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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좋아요."

심유진은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계산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날이 오면 핑계 대고 빠져나가 자리를 비켜 줄 속셈이었다.

"역시 유진 씨!"

마리아가 심유진의 팔을 껴안고 다정하게 붙어 왔다.

...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게 너무 눈에 띌까 봐 심유진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야 불이 켜진 김욱의 사무실을 노크했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건 가지러 왔어."

심유진은 구석에 놓인 캐리어를 가리켰다.

"응."

김욱은 그제야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지친 표정으로 안경을 벗었다.

"왜 그래?"

심유진이 방향을 바꿔 다가갔다.

"일이 잘 안 풀려?"

"조금."

김욱이 한숨을 쉬었다.

"모어 항공은 우리 고객뿐만 아니라 마케팅 직원도 스카우트하려고 해."

그에 심유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덧붙였다.

"그래도 마케팅팀 고위직은 다 내가 키운 사람이라 쉽게 배신하지는 않을 거야."

김욱이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육윤엽은 김욱을 후계자로 키울 의향이 있지만 힘을 완전히 가질 때까지 회사를 물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김욱이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했을 때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그 능력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 결과, 불과 2년 만에 자신의 실력만으로 마케팅팀 부장 자리에 올라 부하 직원들과 함께 회사에 길이 남을 만한 공을 세웠다.

김욱이 마케팅 부서에서 자리 잡고, 자기 편을 만든 후에야 육운엽은 그를 차근차근 승진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비서장 자리를 주었다.

"큰손들은 몇 명 떠났지만 지금 있는 주문도 적지는 않아. 적어도 상반기는 버틸 수 있어."

김욱이 심유진을 바라봤다.

"다시 말하자면 주어진 시간은 4개월밖에 남지 않았어."

심유진은 자신의 어깨에 진 짐이 더욱 무거워짐을 느꼈다.

"됐어, 빨리 가. 별이가 기다리잖아."

김욱이 보내려 했지만 심유진은 입술을 짓씹을 뿐 안 움직였다.

별이는 허태준이 데리러 갔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야근할 거야?"

김욱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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