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나는 그 자리에 털썩 꿇어앉아 애원했다.

“이찬형, 제발,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우리 하영이 좀 구해줘!”

“하영이 정말로 저 안에 있단 말이야. 제발 이렇게 빌게!”

그러자 이찬형은 내 팔을 쳐내며 혐오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 입 좀 닥쳐!”

“얼른 이 차유정을 데려가. 이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게 하고!”

나는 몇몇 소방관들에게 끌려가게 되었고 울면서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찬형!!!”

주위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가 섞여 아주 시끄러웠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빠르게 뛰는 내 심장 소리만 쿵, 쿵, 쿵 세게 들려왔다. 마치 언제든지 멈출 것 같았다.

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아이들은 계속 구출되고 있었지만 내 딸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두 시간 후 이찬형이 나왔다.

그의 품에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는 한눈에 그 아이가 정수민의 딸 정예정임을 알아보았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달려가 이찬형의 팔을 잡았다. 내 손톱이 그의 팔에 박혀 들어갈 정도로 말이다.

“이찬형! 하영이는! 우리 하영이는 어디 있느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우리 하영이를 저 안에 두고 나왔냐고!”

그는 짜증스럽게 나를 보더니 다정한 모습으로 정예정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예정아,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이때 정수민이 황급히 달려왔다. 딸을 본 순간 그녀는 이찬형을 와락 끌어안았다.

“찬형아! 네가 우리 예정이를 구해줄 줄 알았어!”

정말이지 화목하고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마치 그들이 진짜 가족처럼 보였다.

“쾅!”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유치원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더 거세졌다.

나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믿을 수 없어 커진 눈으로 더 활활 타오르는 유치원을 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뭐해요! 사람 구해야죠!”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불길을 진압했을 때마저도 이찬형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불길은 어느새 진압되었고 주위는 조용해졌다.

이찬형은 정수민과 정예정을 데리고 응급실로 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이다.

나는 바닥을 기어 다니며 힘겹게 일어나 타버린 유치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유치원은 이미 전부 타버려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내디뎌 2층으로 올라갔다. 발을 뻗을 때마다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하영은 춤을 추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그리고 무용실은 2층 사랑반 복도 끝에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뻗어 그곳으로 갔다.

타 버린 한 명의 어른과 작은 아이의 몸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아 다시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이하영의 옆에 있는 시체는 무용 선생님이었다. 무용 선생님이 내 딸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선생님의 시체를 옆으로 옮겼다. 그러자 타 버린 이하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하영은 마치 잠든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얼른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우리 하영이를 지켜주지 못했어...”

분명 불길은 진압되었지만 내 가슴은 여전히 커다란 불길에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오장육부가 아팠다.

끝까지 딸을 지켜주려고 한 무용 선생님께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렸다.

무용 선생님 덕분에 이하영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을 테니까.

경찰과 법의관이 도착했다. 나는 차분하게 이하영의 시체를 인수하고 한 시라도 견딜 수 없어 얼른 화장을 시켰다.

이하영은 꾸미는 것을 아주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랬기에 이렇게 타버린 모습을 이하영도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유골함이 되어버린 이하영을 어루만졌다.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영아, 다음 생에는, 다음 생에는 엄마 딸 하지 마...”

난 그 길로 이하영과 집으로 돌아왔다.

이하영이 없는 이 집은 아주 공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하영이 입었던 옷과 신발을 보니 또다시 슬픔이 차올라 고통스러웠다.

이때 이찬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는 몸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오늘 저녁에 소방서에 축하 파티가 있으니까 하영이 데리고 와.”

기가 찼다.

축하 파티라니. 그것도 내 딸 기일에 말이다.

그의 명예는 내 딸의 목숨과 바꿔 얻은 것이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