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소창민은 돈 때문에 영은에게 간을 제공하겠다고 동의했었다. 하지만 영은은 똑똑하게도, 소창민을 대할 때 거부감을 드러냈고, 친아버지의 이른바 ‘기증’에 대해 전혀 감사의 마음을 보이지 않았다.임문정은 그 모습을 마치 관계없는 사람처럼 지켜보다가,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수술실로 옮겨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야말로 한바탕 소동이었군요.”소남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영은이 소창민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마주쳤다면, 영은의 반응은 분명 혐오였을 것이다.그래서 소남도 미리 사윤에
“원선미 씨, 다치셨네요.”원아는 한 걸음 물러서며 원선미의 얼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상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눈은 장식품으로 달고 다녀! 알면서 왜 물어? 지나가게 길 좀 비켜.”원선미는 불쾌한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싶었다.그녀는 정말로 다쳤다. 이강에게 맞아서였다.하지만 생계를 위해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약국에서 상처를 치료하려 했지만, 약국 사람들은 겁이 나서 도와주지 않았고, 결국 병원에 올 수밖에 없었다.의사가 가정폭력을 당했느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만
“여보, 이제 그만 좀 서성거리고, 일단 빵부터 먹어.”임문정은 빵을 옆에 놓고, 주희진의 손을 잡아 거의 강제로 아내를 의자에 앉혔다.주희진은 창백한 얼굴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배 안 고파요, 당신이나 먹어요.”“아침도 제대로 안 먹었잖아. 점심까지 안 먹으면 어떻게 버티려고 그래?”임문정은 불쾌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내가 영은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말이 없었던 그였지만, 이제 밥도 못 먹는 아내를 보니 참을 수 없었다.영은을 집에 두게 한 것은 딸이 곁에 있어야 아내가 마음의 안정
사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을 명확히 설명했다.“그럼 언제쯤 영은이를 볼 수 있을까요?”주희진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수술만 끝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후속 문제들이 많아서 영은이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지금 당장은 안됩니다. 안정을 취해야 하고 당분간은 방문 시간도 제한될 겁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 가시면 중환자실이 있습니다. 이따가 곧 중환자실 방문 시간이 될 겁니다. 거기서 간호사에게 말씀하시면 안내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사윤은 왼쪽 방
임문정은 침대 옆에 서서 임영은을 잠시 바라봤을 뿐, 그의 표정에는 슬픔이나 고통이 전혀 없었다. 얼굴은 엄숙하고 냉정해, 마치 아버지가 아닌 법정의 판사처럼 무감정해 보였다.“영은아, 이번에 새 생명을 얻었으니, 이겨낼 수 있다면 제대로 살아가길 바란다. 네 어머니의 사랑을 저버리지 말아라.”그는 이렇게 말한 뒤, 중환자실을 떠났다.옆에 있던 간호사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 고개를 돌려 영은을 한 번 쳐다보았다.임문정은 곧바로 나와 무균복을 벗으며 말했다.“이제 가자.”“난 여기에 남아 영은이를 좀 더 지켜보고 싶어요.”
원아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전에 원씨 집안의 어른들이 진짜 원선미를 잘 대해줬다고 느꼈다. 적어도 예전에는 집안에 좋은 음식이나 옷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원선미에게 주었기 때문이다.그 이유는 바로 원선미의 생모가 너무나 강압적이었기 때문이고, 자신에게는 아버지 원강수 외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원강수는 아내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사람이었다. 유학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면에서 원선미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줬다.“그럼 신경 쓰지 마요.”소남은 단호하게 말했다.원아는 팔꿈치를 차 문에 기대고, 손으로 턱을 받
‘지금 알렉세이가 이미 강제로 공포의 섬으로 소환됐고, 안드레이가 언제 소남 씨를 향해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할지 모르니까... ‘나중에’라는 말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막연해... ‘나중에’라는 시간이 오기도 전에, 내가 소남 씨한테 해를 끼치게 되는 건 아닐까?’원아는 갑자기 말이 없어진 채, 입술을 꼭 다물었다.소남은 원아를 곁눈질로 보며,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원아가 지금 무언가를 떠올린 것 같은데... 나도 내 쪽 일을 더 서둘러야겠어!’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원아는 차에서 내려 서둘러 실험실로 돌아
하지만 소남이 보기엔, 원아가 이걸 전해주기 위해 추위를 견뎌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고, 적어도 임영은에게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다.원아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오현자가 뜨거운 차 한 잔을 들고 나왔다.오현자는 주방에서 원아가 이렇게 얇은 옷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교수님, 빨리 이 차 한 잔 드시고 몸을 좀 따뜻하게 하세요.”오현자는 원아에게 차를 건네며 말했다.“고마워요, 이모님.”원아는 차를 들고 손을 따뜻하게 하려고 했지만, 차가 너무 뜨거워서 조금 식힌 후에 마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