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실 이강이 다른 여자와 동거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도 빨리 손주를 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 여자가 좀 이상한 여자라서, 임신했을 때 그 아이가 이강의 아이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면, 그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 순간, 황신옥은 문득 원선미가 떠올랐다.‘그 죽일 놈의 계집애, 아마도 이제 출소할 때가 됐을 건데...’[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이연한테 물어볼 거야!]황신옥은 위협했다. 이연한테 물어보면 모든 걸 다 알려줄 게 분명했기에, 이강은 마지못해 짜증스럽게 대답했다.“말하면 되
[그건 네 문제야. 내게 엄마를 부양할 의무는 있지만, 너까지 먹여 살릴 의무는 없어.]이연은 전화를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강이 자신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끊긴 신호음을 들으며 이강은 핸드폰을 꽉 쥐고 눈에 독기를 띠었다. 배에서는 계속해서 허기가 몰려왔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송재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여섯 번 울린 뒤에야 송재훈의 욕설이 들려왔다.[너 미쳤어?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전화한 거야?]이강은 움찔하며 급히 사과했다.“죄송해요, 송 사장님, 부탁드릴 게 좀
“송 대표님, 혹시 저에게 차를 보내주실 수 있나요? 지금 제 경제 상황이 많이 좋지 않아서요...”[너 어제 돈 받았잖아?]현욱이 물었다.“제가 운이 나빠서, 돈을 도둑맞았어요. 지금 버스 탈 돈도 없어요...”이강은 원선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 여자가 돈을 훔쳐갔기 때문에 그녀를 고발하려 한다는 것을 현욱이 눈치채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다.[차를 보내줄 테니 기다려.]현욱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이강이 이연의 오빠가 아니었다면 현욱은 애초에 전화를 받은 생각도 없었고 받았어도 바로 끊어버렸을 것이다.
이강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사실 그는 일할 마음이 없었다.그는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직원에게 물었다.“여기 마실 거나 먹을 거 있어요?”“네, 선생님. 잠시 앉아 계시면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직원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이강은 고개를 거만하게 끄덕였다. 돈을 받으러 온 김에 먹을 것도 덤으로 얻어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잠시 후, 직원은 커피 한 잔과 다과를 내왔다.이강은 직원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다과를 집어 들었다. 작은 크기였지만 맛이 좋았고, 몇 조각 더 먹으면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
하지만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이강은 현욱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그렇군요...”이강은 약간 후회스러웠다.‘진작 알았을 때 당장 송현욱을 찾아와서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면 어쩌면 기회가 있었을지도 몰랐는데.’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대로 포기하지 못했다. 비록 현욱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자신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걸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저기, 송 대표님, 사실 저는 오늘에서야 알게 돼서 이렇게 말씀드리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 이렇게 빨리 아셨을 줄은 몰랐네요...”이강은 거짓말로
“돈을 빌려달라고?”현욱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이게 바로 이강이 날 찾아온 진짜 목적이군.’현욱의 말투에서 그가 돈을 빌려줄 의사가 없다는 걸 느낀 이강은, 어쩔 수 없이 껄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송 대표님, 경찰에 범인 제보만해도 그 사람한테 사례금을 주지 않습니까? 비록 대표님께서 이미 원선미가 연이의 과거를 팔아 넘긴 사람이라는 걸 알고 계셨지만, 저는 저대로 송 대표님이 모르시는 줄 알고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와 알려드렸는데 제게도 어느정도의 사레금은 챙겨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얼마를 원해?”현욱은 바
현욱은 물었다.이연이 아무리 이강에 대해 혐오를 표했지만, 피로 맺어진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현욱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연도 황신옥의 생활비와 의료비를 계속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현욱은 이연이 황신옥에게 주는 돈이 황신옥이 조금만 아껴 쓴다면 이강까지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황신옥은 절약하는 법을 몰랐다. 어차피 자신이 힘들게 번 돈이 아니었기에, 쓸 때마다 큰돈을 쓰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강에게 돌아갈 몫은 거의 없었다.이연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이강
“네, 그럴게요.”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연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물었다.“연이 씨, 무슨 일 있어요?”이연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연이 씨의 기분이 다 얼굴에 드러났거든요.”원아는 자신의 미간을 가리키며 설명했다.이연은 아까부터 계속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고,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원아는 조금만 신경 쓰면 이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와 이연은 오랜 친구였으니, 모를 리 없었다.“네, 좀 문제가 생겼어요.”이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옆 카페에 가서 이야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