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연은 버려진 창고 안 어두컴컴한 공간에 앉아 있었다.사방에서 찍찍거리는 쥐 소리가 들려왔다.소지연은 몸과 마음이 다 움츠러든 채 약간 무너져서 울고 싶었다.그녀는 아직도 왜 무진과 자신이 지금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내 정조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길거리 쥐새끼처럼 숨어야 했어.’‘만약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송성연이 나타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어두운 창고에 한줄기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고개를 쳐든 소지연은 무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소지연의 눈에 황홀한 빛이 어렸다.“무진 오빠...”무진의 눈에는 냉소가 가득했다.“나에게 네가 이렇게 오빠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을까?”소지연의 마음속을 한 가닥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이제 내가 순결하지 않기에, 무진 오빠가 나를 더 무시할 게 분명해.’고개를 숙인 무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지연의 눈을 마주하면서 물었다.“너는 도대체 성연이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해코지를 한 거야? 지난 번에 킬러를 보낸 건 네가 맞지? 그리고 송아연의 일과 이번에 성연이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것도 모두 네가 꾸민 짓이야?”잡혔으니 소지연도 할 말이 없었다.아예 자포자기하고 말았다.“맞아, 모두 내가 한 거야. 걔가 나에게서 오빠를 빼앗으려고 했어, 오빠는 내 거야!”소지연이 무진 앞에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러나 이 시기는 아무리 봐도 옳지 않았다.소지연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본 무진은 고개를 저었다.“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야. 게다가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 억지로 할 수 없다는 걸 몰라?”그의 마음은 좀 복잡했다. 자신은 예전에 소지연을 정말 믿었다.두 사람에게 이런 상황이 닥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런데 십여 년 동안 함께한 우리 감정은? 송성연 한 사람보다 못한 거야?” 소지연은 무진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그동안 느낀 억울한 마음이 전부 쏟아져
무진은 소지연에게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네가 소씨 가문 사람만 아니었다면, 지금 너는 틀림없이 완전히 죽었어.”소지연은 그제야 무진의 마음에서 성연의 지위가 흔들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달갑지 않았다. 분명히 자신이 무진과 알고 지낸 시간이 더 길었다. 자신이 무진을 좋아할 때 송성연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상태. 두 사람이 그렇게 잘 지냈는데, 왜 송성연이 먼저 목적을 달성하게 된 걸까?“무진 오빠, 내가 오빠를 그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오빠도 나를 좀 좋아해 주면 안돼?” 소지연의 목소리는 정말 비천해지면서 차라리 기원하는 심정이었다.무진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너는 더 이상 잘못을 고집하지 마. 이전에도 너에게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은 더 없어. 생각도 하지 마.” “무진 오빠, 나도 송성연에 못지 않아. 오빠가 나와 함께 하면, 걔가 할 수 있는 일들 내가 훨씬 더 잘할 수 있어.”말을 하던 소지연은 일어나서 무진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기만 하면 자신도 구조될 수 있는 것처럼.그러나 그녀가 다가오는 순간, 무진이 갑자기 뒤로 물러섰다. 소지연은 비틀거리며 바로 바닥에 넘어졌다.소지연은 그런 모습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기 시작했다.“무진 오빠, 무진 오빠, 누구도 될 수 있다면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내가 도대체 뭐가 나빠서 걔하고 비교할 수 없는 거야?”소지연은 완전히 광적인 상태였다. 눈시울을 붉히면서 무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편집증적인 기색마저 띠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알고 싶어? 그럼 내가 말해줄게. 너는 성연이의 손가락 하나에도 못 미쳐.”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물었다. 눈에는 차갑고 딱딱한 기운이 돌았다.사실 소지연이 말한 것처럼 모든 사람이 다 가능한 것이 절대 아니다.성연을 만나기 전, 무진은 감정 같은 것은 못 느낄 거라고 내내 생각했다. 성연을 만난 후에야 비로소 노심초사하며 안달복달하는 느낌을 깨닫게 된 것이다.‘그러니 사람이라
