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한결 나아진 소남은 휴지를 꺼내 원아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그는 바빴지만,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아였다.“그리고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꼭 곁에 있을 거예요. 그러니 나를 밀어내지 마요.”소남은 부드럽게 말하며 이 말이 원아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길 바랐다.‘나와 원아는 원래 부부였고, 원래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짐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내 마음속에는 오직 내 아내 원아 당신뿐이야.’“알겠어요...”원아는 감동했지만, 머릿속이 여전히 어지러워 소남의
원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체 얼마나 깊게 잠들었기에 머리가 이렇게 엉망이 되었는지 궁금해졌다.‘내가 이런 지저분한 머리로 죽을 먹고, 소남 씨와 대화를 나눴다니... 정말 부끄럽네...’원아는 빗을 들어 빠르게 머리를 정리한 후 욕실에서 나왔다.소남은 화장대 앞에 앉아 사윤이 남긴 쪽지를 보며 원아의 약을 나누고 있었다.약을 다 나눈 후, 그는 고개를 돌려 원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와서 약 먹어요.”“네.”원아는 침대 옆 탁자에 있던 물컵을 들고 화장대 앞으로 다가가, 약 세 알을 손에 쥐고 입에 넣은 뒤 물을 한 모금
원아는 무의식적으로 한발 물러서며, 혹시 자신의 감기가 아이들에게 옮을까 봐 걱정했다.“언니, 몸 좀 나아졌어요?”원원이 먼저 물었다.아이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며 원아는 미안해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많이 나아졌어, 걱정하지 마.”훈아는 원아의 쉰 목소리를 듣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누나, 편도염 걸린 거 아니에요?”원아는 이 아이가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의학 서적도 봐서 신체 구조에 대해 조금 아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 감기 걸리면 늘 이래. 며칠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훈아가 헨리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아빠는 우리가 감기 걸릴까 봐 그러신 거야.”“맞아, 그러니까 아빠한테 화내지 말자.”원원도 동의하며 말했다.“흥, 형이랑 누나도 어제 침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잖아. 그런데 오늘은 왜 다들 아빠 편만 드는 건데...”헨리는 불만을 표하며 말했다. 헨리는 여전히 엄마를 더 좋아했다.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엄마가 훨씬 더 다정하기 때문이다.원아는 웃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자자, 우리 귀여운 도련님들, 아가씨, 이제 그만 하고 아침 먹으러 가자.”오현자가 서둘러
반면 열이 날 때는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원아는 열은 없다고 확신하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열은 없어. 주방이 좀 더워서 그래. 금방 괜찮아질 거야.”말을 마치고, 소남이 오현자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원아는 다시 급히 고개를 숙여 죽을 먹었다.“누나 정말 괜찮아요?”헨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형을 바라봤다.“그건 그냥 얼굴이 빨개진 거지, 열이 나는 게 아니야.”훈아는 똑똑한 아이였고, 한눈에 원아의 얼굴이 단순히 빨개진 것뿐이고 아픈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헨리는 훈아의 말을
“네, 알겠어요. 이모님이 고생 많으세요.”원아는 미소를 지으며 오현자에게 말했다.“고생이라니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오현자는 웃으며 주방으로 갔다.뉴스가 끝나자 원아는 채널을 돌려 국제 뉴스를 보려고 했는데, 옆에 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하니 티나의 전화였다.깜빡이는 화면을 보며 원아는 잠시 고민했다. 바로 받지 않은 이유는, 티나의 전화가 아마도 알렉세이와 관련된 일일 것 같아서였다.‘알렉세이가 A시를 떠난 걸, 티나가 벌써 알게 된 걸까?’원아는 결국 티나의 전화를 받았다.“염 교수님, 오늘 바쁘세
“알겠습니다.”오현자는 주방으로 들어가 커피 원두를 갈기 시작했다.원아는 다시 TV 소리를 조금 키우고,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약 한 시간 후, 초인종이 울렸다.원아는 인터폰을 들어 티나가 이미 단지 입구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출입 허가 버튼을 눌렀다.티나는 이곳에 몇 번 와 보았기 때문에 어느 집인지 알고 있었다.원아는 주방 문 앞까지 걸어가서 오현자에게 말했다.“이모님, 손님이 곧 도착해요.”“네, 곧 커피를 내갈게요.”오현자는 뒤돌아보며 대답한 후, 티나를 위해 준비한 커피와 원아에게 줄 과일
“그럼...”원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어제 저한테 소포가 하나 도착했어요. 그 안에는 알렉세이가 보낸 선물과 짧은 메모가 있었어요. 알렉세이가 자신은 이제 A시를 떠나 다시는 우리나라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저에게 몸조심하라고 했어요.”티나는 알렉세이의 메모를 그대로 전했다.메모는 아주 짧고 감정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아, 티나는 몇 번이나 읽어보고 나서야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원아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티나를 지켜보았다.티나가 감정을 숨기려 해도, 그녀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슬픔이 가득했다.‘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