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바로 앞 구간은 인가가 드물었다.소지연은 즉시 기사를 시켜 성연이 탄 택시를 들이박았다.막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던 성연은 강한 충격에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그러나 안전벨트가 성연을 다시 제자리로 당겼다.성연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뒤에서 들이박은 승용차를 돌아보았다.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승용차에는 번호판조차 없었다.계획하고 부딪힌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자신이 탄 차를 겨냥해서.차 속도를 늦추며 택시기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성연이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물었다.“뒤에서 박은 차랑 원한 관계가 있어요?”막 질문을 하던 순간, 성연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운전기사가 어떻게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을 생각을 하겠는가?‘원수라, 뒤 차량에 탄 사람은 날 노리고 박았을 가능성이 높아.’과연, 성연의 질문을 들은 운전기사가 즉시 대답했다.“아가씨, 이 나이 되도록 오랜 세월 운전을 하면서 늘 성실하게 내 본분을 다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겠습니까?”운전기사의 말도 성연의 생각을 뒷받침했다.성연이 가만히 다시 생각할 때, 뒤의 차량이 또다시 들이박았다.성연은 어쩔 수 없이 앞좌석의 등받이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바로 앞은 코너를 도는 구간이라 택시기사는 필사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이어 바퀴에서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났다.전면에 구불구불한 절벽길이 나타났다.눈앞의 도로 상황을 보면서 성연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다행히 택시기사가 사력을 다해 위기를 넘기며 절벽으로 차를 떨어뜨리지 않았다.성연도 따라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성연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님을 알았다.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죽이지 않는 한 그만둘 것 같지 않았다.성연은 과감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차를 운전하고 있는 택시기사는 무고한 사람이다.성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자신 혼자라면 탈출할 수도 있겠지만 택시기사만 내버려둔 채 내 몰라라 할 수는 없
성연은 이틀 내내 수업을 들었다.요 며칠은 오히려 잠잠하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이날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가던 성연의 앞을 누군가 가로막았다.고개를 든 성연의 두 눈에 깜짝 놀란 빛이 떠올랐다.“미스 샤넬?”성연을 본 미스 샤넬의 표정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예 표정이 없는 듯한 모습이다.“시간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성연은 미스 샤넬이 좀 이상하게 여겨졌다.“학교 근처 커피숍에 가서 좀 앉아요. 내가 일이 좀 있어서 성연 씨를 찾아왔어요.”미스 샤넬은 말을 하면서 성연의 동의를 기다리지도 않은 채 바로 가는 허리를 흔들며 앞으로 걸어갔다.성연의 얼굴에 벙찐 표정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미스 샤넬을 따라갔다.두 사람은 고급스러운 커피숍에 들어갔다. 실내 장식이 아주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미스 샤넬이 자리에 앉자 성연은 그 맞은편에 앉았다.종업원이 즉시 메뉴판을 들고 와서 주문을 받았다. “두 분, 뭘로 주문하시겠습니까?”미스 샤넬은 메뉴판도 보지 않은 채 바로 메뉴 몇 개를 주문했다.성연이 메뉴판을 슬쩍 쳐다보니 미스 샤넬이 주문한 것은 가게에서 가장 비싼 메뉴였다.그러나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주문서를 작성한 종업원이 미소를 지은 채 미스 샤넬과 성연에게 말했다.“고객님, 잠시 기다리시면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미스 샤넬이 손을 휘이 젓자 종업원은 곧바로 물러났다.주문을 끝낸 후, 미스 샤넬은 성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원래 성연이 마음에 안 든 미스 샤넬은 성연을 이곳에 데려와서 자신의 신분을 확실하게 알려 줄 생각이었다.그런데 성연에게서는 기죽은 듯한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것을 느낀 미스 샤넬은 눈살을 찌푸렸다.미스 샤넬의 심중 계획을 몰랐던 성연은 그저 미스 샤넬이 좀 이상하게 보였다.“미스 샤넬, 저한테 볼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무슨 일인가요?”성연은 미스 샤넬이 사형 목현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그래서 사형 목현수를