소지연의 기대는 결국 허사가 되었다. 무진은 그녀를 한 번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다.무진이 손건호 앞으로 걸어가서 지시했다.“너는 소지연을 잘 지켜. 달아날 기회를 주면 안돼. 내일 국내로 보내서 소씨 집안 어른들께 알아서 처리하도록 맡길 거야.”“그냥 소씨 집안 자기 부모들에게 맡기면, 그 처벌이 너무 가볍지 않겠습니까?” 손건호는 다소 의아했다. ‘설마 보스가 소지연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가진 건가?’‘소지연이 무슨 일을 저질렀든, 소씨 집안 어른들 눈에는 소지연이 결국 자신들의 딸이지 않나. 그 처벌은 당연히 무겁지 않을 테고.’‘소지연이 WS그룹의 기밀들을 팔아서 우리에게 막대한 인력, 자본의 손실을 끼쳤어.’‘다행히 재빨리 방어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WS그룹의 손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거야.’‘이런 소지연을 그냥 풀어준다는 건 너무 관대한 거야.’무진의 눈에 냉소가 가득했다.“물론 이렇게 그냥 풀어줄 수는 없지. 소씨 가문에서는 반드시 이번 일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해. 소씨 어르신처럼 현명한 분이 소지연을 어떻게 이처럼 어리석은 딸로 키우신 건지. 앞으로 강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협력은 모두 취소되고 백지화 될 거야.”그는 소지연에게 기회를 주었다. 다만 소지연은 소중히 여길 줄 모르고 계속 그의 마지노선에 도전했다.그는 사실 몹시 아쉬웠다. 소지연이 회사에 가져다준 성과로서 정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임을 증명했다.‘WS그룹에 계속 있었으면 장래가 창창했을 텐데.’‘다만 애석하게도 자신의 길을 잘못 선택한 거지.’그들 두 사람이 나눈 얘기는 모두 소지연의 귀에 전해졌다.소지연은 자신의 처벌에 대해 듣고서야 강무진이 정말로 진지하게 움직였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단지 말뿐이 아니라.‘그러나 소씨 가문의 최대 우방 기업인 WS그룹이 모든 협력관계를 백지화 시킨다면, 소씨 가문의 상황이 나빠지게 될 거야.’‘WS그룹은 북성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만약 WS그룹이 합작을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들
소지연이 잡혔다는 소식은 금세 오웬에게 들어갔다.오웬은 즉시 사람을 보내 소지연을 찾았지만, 무진이 어디에다 숨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웬이 보낸 사람들 모두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오웬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이 병신들아, 이런 조그마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내가 그렇게 오랜 시간 너희들을 키웠건만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오웬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 수하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 오웬은 잔뜩 화가 나 있다. 이때 입을 여는 것은 그야말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앞에 나서서 모든 욕을 독차지하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는 법.오웬은 그곳에서 한참 동안 욕을 했지만, 지금 화를 내도 소용이 없었다.강무진을 찾아 소지연을 구하는 것이 현재 가장 시급한 일.오웬은 직접 나서서 결국 강무진의 호텔을 찾아냈다.바로 사람을 보내 쳐들어갔다.그러나 그가 호텔에 갔을 때, 객실은 텅 비어 있었다. 강무진과 소지연이 없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웬은 한 사람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오웬은 바로 옆에 있는 부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강무진이 여기 있다고 하지 않았어? 강무진, 어디로 갔어? 너희들 설마 강무진에게 놀아나고 있는 건 아니야?”그는 여태껏 이처럼 체면을 구긴 적이 없었다.‘여러 차례 보냈던 수하들 모두 실패하고 돌아오다니.’드디어 강무진과 진짜 맞서게 된 셈이다!‘강무진,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감히 내 권위에 도전하는 거야?’오웬은 MS 가문 내에서 줄곧 순풍에 돛 단 듯이 순조로웠고,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었다.강무진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강무진에게 자신의 대단함을 알려줄 것이다!이때 옆에 있던 부하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시퍼런 안색의 오웬을 본 수하는 엄청난 압박감을 무릅쓰고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보스, 우리 쪽에서 방금 소식을 받았는데, 강무진이 이미 소지연을 데리고 전용기를 타고 귀국했다고 합니다.”쾅!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오웬의 옆에 있던 스탠드가 부서졌다.
