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사실 그는 일할 마음이 없었다.그는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직원에게 물었다.“여기 마실 거나 먹을 거 있어요?”“네, 선생님. 잠시 앉아 계시면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직원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이강은 고개를 거만하게 끄덕였다. 돈을 받으러 온 김에 먹을 것도 덤으로 얻어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잠시 후, 직원은 커피 한 잔과 다과를 내왔다.이강은 직원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다과를 집어 들었다. 작은 크기였지만 맛이 좋았고, 몇 조각 더 먹으면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
하지만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이강은 현욱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그렇군요...”이강은 약간 후회스러웠다.‘진작 알았을 때 당장 송현욱을 찾아와서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면 어쩌면 기회가 있었을지도 몰랐는데.’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대로 포기하지 못했다. 비록 현욱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자신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걸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저기, 송 대표님, 사실 저는 오늘에서야 알게 돼서 이렇게 말씀드리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 이렇게 빨리 아셨을 줄은 몰랐네요...”이강은 거짓말로
“돈을 빌려달라고?”현욱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이게 바로 이강이 날 찾아온 진짜 목적이군.’현욱의 말투에서 그가 돈을 빌려줄 의사가 없다는 걸 느낀 이강은, 어쩔 수 없이 껄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송 대표님, 경찰에 범인 제보만해도 그 사람한테 사례금을 주지 않습니까? 비록 대표님께서 이미 원선미가 연이의 과거를 팔아 넘긴 사람이라는 걸 알고 계셨지만, 저는 저대로 송 대표님이 모르시는 줄 알고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와 알려드렸는데 제게도 어느정도의 사레금은 챙겨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얼마를 원해?”현욱은 바
현욱은 물었다.이연이 아무리 이강에 대해 혐오를 표했지만, 피로 맺어진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현욱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연도 황신옥의 생활비와 의료비를 계속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현욱은 이연이 황신옥에게 주는 돈이 황신옥이 조금만 아껴 쓴다면 이강까지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황신옥은 절약하는 법을 몰랐다. 어차피 자신이 힘들게 번 돈이 아니었기에, 쓸 때마다 큰돈을 쓰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강에게 돌아갈 몫은 거의 없었다.이연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이강
“네, 그럴게요.”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연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물었다.“연이 씨, 무슨 일 있어요?”이연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연이 씨의 기분이 다 얼굴에 드러났거든요.”원아는 자신의 미간을 가리키며 설명했다.이연은 아까부터 계속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고,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원아는 조금만 신경 쓰면 이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와 이연은 오랜 친구였으니, 모를 리 없었다.“네, 좀 문제가 생겼어요.”이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옆 카페에 가서 이야기할까
이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원아’를 언급할 때, 이연의 목소리는 무겁고 울적했다.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도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화천건축설계사무소는 지금 원아 남편 문소남 대표가 원아를 대신해서 관리하고 있지만, 원래 화천건축설계사무소를 설립한 사람은 원아예요. 우리 오빠 이강이 원아와... 한때는 사귀기도 했었죠. 하지만 이강이 문제가 있었고, 원아를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결국 둘은 헤어졌어요. 그리고 이강이 저지른 몇 가지 일들 때문에 두 사람은 완전히 원수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강은 원아뿐만 아니라 문소남
“네, 맞아요. 연이 씨가 말해준 거 아니라면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원아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리곤 레몬티를 한 모금 마시며 속마음을 감추었다.“그래요? 아마 제가 잊어버렸나 보네요...”이연은 ‘초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았지만, 이전에 ‘초설’에게 이강에 대해 불평한 적이 많아, 너무 많이 말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생각했다.“그런 것 같아요. 요즘 연이 씨가 너무 피곤해서 이런 작은 일들은 잊어버리는 건 당연한 거죠.”원아는 말하며 레몬티 빨대를 입에 물고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그대로
[그래, 초설아. 언제든지 괜찮으니까, 먼저 초설이 네 건강부터 잘 챙기거라.]주희진은 ‘초설’이 승낙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초설아, 그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하던 일 계속 해.]“네, 알겠습니다.”원아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한쪽에 놓았다.“초설 씨, 방금 말한 ‘희진 이모’, 혹시 임 지사님 사모님이세요?”이연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네.”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들리는 말로는 임영은이 몰래 A시에 돌아왔는데 병이 심각애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 하던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