그 말을 들은 성연은 미스 샤넬이 자신과 목현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오해를 했음을 알게 되었다.마침 종업원이 디저트와 음료수를 가지고 왔다. “두 분, 맛있게 드세요.”디저트를 테이블 위에 놓은 후에 종업원이 떠났다.미스 샤넬이 다시 입을 열었다.“당신과 목현수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에요.”성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이 가게가 비싼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맛이 아주 훌륭했다.미스 샤넬이 대관절 왜 자신을 찾아왔나 했더니 자신에게 위세를 떨치기 위해서였다.이렇게 비싼 메뉴들을 여러 개 주문한 것도 자신을 모욕하기 위해서이고.그러나 미스 샤넬 역시 목현수가 그렇게나 대단한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목현수의 후배로서 자신이 모자라서야 되겠는가?성연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스 샤넬에게 말했다.“미스 샤넬, 저는 약혼자가 있는 사람입니다. 목현수는 제 사형이에요. 미스 샤넬이 함부로 우리 사이를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또 이렇게 경고한다고 찾아오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목현수의 체면을 봐서 미스 샤넬에게 너무 심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래도 미스 샤넬의 체면을 좀 세워줘야 하지 않겠나?말을 하면서 성연은 느긋하게 디저트를 맛보았다.미스 샤넬 때문에 자신의 기분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조용히 디저트나 먹자, 맛있잖아?’미스 샤넬이 얼굴에 짓고 있던 우아한 표정이 곧 무너졌다.그녀는 속으로 아주 불쾌했다.‘감히 내 오해라고 말해?’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신의 가문 배경 때문에 아무도 감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왜 하필 송성연과 목현수가 동문수학한 선후배 관계인 건지.‘너무 지나치면 목현수는 말 더 싫어하고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게 하겠지.’문득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디저트를 먹는 성연을 본 미스 샤넬은 성연의 약점을 잡았다는 생각에 경멸의 눈빛으로 비아냥댔다.“송성연 씨, 이렇게 맛있는 디저트 먹어 본 적 없죠? 정말
가게를 나선 성연의 표정이 가라앉았다.이런 일이 생기니 자신의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그 전에 미스 샤넬을 처음 봤을 때 인상이 무척 좋았다.그런데 이렇게 배배 꼬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기숙사에 돌아온 성연은 목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목현수가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맞은편에서 목현수의 놀리는 듯한 음성이 들렸다.“왜? 이 사형이 생각난 거야? 먼저 이 사형에게 전화를 걸다니 얼떨떨하면서도 괜히 불안한데?”성연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다소 차가운 어조로 미스 샤넬이 자신에게 한 말을 그대로 목현수에게 다시 말했다.“선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가지고 무슨 나쁜 짓을 꾸민 거예요?”정말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마치 불륜녀처럼 되어 있었다.사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목현수가 겸연쩍게 웃었다.“성연아, 너무 그렇게 마음에 두지 마. 이번에는 사형이 잘못을 했어. 이렇게 하자. 사형이 제대로 보상해 줄게. 맛있는 음식을 사줄까? 최상급 이태리 스테이크는 어때? 보통 사람들은 이 곳을 잘 몰라.”목현수의 말투는 성연의 비위를 맞추려는 기색을 띠고 있었다. 성연도 진짜 따질 뜻은 없었다. 그저 묵현수에게 다음에는 이런 일 하지 말라고 말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목현수의 말에 성연의 어조는 확실히 많이 완화되었지만, 목현수의 제안을 거절했다.“필요 없어요.”이제 막 수업을 시작했기에 성연은 여전히 많은 자료들을 정리해야 한다.그리고 미스 샤넬이 자신과 목현수의 관계를 오해하는 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목현수는 성연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말했다.“난 벌써 너네 학교 입구에 도착했어. 그리고 너에게 알려줄 소식도 있어.”목현수가 건네는 소식들은 보통 정보 가치가 높은 편이었다.게다가 유럽에서 비교적 오래 머문 편이라 성연 역시 알아야 자료들이 많았다.그래서 성연은 마지못한 듯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려요.”방이 기숙사
