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에서 나와 걸음을 옮겼다. 마침 장성은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염 교수님, 안녕하세요.”성은이 환한 미소로 그녀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원아는 인사를 하다가, 사무실에 있는 서류가 생각났고 성은의 도움이 필요했다.“참, 성은 씨, 제 책상에 위에 서류문서가 몇 부가 있는데, 아마 열 부정도 될 거예요. 시간이 되시면 각 문서당 8부씩 인쇄 부탁드릴게요.”“네, 알겠습니다. 이따 바로 하겠습니다.”성은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원아는 실험실 가운을 입고 실험실로 들어가
헨리가 어제 에그타르트를 먹고 싶다고 했던 게 떠오른 원아는 주방으로 들어갔다.냉장고에서 어제 미리 해동해 둔 에그타르트 반죽을 꺼내 계란과 우유를 섞어 타르트 속을 만들고, 아들을 위해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굽기 시작했다.에그타르트가 다 구워질 즈음, 아이들도 깨어났다.원아는 에그타르트를 꺼내 두 개를 작은 접시에 담았다. 소남을 위한 것이었다.소남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원아가 만든 음식이라면 항상 먹곤 했기에 그녀는 작은 접시를 오현자에게 건네며 말했다.“이모님, 이것도 위층으로 가져다주세요. 저는 여기 있는 걸
수술실의 환경은 외부보다 더 춥기 마련이다. 원아는 주희진이 이렇게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다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주희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옮기지 않으려 했고, 여전히 수술실을 주시하며 말했다.“난 여기 앉아 있을게.”“이모, 임영은 씨 수술이 끝나면 또 돌봐주셔야 하잖아요. 건강을 챙기셔야 해요. 이렇게 바람을 쐬시면 감기에 걸리세요...”원아는 주희진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영은의 수술 중에 의사가 가족을 부를 때 가장 먼저 나서기 위해서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영은을 핑계로 삼아 설
처음에 소창민은 돈 때문에 영은에게 간을 제공하겠다고 동의했었다. 하지만 영은은 똑똑하게도, 소창민을 대할 때 거부감을 드러냈고, 친아버지의 이른바 ‘기증’에 대해 전혀 감사의 마음을 보이지 않았다.임문정은 그 모습을 마치 관계없는 사람처럼 지켜보다가,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수술실로 옮겨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야말로 한바탕 소동이었군요.”소남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영은이 소창민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마주쳤다면, 영은의 반응은 분명 혐오였을 것이다.그래서 소남도 미리 사윤에
“원선미 씨, 다치셨네요.”원아는 한 걸음 물러서며 원선미의 얼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상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눈은 장식품으로 달고 다녀! 알면서 왜 물어? 지나가게 길 좀 비켜.”원선미는 불쾌한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싶었다.그녀는 정말로 다쳤다. 이강에게 맞아서였다.하지만 생계를 위해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약국에서 상처를 치료하려 했지만, 약국 사람들은 겁이 나서 도와주지 않았고, 결국 병원에 올 수밖에 없었다.의사가 가정폭력을 당했느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만
“여보, 이제 그만 좀 서성거리고, 일단 빵부터 먹어.”임문정은 빵을 옆에 놓고, 주희진의 손을 잡아 거의 강제로 아내를 의자에 앉혔다.주희진은 창백한 얼굴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배 안 고파요, 당신이나 먹어요.”“아침도 제대로 안 먹었잖아. 점심까지 안 먹으면 어떻게 버티려고 그래?”임문정은 불쾌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내가 영은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말이 없었던 그였지만, 이제 밥도 못 먹는 아내를 보니 참을 수 없었다.영은을 집에 두게 한 것은 딸이 곁에 있어야 아내가 마음의 안정
사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을 명확히 설명했다.“그럼 언제쯤 영은이를 볼 수 있을까요?”주희진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수술만 끝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후속 문제들이 많아서 영은이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지금 당장은 안됩니다. 안정을 취해야 하고 당분간은 방문 시간도 제한될 겁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 가시면 중환자실이 있습니다. 이따가 곧 중환자실 방문 시간이 될 겁니다. 거기서 간호사에게 말씀하시면 안내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사윤은 왼쪽 방
임문정은 침대 옆에 서서 임영은을 잠시 바라봤을 뿐, 그의 표정에는 슬픔이나 고통이 전혀 없었다. 얼굴은 엄숙하고 냉정해, 마치 아버지가 아닌 법정의 판사처럼 무감정해 보였다.“영은아, 이번에 새 생명을 얻었으니, 이겨낼 수 있다면 제대로 살아가길 바란다. 네 어머니의 사랑을 저버리지 말아라.”그는 이렇게 말한 뒤, 중환자실을 떠났다.옆에 있던 간호사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 고개를 돌려 영은을 한 번 쳐다보았다.임문정은 곧바로 나와 무균복을 벗으며 말했다.“이제 가자.”“난 여기에 남아 영은이를 좀 더 지켜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