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현수는 곧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성연이 눈을 반짝이며 그를 보았다.“사형, 내 생각이 어때요?”목현수가 되물었다.“무슨 생각?”“바로 미스 샤넬을 선택하는 거요. 가문도 뛰어나고 또 예쁘잖아요. 사형이 더 이상 따질 게 뭐가 있어요?” 성연의 생각에 미스 샤넬은 아주 완벽한 여성이었다.‘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미스 샤넬도 아주 예의 바르게 행동하겠지.’‘다만 사형 때문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정신을 잃고 잠시 예의를 잊었을 뿐이야.’그러자 목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나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내 성격이 도대체 어떤지, 또 내가 어떤 유형을 좋아하는지. 나와 미스 샤넬 사이에 좋은 기억도 있어. 하지만 내심 그녀는 내가 완전히 정착할 만한 여성은 아닌 것 같아.”목현수의 말을 해석하자면 자신과 미스 샤넬의 관계는 이미 과거이며, 그의 미래는 미스 샤넬이 아니라는 의미.그 뜻을 알아들은 성연은 바로 웃으며 비난했다.“사형, 진짜 쓰레기 같은 남자야!”목현수도 부인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자신은 확실히 못된 남자였다.그가 대답했다.“그래, 그런데 예전에는 바람둥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왜 쓰레기야?”성연은 바로 그를 폭로했다.“바람둥이는 나름 멋있기라도 하죠. 쓰레기 같은 남자는 한 마디로 욕이에요. 미스 샤넬이 이런 사형의 모습을 보고도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목현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상관없다는 모습.“그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 안 그래도 그녀 때문에 무척 귀찮았는데. 안 나타나는 데가 없는 것 같아. 미스 샤넬이 내 행적을 어떻게 알아내는지 정말 궁금해.”“됐어요,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끼어들지 않을 테니 사형이 직접 미스 샤넬에게 잘 설명해요.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요.” 미스 샤넬은 여전히 무섭다. 성연도 귀찮은 일에 대처하는 것을 가장 싫었다.‘맨날 욕먹기는 싫다고.’“돌아가서 내가 그녀에게 잘 말할게.”목현수는 오만한 미스 샤넬이 자신에게 큰
무진은 회의실에서 막 나온 참이다.최근 소지연이 회사 기밀을 누설한 데 따른 문제점들이 완전히 해결되었다.마침내 좀 좋은 일이 생겼다.다음 순간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무진이 핸드폰을 꺼내 보니 조수경의 전화였다.그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전화를 받았다.“수경 씨, 무슨 일이야?”무진이 부른 호칭에 조수경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초조한 음성으로 말했다.“무진 오빠, 할머니가 갑자기 감기에 걸리셨는데 상태가 좀 심각하세요. 지금 고모와 같이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왔어요.”무진은 입을 꽉 다물었다.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지금 어느 병원이니?”조수경이 주소를 하나 불렀다.무진이 곧 말했다. “거기서 기다려. 바로 곧 갈 테니.”조수경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사이에 무진이 전화를 끊었다.무진은 모든 일을 미루고 급히 병원으로 갔다.병실로 들어가자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안금여의 얼굴이 창백했다.보아하니 정신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다.그러나 안금여의 이런 모습을 보고 무진은 마음이 불안했다.“할머니, 괜찮으세요?”안금여는 무진을 보고는 바로 타박을 했다.“그렇게 놀라지 마. 그냥 감기에 걸렸을 뿐이야.”지금 안금여는 자신의 몸이 아직 정정하다고 생각한다.병상에 누워 있는 것도 별것 아니었다.강운경도 옆에서 말했다.“무진아, 너는 일이 바쁘잖아. 요즘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들도 많은데. 여기엔 나와 수경이만 있으면 돼. 너는 회사로 돌아가서 바쁜 일부터 해.”이렇게 왔다갔다하다 무진의 건강이 나빠질까 강운경은 걱정이 되었다.원래 무진의 몸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무진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회사도 안정되기 시작했고.할머니 안금여가 또 아프시니 그도 안심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무진은 안금여의 병상 옆에 앉았다.“회사가 할머니보다 더 중요하겠어요? 괜찮아요.”“그런 소리 말아. 회사가 얼마나 중요한데.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노력하는 게 모두 회사를 위해서가