오웬과 알고 지낸 지 꽤나 오래된 제이슨은 그의 성질에 대해서도 무척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즉시 차를 몰아 오웬이 있는 호텔로 갔다.다행히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웬의 화가 모두 자신에게 쏟아졌을 것.30분에서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제이슨이 문 앞에 도착했다.“정말 시간을 지켰네.” 오웬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제이슨은 오웬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바로 그 맞은편에 앉았다.“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오웬은 이제 제이슨을 비웃던 마음을 억누르고 모든 것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소지연은 어쨌든 우리 MS 가문에서 보호하고 있던 사람이야. 이건 강무진이 공공연히 우리 MS 가문에 도전장을 던진 거야.”오웬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 마음속에 강무진에 대한 원한이 들불처럼 일어났다.제이슨도 강무진에 대해서는 이를 갈았다. 지난번에도 강무진으로 인해서 가문의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와 오웬은 강무진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혼연일체가 되었다.제이슨이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야?”“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제 강무진이 귀국했으니 우리도 당연히 여기에 있을 수 없지. 우리는 함께 북성으로 가서 WS그룹을 공격할 거야.” 오웬이 모질게 말했다.WS그룹 같은 소소한 기업 따위는 오웬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원래 강무진은 데리고 놀면서 서서히 붙어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강무진이 먼저 자신을 열 받게 만든 것이다.더 이상 강무진에게 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제이슨은 여전히 약간 걱정했다.“우리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야? 섣불리 북성로 가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아?”강무진은 충분한 준비를 거쳐서 소지연을 잡아 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MS 가문의 위세는 유럽에서 엄청나지 않은가.북성은 어디까지나 강무진의 근거지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렇게 무작정 간다고 해서 반드시 승산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른바 아무리 대단한 외지 세력이라도 토착 세력을 누르기는 힘든 법.
바로 강무진의 지시였다.그는 자신이 소지연을 데려간 후 제이슨과 오웬이 틀림없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자신에게 손을 쓰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오웬과 제이슨이 아무도 없는 길에 이르렀다.곁눈질로 뒤에서 검은색 차 몇 대가 뒤따르는 것을 본 오웬이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따르는 제이슨에게 전화를 걸었다.“저거 네 사람이야?”제이슨도 그 말을 듣고 뒤를 따라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 내 사람들 아니야.”이때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음성에서 당황하는 기색을 알아챘다.그들의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적일 터.지금은 일을 상의하러 온 것이기에 많은 수의 인원을 데려오지 않았다.모두 합쳐서 두 대의 차량밖에 없다.그들의 생각을 입증하듯 뒤따라오던 차들이 맹렬하게 부딪치기 시작했다.제이슨이 오웬의 뒤에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봉변을 당한 것도 바로 제이슨의 차였다.쾅!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자 차 안에 앉아 있던 제이슨도 덩달아 휘청거렸다.오웬은 고개를 돌려 이런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온몸이 조급해졌다.“제이슨, 지금 어떻게 해야 해?”차가 뒤에서 계속 부딪혀 오자, 제이슨은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그래도 간신히 버티면서 오웬의 말에 대답했다.“우선 조급해하지 말고 MS가문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위험에 처했다고 말해. 사람을 보내서 찾으라고 통지해야 한다.”“내가 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 테니까, 너는 나하고 계속 연락해.” 오웬의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양쪽에서 차들이 달려와서 그의 차를 향해 부딪치기 시작했다.오웬은 속으로 욕을 퍼부으면서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핸들을 꽉 잡을 수밖에 없었다.두 대의 차가 중간에 갇힌 상태에서 4, 5대의 차량에 연달아 부딪치자 더없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오웬, 그쪽은 어때?” 전화로 제이슨의 약간 희미한 음성이 들려왔다.오웬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또 다른 차가 들이받았다.오웬은 창문에 바로 이마를 부딪쳤