목현수는 성연을 데리고 도로와 골목을 통과해 지나갔다.한참을 운전했는데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자 성연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예요?”목현수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왜, 사형이 너를 팔아버릴까 봐?”성연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건 무섭지 않아요. 사형은 감히 그럴 수 없으니까.”목현수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예, 예, 예, 넌 사부님이 가장 아끼는 어린 제자지. 만약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사부님이 나를 심판하시겠지.”스승님 얘기가 나오자 성연의 표정이 따라서 한결 부드러워졌다.“알았으면 됐어요.”“다 왔어.”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목현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리고 차에서 내려 성연에게 차문을 열어 주었다.성연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목현수가 데리고 온 곳은 5성급 호텔 같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작은 골목 안, 많은 사람들이 일자로 죽 늘어서 있었으며 길가에 서서 먹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밖에 서 있으면 각종 음식들의 맛있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이곳 음식들은 아주 강한 향을 풍겼다.유럽에 온 이후, 이곳에 와서야 제대로 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목현수는 성연이 계속 쳐다보는 쪽을 보며 설명해 주었다.“너 여기 우습게 보지 마. 여기서 만든 음식들이 레스토랑 음식들보다 훨씬 맛있어. 괜찮겠어? 도저히 못 먹겠으면 우리 다른 곳으로 갈까?”이 말을 하는 목현수의 어조엔 약간의 조마조마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어쨌든 성연과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성연이 잘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성연은 과감하게 목현수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예전에 다 생활해 봤었는데 어떻게 지금 적응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사형은 나를 뭘로 보는 거예요?”예전에 막 스승님께 배우기 시작했을 때 스승님은 매우 엄격하셨다.학습 진도와 깨달음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맛있는 음식의 맛을 보았다.성연은 아직 어렸다. 비록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지만 자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떨어져
성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목현수는 스테이크를 썬 접시를 성연에게 건넨 후에 아직 썰지 않은 채 성연 앞에 놓여 있던 접시를 자기 앞으로 옮겼다.그러자 성연은 아주 자연스럽게 썰어 놓은 스테이크 조각을 포크로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성연은 전혀 이상함을 느낄 수 없었다.사형은 늘 이렇게 자신을 챙겼다. 자신들 두 사람 사이에서는 너무나 정상적인 행동일 뿐.고기 덩어리를 입 안에 넣고 씹은 성연은 이렇게 오랜 시간 운전을 해서 이곳까지 와 먹는 게 전혀 헛되지 않다고 느껴졌다.그럴 만큼 이 스테이크는 너무너무 맛있었다.꽉 찬 육즙에 부드러운 육질이 그야말로 최상의 맛을 선사했다.성연이 먹는 것을 본 목현수의 눈에 빛이 돌며 마음도 즐거웠다.“내가 말했지? 여기 스테이크가 제일 맛있다고.”성연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스테이크가 확실히 맛있네요.”두 입 찍어 먹은 성연이 포크를 멈춘 채 엄한 표정으로 목현수를 바라보았다.목현수는 저도 모르게 동작을 멈추며 물었다.“왜 그래.”성연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사형, 앞으로 여자 문제 일으키지 말아요. 여자들 꼬셔도 나를 핑계로 삼지 말라고요. 매번 이 수법을 쓰는데 너무 못됐어.”예전의 여자들은 별거 아니었는지 적어도 자신 앞에 와서 말한 적은 없었다.미스 샤넬의 행동은 정말이지 매우 기분이 나빴다.하지만 이 모든 일의 주범은 목현수다.목현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성연에게 하소연했다.“내가 여자들을 꼬신 게 아니야. 여자들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가 없어.”눈에 띄게 잘생긴 목현수의 얼굴을 보면서 성연은 확실히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얼굴이라 생각했다.북성에 있을 때, 외출 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목현수를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다.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으니까.성연은 비록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목현수에게 잔소리했다.“진짜 잘났어.”“이렇게 생각하며 날 오해하다니. 나는
