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아가 헨리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아빠는 우리가 감기 걸릴까 봐 그러신 거야.”“맞아, 그러니까 아빠한테 화내지 말자.”원원도 동의하며 말했다.“흥, 형이랑 누나도 어제 침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잖아. 그런데 오늘은 왜 다들 아빠 편만 드는 건데...”헨리는 불만을 표하며 말했다. 헨리는 여전히 엄마를 더 좋아했다.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엄마가 훨씬 더 다정하기 때문이다.원아는 웃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자자, 우리 귀여운 도련님들, 아가씨, 이제 그만 하고 아침 먹으러 가자.”오현자가 서둘러
반면 열이 날 때는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원아는 열은 없다고 확신하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열은 없어. 주방이 좀 더워서 그래. 금방 괜찮아질 거야.”말을 마치고, 소남이 오현자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원아는 다시 급히 고개를 숙여 죽을 먹었다.“누나 정말 괜찮아요?”헨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형을 바라봤다.“그건 그냥 얼굴이 빨개진 거지, 열이 나는 게 아니야.”훈아는 똑똑한 아이였고, 한눈에 원아의 얼굴이 단순히 빨개진 것뿐이고 아픈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헨리는 훈아의 말을
“네, 알겠어요. 이모님이 고생 많으세요.”원아는 미소를 지으며 오현자에게 말했다.“고생이라니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오현자는 웃으며 주방으로 갔다.뉴스가 끝나자 원아는 채널을 돌려 국제 뉴스를 보려고 했는데, 옆에 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하니 티나의 전화였다.깜빡이는 화면을 보며 원아는 잠시 고민했다. 바로 받지 않은 이유는, 티나의 전화가 아마도 알렉세이와 관련된 일일 것 같아서였다.‘알렉세이가 A시를 떠난 걸, 티나가 벌써 알게 된 걸까?’원아는 결국 티나의 전화를 받았다.“염 교수님, 오늘 바쁘세
“알겠습니다.”오현자는 주방으로 들어가 커피 원두를 갈기 시작했다.원아는 다시 TV 소리를 조금 키우고,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약 한 시간 후, 초인종이 울렸다.원아는 인터폰을 들어 티나가 이미 단지 입구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출입 허가 버튼을 눌렀다.티나는 이곳에 몇 번 와 보았기 때문에 어느 집인지 알고 있었다.원아는 주방 문 앞까지 걸어가서 오현자에게 말했다.“이모님, 손님이 곧 도착해요.”“네, 곧 커피를 내갈게요.”오현자는 뒤돌아보며 대답한 후, 티나를 위해 준비한 커피와 원아에게 줄 과일
“그럼...”원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어제 저한테 소포가 하나 도착했어요. 그 안에는 알렉세이가 보낸 선물과 짧은 메모가 있었어요. 알렉세이가 자신은 이제 A시를 떠나 다시는 우리나라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저에게 몸조심하라고 했어요.”티나는 알렉세이의 메모를 그대로 전했다.메모는 아주 짧고 감정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아, 티나는 몇 번이나 읽어보고 나서야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원아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티나를 지켜보았다.티나가 감정을 숨기려 해도, 그녀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슬픔이 가득했다.‘티나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해, 마음을 정리할 수만 있다면 좋겠네요.”원아가 조용히 말했다.“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엔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교수님, 저기 혹시 여기 온 김에 수면제를 조금 받아 갈 수 있을까요? 남자는 없어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잖아요. 우선은 잘 쉬는 것부터 시작하려고요.”티나는 코끝을 훌쩍이며 말했다.그녀는 알렉세이를 당장 잊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알렉세이 때문에 언제까지나 침울해할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잠시만요. 위층에서 가져올게요.”원아는 일어나 위층으로 향했다.
티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역시 남자들은 냉정한 존재구나. 떠난다고 하면 정말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거야... 좋아한다고 말할수록, 떠날 때는 더 매정하게 떠나는 것 같아...’티나는 알렉세이가 예전에 자신을 도와주었던 일을 떠올리며, 눈가가 촉촉해졌다.처음 알렉세이에 대한 호감은 단지 영웅이 미인을 구하는 상황에서 생긴 감정이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두 사람의 가치관이 얼마나 잘 맞는지 깨달았다.그렇게 자신은 서양인의 외모를 가진 이 남자에게 반하게 되었지만, 결국 혼자만의 상처로 끝나버렸다.‘참 우습네...
원아도 동의하며 말했다.“교수님, 이제 슬슬 설맞이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요?”오현자가 물었다. 설날까지 이제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원아는 잠시 멍해졌다.‘설맞이 준비라니? 보통 설 준비는 한 집안의 여주인이 맡아서 하는데, 나는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그건 대표님께 물어보세요. 대표님이 더 잘 아실 거예요. 저는 계속 해외에 있어서, 설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어요.”오현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묻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원아는 헨리의 당부로 감기약을 먹었다. 잠시 후 졸음이 밀려왔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