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현수는 곧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성연이 눈을 반짝이며 그를 보았다.“사형, 내 생각이 어때요?”목현수가 되물었다.“무슨 생각?”“바로 미스 샤넬을 선택하는 거요. 가문도 뛰어나고 또 예쁘잖아요. 사형이 더 이상 따질 게 뭐가 있어요?” 성연의 생각에 미스 샤넬은 아주 완벽한 여성이었다.‘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미스 샤넬도 아주 예의 바르게 행동하겠지.’‘다만 사형 때문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정신을 잃고 잠시 예의를 잊었을 뿐이야.’그러자 목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나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내 성격이 도대체 어떤지, 또 내가 어떤 유형을 좋아하는지. 나와 미스 샤넬 사이에 좋은 기억도 있어. 하지만 내심 그녀는 내가 완전히 정착할 만한 여성은 아닌 것 같아.”목현수의 말을 해석하자면 자신과 미스 샤넬의 관계는 이미 과거이며, 그의 미래는 미스 샤넬이 아니라는 의미.그 뜻을 알아들은 성연은 바로 웃으며 비난했다.“사형, 진짜 쓰레기 같은 남자야!”목현수도 부인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자신은 확실히 못된 남자였다.그가 대답했다.“그래, 그런데 예전에는 바람둥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왜 쓰레기야?”성연은 바로 그를 폭로했다.“바람둥이는 나름 멋있기라도 하죠. 쓰레기 같은 남자는 한 마디로 욕이에요. 미스 샤넬이 이런 사형의 모습을 보고도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목현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상관없다는 모습.“그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 안 그래도 그녀 때문에 무척 귀찮았는데. 안 나타나는 데가 없는 것 같아. 미스 샤넬이 내 행적을 어떻게 알아내는지 정말 궁금해.”“됐어요,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끼어들지 않을 테니 사형이 직접 미스 샤넬에게 잘 설명해요.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요.” 미스 샤넬은 여전히 무섭다. 성연도 귀찮은 일에 대처하는 것을 가장 싫었다.‘맨날 욕먹기는 싫다고.’“돌아가서 내가 그녀에게 잘 말할게.”목현수는 오만한 미스 샤넬이 자신에게 큰
무진은 회의실에서 막 나온 참이다.최근 소지연이 회사 기밀을 누설한 데 따른 문제점들이 완전히 해결되었다.마침내 좀 좋은 일이 생겼다.다음 순간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무진이 핸드폰을 꺼내 보니 조수경의 전화였다.그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전화를 받았다.“수경 씨, 무슨 일이야?”무진이 부른 호칭에 조수경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초조한 음성으로 말했다.“무진 오빠, 할머니가 갑자기 감기에 걸리셨는데 상태가 좀 심각하세요. 지금 고모와 같이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왔어요.”무진은 입을 꽉 다물었다.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지금 어느 병원이니?”조수경이 주소를 하나 불렀다.무진이 곧 말했다. “거기서 기다려. 바로 곧 갈 테니.”조수경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사이에 무진이 전화를 끊었다.무진은 모든 일을 미루고 급히 병원으로 갔다.병실로 들어가자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안금여의 얼굴이 창백했다.보아하니 정신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다.그러나 안금여의 이런 모습을 보고 무진은 마음이 불안했다.“할머니, 괜찮으세요?”안금여는 무진을 보고는 바로 타박을 했다.“그렇게 놀라지 마. 그냥 감기에 걸렸을 뿐이야.”지금 안금여는 자신의 몸이 아직 정정하다고 생각한다.병상에 누워 있는 것도 별것 아니었다.강운경도 옆에서 말했다.“무진아, 너는 일이 바쁘잖아. 요즘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들도 많은데. 여기엔 나와 수경이만 있으면 돼. 너는 회사로 돌아가서 바쁜 일부터 해.”이렇게 왔다갔다하다 무진의 건강이 나빠질까 강운경은 걱정이 되었다.원래 무진의 몸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무진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회사도 안정되기 시작했고.할머니 안금여가 또 아프시니 그도 안심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무진은 안금여의 병상 옆에 앉았다.“회사가 할머니보다 더 중요하겠어요? 괜찮아요.”“그런 소리 말아. 회사가 얼마나 중요한데.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노력하는 게 모두 회사를 위해서가