거의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목현수는 비로소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아까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다는 한 것 기억해?”“기억해요.” 성연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목현수가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으면 귀찮아서 안 왔을 거였다.“좋아, 이제 말할게.”목현수의 표정이 좀 엄숙해졌다.“블레이크 교수가 네 입학을 막은 일, 나도 다 알고 있어. 누군가가 이십 억을 주고 블레이크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야. 그 여자는 분명 네 철천지원수일 거야.”성연은 원래 돈을 받았었구나, 생각했다.어쩐지 자신에게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더라니,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성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돈을 받고서 내 성과를 그렇게 부정하다니.’그런 사람이 무슨 교수라는 거야? 학교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다.‘지도교수가 수업을 못 받게 방해해서 진로를 망치다니.’‘너무 부도덕하잖아!’성연이 다급히 물었다.“블레이크 교수에게 돈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아냈어요?”목현수가 고개를 저었다.“그것까지는 찾아내지 못했어. 은밀하게 조사하느라 말이야. 단지 여자라는 사실만 알아냈어.”“사형, 그 증거 저에게도 한 부 보내주세요.” 그 증거들을 가지고 있으면 유용하게 쓸 데가 있을 테니까.그것 만으로는 블레이크 교수를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남겨 둬서 나쁠 턱은 결코 없으리라.“그래, 돌아가면 보내 줄게. 다만 성연아, 네가 이렇게 하는 것은 썩 좋은 것 같지 않아.” 목현수가 성연을 바라보았다.“왜요?” 성연이 체리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너무 새콤달콤해서 그냥 눈이 감길 정도였다.“약속했잖아, 무슨 일이든 생기면 날 찾아오겠다고? 아니면 나 혼자 가서 조사할게. 너는 이 일을 아예 나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던 거니?” 목현수는 화가 난 척했다.성연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사실 애초에 그 일이 있었을 때는 무진이 곁에 있었다. 그래서 목현수를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것.그리고
성연이 유럽에 온 이후 그림자처럼 성연의 뒤를 쫓은 소지연.예의 성연을 주시하며 빈틈을 노렸다.친구와 쇼핑을 하던 중에 웬 잘생긴 남자와 함께 작은 가게에 있는 성연을 포착했다.성연과 남자가 있는 룸은 후문을 마주보며 반투명으로 되어 있어서 내부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런 까닭에 성연과 목현수가 같이 있는 모습을 소지연이 보게 된 것.소지연은 바로 휴대폰으로 성연과 남자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소지연은 교묘한 각도로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두 사람 사이에 마치 끈적한 뭔가 있는 듯 찍힌 영상에 소지연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옆에 있던 친구가 그런 소지연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는 사람이야?”소지연은 부인하지 않았다.“바로 저 계집애야. 엄연히 약혼자가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어울리다니, 정말이지 내 친구와는 비교할 가치가 없어.”“그래? 세상에, 너무 못됐다. 이거 지금 바람 피우고 있는 거 맞지?” 옆에 있던 친구가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누가 아니래? 그런데 하필 내 친구가 저 계집애를 무지 아낀다는 거야.” 소지연은 흰자위가 보일 듯 노려보며 성연을 비방하는 말을 쏟아냈다.성연의 험담을 한바탕 쏟아냈더니 속이 시원함을 느낀 소지연.“그래서 네 친구에게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사진을 찍은 거야?” 친구는 계속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당연하지,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건 절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저 계집애가 내 친구를 속이고 다른 남자와 여자와 몰래 만나는데, 당연히 내 친구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 소지연의 눈에 경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소지연의 옆에 있던 친구는 소지연과 무진, 그리고 성연과의 사이에 얽힌 상황을 알지 못했다.그저 소지연의 친구인 줄로만 알았다.그래서 소지연의 옆에서 말렸다.“그냥 내버려 둬. 장거리 연애라는 게 원래 쉽지가 않아. 게다가 타국 아니니? 만에 하나 알고 봤더니 우리가 본 것과 다르다면? 그럼 낭패지 않아?”소지연은 갑자기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