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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웃음만 나왔다.

그러다가 정수민을 보며 말했다.

“그렇네요. 내가 왜 그쪽을 잊고 있었죠? 그쪽이 허구한 날 유부남한테 들러붙지 않았더라면... 그쪽만 아니었다면 우리 하영이가 어떻게...!”

“너...!”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찬형은 정수민을 몸 뒤로 숨기더니 다시 손을 올려 나의 뺨을 때리려 했다.

나는 입가가 터져 흘러나온 피를 닦으며 일어나 충혈된 눈으로 이찬형을 노려보았다.

“이찬형, 정말로 하영이가 보고 싶어서 데리고 오라고 하는 거지?”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들고 온 가방을 열어 유골함이 되어버린 이하영을 꺼냈다.

정수민은 딸은 끌어안고 놀란 듯 바로 뒤로 물러났고 다른 소방관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눈에 내가 꺼낸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이찬형만이 여전히 모른 척하고 있었다.

“차유정,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나는 빨개진 눈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하영이 여기에 있어. 이 작은 함에 있다고!”

“진심이야? 내 축하 파티를 망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이찬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마치 내가 대역죄인이 된 것처럼.

정수민은 내가 꺼낸 유골함에 놀란 것인지 얼른 정예정을 안고 이찬형의 뒤로 숨었다. 그래도 궁금했는지 계속 머리를 빼꼼 내밀며 나와 상반되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정 언니, 그러지 말아요... 아이가 무서워해요...”

나는 차갑게 픽 웃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정수민 씨, 이제 그만 그 착한 척은 집어치우시죠?! 그쪽이 허구한 날 이찬형한테 들러붙지 않았다면 이찬형이 어떻게 하영이 제쳐두고 그쪽 딸이나 구하러 갔겠어요?!”

“전... 전 그런 적 없어요...”

정수민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눈시울도 붉어졌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모습이었다.

“그만해!”

이찬형은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차유정, 난 소방관이야! 네가 매일 이딴 식으로 굴면 내가 사람을 어떻게 구하려 다니겠어?!”

“사람을 구한다고?!”

나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정수민이 품에 안고 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네 딸은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넌 네 딸 구하기나 했어?! 아니잖아! 내가 분명 말했었어. 하영이가 2층에 있다고!”

“그만하라고, 차유정!”

이찬형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유골함이 바닥에 떨어졌다.

유골함은 떨어지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뚜껑이 열리며 안에 있던 유골이 흘러나왔다.

나는 믿을 수 없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찬형... 너 어떻게... 그 안에 든 건 하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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