조수경은 안금여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표정을 좀 가라앉히며 자책하듯이 말했다.“죄송해요, 무진 오빠, 고모. 제가 할머니를 제대로 돌봐 드리지 못했어요. 옷을 좀 더 많이 입혀 드렸어야 했는데.”끝까지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다고 조수경이 인정했다.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수경아, 그게 무슨 소리야? 할머니 문제인데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니? 덥다고 싫다고 수경일 다그쳐 옷을 벗은 건 나야. 수경이 네 잘못이 아니야.” 안금여는 얼른 조수경을 두둔하며 죄책감을 떨치게 했다.조수경은 원래 얹혀 살고 있던 처지라 마음이 더 편치 않을 것 같다.이럴 때 조수경의 탓을 한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이 할머니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다 생각이 있어.” 안금여는 또 무진이 조수경에게 화를 낼까 싶어 미리 선을 그었다.“우리는 수경일 탓할 생각 없는데 엄마가 벌써 두둔하고 나오시는 거예요?”강운경이 옆에서 농담하며 말했다.안금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수경이가 이렇게 착하니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조수경은 두 사람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할머니가 예뻐해 주시니 기분이 좋아요.”조수경은 말하면서 무진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았다.그러나 무진의 신경은 이쪽에 있지 않은 듯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흡사 정신을 딴데 팔고 모습이다.‘어째 무진 오빠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수경이가 있어서 내가 매일 기분이 많이 좋고 음식도 맛있게 먹는다. 몸이 좋아지면 수경이 우려 주는 차를 다시 맛봐야지.”안금여가 조수경을 좋아하는 모습은 진짜라는 게 한 눈에 보였다.“네, 할머니가 나으시면 제가 햇 찻잎으로 끓여 드릴게요.”조수경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조용히 서 있는 조수경은 한눈에도 차분한 성품이 보여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기다리마.” 안금여도 웃으며 말했다.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조승우가 다녀갔다.장모 안금여와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얼굴이 보이자 그가
병원을 나서서 무진은 차를 몰았다. 옆에 앉아 무진의 수려한 옆모습을 바라보는 조수경의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했다.북성강에서 흘러나온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해구의 모래사장.강물이 돌과 암초를 때리고 미풍이 정면으로 불어와 상쾌했다.조수경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뒷짐을 진 채 무진 앞에 서서 머리카락을 가볍게 날렸다.“무진 오빠, 정말 장소를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여기 정말 한가롭고 한적해요. 확실히 마음을 풀기에 좋은 곳이네요.”“좋아하면 다행히.” 무진이 담담한 기색으로 먼 바다만 쳐다볼 뿐 조수경을 보지 않았다.‘무진 오빠 무슨 일로 기분이 안 좋은지 모르겠어.’만약 자신이 직설적으로 묻는다면, 분명 무진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그래서 조수경은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무진 오빠, 매일 밤 오빠 서재의 불이 늦게까지 켜져 있는 것을 봐요. 회사 일이 많이 힘드신 게 틀림없죠?”무진이 고개를 돌려 조수경을 쳐다보자 조수경이 입술을 깨물고 얼른 설명했다.“단지 저녁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나갔다가 여러 번 보았을 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그러나 무진은 이런 문제를 추궁할 생각이 없다. “뭐든 쉬운 건 없어. 습관이 돼서 괜찮아.”설령 내키지 않더라도 어깨에 짊어진 짐은 자신이 스스로 짊어질 수밖에 없다.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안금여와 강운경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반드시 WS그룹을 더욱 빛내야 한다.무진이 앞으로 나서자 조수경이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 말투에는 부러움이 묻어 있었다.“무진 오빠, 사실 정말 오빠가 존경스러워요. 만약 내가 오빠의 절반 정도만 되었더라도 우리 집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나도 금융 방면에 관한 지식을 좀 배우고 싶어요.”무진은 조수경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그저 조수경이 단순하게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을 뿐.무진은 고개를 저으며 속에 있는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네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
