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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하은설은 그렇게 한참 동안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자기한테 잘해 주지 말라며.

심유진과 별이는 번갈아 가며 하은설을 얼리고 닥쳤고 그들이 노력한 끝에 하은설은 마침내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별이는 심지어 오늘 하은설과 함께 자겠다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은설에 대한 자기감정은 변함이 없음을 확신해 주었다.

좋은 마음으로 한 말인데, 하마터면 하은설은 그런 별이의 마음에 감동되어 또다시 눈물을 쏟을 뻔했다.

정신을 쏙 빼놓는 듯한 시간을 뒤로 하고 심유진은 마침내 두 사람을 방으로 돌려보냈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끈 채 그녀도 자기 침실로 돌아왔다.

허태준은 고생한 심유진을 위해 마사지를 자처하며 꼼꼼히 주물러 주었다.

“다들 자요?”

“네. 내일 아침에 별이 등교는 제가 할 테니 태준 씨는 은설이 데리고 병원에 가주세요.”

“갑자기요?”

허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는 거예요?”

“그건 아니고.”

피곤함이 잔뜩 묻어 있는 심유진은 어쩔 수 없어 했다.

“허택양 씨가 지내고 있는 그 병원으로 데리고 가주세요. 은설이가 만나서 얘기 똑바로 하고 끝낼 모양이에요.”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말려야 해요.”

허태준은 이 일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허택양 같은 인간과 더 이상 얽히 필요도 없고 그런 인간 때문에 시간 낭비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말렸는데 듣지 않아요.”

심유진도 피곤하기는 매한가지이다.

“허택양 씨한테 그동안 너무 당한 거 같아 속에서 내려가지 않나 봐요. 만나서 얘기하지 않는 이상 평생 끙끙 앓을지도 몰라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분풀이라도 좀 하고 싶은 모습인데 찾아가서 때리거나 아니면 욕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아직 회복 중이고 몸도 허약하니 너무 흥분하지 않게 태준 씨가 옆에서 좀 지켜봐 주세요. 그러다가 쓰러질지도 몰라요.”

이에 허태준은 입술을 사리물었다.

“알았어요.”

심유진과 별이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허태준은 지금 홀로 거실에 앉아 하은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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