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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썸머요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나는 보안 요원에게 윤혜숙을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수민과 이찬형이 도착했다.

나의 엄마는 두 사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무슨 할 말이 더 있죠?!”

정수민은 윤혜숙 앞으로 나서며 우물쭈물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할 말이 있으면... 우리 엄마 변호사가 도착하면... 그때 말하세요!”

나는 바로 정수민의 멱살을 잡았다.

“정수민! 네가 네 딸한테 불 지르라고 시켰다며? 그리고 네 엄마한테는 2층에 사람이 없다고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다면서! 넌 애초에 내 딸 목숨을 앗아가려고 계획했던 거였어!”

이찬형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한참 지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지금 뭐라고 했어?”

나는 차갑게 픽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녹음 파일을 틀었다.

정예정의 순진하고도 악랄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 그냥 불을 질렀을 뿐이에요. 찬형 아저씨가 누구부터 구할지 궁금했거든요...”

아이의 목소리가 모든 이의 귀에 들려왔다.

당황한 정수민은 정예정을 꽉 끌어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예정이는 어려서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어린아이의 말을 누가 믿어요? 당신들... 당신들 우릴 모함하지 말아요!”

그녀는 이내 이찬형의 품에 달려들며 눈물을 똑똑 흘렸다.

“찬형아, 저 사람들이 분명 우리 예정이한테 무슨 수를 쓴 걸 거야... 우리 예정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란 걸 너도 잘 알잖아...”

이찬형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보더니 이내 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화장 동의서를 꺼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정수민을 밀어내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민아, 이거... 이거 다 사실이야?”

정수민은 더 큰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찬형아, 왜 저 사람들의 말은 믿으면서 내 말은 안 믿어주는 건데?”

이찬형은 울고 있는 정수민을 보고도 달래주지 않고 윤혜숙에게 달려가 멱살을 잡았다. 그의 두 눈은 어느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당신이야! 당신이 나한테 2층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잖아! 당신 때문에 내가 내 딸도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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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 사이에 이찬형은 소방서에서 해고되었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쌓은 업적도 전부 무너졌다.정수민이 “내연녀”였다는 소식이 회사에 퍼지며 결국 해고되었고 모녀는 길가의 쥐보다 못한 신세가 되었다. 밖을 나오기만 해도 모녀를 보며 사람들은 욕을 해댔다.자업자득이었다.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나는 그들이 모든 대가를 치르길 원했다.사흘 뒤, 나는 이찬형과 이혼하러 왔다.생각했던 것처럼 싸우거나 질척이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이혼 서류에 사인한 뒤 짐도 챙기지 않고 집을 나갔다. 그가 챙긴 것은 피로와 후회였다.나는 이찬형이 갈라진 목소리로 나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유정아, 미안해...”나는 걸음을 멈추었다.“이찬형, 네가 아무리 미안하다는 말을 해도 소용없어. 하영이는 더는 돌아올 수 없으니까.”그는 고통스러운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무력하게 고개만 저었다.정수민은 딸을 데리고 가정 법원 앞에서 이찬형을 기다리고 있었다.“찬형아, 예정이가 너 보고 싶대.”“수민아, 우린 안돼.”이찬형은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정수민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녀의 안색도 창백해졌다.“뭐라고 했어? 찬형아, 혹시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난 거야? 예정이는 아직 어려. 그래서 아무것도 몰라. 예정이는 네가 아빠가 되길 바라고 있어...!”“아니, 정수민. 네가 잘못한 건 없어.”이찬형은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잘못이 있는 사람은 나야. 널 믿은 내가 잘못인 거야. 네가 네 딸한테 내 딸을 죽이라고 시킨 거야!”정예정은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했다.“싫어요! 아저씨가 내 아빠해줘요! 아저씨만 예정이 아빠할 수 있어요! 왜 이하영만 영웅 아빠 있는데요! 나도 가질래요!”이찬형은 잔뜩 실망한 얼굴로 모녀를 보았다. 애정과 동정이 가득했던 그의 두 눈엔 지금 이 순간 원망과 증오만 가득했다.“아, 아니야...”정수민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가련한 여주인공처럼 눈물을 똑똑 흘렸다.“내가 다 설명할게. 정말 찬형이 네가 생각하

