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지는 차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두 노인은 2층 거실에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지, 문 어르신, 우선 차 먼저 드시고 계세요. 다과는 좀 늦게 나올 겁니다.”원민지는 이강과 원선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원춘식은 이미 가정부한테 들은 상태였다. 원민지가 차를 내려놓은 후에 물었다.“그 계집애, 갔어?”“아버지, 다 들으셨군요...”원민지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아까 잠에서 깼을 때 아주머니가 날 부축해서 나올 때 다 들었다. 어떻게 모르겠니? 그 아이도 오랫동안 오지 않았잖아? 이번엔
문현만은 일부러 말을 멈췄다.원춘식도 초설에 대한 인상이 좋아 관심을 보였다.“어떻게 됐는데?”“내가 먹고 있는 국에 한약재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내 몸은 그 한약재와 맞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그 국을 먹으면 안 됐지. 그걸 초설이가 같이 밥을 먹으면서 갑자기 발견한 거야. 초설이가 내 불면증도 바로 그 한약재가 들어간 국을 장기간 먹어서 생긴 거라고 하더군.”문현만은 원춘식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고 그때 집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하지만 그 한약재를 넣으라고 한 사람이 채은서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초설 그 아이,
원아가 과자의 모양을 다 만들자 오븐이 예열되었다. 과자를 오븐에 넣고 원민지를 돌아보니, 달걀이 준비되어 있었다.“이제 밀가루 넣으면 되나?” 원민지는 케이크를 만들 줄 아는데 보통 이쯤 밀가루를 넣어야 해서 무의식적으로 원아에게 물었다.“제가 할게요.” 원아는 눈을 깜박였다.“설마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어?” 원민지는 궁금해하면서 자리를 원아에게 양보했다.“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케이크를 만드는 게 아니라서 절차가 좀 달라요.”원아는 가열하여 녹인 버터를 달걀물에 넣은 다음, 설탕과 우유를 적당량 넣고 마지막에
원민지는 이제야 원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초설이 말이 맞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질병으로 아플 때, 잘 알지 못하는 의사에게 맡겨야 할 때 나도 확실히 무력감을 느꼈어.’“그럼 왜 신약 연구의 길을 선택했어? 의사가 되지 않고?”원민지는 ‘초설’의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져서 물었다.“이별을 하는 게 싫어요. 병원의 답답한 분위기도 싫고요. 그래서 제약으로 방향을 바꿨어요.”원아는 어쩔 수 없이 또 거짓말을 했다.‘내 일을 내가 결정할 수 있을까?’‘아니, 이 모든 것은 안드레이의 계획이었지. 내
원민지가 주의를 주고 나서야 바둑을 두고 있던 두 노인은 ‘초설’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문현만은 빙그레 웃는 얼굴로 원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초설아, 여긴 어떻게? 설마 내가 여기에 있는 걸 알고 특별히 온 거냐?”원춘식은 손을 내저으며 정색했다.“문 씨, 이 염치없는 노인을 봤나? 이렇게 염치없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 초설이가 우리 집에 왔으니 당연히 나를 보러 온 거겠지. 그렇지, 초설아?”말이 끝나자 원춘식은 빙그레 웃으며 원아를 바라보았다.장난스러운 두 노인을 보고 원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손에 든 쟁반을
“초설아, 가만히 있지 말고 너도 좀 먹어.”문현만은 원아가 먹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원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과자 하나를 집었다.그녀는 특별히 레시피를 조정해서 치아가 좋지 않은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네 사람은 차를 마시며 원아가 만든 과자를 먹고, 두 노인의 말장난을 들으며, 원아는 마음속에 행복함이 가득 찼다.‘예전에도 문 어르신이 이렇게 우리 할아버지와 말장난을 하셨지... 지금 이 모습이 너무 익숙해. 마치 예전과 같아. 마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다른 곳.이연은 원춘식이 살고 있는
[네, 언니. 꼭 조심할게요. 지금 운전해야 돼서 우선 끊을게요.]이연이 말했다. 소은과의 통화를 마치고 이연은 차를 몰아 이강의 집으로 갔다. 신호등에서 대기할 때, 소은의 당부가 다시 떠올랐다. 이연은 생각 끝에 송현욱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 방금 일을 간략히 설명하고 이강의 집으로 가고 있다고 알렸다. 현욱이 답장을 보내지 않자, 이연은 그가 바쁜가 보다 하고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강 집 근처에 도착하자 이연은 일단 주차를 했다. 지금 이강이 살고 있는 집은 예전에 이연의 가족이 살았던 곳이라, 집 앞에 가면
왕영수는 다시 이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 자식한테 이렇게 예쁜 여동생이 있었어? 근데 이 자식이 왜 말 안 했지? 참나, 이강 이 자식 치사하게 여태까지 계속 이런 여동생을 숨겨두고 있었다니.”그 말을 들은 이연은 어이가 없어 말도 하기 싫었다. 그녀는 곧장 이강의 방 앞으로 가서 힘껏 문을 두드렸다.“이강, 빨리 안 나와!”왕영수가 앞으로 나와 이연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이연은 이미 알아차리고 빠르게 피했다.“왜 이래!”이연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듣자, 왕영수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이쁜이, 왜 자기 오빠의 좋은