밤에 무진은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원래 성연에게 영상전화를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어제 본 장면을 떠올린 무진은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그래서 결국 전화하기를 포기했다.찬장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잔에 부어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집사가 아래층에서 꽃을 심고 있는데, 고개를 들자 무진이 베란다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무진은 항상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성연이 온 이후 저처럼 술을 마신 적이 거의 없었다.틀림없이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집사는 어릴 때부터 무진이 자라는 모습을 봐왔다. 그래서 무진을 자신의 친아들처럼 여기면서 늘 마음으로 걱정했다.앞에 있는 꽃모종을 다 손질한 후에 집사는 부엌에서 해장용 차 한 잔을 가지고 올라갔다.집사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곧 무진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무진의 뒷모습이 약간 쓸쓸해 보였다.집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진 앞의 테이블 위에 차를 올려놓았다.“도련님, 차를 좀 드세요. 안 그러면 내일 머리가 많이 아플 겁니다.”와인은 도수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여전히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다.해장차를 마시면 속이 좀 편할 것이다.“고마워요.”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집사는 그 자리에 서서 아직 떠나지 않은 채 무진을 바라보다 결국 입을 열었다.“도련님, 무슨 일로 그럽니까?”무진은 집사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집사님, 집사님은 성연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집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작은 마님은 당연히 아주 좋은 분이죠. 도련님이 이전에 병이 났을 때 모두 작은 마님 혼자서 돌봤어요. 직접 도련님을 돌보느라 밤새 눈도 못 붙였는 걸요.”무진은 그 말에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맞아, 이런 성연이가 어떻게 나한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겠어?’그는 성연과 목현수 사이에 별 것 없다고 믿었다.그러나 마음속으로 여전히 오만 생각이 드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다.무진 침묵이 계속되자 집
안금여의 상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아 입원한 지 이틀 만에 퇴원했다.무진은 또 특별히 하루의 시간을 내여 퇴원하는 안금여를 고택으로 돌아왔다.모두 거실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조수경이 스스로 청하며 말했다.“할머니, 퇴원하셔서 정말 좋은 날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음식을 해서 식사를 차려 드릴게요.”안금여가 다소 놀라서 조수경을 쳐다보았다.“아이고, 수경아, 네가 음식도 할 줄 아니?”조씨 집안은 손민철이 훼방을 놓기 전까지만 해도 학문이 깊은 집안이었다.조수경은 또 그 집안의 유일한 자식이었고. 원래라면 집안의 금지옥엽으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음식을 할 줄 안다고 하니 뜻밖이었다.그 점이 안금여의 조수경을 다시 보게 했다. 조수경은 성품이 좋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서 어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며느리감이었다.“조금 할 줄 알아요. 그저 취미로요. 그냥 먹을 만한 정도예요.” 조수경은 겸손하게 말했다.그러나 안금여가 말리며 말했다.“너 요 며칠 병원에서 나를 돌보느라 피곤하잖니? 안 그래도 네 고모에게 가서 하라고 했다. 네 음식 솜씨는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하자.”조수경이 손을 저었다.“할머니가 퇴원하신 걸 제가 축하해 드리고 싶어서요. 고모도 피곤하실 데니 오늘은 쉬게 하세요. 그저 식사 한 끼 할 뿐인 걸요. 얼마 안 걸려요.”조수경이 하고 싶어 하니 안금여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그리고 자신도 조수경의 솜씨를 맛보고 싶었다.그래서 안금여가 승낙했다.“그래, 그럼 네가 해 보거라.”강운경이 옆에서 말했다.“수경아, 도와줄까?”조수경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고모. 모두 앉아 계세요. 저 혼자 해도 돼요.”말이 끝나자마자 조수경은 주방으로 들어갔다.안금여는 조수경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수경이 성품이 정말 좋구나. 교만하지 않고 조급하게 굴지도 않고 참 좋은 아가씨야.”강운경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조수경 혼자 요리를 하는 게 마음 편할까 싶어 그들은 거실
