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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아까 떠났던 마리아가 언제 온지 모르게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마리아는 그 예쁜 푸른 눈이며 입이 모두 커진 채로 충격을 받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심유진이 준 새 크로스백이 발 옆에 떨어져 안에 있던 립스틱이 굴러 나왔다.

"미, 미안해요!"

정신을 차린 마리아는 재빨리 바닥에 있는 것을 주워 재빨리 나갔다.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오해...한 것 같지?"

심유진은 김욱과 거리를 두며 그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아까 자세가 이상했을 뿐더러 그녀는 마리아였으니 오해를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오해해 준다면 더 좋지."

김욱은 덤덤했다.

"이제 나랑 이어 달라는 부탁 같은 건 안 하겠지."

심유진은 김욱과의 관계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렸으니 마리아에게 해명하긴 어려웠다.

심유진이 신경질적으로 물건을 챙기고 중얼거렸다.

"언제까지 혼자 지내나 보자."

...

사실 심유진에게 밥을 산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그저 마리아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는 속셈이었다.

그래서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인사하고 차로 향했는데 심유진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와 조수석에 앉았다.

"밥 사 준다며? 가자."

뻔뻔한 표정으로 안전벨트를 맸다.

그에 김욱은 별다른 말 없이 부드럽게 차를 몰기만 했다.

김욱의 차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 모퉁이에 세워둔 빨간 차가 비로소 혼잡한 차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

모처럼 김욱에게 얻어먹는 것이니 심유진은 평소 비싸서 못 가던 레스토랑으로 골랐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 넣어둔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심유진을 찾는 사람은 오직 집에 있는 세 명뿐이었다.

심유진이 핸드폰을 쥐고 자랑하려는 순간,  발신인이 저번 부모 동반 수업 이후로 연락 없던 앨런인 것을 확인했다.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어 책상에 뒤집어 두고 알아서 끊기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듯 첫 통이 끝난 지 2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울렸다.

결국 김욱이 심유진을 설득했다.

"받아 봐, 만약 급한 일이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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