  • 악마가 키운 악마   제7화

    나는 보안 요원에게 윤혜숙을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수민과 이찬형이 도착했다.나의 엄마는 두 사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지금 무슨 할 말이 더 있죠?!”정수민은 윤혜숙 앞으로 나서며 우물쭈물했다.“이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할 말이 있으면... 우리 엄마 변호사가 도착하면... 그때 말하세요!”나는 바로 정수민의 멱살을 잡았다.“정수민! 네가 네 딸한테 불 지르라고 시켰다며? 그리고 네 엄마한테는 2층에 사람이 없다고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다면서! 넌 애초에 내 딸 목숨을 앗아가려고 계획했던 거였어!”이찬형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한참 지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지금 뭐라고 했어?”나는 차갑게 픽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녹음 파일을 틀었다.정예정의 순진하고도 악랄한 목소리가 들렸다.“전 그냥 불을 질렀을 뿐이에요. 찬형 아저씨가 누구부터 구할지 궁금했거든요...”아이의 목소리가 모든 이의 귀에 들려왔다.당황한 정수민은 정예정을 꽉 끌어안으며 소리를 질렀다.“예정이는 어려서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어린아이의 말을 누가 믿어요? 당신들... 당신들 우릴 모함하지 말아요!”그녀는 이내 이찬형의 품에 달려들며 눈물을 똑똑 흘렸다.“찬형아, 저 사람들이 분명 우리 예정이한테 무슨 수를 쓴 걸 거야... 우리 예정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란 걸 너도 잘 알잖아...”이찬형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보더니 이내 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화장 동의서를 꺼냈다.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정수민을 밀어내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수민아, 이거... 이거 다 사실이야?”정수민은 더 큰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찬형아, 왜 저 사람들의 말은 믿으면서 내 말은 안 믿어주는 건데?”이찬형은 울고 있는 정수민을 보고도 달래주지 않고 윤혜숙에게 달려가 멱살을 잡았다. 그의 두 눈은 어느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당신이야! 당신이 나한테 2층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잖아! 당신 때문에 내가 내 딸도 구하

  • 악마가 키운 악마   제6화

    이찬형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집어 들어 보았다. 그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것은 바로...이하영 화장 동의서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 이름, 이하영. 나이, 4살.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 눈엔 빛을 잃어버렸다.“이찬형, 하영이가 세상을 떠났어! 다 너 때문에 떠난 거라고!”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아, 아니야... 내가 그런 게 아니야... 난 그냥...”그는 순간 뭔가 떠오른 듯 고통을 참으며 일어났다.“그날, 그날 분명 원장님이 나한테 1층에만 사람이 있다고 말했어! 그래서 내가...”나의 아빠는 더는 그를 눈앞에서 보는 것도 싫어 보안 요원을 불러 쫓아냈다.“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내 딸과 손녀를 괴롭히다니! 거기, 이 비서, 당장 원장이란 사람에 대해 알아봐!”우리 집안은 보안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뒤 세계든 앞 세계든 전부 인맥이 있었기에 사람을 시켜 누군가의 뒷조사를 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그리고 이 비서는 업무 능력이 아주 뛰어난 인재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유치원 원장의 정보를 들고 나타났다.정보는 손에 넣은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바로 옆에 있던 테이블을 잡았다.“원장 선생님 윤혜숙이 정수민 어머니예요.”그러자 엄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니까 우리 하영이가 그저 간단히 화재로 죽은 게 아니란 소리네.”알아본 정보만으로도 정수민 모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나도 정예정에게 손대는 것으로 복수를 시작하면 된다.나는 전에 우연히 이찬형과 정수민의 대화 기록을 본 적 있었다. 정수민은 매주 수요일 오후에 정예정을 학원에 데려다주었다.그리고 오늘, 마침 수요일이었다.나는 사람 몇을 이끌고 학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정예정을 데리고 온 사람은 정수민이 아니라 중년 여성이었다. 정예정은 중년의 여성을 외할머니라고 불렀다.정말이지 기회였다.나는 윤혜숙이 한눈판 사이 사람을 시켜 정예정을 비상계