식사를 마친 후, 강운경은 안금여와 함께 후원으로 산책을 나갔다.조수경이 먼저 말했다.“무진 오빠, 햇차잎이 새로 들어왔는데 한번 맛볼래요?”“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수경이 차를 우려내는 솜씨와 가지고 있는 찻잎은 확실히 훌륭했다.그날 그는 한번 우려보았는데 차를 마신 후에 확실히 많이 정신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그럼 여기서 좀 기다려요. 얼른 찻잎을 가지고 올게요.” 조수경은 종종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무진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곧 돌아오는 조수경은 찻잎 한 봉지를 안고 있었다.찻잔을 차려 놓은 후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곧 다 우린 차를 잠시 식힌 후에 조수경은 무진과 자신의 잔에 차를 따랐다.무진이 한 모금 마셨다. 이 차는 처음 마셨을 때는 그냥 평범한 맛이다. 그러나 입 안에 머금고 있다 보면 뒷맛이 달콤한 것이, 다시 한 모금 머금고 싶게 했다.“괜찮지 않아요?” 조수경이 물었다.“괜찮네, 지난번 것보다 맛있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수경의 솜씨를 인정했다.차를 언급하자 조수경의 표정에 은근히 자만심이 떠올랐다.“이번 차는 내가 특별히 개량한 거예요. 위를 보양하는 효능이 있죠. 무진 오빠처럼 그렇게 바쁘면 틀림없이 일상적으로 식사가 불규칙적일 테니 장시간 마시면 개선될 거예요.”“너는 이 방면에 소질이 있나 보구나.” 무진은 차를 다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조수경은 또 그에게 한 잔을 따라준 후에 웃으며 얼굴의 보조개도 따라서 보일 듯 말 듯했다.“다른 것은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차는 그래도 조금 연구했어요. 이따가 내가 좀 가져다 줄게요.”“아니, 저번에 준 거 아직 다 못 마셨어.” 무진은 차를 잘 안 마신다.그러니 자신이 차를 많이 보관하는 것도 일종의 낭비라고 느꼈다.그것도 조수경이 직접 만든 것이니 그 의미가 좀 다를 수 있을 테고.거절당하자 조수경은 마음이 좀 안 좋았지만 억지로 권하지는 않았다.“그럼 무진 오빠 마시고 싶을 때 나한테 얘기하면 드릴게
무진이 주소를 보내자 곽연철이 바로 왔다.그는 무진의 곁에 있는 조수경을 한 번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곽연철이 오자 무진은 그에게 새 찻잔을 가져다주고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곽 사장님, 우선 차를 드세요.” 무진이 찻잔을 곽연철에게 밀어주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곽연철이 차를 마셨다.그리고 비로소 말했다.“제왕그룹과 WS그룹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도시 서쪽의 그 부지를 원했지만, MS 가문의 제이슨 씨를 만나 경쟁했습니다. 상대방은 거의 제로 이윤으로 이 프로젝트를 빼앗으려 했지요. 강 대표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곽연철은 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오랜 역사를 가진 강씨 가문에 비해 제왕그룹은 작은 회사일 뿐이다.MS 가문과는 전혀 견줘 볼 수가 없다.물론 자원을 모두 내놓으면 맞설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만 할 뿐이다.지금은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다.그리고 두 회사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무진도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다.무진의 눈빛이 가라앉으면서 바로 대답했다.“돈을 잃는다 해도 가져와야 합니다. 제이슨이 북성에 자리를 잡게 할 수는 없습니다!”결국 제이슨이 아무리 대단해도 유럽에 있을 뿐이다.북성은 또 A국에 있으니, 제이슨이 그들과 맞선다 해도 화력이 좀 줄어들 것이다.역시 애초에 무진의 예측이 맞았다. 지금 제이슨은 기회를 틈타 둘째, 셋째 일가의 자산을 삼켰다. 이제 제이슨의 목표는 WS그룹이다.WS그룹을 일망타진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무진은 그들이 목적을 달성하게 둘 수가 없었다.“알겠습니다. 그래도 강 대표님은 과감하십니다. 저는 결단을 내릴 때 계속 망설이는데요.” 곽연철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무진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제이슨이 A국의 시장에 진출한다면, 자신의 회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그러나 제왕그룹은 실력이 부족하니 WS그룹에서 말해도 상관이 없다.오히려 자신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
