한 게 아니었어.’‘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멍청하게 왔어. 정말 멍청하게!’성연은 마음속의 그 뜨거운 느낌을 미친 듯이 억누르고 있었다.심장이 불타는 듯 온몸이 뜨거워서 해소하고 싶었다.그러나 하필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만약 정말 끌려간다면 결과가 어떨지 짐작이 가.’성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하고 싶었다.그러나 전혀 힘도 쓰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엎드린 채, 그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비록 성연의 마음은 달갑지 않았지만,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에게 끌려서 카페에서 나왔다.성연은 발버둥칠 힘도 없어서 자신이 끌려가게 둘 수밖에 없었다.조수경도 따라 나갔다.그리고 두 사람이 성연을 허름한 미니버스에 태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조수경이 또 그들 뒤에서 말했다.“당신들이 이 일을 끝내면 보수를 두 배로 줄 테니, 절대 사고가 나면 안 돼요. 만약 그렇게 되면 한 푼도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요!”자신도 몇 번이나 성연과 무진을 해치려고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돌아왔다.‘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어.’‘송성연의 운이 그렇게 좋다는 건 믿을 수 없어.’성연을 붙잡고 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두 사람.머릿속에는 미인과 뒹굴려는 생각뿐이다.어떻게 조수경이 그렇게 많은 말을 하게 내버려 두겠는가?두 사람은 믿으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걱정 말아요, 걱정 마. 일은 틀림없이 될 겁니다. 이 여자도 이렇게 되었는데, 우리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겠어요? 당신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일이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조수경은 은근히 불안했다.“반드시 잘 할 거라고 약속하세요.”조수경의 이 말은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왔다.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은 원래 출발하려고 했다.‘이곳은 비록 외진 곳이지만 사람이 지나다
성연은 은침으로 두 번 찔렀으니까 적어도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어지럽고 무기력한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마음 깊은 곳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모호해지면서 단지 카타르시스를 찾아 자신의 모든 욕망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조수경은 성연이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며 자신을 깨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다 됐어’조수경은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성연의 낭패한 모습을 감상했다.‘평소에 송성연은 나를 볼 때 도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지금은 왜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는 거야?’조수경은 계속 일부러 물었다.“성연 씨, 성연 씨, 정말 괜찮아요?”성연은 이제 대답할 힘도 없었다.자신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낼 것 같아서 가까스로 몸의 반응을 억제했다.성연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사실 그래도 정신이 약간은 남아 있엇다.하지만 조수경은 성연이 이미 잠들었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바로 일어서서 성연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빨리 이 여자를 옮겨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고 당신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여전히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했다.“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아니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체 높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건 아니겠지?”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의 사람들에게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돼.’‘작은 돈 때문에 엮이게 된다면 정말 가치가 없어.’조수경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허튼소리를 했다.“이 여자의 차림새를 봐요. 어디 부자 같아 보여요? 바로 학생인데, 내가 여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을 거예요.”방금 조수경이 성연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들도 내용을 똑똑히 듣지 못했다.조수경은 이들에게 여자를 데리고 놀라고 하면서 돈도 많이 주겠다고 했
사실 성연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기에 조수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순간 이미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조수경이 자신이 마신 레모네이드에 약을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이 약은 너무 독해서, 순식간에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현기증이 났다.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온몸에서 열이 나면서, 옷을 찢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기가 카페이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성연은 이것이 무슨 약인지 단번에 알아맞혔다.‘조수경이 나를 초대한 게 바로 이 개떡같은 약을 먹이기 위해서라는 걸 미처 몰랐어.’지금 성연은 조수경을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원래 조수경은 좀 깨닫게 될 줄 알았어.’‘조수경이 결국 이렇게 간이 배 밖에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내게 약을 먹이면 무진 씨가 분노가 폭발할 텐데 두렵지 않은 거야?’‘다른 건 몰라도, 이 위기를 견뎌낸다면 절대 조수경을 용서하지 않겠어!’단호하게 은침을 부러뜨려서 성연은 자신의 허벅지 혈을 찔렀다.간신히 정신이 좀 돌아와서 그나마 겨우 버틸 수 있었다.성연의 볼이 붉어지는 걸 본 조수경은 약효가 곧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일부러 물었다.“아이고, 성연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픈 데 있어요? 안색이 좀 이상한데요?”성연은 이를 악물고 맞은편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자 정말 밟아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조수경,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뒷감당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건 아니겠지?’그러나 성연은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수경을 끝장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조수경이 또 이어서 자신에게 무슨 수단을 쓸 지 알 수 없었다.성연은 잠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덥네요.”성연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조수경에게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송성연, 너의 모든 반응은 얼굴에 드러나 있어.’조수경
