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현욱은 시선을 돌리며 대리운전 기사에게 차를 출발하라고 했다.“네, 알겠습니다.”대리운전 기사는 차를 출발시켰다....소남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당과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하얗게 쌓인 눈 속에 은은한 불빛이 따스한 색감을 더해주고 있었다.그 불빛은 그의 마음에도 조금 따뜻함을 불어넣었다.소남은 실내로 들어와 외투를 벗은 후 2층으로 올라갔다.원아가 술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방에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 뒤,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그는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보고, 술 냄새가
이강이 말한 그 집은 이미 오래전에 현금화되었고, 그 돈도 원선미가 감옥에 가기 전 거의 다 탕진해버린 상태였다. 사실상 남아 있는 돈은 전혀 없었다.“돈이 없다고? 그럼 입 닥쳐!”이강은 사납게 소리치며 허리를 숙여 손에 든 지폐로 원선미의 얼굴을 때렸다.“이 집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야! 돈이 없으면 그냥 입 다물고 있어!”그의 입에서 풍겨 나오는 술 냄새에 원선미의 눈에는 증오가 가득 찼다.“그 눈빛 뭐야? 네 꼴을 보니까 정말 역겨워! 여기 살기 싫으면 당장 나가! 네 초라한 몸뚱이를 보고 누가 불쌍하다고 여길 것
...원선미는 필요한 것을 모두 챙긴 후, 침대에 누워 있는 이강을 경멸스럽게 바라보았다.‘이강, 넌 다행인 줄 알아. 여기가 M국이었으면 상황이 달랐을 거야. 우리나라에서 총을 소지하는 게 불법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법이 매우 엄격하지 않았다면, 넌 이미 목숨을 잃었을 거야!’이렇게 생각하며 주머니에 있는 돈다발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곤 그녀는 방을 나와 창고에서 이틀 전부터 준비해둔 여행 가방을 꺼내 들고 이강의 집을 나섰다.이틀 전에 이강에게서 맞고 나서부터 원선미는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짐을 싸고 나니 돈이 없어
이강은 병원에 세균이 많다는 이유로 가기를 꺼렸다.황신옥의 카드에 돈이 있다면 이강에게 쉽게 돈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나 지금 택시 탈 돈도 없어요. 병원까지 걸어가라는 거예요?”이강은 말했다. 얼마 전 돈이 없어서 작은 오토바이도 팔아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이동 수단도 없었다.[그럼 어쩌지? 너도 배고픈 상태로 있으면 안 되잖아. 잠깐만 기다려, 그 망할 계집애한테 물어볼게.]황신옥은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이강은 전화를 끊었다.비록 보통 이연이 이강의 생사에는 신경 쓰지 않지만, 황신
“그럼 뛰어내리시던가요. 엄마가 뛰어내리면 이강은 병원을 상대로 합의금을 받을 거고, 엄마 장례식에서 그 돈 때문에 웃고 있을지도 모르죠.”이연은 차가운 마음으로 말했다. 혈연 관계가 아니었다면, 이 모자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부러웠다.[너...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이연은 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참, 엄마 말대로라면 이강이 돈이 없다고요? 그런데 이강의 손목에는 몇백만 원이 넘는 시계가 있었고, 어제도 송재훈한테서 수백만 원의 현금을
황신옥은 지금 집이 개집처럼 엉망이 되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적어도 병원의 환경이 집보다 훨씬 나았다. 게다가 병원에서는 입고 먹을 것 걱정도 없었다. 이연은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돈은 내 주었다.이강은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돈도 받지 못한 채, 황신옥에게 잔소리만 들어야 했다. 그는 말했다.“나도 어떻게 연이가 날 봤는지 모르겠어요...”[그럼 지금 돈은 있다는 거네?]황신옥은 아들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지금까지 이강에게 돈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 아들이 자신에게 효도할 거라 기대
그녀는 사실 이강이 다른 여자와 동거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도 빨리 손주를 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 여자가 좀 이상한 여자라서, 임신했을 때 그 아이가 이강의 아이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면, 그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 순간, 황신옥은 문득 원선미가 떠올랐다.‘그 죽일 놈의 계집애, 아마도 이제 출소할 때가 됐을 건데...’[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이연한테 물어볼 거야!]황신옥은 위협했다. 이연한테 물어보면 모든 걸 다 알려줄 게 분명했기에, 이강은 마지못해 짜증스럽게 대답했다.“말하면 되
[그건 네 문제야. 내게 엄마를 부양할 의무는 있지만, 너까지 먹여 살릴 의무는 없어.]이연은 전화를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강이 자신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끊긴 신호음을 들으며 이강은 핸드폰을 꽉 쥐고 눈에 독기를 띠었다. 배에서는 계속해서 허기가 몰려왔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송재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여섯 번 울린 뒤에야 송재훈의 욕설이 들려왔다.[너 미쳤어?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전화한 거야?]이강은 움찔하며 급히 사과했다.“죄송해요, 송 사장님, 부탁드릴 게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