이전에 유채연이 입었던 옷은 전부 그래함과 성연이 함께 골라준 옷으로 교체되었다.유채연은 트렁크를 사서 물건을 다 넣었다.곧 떠나야 할 때, 유채연이 외삼촌과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 유채연을 도와 트렁크를 닫고서 그래함이 일어났다.“그래도 나 혼자 갈래...”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외삼촌은 우리 관계의 증인이자 네 유일한 가족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갔다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함이 유채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유채연은 자연스럽게 그래함과 더 가까워졌다.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외삼촌이 그래함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마음이 더 괴로울 거야.’“그래, 같이 가자.”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함께 문을 나섰다.나오다가 마침 두 사람을 찾으려던 성연과 마주쳤다.“성연아, 우리 외삼촌 보러 갈 건데, 너도 갈래?” 유채연은 요 며칠 성연과 계속 붙어 있어서, 성연에 대한 감정도 이미 예전처럼 좋았다.어디를 가든지 성연을 데리고 가야 해서, 그래함이 한바탕 질투하기도 했다.“출발하기 전에 외삼촌과 작별인사 하러 가는 거예요?”성연이 물었다.“그래.”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함께 갈게요.” 눈치 빠른 성연은 유채연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서 따라갔다.‘채연 언니하고 그래함 사형이 나란히 다정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 외삼촌이 좀 안심할 수 있겠지.’유채연과 그래함은 앞에서 함께 걸어갔다.유채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안했다.‘예전에 외삼촌이 못마땅했을 때는 여기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지.’그러나 정말로 외삼촌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유채연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다지 내 생각대로 지내지는 못했지만.’‘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내 유일한 피난처였지.’“걱정 마, 외삼촌은 좋은 분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연은 코가 시큰거리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지만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지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다.유채연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래함이 휴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렇게 울기를 좋아해? 앞으로 나하고 있으면서 내가 잘 해줄 테니까 이렇게 울면 안 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그래함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서 유채연의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감정이 진정되자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았다.아주 달았다. 이 달콤함이 유채연의 마음속에 스며들면서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했다.“고마워, 그래함.” 유채연은 코를 훌쩍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내가 좀 일찍 너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우리는 지금이 좋아.” 유채연은 그래함의 이런 의기소침한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 이제 네가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거야.”그래함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성연은 어느새 감정이 없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그러나 계속 뒤를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성연은 정말 기뻤다.자신도 그런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그래함 사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정말 두터운 그래함의 깊은 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성연은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 굳어 있던 두 사람이 점차 풀어질 때까지 이미 정말 잘 지나왔어.’“두 분, 연애하면서 여동생도 잊어버렸지요? 나 너무 배가 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성연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서 별로 먹지 않고 이렇게 오래 걸었더니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그 말을 들은 유채연이 바로 뒤돌아서 미