조수경은 안금여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표정을 좀 가라앉히며 자책하듯이 말했다.“죄송해요, 무진 오빠, 고모. 제가 할머니를 제대로 돌봐 드리지 못했어요. 옷을 좀 더 많이 입혀 드렸어야 했는데.”끝까지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다고 조수경이 인정했다.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수경아, 그게 무슨 소리야? 할머니 문제인데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니? 덥다고 싫다고 수경일 다그쳐 옷을 벗은 건 나야. 수경이 네 잘못이 아니야.” 안금여는 얼른 조수경을 두둔하며 죄책감을 떨치게 했다.조수경은 원래 얹혀 살고 있던 처지라 마음이 더 편치 않을 것 같다.이럴 때 조수경의 탓을 한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이 할머니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다 생각이 있어.” 안금여는 또 무진이 조수경에게 화를 낼까 싶어 미리 선을 그었다.“우리는 수경일 탓할 생각 없는데 엄마가 벌써 두둔하고 나오시는 거예요?”강운경이 옆에서 농담하며 말했다.안금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수경이가 이렇게 착하니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조수경은 두 사람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할머니가 예뻐해 주시니 기분이 좋아요.”조수경은 말하면서 무진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았다.그러나 무진의 신경은 이쪽에 있지 않은 듯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흡사 정신을 딴데 팔고 모습이다.‘어째 무진 오빠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수경이가 있어서 내가 매일 기분이 많이 좋고 음식도 맛있게 먹는다. 몸이 좋아지면 수경이 우려 주는 차를 다시 맛봐야지.”안금여가 조수경을 좋아하는 모습은 진짜라는 게 한 눈에 보였다.“네, 할머니가 나으시면 제가 햇 찻잎으로 끓여 드릴게요.”조수경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조용히 서 있는 조수경은 한눈에도 차분한 성품이 보여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기다리마.” 안금여도 웃으며 말했다.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조승우가 다녀갔다.장모 안금여와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얼굴이 보이자 그가
병원을 나서서 무진은 차를 몰았다. 옆에 앉아 무진의 수려한 옆모습을 바라보는 조수경의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했다.북성강에서 흘러나온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해구의 모래사장.강물이 돌과 암초를 때리고 미풍이 정면으로 불어와 상쾌했다.조수경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뒷짐을 진 채 무진 앞에 서서 머리카락을 가볍게 날렸다.“무진 오빠, 정말 장소를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여기 정말 한가롭고 한적해요. 확실히 마음을 풀기에 좋은 곳이네요.”“좋아하면 다행히.” 무진이 담담한 기색으로 먼 바다만 쳐다볼 뿐 조수경을 보지 않았다.‘무진 오빠 무슨 일로 기분이 안 좋은지 모르겠어.’만약 자신이 직설적으로 묻는다면, 분명 무진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그래서 조수경은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무진 오빠, 매일 밤 오빠 서재의 불이 늦게까지 켜져 있는 것을 봐요. 회사 일이 많이 힘드신 게 틀림없죠?”무진이 고개를 돌려 조수경을 쳐다보자 조수경이 입술을 깨물고 얼른 설명했다.“단지 저녁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나갔다가 여러 번 보았을 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그러나 무진은 이런 문제를 추궁할 생각이 없다. “뭐든 쉬운 건 없어. 습관이 돼서 괜찮아.”설령 내키지 않더라도 어깨에 짊어진 짐은 자신이 스스로 짊어질 수밖에 없다.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안금여와 강운경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반드시 WS그룹을 더욱 빛내야 한다.무진이 앞으로 나서자 조수경이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 말투에는 부러움이 묻어 있었다.“무진 오빠, 사실 정말 오빠가 존경스러워요. 만약 내가 오빠의 절반 정도만 되었더라도 우리 집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나도 금융 방면에 관한 지식을 좀 배우고 싶어요.”무진은 조수경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그저 조수경이 단순하게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을 뿐.무진은 고개를 저으며 속에 있는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네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
