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술을 가져온 직원은 다시 나가 A세트와 안주를 준비하러 갔다.매니저는 여전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이 상황을 만회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하지만 음식과 술을 제공해도, 현욱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했으니, 다른 방법이 있을까? 지금 이 상황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재훈을 불러내서 방을 내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직원들은 빠르게 움직여 현욱이 주문한 음식을 모두 가져왔다.“됐어, 다들 나가.”현욱은 손을 휘저으며 더 이상의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송 대표님.”매니저가
“됐어, 너도 밥 먹을래? 세트 메뉴 하나 더 주문할까?”현욱은 익준에게 물었다.“아니, 난 집밥 먹고 왔어.”익준은 일부러 자랑하듯 말했다.“역시 집밥이 최고야.”“마치 누군 집밥 못 먹는 것처럼 말하네.”현욱은 투덜거렸다. 그는 소남과 함께 출발하기 위해 집에서 식사를 하지 못한 것뿐이었다.“이연 씨가 요리할 줄 알아?”익준은 반문하며 물었다. 그는 이연의 요리에 대해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었다.예전에 그는 아내 진보라와 아들 안성택을 데리고 현욱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마침 그때 가사도우미가 휴가를 내서
“안 대표님, 관찰력이 참 예리하시네요.”두 사람이 대답하기도 전에, 동준이 농담을 던졌다.“나는 그저 송 대표를 위해 정보 수집 중일 뿐이야.”익준이 웃으며 말했다.“몇백만 원짜리 시계도 알아보네? 결혼하더니 안목이 더 높아진 거 아니야?”현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익준을 깎아내렸다. 아까 익준이 이연이 요리를 못 한다고 비웃은 걸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었다.비록 이연이 요리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현욱의 마음속에서는 자기 여자가 최고였다. 요리는 가사도우미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고, 이연은 그저 자신의 곁에 있어주기만 하
“보아하니 네 할아버지가 아직 건재한 모양이네. 여전히 영리하셔.” 익준은 평했다. 송상철이 그렇게 영리하지 않았다면, 바로 SJ그룹을 재훈에게 넘겼을 테고, 이렇게 복잡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우리 할아버지가 SJ그룹의 창립자이기 때문에, 자연히 큰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겠지.” 현욱은 말했다.SJ그룹은 송상철이 직접 창립한 회사로, 그 과정의 고난과 어려움을 본인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절대 쉽게 망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비록 송상철은 이미 퇴임한 상태지만, 여전히 SJ그룹의 상황을 언제나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내정된 게 아니라면, 입찰 방식으로 우리 세 회사가 힘을 합치면 승산이 크겠네요.”익준이 분석했다.“이번 입찰은 반드시 따내야 해.”“구체적인 공고가 나오면 회의를 열어 논의할 필요가 있어. 문제가 없으면 회사에서 곧바로 입찰 작업을 시작할 거야.”소남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소남, 현욱, 익준의 회사가 힘을 합치면, 각자의 기업 관련 견적을 토대로 T그룹이 전체 계획을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가격 면에서나 결과물의 품질 면에서나 다른 경쟁 회사들보다 훨씬 유리할 것이다.더군다나 세 회사가 이미 손을 잡고
“가자.”현욱은 시선을 돌리며 대리운전 기사에게 차를 출발하라고 했다.“네, 알겠습니다.”대리운전 기사는 차를 출발시켰다....소남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당과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하얗게 쌓인 눈 속에 은은한 불빛이 따스한 색감을 더해주고 있었다.그 불빛은 그의 마음에도 조금 따뜻함을 불어넣었다.소남은 실내로 들어와 외투를 벗은 후 2층으로 올라갔다.원아가 술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방에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 뒤,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그는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보고, 술 냄새가
이강이 말한 그 집은 이미 오래전에 현금화되었고, 그 돈도 원선미가 감옥에 가기 전 거의 다 탕진해버린 상태였다. 사실상 남아 있는 돈은 전혀 없었다.“돈이 없다고? 그럼 입 닥쳐!”이강은 사납게 소리치며 허리를 숙여 손에 든 지폐로 원선미의 얼굴을 때렸다.“이 집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야! 돈이 없으면 그냥 입 다물고 있어!”그의 입에서 풍겨 나오는 술 냄새에 원선미의 눈에는 증오가 가득 찼다.“그 눈빛 뭐야? 네 꼴을 보니까 정말 역겨워! 여기 살기 싫으면 당장 나가! 네 초라한 몸뚱이를 보고 누가 불쌍하다고 여길 것
...원선미는 필요한 것을 모두 챙긴 후, 침대에 누워 있는 이강을 경멸스럽게 바라보았다.‘이강, 넌 다행인 줄 알아. 여기가 M국이었으면 상황이 달랐을 거야. 우리나라에서 총을 소지하는 게 불법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법이 매우 엄격하지 않았다면, 넌 이미 목숨을 잃었을 거야!’이렇게 생각하며 주머니에 있는 돈다발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곤 그녀는 방을 나와 창고에서 이틀 전부터 준비해둔 여행 가방을 꺼내 들고 이강의 집을 나섰다.이틀 전에 이강에게서 맞고 나서부터 원선미는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짐을 싸고 나니 돈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