“언니, 빨리 나와서 사형에게 보여주세요.” 성연이 바로 유채연을 데리고 나갔다.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유채연은 바로 그래함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래함은 지금도 유채연이 겉모습만 꾸민 여자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다.약간 수줍어하는 그 모습은 언제나 그래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래함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유채연도 그래함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걸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한참 기다렸는데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그래함의 눈을 마주한 유채연이 어색하게 치마자락을 잡고 말했다.“어때? 보기 싫어?”“예뻐. 내가 홀딱 반할 정도야.” 그래함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유채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화장을 마친 뒤 그들은 계속 쇼핑을 했다.성연은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게 자리를 양보했다.그래함이 바로 앞으로 가서 유채연의 손을 잡았다.유채연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래함은 꼭 쥔 채 유채연이 벗어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성연이도 여기 있잖아.” 유채연은 20여 년을 살면서 그래함 이 한 사람만 좋아했다.평소에도 남자와 스킨십을 해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래함과 함께 걸으면서 유채연은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러나 그래함의 따뜻한 손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끼자 마음은 달콤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그래함이 바로 말했다.두 사람 뒤에 있던 성연은 하마터면 그래함을 흘겨볼 뻔했다.‘이건 날 훼방꾼으로 여기는 거야.’유채연은 감히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지 못하고, 손을 잡힌 채 얼굴만 빨개졌다.그래함은 유채연이 자신에게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자 불만스러웠다.“채연아, 팔장을 낄래.”“아니, 손을 잡았잖아.” 유채연은 입술을 깨물며 수줍어했다.“우리 연인 사이잖아?” 그래함이 유채연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열기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자 유채연은 더욱 부끄러워했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외삼촌에게 차를 주자, 외삼촌은 드라이브를 하면서 이 차의 성능을 시험해 보겠다고 말했다.그래함이 자신을 속이는 건지 보려는 것이다.외삼촌이 차를 몰고 가자 성연과 그래함, 유채연만 남게 되었다.오늘 손님이 오기 때문에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자세히 헤아려 보니 외삼촌은 정말 디테일한 사람이야.’“채연 언니, 우리 쇼핑하러 가요.” 성연이 다가가서 유채연의 팔장을 꼈다.“그래.” 유채연은 성연이 쇼핑을 하려는 걸로 생각하고 함께 갔다.성연이 유채연을 데리고 온 곳은 모두 고급 쇼핑몰이었다.유채연도 옷을 좀 사고 싶었지만, 가격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성연은 흰색 원피스를 유채연의 몸에 대고 비교해 보았다.“채연 언니, 이 원피스가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 보세요.”“난 됐어. 네가 맘에 들면 사.” 방금 유채연은 가격표를 언뜻 봤다.‘너무 엄청난 가격이야.’‘원피스 한 벌에 어떻게 가격이 이렇게 비쌀 수 있는지 정말 상상할 수가 없어.’‘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이야!’“언니, 이 치마가 정말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보고 싶지 않아요?” 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유채연을 바라보았다.눈앞의 원피스를 보고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한번 입어 봐.” 그래함도 유채연이 이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유채연은 자신의 그런 모습이 기대되면서도 머뭇거렸다.마침내 결정을 내린 뒤에 옷을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갔다.‘확실히 잘 어울리네.’유채연은 한번 입어 본 걸로 만족했고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성연과 그래함이 번갈아 설득해서 유채연도 결국 옷을 하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또 유채연에게 많은 옷을 사주었다.처음에는 유채연도 두 사람이 돈을 쓰는 걸 걱정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유채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중에는 돈을 쓰는 것에도 무감각해졌다.예쁜 옷을 많이 산 뒤 그래함이 뒤에서 가방을 들어주었다.그래함의 두 손으로 겨우 들 수 있을 정도였다.성연은 또 유채연을 끌고