성연은 조수경의 계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이 약은 확실히 무색무취해서, 은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성연은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컵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바로 조수경에게 말했다.“당신이 떠나기를 원한다니까, 일단 당신을 믿겠어요. 오늘은 당신도 어떤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성연은 자신이 조수경을 용서하고 싶은 것도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그러나 이렇게 말해서 조수경의 양심이 괜찮을 수 있다면 한마디 해도 될 것이다.그리고 성연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조수경이 고의로 그랬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하지만 조수경이 이미 사직하려고 하는 이상, 앞으로 무진과 만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한다면 자신이 굳이 언쟁을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성연 씨. 내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은 정말 미안했을 거예요.” 조수경은 정말 감동한 듯 성연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성연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소리 없이 성연의 뒤쪽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성연이 중독되어 약효가 나타나면 데려가려고 기다렸다.두 사람이 앉은 곳은 성연의 시선에서 사각지대여서, 성연은 전혀 보지 못했다.“그렇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곳을 떠나도 당신의 집에 잘 돌아가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도 힘드실 거예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조수경은 무슨 무서운 일이 생각났는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닫고 해명했다.“성연 씨, 정말 숨기지 않겠어요. 누군가 줄곧 나를 귀찮게 하고 있어요. 내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돌아간다면 결국 좋은 날이 없을 거예요.”“나는 조수경 씨의 성격이면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 생각은요?”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다.사실 조금만 조사하면 조수경이 말한 게
엠파이어 하우스 부근의 한 커피숍 안.성연이 도착했을 때, 조수경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을 본 조수경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성연 씨, 여기에요.”성연은 다가가서 조수경의 맞은편에 앉았다.“무슨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세요.”예쁘게 차려 입은 성연을 보자 조수경의 눈에서 또 한바탕 질투가 났다.‘약혼자가 있는데도 누구한테 보여주고 꼬시려고 이렇게 치장하고 나온 거야?’‘강씨 집안이 아니라면, 송성연 이 촌닭은 평생 이런 명품도 입을 수 없겠지.’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성연을 전혀 쓸모없는 사람으로 폄하했다.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조수경이 가식적으로 성연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성연 씨,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날 밤에 나는 정말 무진 오빠를 부축하면서 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무진 오빠를 부축하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오빠는 기어이 거기가 자기 방이라고 말했어요. 바로... 당신이 봤던 모습으로 변했어요. 사실 나와 무진 오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성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무진 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겠어요.”“당연히 무진 오빠하고 거리를 둘 거예요. 저는 곧 회사를 떠날 거예요. 사직서는 이미 작성했어요.”조수경은 사직서를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은 반신반의하면서 결코 조수경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사직서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그래서 성연이 할 수 없이 말했다.“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겠어요.”조수경은 이를 악물었다.마음속으로는 성연이 속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조급해선 안 돼. 결국 방법이 있을 거야.’성연이 믿지 않는 걸 본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슬픈 눈빛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더욱 믿게끔 행동했다.성연이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조수경 씨, 뭘 마시고 싶으세요?”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이날 성연은 다시 조수경의 전화를 받았다.성연은 원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수경의 표정과 태도를 모두 똑똑히 보았다.‘그럴듯하게 꾸몄지만 무슨 그럴 필요가 있겠어?’그러나 마침 심심하기도 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조수경이 또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봐야지.’전화를 받은 성연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성연이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안 조수경이 먼저 말했다.[성연 씨,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이것으로 나는 정말 성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어요.