MS 가문에서 소식을 듣고 구조하러 나섰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현장에 도착한 뒤에는 차량 두 대의 잔해만 겨우 찾을 수 있었다.제이슨은 사망을 확인했다. 오웬도 실종 상태가 되어 생사를 알 수 없었다.MS 가문의 최고위 임원 두 명이 사라진 셈.그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칠장로였다.한 명은 자신이 아끼던 아들, 또 한 명은 유능한 사위.이 하룻밤 사이에 두 사람 모두 뜻밖의 사고를 당한 것.그 소식을 접한 칠장로는 온몸으로 격노했다.즉시 장로 회의를 열었다.칠장로는 MS 가문에서 아주 권위가 있다.그의 호출에 장로들이 모두 모였다.칠장로는 슬프고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일을 저지른 자는 틀림없이 강무진입니다. 이는 우리 MS 가문을 정면으로 공격한 겁니다! 여러분 수하에 있는 최정예 인원을 모두 이쪽으로 동원시켜 주시오. 북성으로 가서 WS그룹을 상대해서 내 아들과 사위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칠장로는 정말 이 화를 그냥 삼키고 있을 수가 없었다.‘강무진이 이렇게 악독하다니.’‘절대 강무진을 가만두지 않을 테다!’장로들은 서로 쳐다보며 끝으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칠장로, 우선 조급해하지 마시게. 우리 우선 천천히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이번 일을 보면, WS그룹이 간단한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어요 저들과 맞서려면 심사숙고해야 합니다.”“어떤 방법을 더 생각합니까? 강무진이 우리 머리를 밟아 누를 때까지? 나뿐만 아니라 MS 가문의 여러분도 모두 새파란 애송이에게 도전 당한 겁니다.” 칠장로는 지금 당장 강무진의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기를 원했다.그는 정말이지 너무 참기 괴로웠다.“칠장로, 조급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보복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단지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사람만 보내는 것으로 그칠 뿐, 여전히 실패해서 돌아오지 않겠어요? 그러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어떤 장로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모두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러 장로들은 꽤나 긴 시간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구석에 앉아 있던 준수한 외모의 젊은 남성을 추천했다.전형적인 아시아인의 외모를 가진 젊은 남성은 한눈에 봐도 A국인이다.젊은 남성을 돌아본 후 서서히 몸을 곧추 세우며 얼굴에 슬쩍 미소를 띠는 칠장로. 분명 장로들의 이번 인선에 대해 아주 만족한 눈치다.웃음을 감추지 못한 칠장로가 입을 열었다.“일장로, 평소 품 안의 보물 내놓기를 그리 싫어하시더니 이번에는 어찌 이리 선뜻 내놓습니까?”칠장로의 빈정거리는 듯한 어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장로 또한 따라 웃으며 대답했다.“칠장로 자네가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는가? 비록 이리 내놓는 게 아깝긴 하지만 이 일을 이 아이에게 맡겨야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니 말일세.”이들이 말하고 있는 젊은 남성은 MS 가문에서 키운 수양아들, 안진검이다.사실 조금만 조사해 보면 안진검이라는 이름이 투자업계에서 이미 아주 유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안진검은 이미 A국 내의 많은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태.그러나 지금까지는 A국의 서북 지역에 투자하며 강무진과 직접 맞붙은 적은 없었다. 그동안 MS 가문의 수익 중 상당 부분이 안진검의 투자로 거둬 들인 것이다.강무진이라는 이름은 그 역시 어느 정도 들은 바가 있다.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진검은 자신이 S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게 내버려 뒀다.그가 직접 움직이는 일은 거의 드물다. 오늘처럼 중요한 사안이 있지 않았다면 여기에 나타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일장로는 무척이나 신임하는 안진검의 능력은 MS 가문 내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정도다.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너무 특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위험을 무릎 쓰야 하는 일에 안진검을 내보내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칠장로 역시 안진검에 대해 아주 만족했다.이 일은 과연 안진검이 가장 적임자라는 생각이다.안진검이야 말로 이 일을 가장 잘 해결할 놈이기 때문.만약 안진검이 제대로 해결하지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