“정말 변변치 못하게!” 외삼촌은 유채연을 노려보았다.그래함은 외삼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했다.‘외삼촌은 이게 채연이가 만약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거야.’그래서 그래함도 지나친 요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이런 것들을 채연이에게 주는 것도 당연한 거야. 여기에 그치지 않고 채연이에게 훨씬 더 잘 해 줄 거야.게다가 외삼촌과 유채연은 그래함의 지위에 대해서 개념도 없었을 것이다.이 정도의 돈은 그래함에게 있어서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유채연이 직접 음식을 준비해서, 외삼촌 가게 뒤의 정원에서 모두 함께 밥을 먹었다.외삼촌의 표정은 시종 좋지 않있다.밥을 다 먹고 유채연이 치우려고 하자 외삼촌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놔 둬! 나 혼자 해도 돼! 너는 그럴 시간이 있으면 가서 너 자신이나 좀 꾸며.”외삼촌은 말하면서 유채연을 물러서게 했다. 유채연이 비틀거리자 그래함이 뒤에서 유채연을 부축해 주었다.그리고 유채연을 데리고 나갔다.집 앞에 와서야 유채연은 그래함과 성연에게 미안한 듯이 웃었다.“정말 미안해. 외삼촌이 바로 저런 성격이셔. 미안해.”“언니, 외삼촌이 이런 성격인 건 우리도 이해할 수 있어요. 외삼촌이 치우지 말라고 했으니까 우리 좀 걸어요. 이쪽의 풍경이 좋네요.” 성연은 유채연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래함과 성연이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고, 유채연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그들은 주변을 한가롭게 걸었다.길가에서 자동차 판매점을 본 그래함이 걸음을 멈추었다.유채연과 성연은 고개를 돌려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성연이 그래함에게 물었다.“사형, 왜 그래요?”“우리 들어가서 한번 보자.” 그래함은 판매점 안으로 들어갔다.그래함이 뭘 하려는 건지 몰랐지만, 유채연과 성연도 그래함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그래함은 한참동안 살펴보았다.여기는 읍내라서 그다지 비싼 차가 없었다. 겉모습이 좋아 보이는 차는 성능이 좋지 않았고 성능이 좋은 차는 스타일이 좋지 않았다.겨
“그렇게 하겠습니다.” 외삼촌이 말한 걸 그래함은 모두 승락했다.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외삼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유채연은 외삼촌이 제시한 조건들에 대해서 아주 불만이었다.‘내가 그래함과 함께 하는 건 두 사람이 예전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그러나 지금 외삼촌이 그렇게 많은 요구를 하는데, 오히려 내가 그래함의 돈 때문에 그래함과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유채연이 항의했지만 외삼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함을 바라보았다.“어때? 내 이 조건들을 자네가 승낙한다면 채연이가 자네와 함께 떠나도 돼. 자네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그럼 말할 필요도 없지!”유채연이 다시 말을 하려고 했지만, 바로 뒤에 있던 성연이 유채연의 옷소매를 당기면서 권유했다.“사형에게 저런 요구를 한 건, 외삼촌이 언니에게 사고가 생길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혹시라도 집안이 몰락하게 될까 봐 일부러 이런 요구를 한 거예요. 만약 언젠가 정말 의외의 사고가 생긴다 해도, 언니가 읍내로 돌아올 수 있게 말이죠.”옆에 있던 성연은 벌써 외삼촌의 뜻을 알아차렸다.‘외삼촌이 말한 조건은 모두 채연 언니에게 유리한 것들이야.’‘외삼촌은 자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돈도 채연 언니 계좌에 넣고, 집 명의도 채연 언니 앞으로 하라고 했어.’‘모두 채연 언니에게 만약의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거야.’성연도 그제서야 외삼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삼촌의 마음이 이렇게 세심한 줄은 몰랐어.’‘사형이 채연 언니를 아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외삼촌이 말한 이런 상황은 생기지 않을 거야.’‘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해. 결국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유채연도 그제서야 외삼촌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외삼촌의 요구는 모두 나를 위해서였어.’유채연은 더더욱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그저 그래함을 바라볼 뿐이다.“외숙부님이 말씀하신 건 다 문제없습니다. 채연이에게 사 줄 집을 한번