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성연씨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예요.]‘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닐 거야.’성연은 조수경의 말을 약간은 믿었지만 완전히 다 믿지는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는 너무 잘 꾸미고 간교한 수작도 잘 부려.’ 성연은 반드시 방비하면서 조수경을 쉽게 믿지 말아야 했다.“조수경 씨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당신의 생각이니, 외부인인 제가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진 씨의 약혼녀인 제가 당신에게 무진 씨와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제 권리입니다.”성연은 담담하게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조수경에게 무슨 감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았다.전화기 맞은편의 조수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살에 박혔지만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그러나 오늘의 목적을 생각하고 조수경은 참았다.조수경이 약간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저는 무진 오빠를 오빠처럼 생각했을 뿐이에요. 집에 일이 생기자 할머니, 고모, 그리고 무진 오빠가 제게 그렇게 잘해 준 건데 성연 씨가 오해한 거예요. 성연 씨를 만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지난번에 만났을 때 불쾌하게 헤어졌다.성연은 조수경을 만나도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느꼈다.원래는 조수경을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성연의 심리를 간파한 듯이 조수경이 바로 입을 열고 강조했다.[저는 지금 바로 성연 씨 집 근처에 있어요. 여기서 성연 씨를 기다리고
한바탕 격렬했던 정사가 끝난 후, 조수경은 이 약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은 후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오직 본능만 남았던 것이다.그동안 조수경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손민철은 조수경의 이런 행동에 더욱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조수경의 어깨를 껴안고 말했다.“필요하다면 더 큰 프로젝트를 줄게. WS그룹에서의 당신의 지위가 더 확고하게 될 거야.”조수경은 원래 한번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뜻밖에도 손민철이 여기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약을 구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이 약이야 말로 조수경이 오늘 손민철을 만난 목적이었다.다만 손민철의 말은 의외의 놀라움을 주었다.지금 손민철은 확실히 조수경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었다.WS그룹에서 조수경의 지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만약 머리를 굴려서 손민철이 기꺼이 자신을 힘껏 돕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조수경은 손민철의 어깨에 기댄 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당신은 내게 정말 잘해 줘.”그런데 당신은 언제 돌아가서 나하고 결혼할 거야? 지금 아버지가 하루 종일 나를 재촉하고 있어.” 손민철은 단지 투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조수경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조수경은 손민철을 보면서 애교를 부렸다.“우리는 지금도 좋지 않아?”“하지만 정하면 더 좋지. 우리 둘은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어, 설마 당신은 그러고 싶지 않은 거야?” 손민철은 조수경을 떠보았다.조수경은 지금 어쨌든 손민철이라는 이 조력자를 잃을 수 없다.그래서 손민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지금 우리의 큰 계획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결혼은 성공한 뒤에 다시 이야기해. 만약 강무진이 우리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를 WS그룹에 남겨두겠어? 지금 강씨 가문에서 순전히 동정 때문에 나를 받아들였는데, 나는 이 보호막을 잃고 싶지 않아”손민철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기본적으로 조수경이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일뿐.지
오늘 조수경은 청순한 재스민 같은 평소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오늘은 빨간색의 깊은 브이넥 원피스를 입었는데, 원래 겉에 숄을 하나 더 걸쳤다.방금 문을 열러 나올 때에 숄은 이미 벗어버린 뒤.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나 오늘 예뻐?”“아름다워, 너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워.” 손민철은 이미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조급해?”“너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매번 나를 이렇게 유혹하는데.” 손민철이 다가가서 조수경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조수경은 거부하지 않고 손민철의 목을 껴안았다.“오늘 어쩐 일이야? 웬일로 나를 찾을 마음이 생겼어?” 손민철은 정말 어렵게 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느꼈다.“일이 없으면 당신을 찾을 수 없어?” 조수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손민철이 넋을 잃게 만들었다.손민철이 좀 더 진도를 나가려고 하자, 조수경이 손을 붙잡고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손민철의 눈은 이미 욕망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지금 막히자 더 짜증이 났다.“왜 그래? 나를 오라고 해놓고 나를 가지고 놀려는 거야?”조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지금 나한테 그런 나쁜 말투로 말한 거야?”그리고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상황을 파악한 손민철이 얼른 구슬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조수경 잠시 생각했다.‘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손민철을 수중에 꽉 쥐지 못했을 거야.’‘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 해.’‘그럼 바로 손민철부터야.’“나는 당신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 늘 그런 식이면 전혀 새로운 게 없잖아.”“어떻게 놀고 싶은데?” 손민철도 물론 자극적으로 즐기고 싶었지만, 매번 조수경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지금 조수경이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