  • 악마가 키운 악마   제5화

    “그만하라고 했잖아!”이찬형은 정수민을 품에 꽉 끌어안더니 이하영의 유골을 발로 밟았다.“내가 말했지? 그딴 연기 집어치우라고! 어디서 밀가루 담아온 거로 날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아악! 저리 비켜!”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의 다리를 때렸지만 그는 여전히 발로 유골을 밟고 있었다. 결국 나는 입으로 깨물었다.이찬형은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흥, 정말 미친개가 따로 없네!”나는 조심스럽게 딸의 유골을 담아 다시 넣기 시작했다.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소방관들이 허리를 굽히며 도와주려고 했지만 나는 그들을 전부 밀어냈다.“필요 없어요.”“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다들 저리 가요!”“...”이찬형은 소방서 식구들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내가 함께 오랫동안 살았으니까 잘 알아. 원래 저런 사람이야. 악랄하고 속에 꿍꿍이가 많은 사람이니까 신경 쓸 것도 없어. 무슨 말을 하든 믿지도 마.”나는 천천히 일어나 눈물을 닦은 후 차갑게 이찬형을 보았다.“이찬형, 이틀 뒤 하영이 장례식이야. 우리 부모님도 오실 거니까 너도 와서 하영이 마지막 순간을 봐줘. 하영이 장례식 끝나면 이혼할 거니까.”말을 마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그러나 이찬형은 코웃음을 쳤다.“하,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항상 날 예뻐해 주셨어. 네가 그동안 얼마나 막무가내였는지 아직 두 분께 말씀도 드리지 않았는데, 이젠 두 분까지 네 연기에 동참하게 한 거냐?”“일단 와. 그날에 우리 부모님이 너한테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들어.”“허, 이혼하겠다고? 애 딸린 이혼녀를 받아 줄 남자는 있을 것 같아?!”그 말에 옆에 있던 정수민이 다소 찔려 당황해했다.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그가 계속 지켜주고 있던 정수민이 바로 그가 말한 애 딸린 여자가 아니던가.그런데 이찬형은 그런 정수민을 받아 주지 않았는가.나는 나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이 축하 파티에서 벗어났다. 1층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이찬형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자, 됐어! 저런 쓸

  • 악마가 키운 악마   제4화

    나는 웃음만 나왔다.그러다가 정수민을 보며 말했다.“그렇네요. 내가 왜 그쪽을 잊고 있었죠? 그쪽이 허구한 날 유부남한테 들러붙지 않았더라면... 그쪽만 아니었다면 우리 하영이가 어떻게...!”“너...!”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찬형은 정수민을 몸 뒤로 숨기더니 다시 손을 올려 나의 뺨을 때리려 했다.나는 입가가 터져 흘러나온 피를 닦으며 일어나 충혈된 눈으로 이찬형을 노려보았다.“이찬형, 정말로 하영이가 보고 싶어서 데리고 오라고 하는 거지?”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들고 온 가방을 열어 유골함이 되어버린 이하영을 꺼냈다.정수민은 딸은 끌어안고 놀란 듯 바로 뒤로 물러났고 다른 소방관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한눈에 내가 꺼낸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유독 이찬형만이 여전히 모른 척하고 있었다.“차유정,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나는 빨개진 눈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하영이 여기에 있어. 이 작은 함에 있다고!”“진심이야? 내 축하 파티를 망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이찬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마치 내가 대역죄인이 된 것처럼.정수민은 내가 꺼낸 유골함에 놀란 것인지 얼른 정예정을 안고 이찬형의 뒤로 숨었다. 그래도 궁금했는지 계속 머리를 빼꼼 내밀며 나와 상반되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정 언니, 그러지 말아요... 아이가 무서워해요...”나는 차갑게 픽 웃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정수민 씨, 이제 그만 그 착한 척은 집어치우시죠?! 그쪽이 허구한 날 이찬형한테 들러붙지 않았다면 이찬형이 어떻게 하영이 제쳐두고 그쪽 딸이나 구하러 갔겠어요?!”“전... 전 그런 적 없어요...”정수민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눈시울도 붉어졌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모습이었다.“그만해!”이찬형은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차유정, 난 소방관이야! 네가 매일 이딴 식으로 굴면 내가 사람을 어떻게 구하려 다니겠어?!”“사람을 구한다고?!”나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

  • 악마가 키운 악마   제3화

    “하영이 못 데려가.”이찬형은 바로 화를 냈다.“대체 언제까지 연기할 건데?!”“그거 알아? 소방서 식구들이 굳이 널 부르라고 하지 않았어도 너한테 전화도 하지 않았을 거야!”“그러니까 오라고 할 때 잔말 말고 와!”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래, 하영이 데리고 갈게.”통화가 끝나기 전 그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쯧, 네가 연기하고 있다는 거 전부 알고 있었어! 하영이에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늦지 않게 시간 맞춰서 와. 괜히 내 체면 구기게 하지도 말고!”그날 밤, 나는 약속대로 이찬형 축하 파티가 열리는 호텔로 왔다. 멀리서부터 나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정수민을 발견했다. 정수민은 이찬형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나는 혈색이 없는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 앉은 덩치 큰 소방관들이 그런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을 반짝였다.하긴 정성껏 꾸미고 온 정수민과 달리 나는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머리도 산발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알고 있던 형수님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이찬형은 나를 보더니 짜증스럽게 미간을 확 구기며 강한 싫증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뭐야, 왜 그 꼴로 왔어?”“내가 축하 파티라고 말하지 않았나? 좀 꾸미고 다닐 수는 없어? 창피하게 그게 뭐야!”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테이블 옆에 있던 물티슈를 뽑아 수저를 닦기 시작했다. 아주 힘껏.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더러워 보였다.“하영이는?”그는 여전히 따져 묻고 있었다. 짜증이 가득 묻어난 어투로.“이렇게 중요한 날에 하영이는 왜 안 데리고 왔어?”수저를 닦던 내 손이 멈칫했다. 가슴이 칼로 찢기는 듯 너무 아팠다.“내가 말했잖아. 못 온다고.”“왜 못 오는데? 못 온다는 건 또 무슨 소리냐고.”이찬형은 내 손에서 젓가락을 빼앗은 뒤 확 던져버렸다.“대체 딸 교육은 어떻게 하는 거야? 이하영이 언제부터 이런 말 안 듣는 애가 되었냐고!”상황을 지켜보던 정수민은 얼른 이찬형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 악마가 키운 악마   제2화