성연은 식당 입구의 작은 가게에서 그래함과 유채연을 기다렸다.두 사람이 손을 잡고 식당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성연은 두 사람이 함께 하기로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성연은 묵묵히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그래함이 유채연을 데리고 가더라도 바로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유채연의 외삼촌이 별로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해도.그러나 유채연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 유채연을 데려간다면 그래함은 반드시 외삼촌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그래함은 유채연과 함께 돌아가서 외삼촌을 만났다.외삼촌이 그래함을 난처하게 만들 것을 염려해서, 유채연은 원래 그다지 외삼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외삼촌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유채연도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생각해보니 외삼촌은 아마 동의할 것 같아.’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유채연의 외삼촌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외삼촌.” 유채연은 그래함의 뒤에 숨은 채 외삼촌을 바라보았다.‘외삼촌은 지금까지 내가 여기서 살게 해주셨어.’‘어쩌다 내게 온정을 보이기도 했지만.’유채연도 외삼촌 본인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외삼촌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그래함은 유채연의 손을 토닥이면서 긴장을 풀고 모든 건 자신에게 맡기라는 눈짓을 했다.“외숙부님.” 그래함이 유채연과 함께 외삼촌 맞은편에 앉았다.외숙부라는 호칭을 듣자마자 외삼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험악판 표정을 지으며 그래함을 바라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 나는 당신 같은 조카는 없어.”그래함은 오히려 외삼촌을 두려워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이제 모두 한 가족이 될 테니까 제가 외숙부님이라고 해야지요.”그래함의 말에 반박하려던 외삼촌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대감에 가득 찬 유채연의 눈빛을 마주하자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무슨 일이야!” 외삼촌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래함을 쳐다보았다.“저는 채연이를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여기서 나가서 더 잘 살 수 있게
이튿날 오후, 가게문을 닫은 뒤 유채연은 성연의 안내로 그래함을 만났다.이번에는 유채연의 수줍은 성격을 고려해서, 밀크티 가게가 아니라 칸막이가 있는 식당을 골랐다.엉성한 칸막이지만 그래도 모두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우아한 분위기가 넘치는 잘생긴 그래함을 보자, 유채연의 얼굴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유채연이 그래함에게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없었다면 그 옥노리개도 간직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채연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래함이 유채연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나는, 다 괜찮아.” 유채연은 그래함을 똑바로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래함은 이렇게 멋스러운데, 나는 진흙밭의 진흙일 뿐이야.’요 몇 년 동안 유채연은 전혀 자신을 꾸미지도 않았다.날마다 그럭저럭 지냈을 뿐이다.지금은 그래함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도 없었다.‘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래함에게 어울릴 수 있겠어?’그래함이 종업원을 불러서 가정식 요리를 몇 개 시켰다.모두 유채연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다.그래함이 시키는 요리 이름을 들으면서, 유채연은 놀라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 당신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그래함이 유채연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걸 내가 어떻게 기억하지 못하겠어?”“당신...”그래함이 자상하게 대할수록 유채연은 더 열등감을 느꼈다.‘나한테 무슨 덕과 능력이 있어서 이런 사람에게 어울리겠어?’“애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음식부터 먹자.” 그래함의 마음은 더 긴장하면서 안절부절 못했다.이번에 또다시 거절 대답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웠다.성연은 턱을 괸 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그다지 먹고 싶은 것 같지 않았다. 그래함은 수시로 유채연에게 음식을 집어 줬지만, 식사하는 내내 유채연을 쳐다보느라 음식도 그다지 먹지 않았다.안타까움이 가득한 식사였다.가까스로 식사를 마친 뒤, 그래함은 종업원에게 앞의 음식을 치우고 주스와 과일을 내오도록 했다.그래함이 유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