밤에 무진은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원래 성연에게 영상전화를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어제 본 장면을 떠올린 무진은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그래서 결국 전화하기를 포기했다.찬장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잔에 부어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집사가 아래층에서 꽃을 심고 있는데, 고개를 들자 무진이 베란다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무진은 항상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성연이 온 이후 저처럼 술을 마신 적이 거의 없었다.틀림없이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집사는 어릴 때부터 무진이 자라는 모습을 봐왔다. 그래서 무진을 자신의 친아들처럼 여기면서 늘 마음으로 걱정했다.앞에 있는 꽃모종을 다 손질한 후에 집사는 부엌에서 해장용 차 한 잔을 가지고 올라갔다.집사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곧 무진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무진의 뒷모습이 약간 쓸쓸해 보였다.집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진 앞의 테이블 위에 차를 올려놓았다.“도련님, 차를 좀 드세요. 안 그러면 내일 머리가 많이 아플 겁니다.”와인은 도수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여전히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다.해장차를 마시면 속이 좀 편할 것이다.“고마워요.”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집사는 그 자리에 서서 아직 떠나지 않은 채 무진을 바라보다 결국 입을 열었다.“도련님, 무슨 일로 그럽니까?”무진은 집사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집사님, 집사님은 성연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집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작은 마님은 당연히 아주 좋은 분이죠. 도련님이 이전에 병이 났을 때 모두 작은 마님 혼자서 돌봤어요. 직접 도련님을 돌보느라 밤새 눈도 못 붙였는 걸요.”무진은 그 말에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맞아, 이런 성연이가 어떻게 나한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겠어?’그는 성연과 목현수 사이에 별 것 없다고 믿었다.그러나 마음속으로 여전히 오만 생각이 드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다.무진 침묵이 계속되자 집
안금여의 상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아 입원한 지 이틀 만에 퇴원했다.무진은 또 특별히 하루의 시간을 내여 퇴원하는 안금여를 고택으로 돌아왔다.모두 거실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조수경이 스스로 청하며 말했다.“할머니, 퇴원하셔서 정말 좋은 날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음식을 해서 식사를 차려 드릴게요.”안금여가 다소 놀라서 조수경을 쳐다보았다.“아이고, 수경아, 네가 음식도 할 줄 아니?”조씨 집안은 손민철이 훼방을 놓기 전까지만 해도 학문이 깊은 집안이었다.조수경은 또 그 집안의 유일한 자식이었고. 원래라면 집안의 금지옥엽으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음식을 할 줄 안다고 하니 뜻밖이었다.그 점이 안금여의 조수경을 다시 보게 했다. 조수경은 성품이 좋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서 어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며느리감이었다.“조금 할 줄 알아요. 그저 취미로요. 그냥 먹을 만한 정도예요.” 조수경은 겸손하게 말했다.그러나 안금여가 말리며 말했다.“너 요 며칠 병원에서 나를 돌보느라 피곤하잖니? 안 그래도 네 고모에게 가서 하라고 했다. 네 음식 솜씨는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하자.”조수경이 손을 저었다.“할머니가 퇴원하신 걸 제가 축하해 드리고 싶어서요. 고모도 피곤하실 데니 오늘은 쉬게 하세요. 그저 식사 한 끼 할 뿐인 걸요. 얼마 안 걸려요.”조수경이 하고 싶어 하니 안금여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그리고 자신도 조수경의 솜씨를 맛보고 싶었다.그래서 안금여가 승낙했다.“그래, 그럼 네가 해 보거라.”강운경이 옆에서 말했다.“수경아, 도와줄까?”조수경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고모. 모두 앉아 계세요. 저 혼자 해도 돼요.”말이 끝나자마자 조수경은 주방으로 들어갔다.안금여는 조수경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수경이 성품이 정말 좋구나. 교만하지 않고 조급하게 굴지도 않고 참 좋은 아가씨야.”강운경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조수경 혼자 요리를 하는 게 마음 편할까 싶어 그들은 거실
