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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키운 악마
악마가 키운 악마
작가: 썸머요요

제1화

유치원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옷 챙겨 입을 새도 없이 바로 유치원으로 달려갔다.

그 유치원에는 네 살 된 내 딸 하영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끊임없이 남편에게 연락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러나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유치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오르며 매캐한 연기를 뿜어냈다. 공기 중엔 이미 탄 내가 가득했다.

“내 아이! 내 아이가 저 안에 있다고요!”

유치원을 둘러싼 아이의 부모가 울부짖었다.

“하영아! 하영아...!”

나는 그런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구출된 아이들을 살피며 내 딸 하영이를 찾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에 점점 몸이 덜덜 떨려왔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바로 이때 나는 불길을 진압하고 있는 이찬형을 발견했다. 그는 세원소방서의 소방서장이자 내 남편이다.

나는 목이 터질 정도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있는 힘껏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여보! 여보!”

“하영이가! 하영이가 2층 사랑반 무용실에 있어!”

이찬형은 나를 보자마자 멈칫하더니 바로 혐오하는 눈길로 나를 보며 짜증을 냈다.

“오늘 하영이가 등원 안 한 거 알고 있어.”

오늘... 그 순간 나는 뭔가 떠올랐다.

“그런 게 아니야, 여보!”

“오늘 아침 하영이는 일부러 아픈 척했어. 하영이는 유치원에서 춤을 배우고 있었거든. 그래서 당신한테 서프라이즈 해주겠다고 그런 거야!”

“하영이가 안에 있다고! 2층 사랑반 무용실에!”

나는 이찬형의 팔을 꽉 잡았다. 행여나 하영이를 구해주지 않을까 봐 말이다. 하영이는 이찬형의 딸이었으니 구해주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주위에 몰려든 학부모들의 통곡 소리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푹푹 찔려왔다.

나는 한 시라도 시간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내 손을 뿌리치며 마치 낯선 사람 대하듯 보았다.

“그만해, 차유정! 연기 좀 그만하라고! 하영이는 고작 네 살이야. 그런데 네가 이러면 뭘 보고 배우겠어?!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은 할 수 없어?”

“무슨 뜻이야?”

나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믿기지 않았다.

“무슨 뜻이냐고? 순진한 척 이제 그만해!”

이찬형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넌 지금 내가 수민이 딸 구하러 가는 거 막으려고 이러는 거잖아. 내 말 틀려? 사람이 좀 착하게 살 수는 없어?”

나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지금 내가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그것도 정수민 딸을 구하러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민이가 딸 잃게 되면 죽으려고 할 거야!”

나는 그의 핸드폰을 힐끗 보았다. 그는 방금까지 정수민과 통화하고 있었다.

몇 분 전만 해도 나는 그가 내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가 불길을 진압하느라 핸드폰 볼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아니었다.

나는 넋을 잃은 얼굴로 이찬형을 보았다.

“그럼 나는? 하영이를 잃으면 난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이찬형은 내 말을 무시하고 다시 불길 진압하러 갔다.

“원장 선생님께 물어봤어. 오늘 토요일이라 1층 누리반만 사용했대. 2층 사랑반엔 아무도 없다고 했다고!”

나는 얼른 쫓아가 그의 옷을 잡은 후 핸드폰을 빼앗아 던져버렸다.

“이찬형! 누가 그래! 누가 2층에 사람 없다고 했냐고!”

“네 딸 이하영이 지금 2층에 있다고!”

“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거냐고!”

그는 있는 힘껏 내 팔을 뿌리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내 눈앞에서 꺼져!”

내 심장이 망치에 맞은 것처럼 산산이 조각나버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이찬형! 내가 뭐하러 내 딸 목숨으로 이딴 장난을 쳐!”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절망에 빠진 눈길로 활활 타오르는 시뻘건 불길을 보았다. 머릿속엔 딸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하영아! 엄마가 구하러 갈게!”

바닥을 짚고 일어난 나는 미친 사람처럼 불길을 향해 달려들었다.

매캐한 연기에 콜록대며 눈물이 났고 뜨거운 온도에 얼굴이 아팠다.

하지만 나는 이런 걸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내 딸이 지금 저 불구덩이에 있었으니까. 분명 울면서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만하라고! 그딴 연기 집어치우라고 했잖아!”

이찬형은 갑자기 나타나 나를 확 잡았다. 힘이 어찌나 센지 잡힌 팔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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