    나는 그 자리에 털썩 꿇어앉아 애원했다.“이찬형, 제발,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우리 하영이 좀 구해줘!”“하영이 정말로 저 안에 있단 말이야. 제발 이렇게 빌게!”그러자 이찬형은 내 팔을 쳐내며 혐오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그 입 좀 닥쳐!”“얼른 이 차유정을 데려가. 이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게 하고!”나는 몇몇 소방관들에게 끌려가게 되었고 울면서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이찬형!!!”주위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가 섞여 아주 시끄러웠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빠르게 뛰는 내 심장 소리만 쿵, 쿵, 쿵 세게 들려왔다. 마치 언제든지 멈출 것 같았다.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아이들은 계속 구출되고 있었지만 내 딸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두 시간 후 이찬형이 나왔다.그의 품에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는 한눈에 그 아이가 정수민의 딸 정예정임을 알아보았다.나는 미친 사람처럼 달려가 이찬형의 팔을 잡았다. 내 손톱이 그의 팔에 박혀 들어갈 정도로 말이다.“이찬형! 하영이는! 우리 하영이는 어디 있느냐고!”“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우리 하영이를 저 안에 두고 나왔냐고!”그는 짜증스럽게 나를 보더니 다정한 모습으로 정예정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예정아,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이때 정수민이 황급히 달려왔다. 딸을 본 순간 그녀는 이찬형을 와락 끌어안았다.“찬형아! 네가 우리 예정이를 구해줄 줄 알았어!”정말이지 화목하고 감동적인 모습이었다.마치 그들이 진짜 가족처럼 보였다.“쾅!”그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유치원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더 거세졌다.나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믿을 수 없어 커진 눈으로 더 활활 타오르는 유치원을 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뭐해요! 사람 구해야죠!”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불길을 진압했을 때마저도 이찬형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불길은 어느새 진압되었고 주위는 조용

  • 악마가 키운 악마   제1화

    유치원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옷 챙겨 입을 새도 없이 바로 유치원으로 달려갔다.그 유치원에는 네 살 된 내 딸 하영이가 있었기 때문이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끊임없이 남편에게 연락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그러나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유치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오르며 매캐한 연기를 뿜어냈다. 공기 중엔 이미 탄 내가 가득했다.“내 아이! 내 아이가 저 안에 있다고요!”유치원을 둘러싼 아이의 부모가 울부짖었다.“하영아! 하영아...!”나는 그런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구출된 아이들을 살피며 내 딸 하영이를 찾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에 점점 몸이 덜덜 떨려왔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바로 이때 나는 불길을 진압하고 있는 이찬형을 발견했다. 그는 세원소방서의 소방서장이자 내 남편이다.나는 목이 터질 정도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있는 힘껏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그의 팔을 꽉 잡았다.“여보! 여보!”“하영이가! 하영이가 2층 사랑반 무용실에 있어!”이찬형은 나를 보자마자 멈칫하더니 바로 혐오하는 눈길로 나를 보며 짜증을 냈다.“오늘 하영이가 등원 안 한 거 알고 있어.”오늘... 그 순간 나는 뭔가 떠올랐다.“그런 게 아니야, 여보!”“오늘 아침 하영이는 일부러 아픈 척했어. 하영이는 유치원에서 춤을 배우고 있었거든. 그래서 당신한테 서프라이즈 해주겠다고 그런 거야!”“하영이가 안에 있다고! 2층 사랑반 무용실에!”나는 이찬형의 팔을 꽉 잡았다. 행여나 하영이를 구해주지 않을까 봐 말이다. 하영이는 이찬형의 딸이었으니 구해주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주위에 몰려든 학부모들의 통곡 소리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푹푹 찔려왔다.나는 한 시라도 시간을 늦출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내 손을 뿌리치며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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