식사를 마친 후, 강운경은 안금여와 함께 후원으로 산책을 나갔다.조수경이 먼저 말했다.“무진 오빠, 햇차잎이 새로 들어왔는데 한번 맛볼래요?”“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수경이 차를 우려내는 솜씨와 가지고 있는 찻잎은 확실히 훌륭했다.그날 그는 한번 우려보았는데 차를 마신 후에 확실히 많이 정신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그럼 여기서 좀 기다려요. 얼른 찻잎을 가지고 올게요.” 조수경은 종종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무진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곧 돌아오는 조수경은 찻잎 한 봉지를 안고 있었다.찻잔을 차려 놓은 후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곧 다 우린 차를 잠시 식힌 후에 조수경은 무진과 자신의 잔에 차를 따랐다.무진이 한 모금 마셨다. 이 차는 처음 마셨을 때는 그냥 평범한 맛이다. 그러나 입 안에 머금고 있다 보면 뒷맛이 달콤한 것이, 다시 한 모금 머금고 싶게 했다.“괜찮지 않아요?” 조수경이 물었다.“괜찮네, 지난번 것보다 맛있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수경의 솜씨를 인정했다.차를 언급하자 조수경의 표정에 은근히 자만심이 떠올랐다.“이번 차는 내가 특별히 개량한 거예요. 위를 보양하는 효능이 있죠. 무진 오빠처럼 그렇게 바쁘면 틀림없이 일상적으로 식사가 불규칙적일 테니 장시간 마시면 개선될 거예요.”“너는 이 방면에 소질이 있나 보구나.” 무진은 차를 다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조수경은 또 그에게 한 잔을 따라준 후에 웃으며 얼굴의 보조개도 따라서 보일 듯 말 듯했다.“다른 것은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차는 그래도 조금 연구했어요. 이따가 내가 좀 가져다 줄게요.”“아니, 저번에 준 거 아직 다 못 마셨어.” 무진은 차를 잘 안 마신다.그러니 자신이 차를 많이 보관하는 것도 일종의 낭비라고 느꼈다.그것도 조수경이 직접 만든 것이니 그 의미가 좀 다를 수 있을 테고.거절당하자 조수경은 마음이 좀 안 좋았지만 억지로 권하지는 않았다.“그럼 무진 오빠 마시고 싶을 때 나한테 얘기하면 드릴게
무진이 주소를 보내자 곽연철이 바로 왔다.그는 무진의 곁에 있는 조수경을 한 번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곽연철이 오자 무진은 그에게 새 찻잔을 가져다주고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곽 사장님, 우선 차를 드세요.” 무진이 찻잔을 곽연철에게 밀어주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곽연철이 차를 마셨다.그리고 비로소 말했다.“제왕그룹과 WS그룹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도시 서쪽의 그 부지를 원했지만, MS 가문의 제이슨 씨를 만나 경쟁했습니다. 상대방은 거의 제로 이윤으로 이 프로젝트를 빼앗으려 했지요. 강 대표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곽연철은 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오랜 역사를 가진 강씨 가문에 비해 제왕그룹은 작은 회사일 뿐이다.MS 가문과는 전혀 견줘 볼 수가 없다.물론 자원을 모두 내놓으면 맞설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만 할 뿐이다.지금은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다.그리고 두 회사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무진도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다.무진의 눈빛이 가라앉으면서 바로 대답했다.“돈을 잃는다 해도 가져와야 합니다. 제이슨이 북성에 자리를 잡게 할 수는 없습니다!”결국 제이슨이 아무리 대단해도 유럽에 있을 뿐이다.북성은 또 A국에 있으니, 제이슨이 그들과 맞선다 해도 화력이 좀 줄어들 것이다.역시 애초에 무진의 예측이 맞았다. 지금 제이슨은 기회를 틈타 둘째, 셋째 일가의 자산을 삼켰다. 이제 제이슨의 목표는 WS그룹이다.WS그룹을 일망타진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무진은 그들이 목적을 달성하게 둘 수가 없었다.“알겠습니다. 그래도 강 대표님은 과감하십니다. 저는 결단을 내릴 때 계속 망설이는데요.” 곽연철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무진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제이슨이 A국의 시장에 진출한다면, 자신의 회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그러나 제왕그룹은 실력이 부족하니 WS그룹에서 말해도 상관이 없다.오히려 자신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